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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반승제의 부탁

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최근 해외 계열사에 문제가 생겨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 이틀 동안 최대한 빨리 본사 일을 마치고 출장을 가야 했다.

윤단미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오전에 금방 BH그룹까지 찾아가서 자랑했으니 말이다. 어쩐지 성혜인에게 당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다 성혜인이 짠 덫이라면 바보와 같이 뛰어드는 자신이 퍽 우스웠겠다고 윤단미는 생각했다. 그녀가 득의양양해서 문자를 보냈을 때도 성혜인은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윤단미는 분노를 견딜 수가 없었다. 가짜 그림을 산 것이 들통났을 때보다도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빚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복수는 잠시 뒤로 미뤄뒀다.

“승제야, 나 대신 이한 씨한테 잘 좀 말해주면 안 돼? 네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줄 거야. 이번 일 나한테 진짜 중요하단 말이야.”

윤단미는 핸드폰 건너편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반승제는 신이한과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대뜸 전화해서 부탁하기가 약간 불편했다. 하지만 그가 고민하기도 전에 심인우가 들어오며 10분 후에 회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해외 계열사에 관한 회의였다.

출장을 가기 전까지는 아마 끝도 없이 회의해야 할 것이다. 윤단미의 일에 신경 쓸 시간 또한 없었다. 그래서 반승제는 그냥 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이한은 반승제가 전화 온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진짜 윤단미를 위해 나서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앞에 앉아 있는 성혜인을 힐끗 바라봤다.

성혜인은 누가 전화 온 것인지 예상했는지 말없이 머리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마침 레스토랑에 함께 있었다. 신이한과의 일을 비밀리에 해나가기 위해서는 늦은 시간에 따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신이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수락 버튼을 누른 다음에는 일부러 스피커폰 모드로 하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반 대표님이 웬일로 저한테 전화를 다 하세요?”

신이한의 말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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