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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뽀뽀뿐이라면

성혜인의 사무실은 괴이한 정적에 휩싸였다. 그녀도 장하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성혜인이 몸을 일으키며 장하리에게 말했다.

“수고했어요, 이만 퇴근해요.”

장하리는 작게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성혜인도 이만 퇴근해서 성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윤단미에게 사과하는 것은 아예 선택지에 없었다. 아무리 이사회가 배신했다고 해도, 아무리 그녀의 편에 서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그녀는 윤단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것이다.

성혜인은 성휘의 방문 앞에서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들어 노크했다. 방 안에서는 성휘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회사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이런 일로 찾아오게 되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들어와.”

성휘는 짧게 대답하고 또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 방 안으로 들어간 성혜인은 침대 곁에 앉으며 말했다.

“아빠, 저 이만 지분을 팔아버리려고요.”

성휘는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약 일 분간 침묵한 끝에 겨우 대답했다.

“네 마음대로 해, 콜록콜록.”

“죄송해요.”

“사과할 것 없어. 내가 변호사한테 연락, 콜록콜록...”

성휘는 이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분을 파는 일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이만 꿈을 좇으라는 그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그래도 속은 편하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시작해 회사를 세우는 것이 어디 쉬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

성혜인도 속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원히 팔아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잠깐일 뿐이에요. 제가 금방 되찾아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은 그냥 아빠가 놀라지 않게 미리 알려드리러 온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어떤 소식을 들어도 흥분하지 마세요.”

성휘는 이제야 약간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혜인이 너는 나보다 훨씬 똑똑하니 무조건 잘 해낼 거다.”

성혜인은 성휘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잠자코 있었다. 이미 벌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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