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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칼같은 거절

“승제야, 나 SY그룹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어.”

책상 앞에 앉은 반승제는 윤단미의 말을 듣고서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세상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이렇게 빨리?”

“응. 사실 나도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 SY그룹이 그만큼 볼품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성혜인 씨는 오늘 출근도 안 했던데 집안에서 물건이나 깨부수고 있는 건 아닌지 몰라.”

윤단미는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반승제는 전혀 관심 없는 표정으로 노트북에 타자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단미야, 나는 너랑 다시 만날 생각 없어.”

윤단미는 당연히 반승제의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너무나도 예상 밖의 말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고 귀를 의심하는 듯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승제야,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그렇지?”

반승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머리를 들어 윤단미를 바라봤다. 이는 연애를 하는 내내 변함없이 그의 얼굴에 걸려 있던 표정이기도 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먼저 윤단미와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한 적이 없었다. 윤단미도 팔짱을 끼는 것 외의 스킨십은 감히 하지 못했다. 어쩌다 용기를 내야만 우연인 척 품에 부딪혀  볼 수 있었다.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에 윤단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흑흑, 네가 나를 잘 보살펴 줄 거라고 승우 오빠가 그랬단 말이야...”

반승우가 언급되자 반승제는 손을 흠칫 떨었다.

“미안해. 나도 한때는 너와 결혼할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러니 너도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

윤단미의 입안에서는 피비린내가 돌기 시작했다. 긴 손톱으로 꽉 잡은 바지는 거의 찢길 지경이었다.

“내가 아니면 누구랑 결혼할 생각인데?”

윤단미의 표정은 마치 반승제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 여자를 잘근잘근 씹어 죽일 것처럼 살벌했다.

“난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

반승제의 빠른 대답에 윤단미는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여전히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왜 나한테 시간 낭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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