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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9화 떠나기 전 선물

당시연이 간절히 부탁까지 했다니. 원진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목울대가 울컥 움직이더니 돌아서서 병원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병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당시연은 천천히 침대로 걸어가 앉았다. 손을 들어 막 자신이 원진을 때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날 오후 당시연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나고 수능이 끝났다.

당시연은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원진의 연락처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 더는 메시지가 오지 않을 것이다.

그 후 십여 일이 지나도록 당시연은 거의 넋이 나간 듯 지냈다. 아무것도 할 마음이 들지 않았고 일도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수희가 기쁜 소식을 전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원진이 수능에서 전국 1등을 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축하 현수막까지 걸 준비를 한다고 했다.

“시연아, 안 올 거야? 그런데 진이는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렇게 좋은 날 연락이 안 된다니!”

당시연은 침대에 누운 채 한순간 다리가 마비된 듯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대충 몇 마디를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도 원진과 도망치듯 결혼식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김씨 가문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부모님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연은 병실에 나타났던 그 남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리라 짐작했다.

원진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혹시 이미 그 낯선 남자와 함께 원씨 가문으로 돌아갔을까?

이제 정말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날 오후 수능 성적 발표가 모두 끝났다. 당시연은 간만에 동네 슈퍼에 들렀다. 컵라면을 고르고 있던 그녀는 옆에서 들려오는 두 학부모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올해 수능 1등 학생이 인터뷰를 거절했다면서요?”

“그러게요. 학교 선생님들도 못 찾았다던데요. 어디 간 건지.”

“제원대도 안 쓴 거예요? 해외 유학을 가려는 건가?”

“사진이 실렸던데 진짜 잘생겼더라고요. 우리 딸도 나중에 저런 훌륭한 남자 친구를 만나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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