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2031 - 챕터 2040

2198 챕터

제2031화 다른 방법은 없어요?

“김성진.”이수희가 큰 소리로 불렀다.김성진은 그녀를 보고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이수희가 찾아온 목적을 알고 있었다.이수희는 그의 옆에 서 있는 홍영란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성진이와 시연이 담임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홍영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운 듯 말했다.“시연이 쟤 정말 말을 안 들어요. 방금 대화를 시도했는데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미친 사람처럼 구는 거 있죠.”이수희는 놀라서 물었다.“시연이가 출장간 거 아니었나요?”“아뇨, 여기 병실에 있어요. 선생님, 가능하시면 시연이를 좀 설득해 주세요. 원진 때문에 우리 집안까지 다 피해를 보고 있어요. 원진만 없었어도 시연이와 성진이는 이미 결혼했을 텐데 말이에요.”이수희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곧장 당시연의 병실로 들어갔다.당시연은 침대 옆의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다.“시연아!”이수희는 깜짝 놀라 급히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무슨 일이야? 진이가 너 출장 가서 당분간 못 온다고 하지 않았어?”당시연은 이수희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굳었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선생님?”이수희는 당시연의 초췌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살이 많이 빠지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그래. 나야, 시연아. 너 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 진이가 퇴학을 당해서 수능도 못 봐. 그런데 너도 이 모양이고... 너희들 대체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니?”당시연의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 그녀의 반응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이수희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고 빨갛게 충혈된 눈을 들어 올렸다.“진이가... 퇴학당했다고요?”이수희는 그제야 당시연이 아직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 성진이 부모님이 직접 교장실에 찾아가서 명령했어. 학부모들이 워낙 강하게 반발해서 교장 선생님도 어쩔 수 없이 퇴학 결정을 내리셨어. 월요일에 반성문을 읽으라고 했는데 너 아직 못 들었어? 게다가 경찰이 학교에 와서 진이를 데려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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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2화 내 조건을 알잖아

그다음 일주일 동안 당시연은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원진은 밤마다 그녀를 찾아와 침대 곁에 앉아 조용히 문제집을 풀었다.당시연은 손에 든 컵을 꽉 쥔 채로 물었다. 목소리는 쉰 상태였다. “이번에도 시험이 있었어?”원진이 사과를 거부한 탓에 퇴학당했다는 소식은 거의 학교 전체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원진은 아직 당시연이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당시연이 평소 가장 신경 쓰던 것은 그의 성적이었다. 그래서 원진은 항상 문제집을 들고 와서 조용히 그녀 곁에서 문제를 풀었다.“네, 이번에도 1등이에요.”당시연은 아무 말 없이 컵을 꽉 쥐고 있었다.원진은 일어나 그녀의 컵을 건네받으며 물었다.“누나, 더 마실래요? 배고프지 않아요?”원진은 당시연이 한동안 침울해할 줄 알았지만 며칠 사이 그녀는 갑자기 차분해졌고 그의 성적이며 학교 일에 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진아, 수능에서 전국 몇 등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원진은 자신이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아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약속하듯 말했다.“1등 할 거예요, 누나. 그러니까 누나는 몸이나 잘 챙겨요.”당시연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원진은 허둥지둥하며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러나 당시연은 마치 누군가 그녀의 아픈 곳을 찌른 것처럼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눈이 붓도록 울었다.“누나, 제발 울지 마요. 누나가 울면 나도 힘들어요.”당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원진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잘도 말하네. 네가 1등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어?”“얼마나 어렵든 해낼 거예요.”원진은 이 말을 하며 그녀의 반응을 슬쩍 살폈다.그는 며칠 전 일어난 그날 밤 욕실에서의 일을 당시연이 떠올릴까 봐 두려웠다. 며칠 동안 그녀의 마음을 살폈지만 당시연은 그에게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오로지 동생처럼 그를 대할 뿐이었다.누나와 동생 그 이상은 넘볼 수 없는 사이였다. 원진은 그 선을 넘기도 두려웠고 그저 모든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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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3화 밝고 깨끗하게 살아야 하니까

병실 안은 적막했다. 김성진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연이 결국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알고 있었다.결국 약 10분이 지난 후 당시연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결혼 날짜 정해. 대신 원진이를 놔줘. 수능에 나가게 해줘.”“그리고 그 자식을 네 집에서 내쫓고 관계를 완전히 끊어야 해. 내가 이렇게 된 건 원진 때문이니까. 그 자식 얼굴만 봐도 불쾌해. 당시연, 난 그 정도로 넓은 아량을 가진 사람이 아냐. 원진은 우리 관계를 망친 원흉이야.”당시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둘 사이를 파괴한 건 김성진 자신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말한들 아무 소용도 없음을 알고 있었다.“알겠어.”“나를 속이려 들지 마. 진짜로 끝내려면 완전히, 철저하게 해야 해. 나중에 그 녀석이 다시 너에게 돌아오지 못하게 말이야. 나도 호구는 아니니까.”“... 응.”당시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김성진은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와서 나랑 같이 있어.”순간 온몸이 굳어졌다. 다시 그날 밤의 역겨운 기억이 떠올라 마치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가렵고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하지만 거절하면 김성진이 또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몰라 당시연은 마지못해 천천히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뽀뽀해 줘. 이건 이자야. 내가 퇴원하면 결혼할 거니까. 당시연, 아직 첫 경험은 남아 있지?”당시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손가락을 천천히 움켜쥐었다.“그날 내가 실패했으니 아직 남아 있겠지. 설마 원진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김성진!”당시연의 속눈썹이 떨렸다. 그녀는 원진을 항상 동생처럼 아꼈고 원진도 그녀를 누나처럼 여겨왔다. 둘 사이에 그런 더러운 관계는 있을 수 없었다.김성진은 만족스럽게 숨을 내쉬며 크게 웃더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 말했다.“됐어, 이제 입 맞춰.”당시연의 입술이 두 번 떨렸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쥐었다. 그녀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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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4화 내가 원해서 그랬겠지

다음 날 저녁 원진은 직접 만든 저녁을 들고 당시연을 찾았다.원진은 조심스럽게 도시락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려 했지만 그녀의 목에 남은 자국을 보고는 손이 멈칫했다. 당시연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그녀는 속눈썹을 떨며 한 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쥔 채 다른 손으로 그가 내민 죽을 쳐서 떨어뜨렸다.“시연 누나?”원진이 급히 몸을 숙여 바닥의 그릇을 주우려 했지만 당시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통장에 1,400만 원을 넣었어, 원진. 앞으로 우리 다시 보지 말자. 그 사람들이 하는 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네가 내 옆에 있는 동안 내 인생이 너무 꼬인 것 같아.”원진은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방금 들은 말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라며 고개를 들어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당시연의 얼굴은 차갑기만 했고 심지어 매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당시연은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원진, 미안해. 나도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는 버티기 힘들어. 네가 온 뒤로 부모님도 낯설게 변했고 나와 김성진의 관계도 엉망이 됐어. 학교로 돌아가. 수희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줄게. 수능이 끝나면 다른 도시의 대학에 지원해.”원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녀를 뚫어져라 올려다보며 그녀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당시연은 지친 듯 이마를 감싸 쥐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마도 내가 너를 산골에서 데리고 나오지 말았어야 했나 봐. 다른 사람의 운명에 섣불리 발을 들이면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미안해, 원진.”원진은 생각이 멈춰버린 듯했다. 당시연의 말에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얼굴이 창백해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누나, 나를 버리는 거예요?”원진은 그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렸다. 그때가 되면 자신도 더 이상 당시연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그녀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당시연은 등을 뒤로 기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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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5화 고생했어

원진은 절망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당시연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마음속에 간직했던 짝사랑은 고백도 못 한 채 꺾여버렸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눈을 떼지 않고 당시연을 바라보았다.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당시연이 분명 협박을 당하고 있을 거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담담했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다.어쩌면 그녀가 말한 대로 자신이 정말 그녀에게 짐이 된 걸지도 몰랐다.원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황급히 소매로 닦아냈다.“누나, 진심이에요? 정말 그런 남자랑 결혼하겠다는 거예요?”당시연의 가슴속 깊은 곳이 찢어지듯 아팠다. 몇 년 전, 그녀는 이 아이를 잘 키워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는 자신의 말이 칼날이 되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해야만 했다.원진은 아직 세상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는 산골 마을에서 나와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해 왔기에 사람들의 잔혹한 속내를 잘 알지 못했다. 김씨 가문이 그를 해치려 한다면 그의 앞길은 막막해질 게 분명했다.“진심이야. 나 성진이를 사랑해. 우리 다음 달쯤 결혼식 올릴 거야. 수능은 두 달 남았으니까 이제 오지 마. 부모님도 네가 오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원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지만 당시연에게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당시연은 원진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그는 그녀를 좋아했고 든든한 사람처럼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다. 그는 당시연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존재이며 오히려 그녀에게 불행만을 안겨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원진은 태어나서 이렇게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산골에서 살아온 그의 삶은 무감각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억울함이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끊임없이 상처 주는 말만 내뱉는 당시연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했다간 당시연이 자신을 혐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게 뻔했다. 그는 창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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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6화 둘이 함께

한 달 후, 김성진과 당시연의 결혼식이 다가왔다.당시연은 거울 속 화려하게 치장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지만 눈동자에는 어떤 생기도 없었다.주변에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가며 당시연의 머리를 만지고 정리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주었다.화장이 끝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부축하여 아래로 내려갔다. 긴 웨딩카 행렬이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차 앞으로 걸어갔다.차 문이 열리고 당시연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당지석과 홍영란이 무언가 말을 건네려 했지만 당시연이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자 그들도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차가 출발하자마자 당시연의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차 안에는 그녀와 운전기사만 있었고 모자를 푹 눌러쓴 운전기사는 휴지를 뽑아 뒤로 내밀었다.당시연은 정중히 받아 들고 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감사합니다.”운전기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시연은 작은 약병을 꺼내어 알약 몇 알을 입에 털어 넣고 씹더니 씹은 약을 그대로 삼키며 쓴맛을 견디고 있었다.혹시나 오해할까 싶어 그녀는 덧붙였다.“진정제예요. 잠시 후 너무 긴장할까 봐서요.”운전기사는 반응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당시연의 눈물은 계속 흘렀다. 이 길이 끝이 없기를, 예식장에 도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창밖을 보기 싫어 눈을 감은 채 있었지만 자동차가 점점 더 빠르게 달리는 걸 느끼며 불안해졌다.당시연은 모자를 푹 눌러쓴 운전기사를 바라보았다.원진은 모자를 벗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시연 누나, 내가 데리고 갈게요.”당시연의 눈동자가 놀라움에 크게 흔들렸다.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진아, 멈춰!”“싫어요. 누나 데리고 여기를 떠날 거예요.”당시연은 뒷좌석에 앉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뒤편에는 몇 대의 차가 그들을 쫓고 있었다.이제 웨딩카 행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고 김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들을 추적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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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7화 제발 그만해

당시연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다 자동차가 작은 도시에 들어서며 멈춰 섰다. 김씨 가문 사람들이 집요하게 뒤쫓아 오고 있어 둘에게는 도망칠 길이 없어 보였다. 원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당시연의 손을 잡고 곧바로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누나, 이쪽이에요.”당시연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움직이기 불편했다. 몇 걸음 뛰다가 지쳐버린 그녀는 베일을 벗어 옆에 던졌다.“진아, 이제 그만해.”원진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급히 시선을 돌렸다.“제가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게 누나가 김성진과 거래한 덕분이죠? 이제 수능도 필요 없어요. 제가 누나를 데리고 갈게요.”당시연은 원진에게 쌀쌀맞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의 눈을 마주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원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조금 더 쫓아오다 보면 저 사람들도 곧 포기할 거예요. 여기는 외진 곳이라 길도 많고 제가 미리 다 알아봤어요.”당시연은 말없이 원진을 따라갔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둘을 둘러쌌다.당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만 돌아가서 공부해.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자.”이 난리 속에서 김씨 가문도 화가 났을 게 분명했다.하지만 그녀는 원진이 그들을 상대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당시연의 눈에 비친 원진은 언제나 순수하고 열정적인 소년이었다. 그러나 불과 십여 분 만에 그는 그 무리의 사람들을 전부 쓰러뜨렸다.원진의 주먹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고 상대가 너무 많아 결국 등에 한 방을 맞고 말았다.“시연 누나, 가요.”당시연은 그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길로 걸음을 옮겼다.김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은 많았다. 그들이 다시 추격해 오자 당시연은 이제 도망칠 수 없음을 직감했다.김성진은 결코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원진을 둘러싼 사람들이 하나둘씩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자 당시연은 그를 도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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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8화 제발 부탁이야

당시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당신은 누구시죠?”“원진의 가족입니다.”원진에게 가족이라니?당시연은 순간 경계심을 품었다. 그러자 그가 여러 가지 자료를 꺼내 보여주었다.“원진은 원씨 가문에서 누군가의 악의로 인해 산골 마을로 유괴된 아들입니다. 당신이 산골 마을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원씨 가문은 아마 원진을 평생 찾지 못했을 겁니다. 이건 40억입니다. 받아주세요.”당시연은 아무 말 없이 그저 현실감이 없는 듯 보았다.남자는 다시 문서 한 장을 꺼냈다.“이건 당신을 위해 마련한 300평짜리 주택 증서입니다. 생활하시기 충분할 겁니다. 당시연 씨, 당신과 원진은 서로 다른 세계 사람입니다. 원진은 이미 우리와 함께 돌아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제 당신과 원진은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겁니다. 게다가 당신은 벌써 반달 가까이 의식이 없었어요. 열흘 뒤면 그 아이는 수능을 봐야 해요.”당시연은 말없이 남자의 손에 들린 영상을 보았다. 화면에는 원씨 가문의 재산이 소개되고 있었다.그녀는 그토록 많은 돈을 가진 가문을 본 적이 없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원씨 가문은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당시연은 침대 시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고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남자는 태블릿을 치우며 말했다.“40억은 받아 두세요. 원진의 마음과 달리 당신은 동생처럼만 생각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원진은 아직 철이 없지만 당신은 성숙하게 대처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시연 씨, 그날 밤 원진이 당신에게 입맞춤했지요? 원진이 편히 떠날 수 있도록 당신도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합니다.”당시연은 눈을 내리깐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진의 마음을 몰랐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모든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그녀는 그저 원진을 동생처럼 여겼고 그의 마음이 그토록 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열흘 뒤면 수능을 볼 테니 원진은 조만간 당신을 보러 올 겁니다. 당시연 씨, 우리와 협조해 주실 거죠? 나중에 원진이 결혼하게 되더라도 그 상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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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9화 떠나기 전 선물

당시연이 간절히 부탁까지 했다니. 원진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목울대가 울컥 움직이더니 돌아서서 병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병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당시연은 천천히 침대로 걸어가 앉았다. 손을 들어 막 자신이 원진을 때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날 오후 당시연은 집으로 돌아갔다.그렇게 또 이틀이 지나고 수능이 끝났다.당시연은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원진의 연락처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 더는 메시지가 오지 않을 것이다.그 후 십여 일이 지나도록 당시연은 거의 넋이 나간 듯 지냈다. 아무것도 할 마음이 들지 않았고 일도 잠시 쉬기로 했다.그러던 어느 날, 이수희가 기쁜 소식을 전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원진이 수능에서 전국 1등을 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축하 현수막까지 걸 준비를 한다고 했다.“시연아, 안 올 거야? 그런데 진이는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렇게 좋은 날 연락이 안 된다니!”당시연은 침대에 누운 채 한순간 다리가 마비된 듯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대충 몇 마디를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이상하게도 원진과 도망치듯 결혼식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김씨 가문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부모님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당시연은 병실에 나타났던 그 남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리라 짐작했다.원진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혹시 이미 그 낯선 남자와 함께 원씨 가문으로 돌아갔을까?이제 정말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걸까?그날 오후 수능 성적 발표가 모두 끝났다. 당시연은 간만에 동네 슈퍼에 들렀다. 컵라면을 고르고 있던 그녀는 옆에서 들려오는 두 학부모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올해 수능 1등 학생이 인터뷰를 거절했다면서요?”“그러게요. 학교 선생님들도 못 찾았다던데요. 어디 간 건지.”“제원대도 안 쓴 거예요? 해외 유학을 가려는 건가?”“사진이 실렸던데 진짜 잘생겼더라고요. 우리 딸도 나중에 저런 훌륭한 남자 친구를 만나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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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0화 한낱 꿈처럼

‘떠나기 전 마지막 선물?’당시연은 잠시 멍해졌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두 손을 들어 원진의 뺨에 올렸다.이 아이는 정말 잘 해냈다. 전국 1등을 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정말로 이뤄냈다.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까. 이 성과를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을까.‘진아, 정말 대단해.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해.’당시연은 몇 마디라도 칭찬해 주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그 남자의 경고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원진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 남자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고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거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당시연은 눈을 내리깔다가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이 환상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그런데 이내 누군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방으로 데려갔다.침대에 누웠을 때야 당시연은 천장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이건 환상이 아니라 진짜 원진이었다.당시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뛰어갔다.하지만 거실에는 따뜻한 죽 냄새만 남아 있을 뿐 원진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시간은 새벽 두 시였다. 원진은 그녀를 보러 왔지만 다시 떠나버렸다.당시연은 불안감에 휩싸여 몸속에 남아 있던 술기운에 이끌려 곧장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탔다.“진아?”아래층으로 내려가 밖에서 소리쳐 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원진은 보이지 않았다.당시연은 갑작스레 조급해졌다. 이번에 그를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원진!”그녀는 아파트 밖으로 뛰어나갔다. 온몸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원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당시연은 정처 없이 주변을 헤매며 한참 동안 그를 찾아다녔다.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맥이 풀린 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만약 주방에 남아 있는 따뜻한 죽 냄새가 아니었다면 오늘 밤의 일은 그저 꿈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당시연은 거실에 앉아 천천히 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죽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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