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연은 점점 가까워지며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다가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졌다.결국 그녀는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둘의 인연은 고작 일 년 반이었고 원진의 거대한 인생에 비하면 짧은 시간일 테니, 그녀와의 기억은 그다지 의미 있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원진은 이미 그녀를 잊었을지도 모른다.당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그의 옆을 지나쳐 가기로 했다.그런데 한 발짝을 내딛자마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진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맑고 차분해졌지만 그녀를 부르는 어조는 여전히 부드러웠다.“시연 누나, 이제 나랑 말도 안 하실 건가요?”당시연의 온몸이 굳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천천히 돌아서자 원진이 벽에 기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당시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내려 했다.‘이제 보니 진이었네, 돌아왔구나.’그러나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입을 떼었다가 다시 다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원진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덮었다. 그는 더욱 커졌고 아마도 이제는 187cm쯤 되는 것 같았다. 그의 존재가 느껴져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시연 누나, 혹시 날 잊으신 건 아니죠? 저 원진이에요.”잊을 리가 없었다. 당시연은 그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여러 사람에게 그의 소식을 묻곤 했지만 그 남자의 말처럼 그녀와 원진은 이제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오늘 이 만남 또한 짧은 우연일 것만 같았다.“오랜만이야, 원진.”당시연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여기서 모임 중이야?”원진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더니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네.”당시연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긴 침묵이 흐른 뒤 원진이 조용히 물었다.“결혼했어요? 신혼 선물이라도 챙겨야 하는 거 아니죠?”“결혼 안 했어. 남자 친구도 없어.”원진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Last Updated : 2024-11-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