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오른 반승제는 성혜인을 확 끌어당겨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젯밤 나무에 부딪히며 다친 데다가 목까지 쉬었던 성혜인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눈을 찔끔 감았다.반승제는 성혜인의 위로 올라타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반승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갑자기 왜 화를 내시는 거예요?”반승제는 성혜인의 표정을 한참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혹시 내가 질투라도 한다고 생각하나?”성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반승제도 두말없이 손을 놓고 그녀의 옷을 잡았다.“오늘로 여섯 번째겠군.”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푼 순간, 반승제는 얇은 셔츠 뒤에 가려져 있던 빨간 자국을 발견했다. 어두운 조명 하에 그 자국은 키스 마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다.반승제는 잠깐 멈칫하더니, 성혜인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내던졌다.“꺼져.”성혜인은 한참 휘청거리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 만약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그대로 길바닥에 엎어졌을 것이다.뒤따라 차에서 내린 반승제는 한결같이 고귀한 자태로 팔짱을 꼈다. 그리고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의 성혜인을 바라봤다.“너 신 대표랑 잤어?”성혜인은 이제야 반승제가 무엇을 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래도 자신이 남긴 흔적의 일부만 보고 키스 마크로 오해한 듯했다.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저 피식 웃었다. 반승제가 이미 차에 올라타 멀어진 참이라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다리에 힘이 풀려 길가에 쪼그려 앉은 성혜인은 목을 만지작대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약간 기운이 생긴 다음에야 자신의 차에 돌아가 로즈가든으로 향했다.저녁, 성혜인은 장하리의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세한에서 지분을 10%까지 모았어요. 아마 내일이면 이사회에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10%의 지분은 이사회에 가입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조만간 SY그룹 전체를 삼켜버릴지도 몰랐다.“하지만 이상하게도 10%에서 멈춘 지 한참 됐어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
성혜인은 새벽 사이에 35%의 지분을 장하리에게 양도했다. 그녀가 주식을 팔았다는 사실을 세한그룹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사실 장하리의 이름으로 파는 것도 너무 많은 양의 지분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다. 그래도 음모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더구나 도움받을 수 있는 상대가 장하리 밖에 없기도 했다.장하리가 지분을 받고 도망갈 걱정은 없었다. 신이한과 체결한 계약 덕분에 지분의 중심은 언제나 성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내용은 그녀와 신이한만 알 뿐,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았다.35%의 지분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눈이 먼 세한그룹 측 책임자는 곧바로 윤단미에게 소식을 알렸다.“이것만 얻으면 SY그룹 인수는 성공한 것과 다름없어요. 앞으로 단미 씨가 SY그룹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윤단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반승제는 그녀에게 전문가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저 컨설팅을 할 만한 돈을 보내줬을 뿐이다.다행히 윤단미 스스로 찾은 컨설턴트가 유능한 덕분에 하루 사이에 16%의 지분을 모은 건 물론이고 오늘은 35%라는 대어까지 낚을 수 있었다.윤단미는 귀까지 찢어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성혜인에게 복수할 상상만 해도 도파민이 마구 솟아나왔다. 그래도 아직은 완전히 성공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심호흡과 함께 진정하며 물었다.“가격은요?”“가격은 시장 가격의 2배로 4000억 원을 원한다고 했어요.”윤단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4000억 원은 그녀에게도 높은 값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마 전 금방 가짜 그림에 1200억 원이나 썼으니 더욱 망설여졌다.가짜 그림 때문에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주영훈에게 선택받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평가를 받았던 일이 생각나니 윤단미는 또다시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건 모두 성혜인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성씨 일가는 죽어야 마땅하다.물론 페니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어젯밤 페니가 신이한과 뽀뽀하려고 했을 때 반승제의 반응은 누가 봐도 질투하는 것이었
오후 3시.장하리가 수표와 계약서를 준비한 다음 성혜인은 회사 사무실이 아닌 로즈가든에서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그녀가 준비한 물건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을 때 겨울이는 한쪽에서 배를 까고 꼬리를 흔들어 대며 애교를 부렸다.“이건 4000억 원의 수표이고, 이건 계약서예요.”성혜인은 머리를 끄덕였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SY그룹의 사장이 아니게 된다. 윤단미는 51%의 지분과 함께 그 누구도 초월하지 못할 압도적인 대주주가 될 것이고, 회사 또한 윤단미에게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주식 양도 절차가 끝난 다음 윤단미는 바로 SY그룹으로 출발했다. 동시에 세한그룹 측에서는 인수에 성공했다는 기사와 함께 주식 데이터를 공개했다.업계 사람들은 이번 인수 사건을 반승제를 사이 둔 성혜인과 윤단미의 전쟁이라고 여겼다. 원래는 꽤 피 튀기는 전쟁이 될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윤단미의 압승이었다.업계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톡방에서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바로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성혜인 씨도 별 볼 것 없네요. 이틀 만에 회사를 홀라당 빼앗기는 걸 보면요.」「반승제 씨가 윤단미 씨를 도와줘서 그런 게 아닐까요?」「그렇게 보면 성혜인 씨도 참 불쌍하네요. 남편이 첫사랑과 합세해서 집안 회사를 빼앗다니요.」오래간만에 나타난 역대급 가십거리에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보탰다.같은 시각, 윤단미는 김경자와 백연서에게 전화로 좋은 소식을 알리고 나서 당당하게 SY그룹을 둘러봤다.SY그룹의 직원들도 물론 사장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들은 주어진 임무만 하면 되었기에 사장이 누구인지는 크게 상관없었다. 마치 임금이 누가됐든 백성의 생활은 똑같은 것처럼 말이다.윤단미는 SY그룹을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성혜인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책상과 의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생각보다 더욱 초라한 사무실의 모습에 윤단미는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충 사진 한 장 찍어 성혜인에게 문자
“승제야, 나 SY그룹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어.”책상 앞에 앉은 반승제는 윤단미의 말을 듣고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세상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이렇게 빨리?”“응. 사실 나도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 SY그룹이 그만큼 볼품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성혜인 씨는 오늘 출근도 안 했던데 집안에서 물건이나 깨부수고 있는 건 아닌지 몰라.”윤단미는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반승제는 전혀 관심 없는 표정으로 노트북에 타자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단미야, 나는 너랑 다시 만날 생각 없어.”윤단미는 당연히 반승제의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너무나도 예상 밖의 말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고 귀를 의심하는 듯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승제야,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그렇지?”반승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머리를 들어 윤단미를 바라봤다. 이는 연애를 하는 내내 변함없이 그의 얼굴에 걸려 있던 표정이기도 했다.그는 단 한 번도 먼저 윤단미와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한 적이 없었다. 윤단미도 팔짱을 끼는 것 외의 스킨십은 감히 하지 못했다. 어쩌다 용기를 내야만 우연인 척 품에 부딪혀 볼 수 있었다.북받쳐 오르는 서러움에 윤단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흑흑, 네가 나를 잘 보살펴 줄 거라고 승우 오빠가 그랬단 말이야...”반승우가 언급되자 반승제는 손을 흠칫 떨었다.“미안해. 나도 한때는 너와 결혼할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러니 너도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윤단미의 입안에서는 피비린내가 돌기 시작했다. 긴 손톱으로 꽉 잡은 바지는 거의 찢길 지경이었다.“내가 아니면 누구랑 결혼할 생각인데?”윤단미의 표정은 마치 반승제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 여자를 잘근잘근 씹어 죽일 것처럼 살벌했다.“난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반승제의 빠른 대답에 윤단미는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렇다면 왜 나한테 시간 낭비라고
윤단미는 BH그룹 밖으로 나와서도 미처 진정하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혹시 반승제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도 들었다.윤단미가 귀국한 이후로 반승제에게 다가간 적 있는 여자는 페니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결벽증이 있는 반승제가 신이한과 뽀뽀하려던 페니의 모습을 보고서도 계속 만날 것 같지는 않았다. 둘이 보는 눈이 없는 데서는 어디까지 갔을지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그래도 윤단미는 페니를 가만히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늘 밤 성혜인을 없애버리고 난 다음은 페니의 차례가 될 것이다.윤단미는 시계를 힐끗 봤다. 곧 있으면 저녁 9시가 된다. 지금 반씨 저택으로 출발하면 그녀를 좋아하는 집안 어른들과 함께 성혜인의 비굴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후련했다.반씨 저택에 도착하자 이미 윤단미를 기다리고 있는 김경자와 백연서의 모습이 보였다. 세 사람은 함께 차와 과일을 준비해 놓은 테이블 앞으로 가서 앉았다. 성혜인이 무조건 무릎 꿇고 사과하러 올 것이라고 단정 지은 듯한 모습이었다.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경자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윤단미가 SY그룹을 인수한 것은 기쁜 일이었기 때문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야, 이번에는 진짜 잘했어.”김경자는 미소를 지으며 윤단미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윤단미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반승제의 마음이 어찌 됐든 김경자는 그녀의 편을 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돌려 보니 백연서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머리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정받을 수 있을 듯했다.윤단미는 이제 와서 걱정되는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근데 이 일을 할아버지한테 들키면 어떡해요?”김경자는 피식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느긋하게 대답했다.“네가 아직도 승제에 대해 잘 모르나 보구나. 승제는 처음부터 성혜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영감탱이 때문에 억지로 결혼했다. 이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넘어 증오까지 생겨났겠지. 영감탱
“이건 제가 사장직에 오르기 전에 체결한 계약이니 그냥 취소해 주면 안 돼요?”윤단미도 자신이 얼마나 파렴치한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SY그룹을 인수하자마자 4조 원의 빚을 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파렴치한 일도 할 수 있었다.‘SY그룹을 인수하는 데 쓴 돈만 해도 이미 수천억이야. 근데 돈을 벌기도 전에 SY그룹을 팔아버려도 2조 원이나 더 물어내야 한다고?’아무리 윤씨 가문이라도 해도 이 정도의 돈을 꺼내기는 어려웠다. 꺼낼 수 있는 돈도 최근 며칠 동안 전부 써버리고 말았다. 김경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샀다가 오히려 창피한 당한 가짜 그림과 SY그룹을 인수하기 위해서 말이다.만약 윤씨 집안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윤단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숱한 모욕과 비웃음을 감당해야 할 게 눈에 뻔히 보이기도 했다.윤단미는 인수의 성공이 곧 승리를 대표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HS그룹과 체결한 계약서가 등장하자 이는 승리가 아닌 비극이 서막이 되어버렸다.‘젠장!’윤단미는 김경자와 백연서가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분노를 얼굴에 고스란히 담았다.“취소가 어려우면 성혜인 씨한테 연락해서 위약금을 받던가요.”“SY그룹의 사장은 성혜인 씨가 아닌 윤단미 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윤단미는 점점 빨개지는 눈시울로 입술을 깨물었다.“계약 기간은 다음 주까지라고 했죠? 다음 주에 다시 연락해요.”“하하, 저희도 재촉하는 것이 아닌, 그냥 알려주는 것뿐이니 천천히 준비해요. 지난번 성혜인 씨한테도 똑같이 연락했으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요.”전화를 끊고 난 윤단미는 잇몸이 다 아프기 시작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어쩐지... 어쩐지 성혜인이 쿨하게 꺼져준다고 했어! 진작 빚더미에 나앉을 걸 예상하고 사장 자리를 나한테 넘긴 거야. 그럼 나는 괜히 SY그룹을 인수해서 남의 빚을 대신 물어주게 생긴 거네?’윤단미가 제대로 열 받고 숨도 쉬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김경자와 백연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
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최근 해외 계열사에 문제가 생겨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 이틀 동안 최대한 빨리 본사 일을 마치고 출장을 가야 했다.윤단미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오전에 금방 BH그룹까지 찾아가서 자랑했으니 말이다. 어쩐지 성혜인에게 당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만약 이 모든 것이 다 성혜인이 짠 덫이라면 바보와 같이 뛰어드는 자신이 퍽 우스웠겠다고 윤단미는 생각했다. 그녀가 득의양양해서 문자를 보냈을 때도 성혜인은 비웃었을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에 윤단미는 분노를 견딜 수가 없었다. 가짜 그림을 산 것이 들통났을 때보다도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빚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복수는 잠시 뒤로 미뤄뒀다.“승제야, 나 대신 이한 씨한테 잘 좀 말해주면 안 돼? 네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줄 거야. 이번 일 나한테 진짜 중요하단 말이야.”윤단미는 핸드폰 건너편에서 대성통곡을 했다.반승제는 신이한과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대뜸 전화해서 부탁하기가 약간 불편했다. 하지만 그가 고민하기도 전에 심인우가 들어오며 10분 후에 회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해외 계열사에 관한 회의였다.출장을 가기 전까지는 아마 끝도 없이 회의해야 할 것이다. 윤단미의 일에 신경 쓸 시간 또한 없었다. 그래서 반승제는 그냥 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신이한은 반승제가 전화 온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진짜 윤단미를 위해 나서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앞에 앉아 있는 성혜인을 힐끗 바라봤다.성혜인은 누가 전화 온 것인지 예상했는지 말없이 머리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마침 레스토랑에 함께 있었다. 신이한과의 일을 비밀리에 해나가기 위해서는 늦은 시간에 따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신이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수락 버튼을 누른 다음에는 일부러 스피커폰 모드로 하고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반 대표님이 웬일로 저한테 전화를 다 하세요?”신이한의 말투는
“페니 씨,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성혜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반승제의 전화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듯 덤덤하게 말했다.“저는 윤단미 씨한테서 4000억 원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2000억 원으로 44%의 지분을 회수했고, 나머지 2000억 원으로는 윤단미 씨의 지분을 회수할 생각이에요.”신이한은 처음으로 성혜인을 건드린 윤단미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돈으로 성혜인이 지분을 100%까지 모으도록 도와줬으니 말이다.성혜인은 돈 한 푼 쓰지 않고 SY그룹을 얻었다. 덕분에 반승제는 신이한에게 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녀의 지적인 모습에 신이한의 심장은 또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장하리는 같은 날 저녁 세한그룹에 연락해 2000억 원으로 윤단미의 지분을 사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지분을 팔고 나면 윤단미는 더 이상 SY그룹의 사장이 아니게 되고 빚 또한 책임지지 않게 된다.윤단미는 주식을 위해 찾아온 장하리가 신이한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반승제가 얼마 전 금방 그녀를 위해 나서줬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닥치는 대로 계약서에 사인해 버렸다.저녁 10시, 장하리는 계약서를 들고 로즈가든으로 가서 성혜인을 만났다. 짧은 이틀 동안, 정신없이 바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혜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성혜인은 계약서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윤단미에게 문자를 보냈다.「단미 씨, 고마워요.」윤단미는 아직 성혜인의 문자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저 그녀가 또 멍청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윤단미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그녀가 SY그룹에서 퇴출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쯧, 상황 파악도 못 하는 멍청한 년 주제에...’이튿날 아침, 윤단미는 눈을 뜨자마자 SY그룹에서 발표한 소식을 보게 되었다. 성혜인이 어마어마한 지분과 함께 사장으로 복귀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고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아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SY그룹의 임원진 중에는 아무도 성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