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2041 - Chapter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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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1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오 년 후.원진은 스물셋이 되었고 당시연은 어느덧 스물아홉의 나이에 접어들었다.그동안 당시연과 부모님의 관계는 꽤 부드러워졌다. 아마 원진의 떠남이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원진이 떠난 이후로 당시연은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해져 원망도 미움도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되었다.당시연은 대학 강사가 되어 많은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활기찬 얼굴을 볼 때마다 문득 원진이 떠오르곤 했다.지난 오 년 동안 그녀는 원진의 소식을 알아보려 계속 애썼지만 그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매일 강의가 끝나고 차로 고등학교 근처를 지날 때면 그녀는 잠시 멈추곤 했다.그녀가 지금 사는 곳은 다섯 해 전 처음으로 임대했던 곳으로 이제는 집을 매입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최근 한 달간 그녀는 누군가에게 미행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경찰은 주변을 조사한 후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 가장 비싼 명품 매장의 쇼윈도 앞에서 그녀는 한 남자를 보았다.남자는 태연히 서서 선글라스를 손에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그러다 한 여자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팔짱을 끼고 환히 웃었다.당시연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그 남자의 주위엔 경호원들이 몇 명 있었고 그들은 남자를 향해 지극히 공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원진이었다.하지만 예전 열일곱의 마르고 여린 소년이 아니라 이미 훤칠하게 자란 청년이었다. 그의 눈매는 날카로워졌고 미소를 지을 때는 서늘한 봄바람이 스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당시연은 그 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다리가 저려올 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이 갑작스러운 상실감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가슴이 조여오는 것처럼 답답하고 아팠다.옆에 있던 동료들이 수군거렸다.“저 사람 누구야? 오늘 매장 문을 닫고서까지 그 사람만 접대한다고 하던데.”“글쎄요, 제원에 워낙 재력가가 많으니 우리가 다 알지는 못하겠죠.”“진짜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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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2화 정말 보고 싶었어요

당시연은 점점 가까워지며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다가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졌다.결국 그녀는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둘의 인연은 고작 일 년 반이었고 원진의 거대한 인생에 비하면 짧은 시간일 테니, 그녀와의 기억은 그다지 의미 있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원진은 이미 그녀를 잊었을지도 모른다.당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그의 옆을 지나쳐 가기로 했다.그런데 한 발짝을 내딛자마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진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맑고 차분해졌지만 그녀를 부르는 어조는 여전히 부드러웠다.“시연 누나, 이제 나랑 말도 안 하실 건가요?”당시연의 온몸이 굳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천천히 돌아서자 원진이 벽에 기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오롯이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당시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내려 했다.‘이제 보니 진이었네, 돌아왔구나.’그러나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입을 떼었다가 다시 다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원진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덮었다. 그는 더욱 커졌고 아마도 이제는 187cm쯤 되는 것 같았다. 그의 존재가 느껴져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시연 누나, 혹시 날 잊으신 건 아니죠? 저 원진이에요.”잊을 리가 없었다. 당시연은 그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여러 사람에게 그의 소식을 묻곤 했지만 그 남자의 말처럼 그녀와 원진은 이제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오늘 이 만남 또한 짧은 우연일 것만 같았다.“오랜만이야, 원진.”당시연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여기서 모임 중이야?”원진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더니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네.”당시연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긴 침묵이 흐른 뒤 원진이 조용히 물었다.“결혼했어요? 신혼 선물이라도 챙겨야 하는 거 아니죠?”“결혼 안 했어. 남자 친구도 없어.”원진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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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3화 슬슬 남자 친구를 찾아야 하나?

이 말이 떨어지자 당시연은 순간 멈칫했다.그러나 원진은 태연한 얼굴이었다. 마치 오늘 날씨가 좋다고 말하는 것처럼.당시연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데려다줄까요? 지금 어디 살아요?”당시연은 거의 멍한 상태로 원진을 따라 걸었다.차가 그녀가 사는 곳 앞에 멈춰 선 후에야 그가 물었다.“아직도 여기에 살아요?”“응, 이 집을 아예 샀어.”“다른 곳은 생각 안 해봤어? 여기서 누나가 다니는 학교까지 좀 거리도 있고 집값도 꽤 비싼 편인데.”당시연도 왜 이 집을 산 건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아마 언젠가 원진이 돌아와 그녀를 찾으려 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그런데 이제 원진이 돌아왔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괜한 짓을 했다고 느꼈다. 원진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원씨 가문의 힘을 빌리면 원진이 그녀를 찾는 데 십 분도 걸리지 않을 테니.결국 지난 오 년 동안 그가 그녀를 찾지 않았다.“시연 누나, 올라가요.”당시연이 몇 걸음 옮길 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참, 누나 전화번호 줄 수 있어요? 나중에 제가 또 제원에 오면 그때 같이 밥 한번 먹어요.”당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번호는 예전 그대로야. 바뀐 적 없어.”만약 그가 전화를 걸었다면 알았을 것이다.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원진은 이미 그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듯했다. 그의 세계엔 이제 그녀가 없는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었다.“그래요. 그럼 폰에 저장해 둘게요.”원진은 차 안으로 돌아갔다.당시연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올라갔다. 마음이 기대했던 만큼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한구석이 둔하게 아려왔다.그제야 세월이 얼마나 잔인한지 깨달았다.아파트 단지 밖에서 원진도 떠나지 않고 차에 앉아 있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당시연의 번호를 확인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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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4화 미안해,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이날도 당시연은 동료들과 함께 술집에 갔다.전날 꾼 꿈 때문인지 자꾸만 부끄러워져서 몇 잔을 더 마셨다.전도윤은 옆에 앉아 당시연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녀가 첫사랑과 닮았다고 했다.당시연은 그와 결혼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온 이유가 첫사랑을 대신하려고 한 것이라니.당시연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마음은 담담했다.“그럼, 왜 첫사랑을 다시 찾아보지 않았어요?”“그 사람은 해외에서 결혼했고 아이도 낳았어요.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고요. 더 이상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전도윤도 나름대로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당시연은 한숨을 쉬고 술을 더 마셨다.“왜 헤어졌는데요?”“제 잘못이었죠. 그때는 교수님 밑에서 배우는 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그 사람 감정은 아예 신경을 못 썼어요. 제3자가 낀 건 아니었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게 문제였어요. 여자는 옆에 있어 주는 걸 원하는데 저는 그조차 해주지 못했죠.”“헤어지고 나서 마음을 전했어야죠. 붙잡아야 했던 거 아닌가요?”“붙잡을 수 없었어요. 그 사람은 정말 단호한 성격이거든요. 예전에 저와 함께하려고 가족과의 인연까지 끊었으니. 날 사랑할 땐 불꽃 같았고 끝낼 땐 너무나 깔끔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처럼 그렇게 단호할 수는 없었죠. 지금 그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잘 살아요. 아마 저만 여기서 멈춰 있는 거겠죠.”당시연은 조용히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전도윤은 얘기를 하다가 눈물이 차올라 얼굴을 가리며 울기 시작했다.당시연은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했다.‘내가 지금 연애 상담이나 해주려고 나왔나?’결국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도윤을 부탁하고 자리를 떠났다.술집을 나설 때쯤 당시연은 이미 알딸딸한 상태였다.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내려다가 얼굴을 확인하자 목이 막힌 듯, 하고 싶은 말들이 전부 삼켜져 버렸다.“원진?”“누나, 취했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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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5화 전에 만난 남자들은 별로였나 보네

당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머리 위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듯 몸이 굳어져 꼼짝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원진은 그녀가 피할 틈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 전도윤이라는 사람이야? 둘이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귀는 거야?”‘진이가 어떻게 전도윤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당시연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혹시 그도 그녀를 계속 지켜봐 온 건 아닐까? 다만 그녀가 모르게 했을 뿐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하지만 그 생각은 너무 황당해서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이제 그녀도 더는 예전의 풋풋한 소녀가 아니라 서른이 된 어른이었다.원진은 여전히 빛나는 나이에 있으며 그녀는 이제 앞으로의 삶을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했다.당시연은 고개를 떨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사귀기로 했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원진의 손이 그녀의 턱에 얹혔다.“그래서 벌써 할거 다 해봤어?”당시연은 눈동자가 흔들리며 그의 말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얼굴이 금세 달아올랐고 혀가 꼬이며 막무가내로 내뱉었다.“원진, 나 이제 서른이야. 서른 살 여자가 아직 순결할 거라고 생각해?”당시연은 무심코 내뱉었지만 말하고 나서 자신도 놀랐다.오늘 밤 둘 다 너무 이성을 잃었다. 이렇게 과감한 말을 주고받다니 왠지 민망해졌다.원진은 그녀를 끌어안고는 어깨에 턱을 기대며 말했다.“그럼 진짜 처음이 아닌 거야?”“응.”당시연의 머릿속이 엉켜 버렸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만두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마치 모든 것을 인정하는 듯했다. 사실 그녀는 여전히 누구와도 그런 경험이 없었지만 그저 어른스러운 척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당시연, 그럼 올라가서 나 좀 가르쳐 줘.”당시연은 대답하지 못하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런 건 네 여자 친구가 가르쳐 주겠지.”“난 여자 친구 없는데.”당시연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방으로 들어갔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둘이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원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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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6화 싫어?

당시연은 당혹스러워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원진은 그 모습을 보고 더 이상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은 듯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는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의 움직임은 한층 더 다정해졌다.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당시연에게 남자 친구가 있는지는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원진은 한 번도 그녀의 곁을 진정 떠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다.그러나 당시연은 한 번도 그를 붙잡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반년 뒤에나 다시 만날 거라고 한 것은 그녀를 자극하고 싶어서였는데 이번에야말로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었다.그녀를 기다리느라 긴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의 모든 마음을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원진은 당시연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거의 병적으로 강렬했기에 그녀에게서 한동안 멀리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당시연은 언제나 모범적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를 산골 마을에서 데려오지만 않았다면 어쩌면 그녀는 김성진과 결혼하여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결국 당시연의 삶을 뒤흔든 것은 자신이었다. 원진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연은 결코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당시연...”원진이 애정 어린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자 당시연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술기운에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 없이 그저 울기만 했다.원진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었다.“왜 그래? 너무 심하게 했어?”당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꿈일까 두려울 뿐이었다.“진아, 사실 나 너 찾았었어.”정말 오랫동안.원진의 움직임이 그녀의 말에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녀가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집요하게 찾으려 했는지 당시연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당시연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 곁에 남고 싶었다.잠시 후 원진은 장난스럽게 물었다.“예전 남자 친구들이랑 비교하면 어때? 누가 더 잘해?”당시연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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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7화 내 마음이 너무 이기적이어서

당시연의 싫진 않냐는 말에 원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원진은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 모두를 합쳐도 당시연 한 사람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었다. 그녀가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텅 비어버릴 듯했다.당시연의 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였다. 그녀는 그의 삶 속에서 여러 번 그의 마음을 뒤흔든 유일한 사람이었다.“당시연...”원진은 당시연을 안으며 말했다.“난 누나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만 중요해.”당시연은 침을 꿀꺽 삼키며 좋아한다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결국 삼켜버렸다.원진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묻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그는 그녀를 식탁으로 이끌어 음식을 집어 주었다.“우선 밥부터 먹자.”당시연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에 비해 원진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원진은 먹는 둥 마는 둥 대부분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식사를 했고 그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볼이 더 붉어졌다.식사가 끝나고 원진은 옆에서 슬며시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꺼내 들었다.“누나 건 어딨어? 지금 주민센터 일하는 시간이야. 우리 가서 혼인신고 하자.”어떤 충동에 이끌린 듯 당시연은 자신의 등본을 가져와 원진과 함께 주민센터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벼워서인지 마음마저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혼인관계증명서를 손에 쥐었다.“원진.”“응?”당시연은 ‘이게 다야?’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원진은 그녀가 마음이 바뀐 거라고 생각했다.원진의 눈가에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싫으면 지금 당장 이혼하러 가도 돼.”“그게 아니야.”당시연은 이 모든 게 너무 서두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성혜인과는 이제 친구가 되었는데 그녀는 예전부터 은근히 자신과 원진을 이어주려는 기색을 보이던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원진은 그런 생각을 전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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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8화 여보

원진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이 몇 년 동안 난 계속 자기 보러 갔어. 하지만 원씨 가문 문제들이 끝나질 않아서 자꾸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어. 자기한테 위험이 갈까 봐 꾹꾹 참았지. 매일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원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내 감정을 눌러 담고 고개를 들었다.“자기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어. 자칫 내 감정을 참지 못하고 억지로 데려오려 했다면 우리 사이가 끝나버릴까 봐... 그렇게 버티다 보니 5년이나 지나가 버렸어.”수많은 날을 그는 그 작은 희망 하나만을 붙잡고 버텼다. 당시연 주변에 다른 남자가 나타날 때마다 원진은 어김없이 초조하고 불안해졌다.다행히도 당시연은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안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백화점에서의 그날 만남은 당시연에게는 첫 재회였겠지만 원진에게는 수없이 지켜보던 순간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당시연이 눈 내리는 거리에서 걷는 모습, 친구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사소한 표정 하나하나까지 그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원진만큼 당시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그녀를 병적일 정도로 소유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부 털어놓았다가는 그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도망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그저 평범하게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원진이 당시연을 향한 사랑이 백 퍼센트라면 그는 그중 단 삼십 퍼센트만 표현할 뿐이었다.그런데도 그 삼십 퍼센트만으로도 당시연은 이미 마음 깊이 감동하고 있었다.“원진, 난 그동안 네가...”그녀는 원진이 나이 많은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창피해서 관계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당시연은 반지를 낀 채 그의 품에 안겼다. 키 큰 원진이 그녀를 꼭 끌어안자 그녀는 그의 품 안에 푹 파묻혔다.원진은 단톡방의 대화를 힐끗 보았다. 그 안에는 친구들이 그와 당시연의 관계를 두고 그렇게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 아직도 못 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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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9화 설우현vs설연주

반진율과 설서율이 첫돌을 맞은 날, 설우현은 플로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원으로 돌아왔다.원래는 설기웅과 함께 오려 했으나 설기웅이 연구 기지에서 데려온 소녀가 갑작스레 열이 나 쓰러지면서 항공편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고 설우현은 혼자 먼저 비행기에 올랐다.설기웅은 오기 전 설씨 가문의 먼 친척들을 만나게 되었다.설의종이 병을 앓은 후부터 이들 친척은 저마다 꿍꿍이를 품고 있었고 성혜인 쪽으로 지분이 모두 넘어가지만 않았더라면 가문이 크게 흔들렸을 상황이었다.이제 설의종의 건강이 호전되어 지분이 다시 설기웅과 설우현에게 돌아오자 이들 친척은 다시금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모습이었다.설우현은 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었다.몇 년 전 설준석의 딸이 실종되었고 설연주는 그가 삼촌이라 부르던 설준석네에서 불과 며칠 전에 찾은 딸이었다.설우현은 원래 설준석네와 왕래가 없었다. 표면상으로는 삼촌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직계 가족은 아니었고 단지 설씨 성을 공유하고 있을 뿐이었다.설준석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었고 설경필이 살아 있을 때는 자주 설씨 가문을 찾아와 설경필을 뵙곤 했었다.그러던 어느 날 설경필에게 일이 생겼고 다행히 설연주가 한바탕 울며 소란을 피운 덕분에 사람들이 상황을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설연주는 돌연 사라져 버렸다. 설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 찾으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설경필은 자신 때문에 설연주가 실종되었다는 죄책감에, 죽기 전 설의종에게 설연주가 돌아오면 감사의 표시로 가문의 1% 지분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현재의 설씨 가문 규모로 볼 때 1%의 지분은 수천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평생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보통 사람들은 평생 손에 쥐어보지 못할 거액이었다.하지만 그동안 설준석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여 왔고 이번에 갑자기 설연주를 찾았다는 사실이 설우현에게는 무척 의심쩍게 느껴졌다. 자꾸만 그들이 그 1%의 지분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설우현은 며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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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0화 오빠 진짜 무섭다

성혜인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한참 뒤에야 그녀는 설우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오빠, 내 생각엔 오빠는 속셈 부리는 데 서툴잖아요. 그러니 그 여자가 수상쩍다 싶으면 그냥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내가 그 여자를 무서워할 것 같아?”설우현은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처음 그 여자를 만났을 때부터 그 여자가 내연녀 노릇을 하며 음모를 꾸미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그 여자의 속셈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성혜인은 설우현을 더 설득해 보려 했다. 사실 설씨 가문에서 그녀의 둘째 오빠인 설우현의 성격이 가장 단순했다.어릴 때부터 가문의 모든 상업적 일들은 설기웅이 처리했고 설우현은 그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며 편히 지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설기웅 또한 동생을 잘 챙겨 주었고 자신의 지분 배당금을 나눠 주며 설우현을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해 주었다. 덕분에 설우현은 사람들 사이에서 손해를 본 적도, 사업에서 남들과 신경전을 벌인 적도 없었다.그런 그가 설연주 같은 사람을 상대하다가는 분명 손해를 볼 터였다.하지만 설우현은 이미 상대의 음모를 밝혀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성혜인의 조언 따위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성혜인은 한숨을 내쉬며 더는 말리지 않기로 했다.첫돌 잔치에서 설우현은 반승제를 은근히 깎아내렸고 이에 반승제는 화가 나서 발끈했다. 서주혁에게도 몇 마디 장난스럽게 찔러 보며 그의 얼굴을 굳게 만들었고, 곧이어 온시환을 비꼬아 한마디 던지자 온시환은 결국 화가 나서 잔을 깨뜨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설우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가 쉬었다.온시환은 최근 연애 문제로 몇 킬로나 빠졌고 설우현의 빈정거림에 더욱 이를 갈았다.서주혁이 옆에서 그를 위로했다. 온시환은 손바닥의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설우현이 한 번쯤 연애에서 제대로 당하는 꼴을 꼭 보고 말 거야. 두고 봐, 저 자식이 한 번 추락할 날이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비웃어 줄 테니까.”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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