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371 - Chapter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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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1화 얼마큼 사랑했는지 알게 될 거야

성혜인은 반박하고 싶었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한시도 걱정을 늦춘 적이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마치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를 사랑하고 싶지만, 머릿속은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 듯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순간 속이 울렁거린 성혜인은 연신 헛구역질했으나 전혀 토하지 못했다.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단지 두려움이 그녀를 삼켜버렸다. 심지어 반승제와 함께 있는 일분일초 매 순간 불안함을 느꼈다.반승제는 더 이상 그 눈빛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지 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눈을 가렸다.어둠이 닥치자 몸의 자극은 수천 배로 증폭되었다.“웁...”반승제는 두 번이나 했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성혜인을 품에 안은 채 카펫 위에서 맘껏 욕구를 풀었다.“승제 씨...”성혜인이 넥타이를 풀어달라며 애원할수록 반승제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어떤 느낌인지 잊었지? 내가 널 얼마큼 사랑했는지 다 떠올리게 해줄게.”“안 잊었어요. 기억하고 있다고요.”“혜인아, 너 변했어. 아무도 접근할 수 없던 가시 돋친 모습은 어디 가고... 왜 말 잘 듣는 애완동물처럼 길들여졌나고!”날벼락을 맞은 듯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성혜인은 말문이 막혀 입을 열 수 없었다.반승제의 땀방울은 그녀의 가슴에 떨어졌고, 목소리는 더없이 허스키했다.“네 탓이 아니야. 내가 반드시 다 돌려놓을 거야.” 성혜인은 단지 그의 테크닉이 괜찮다고 생각할 뿐, 별 반응이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새벽까지 관계를 나눴고 반승제는 그녀가 힘들지 않게 틈틈이 체력 보충할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채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넥타이를 풀자 성혜인은 초점 풀린 눈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고 머리카락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반승제는 두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그러고선 넥타이를 코끝에 올려 그녀의 향기를 맡았다.그 행동을 본 성혜인은 얼어붙었고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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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신분 교환

그들은 어려서부터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 심지어 친구들과 함께 파티하는 도중에 사람이 바뀐 적도 있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들을 길러낸 사람 외에는 이 비밀을 아는 이가 없었고 둘은 늘 같은 이름을 공유하면서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지내왔다.예를 들어 그들 중 한 사람이 제원의 파티에 참석했다면, 모든 걸 상황을 기억한 채 언제 누구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주 자세하게 정보를 주고받았다.하여 두 사람 사이에는 비밀이 없었다.형이 좀 더 온화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라면 동생은 그 모습마저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었다.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형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동생은 담배를 피운다.지난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대역을 연기하며 본인들만의 세상에서 모든 사람을 조롱했다.또한 그들은 사석에서 서로를 구분하기 위해 형은 세운, 동생은 백운이라고 불렀다.“세운아, 설마 성혜인한테 최면 걸었어?”“응.”진백운은 소파에 앉아 자신의 귓불을 문질렀다.“지난번에 시환이가 내 귓불을 뚫어져라 쳐다봤을 때 누군가가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린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어. 반승제 참 대단하지?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날 의심하다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거야.”진백운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내 머리카락이 너보다 긴가?”“응. 다듬는 게 좋을 것 같아.”“세운아, 이번 게임은 언제까지 할 거야? 성혜인이 널 사랑하게 만들려고?”진세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됐든 감정을 컨트롤하는 건 매우 골치 아픈 일이기에 그는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최면은 필요한 수단일 뿐이고, 그동안 성혜인에게 잘해줬던 이유는 단지 그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경계심을 풀기 위함이었다.“내가 전에도 얘기했잖아. 사람 감정 가지고 장난 안 친다고.”진백운은 담배 한 대를 꺼내더니 불을 붙이며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행이네. 난 또 네가 선을 넘은 줄 알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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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반승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뚫어지라 그녀를 바라봤다.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1층부터 7층까지 전부 다 내 땅인 거 몰라?”성혜인은 정말 몰랐다.반승제가 손뼉을 치자 밖에서 경호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들어왔다.“나가서 핸드폰 주워 와. 고장 났으면 고쳐서 나한테 가져오고.”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진세운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와 마음이 불안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자신의 행동이 답답했지만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반승제는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옷을 입혀줬다.성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책감과 미안함 더불어 가시에 찔린 듯한 고통이 밀려와 가슴이 미어졌다.10분 후, 경호원이 돌아왔다.“대표님, 워낙 멀리 떨어진 탓에 고장이 났습니다. 수리 업체에 맡기고 돌아오는 길입니다.”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며 개인 주치의를 불렀다.여러 가지 검사를 마친 의사는 성혜은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혜인 씨는 아주 건강합니다. 데이터 수치만 놓고 봤을 때도 전혀 이상 없습니다.”손끝에 담배를 끼운 채 창가에 기댄 반승제는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됐어요. 나가서 정신과 의사 불러와요.”아무리 지하 격투장이 매일 사람들로 붐빈다 한들 그들 중에서 심리학을 아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남자는 성혜인과 1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곧장 반승제에게 가서 보고했다.“혜인 씨가 대표님을 많이 사랑했던 게 사실이라면 지금은 무언가에 통제된 게 틀림없습니다.”남자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본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겁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혜인 씨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지시를 내린 그 사람한테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거예요. 끝까지 정신을 붙잡고 있는 간절함이 없었더라면 아마 대표님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겁니다. 불안함과 공포에 지배당한 이런 상황에서 대표님을 밀어내지 않았다는 건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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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너무 위험합니다

“없습니다. 최면을 건 그 사람보다 더 대단한 최면술사를 찾는 것밖에는요. 지하 격투장에서 오랜 시간 몸을 담갔지만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인상 깊었던 최면술사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혜인 씨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아마 전 세계 탑 5위안에 드는 실력을 가졌을 겁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 일찍이 나라에 편입되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접근할 수조차 없을 겁니다.”반승제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알겠어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반승제는 문을 열고 성혜인의 곁으로 다가갔다.그 시각 잃어버린 핸드폰 때문에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성혜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혜인아, 우리 영화 보러 갈까?”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반승제는 그녀를 품에 안고 넓은 거실로 걸어갔다.소파에 앉은 성혜인은 환경이 주는 위압감에 불편함을 느꼈다.“보고 싶은 영화 있어?”성혜인은 대답할 수 없었다. 반승제가 좋아하는 걸 보려고 했지만, 그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몰랐고 나아가 두 사람이 영화를 봤던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영화는... 보고 싶지 않아요.”“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모르겠어요.”그녀는 정말로 몰랐다. 마치 혼돈의 방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 자아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그럼 놀러 가자.”반승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혔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가면을 쓴 수많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고 극소수만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성혜인은 무의식적으로 반승제에게 바짝 붙은 채로 걷다가 어느새 긴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귓가에 들리는 건 사람들의 열띤 토론과 주사위를 던지는 소리뿐이었다.그녀는 반승제의 다리에 앉게 되었고, 그의 맞은편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칩이 놓여있었다.“혜인아, 예전에 제원에서 텍사스 홀덤 했었는데 기억나?”“기억나요.”당시 놀이꾼이었던 반승제는 성혜인이 자신의 아내인 줄 모르고 있었다.“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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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잊은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아

반승제의 품에 안긴 채로 잠이 든 성혜인은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이때 문을 지키던 경호원이 다가왔다.“대표님, 혜인 씨 핸드폰 수리 완료됐습니다.”반승제는 핸드폰은 손에 쥐고선 생각에 잠겼다.“혜인 씨의 핸드폰에는 모든 정보를 삭제하는 프로그램이 깔려 있었고, 해커를 동원했지만 데이터를 복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삭제하고 나니 그저 평범한 핸드폰이 되었습니다.”“그래.”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반승제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사람을 시켜 배현우를 데려왔다.배현우는 기억을 찾겠다는 핑계로 최근까지 7층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었다.이렇게 넓은 아량을 베풀었는데도 아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방으로 들어온 배현우는 그의 곁에 있는 성혜인을 보고선 눈썹을 치켜올렸다.반승제는 소파에 앉아 차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기억나는 게 있어?”배현우가 자연스레 그의 곁에 앉자 반승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야, 내가 지금 너랑 장난하는 것 같냐? 놀러 왔어?”그 시각 배현우의 시선은 성혜인을 향해 있었다.“혜인이한테 무슨 일 있는 거야?”반승제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묻는 거야? 아니면 우리 형?”배현우는 혼란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렇게 서로 대치한 상태로 한참의 정적이 흐른 후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최면에 걸렸어. 날 잊은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아.”배현우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가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반승제가 얼마나 난폭한 인간인지 잘 알고 있어 성혜인으로부터 1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었다.“최면?”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답했으나 그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약물 섭취하게끔 유도하면서 동시에 최면을 걸었어. 그 인간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지.”배현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반승우가 깨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번 성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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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닌가 봐요

반승제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며 성혜인을 품에 안았다.배현우가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도 성혜인은 잠에서 깨기는커녕 그의 품을 비비적거리며 더 파고들어 가 색색거렸다.배현우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다친 손을 거들먹거리며 다그쳤다.“반승제, 너 정말 더 안 물을 거야? 네 형 성혜인을 포기한 게 아니라 분명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혜인을 볼 때마다 이렇게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나까지 느껴지는데 지금 그런 남자를 옆에 두겠다는 거야? 심지어 반승우는 성혜인의 첫사랑인데? 내가 너였다면 반승우가 사라지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거야. 너랑 나는 지금 한배를 탄 거라고!”그의 말을 줄곧 무시하던 반승제가 점점 높아지는 그의 언성에 성혜인이 깰까 봐 화가 났다.그가 고개를 홱 돌려 배현우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 투덜거렸다.“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하지만 배현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구에 대기하던 경호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끌고 나갔다.안타깝게도 시끄러운 소리에 성혜인은 이미 깬 상태였다. 밖을 내다보니 또 오후다.성혜인을 진세운에게 데려가겠노라 약속했기 때문에 성혜인은 기분이 나쁘지도, 반승제에게 거부감이 생기지도 않았다.시간이 조금 지나 저녁이 되었을 무렵, 반승제는 옥상에서 불꽃 쇼를 준비했다.만찬과 함께 테이블 위를 장식하는 여러 대의 촛불은 옥상을 분위기 있게 했다.불꽃놀이는 한밤중까지 계속되었고, 성혜인은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불꽃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만 했다.턱을 괴고 불꽃놀이를 다 구경하고 나니 또 잠이 몰려왔다.반승제가 그녀의 손을 매너 있게 들어 올렸고 곧이어 네번 째 손가락에 무언가를 끼워주었다.반지였다.성혜인은 어리둥절한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반승제는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그저 성대한 불꽃놀이가 막을 내릴 때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었을 뿐.성혜인은 반지를 빼내고 싶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왠지 모르게 기쁜 감정이 들었다.“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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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리고 나서는?뭐야? 아무 말도 안 해?성혜인은 그가 붙잡거나 다른 어필을 할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반승제는 아무 말 없었다.그저 “그래”라는 두 글자뿐. 그는 반지 두 개를 낀 손으로 턱을 괴고 조용히 성혜인을 바라보았다.성혜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왜 화가 난 건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심지어 억울한 감정까지 생겼다.이러면 안 되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성혜인은 포크로 접시 위에 놓인 스테이크를 있는 힘껏 푹 찔렀다. 얼굴빛은 얼음장같이 차갑다.반승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입맛이 없어?”“내버려둬요.”이 한마디를 내뱉은 그녀는 미간을 찡그린 채 스테이크를 우걱우걱 먹었다.“그래.”가볍게 대답한 그가 성혜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성혜인은 무언가에 짜증 버튼이 눌린 듯 벌떡 실어나 식탁보를 휙 잡아끌었다.테이블 위의 스테이크, 와인, 양초가 쨍그랑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그 소리에 문득 성혜인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그제야 자각한 듯 했다.그녀는 반승제를 한 번 힐끗 보더니 7층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혼자서 샤워하고 머리를 말렸다.새벽 두 시까지 침대에서 뒤척였지만 반승제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또 짜증이 치밀어오른 성혜인은 이불을 걷어차고 나와 반승제를 찾아다녔다.결국 그를 발견한 곳은 베란다. 반승제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여러 대나 쌓여 있었다. 그는 팔꿈치를 난간에 걸친 채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손에 든 담배는 불이 꺼져있었다.뒤에 서서 1분 동안 보고 나서야 성혜인은 그를 향해 다가갔다.“왜 아직도 안 자?”“잠이 안 와서요.”성혜인은 반지가 두 개나 끼워져 있는 그의 왼손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안 받은 반지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줄 거죠?”반승제가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아마도.”또 한 번 짜증이 치밀어오른 성혜인은 속이 너무 답답했다. 그러나 요즘 머릿속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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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똑똑함이 해가 됐네

반지를 손에 넣으니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불안감이 사라졌다. 침대에 누운 성혜인은 반지를 보고 또 보았다.여전히 설레는 감정은 들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마음 편히 잠에 들 수 있다.성혜인은 쉴 새 없이 뒤척였다. 오른쪽으로 누워 반지를 한 번, 왼쪽으로 누워 반지를 또 한 번 바라보았다.반승제가 방으로 들어오며 반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성혜인을 발견했다.그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를 깨끗이 없앤 뒤였다.침대에 누운 뒤 반승제는 한 손으로 성혜인을 안아 침대에서 뒹굴지 못하도록 했다.“늦었으니 얼른 자. 내일 진 선생님 보러도 가야 하잖아.”성혜인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그의 품에 기대었다.“승제 씨, 진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에요.”“응.”“절 구해주기도 하셨고, 저한테 다정하게 대해줘요.”“응.”“그리고 엄청 대단해요. 아, 그거 알고 있었어요? 선생님께 쌍둥이 동생도 있다는 거.”눈을 감고 있던 반승제가 성혜인의 말에 눈을 번쩍 떴다.순간 말실수를 자각한 성혜인이 얼른 입을 다물었다.“아, 잘못 말한 거예요. 진 선생님은 없다고 했어요.”“없다고 했다고?”“네.”반승제가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어 보였다.“본인의 똑똑함이 해가 됐네. 진세운이 실수했어.”성혜인은 급속도로 불안해졌다. 너무 마음을 열어준 듯했다. 반지를 받아서일까? 기분이 너무 좋아서?기분이 좋다고?이제 보니 성혜인은 이런 작은 즐거움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혜인아, 더 말해봐. 쌍둥이 동생 그 다음은? 혹시 생긴 건 똑같은데 한 사람은 귓불에 점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없어?”반승제는 천재 소리를 듣는 똑똑한 사람이다. 전에는 진세운이 둘이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 알 것 같다. 설의종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BKS에는 두 명의 핵심 인물이 있다. 한 사람은 B, 한 사람은 K라고 불리며 둘은 쌍둥이 형제이다. 두 사람이 늘 신분 교환을 하므로 누구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는다.그들은 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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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질투 나

말을 마친 성혜인은 자신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바라보았다.“저도 제가 이상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 건지 말하지 못하겠어요. 그냥 모든 일이 당황스럽게 다가오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표달하지 못해요. 승제 씨와 함께했던 모든 일들도 기억하고는 있는데 제 마음은 마치 고인 물처럼 아무런 파동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아요.”그녀가 손가락을 살짝 움츠렸다.“이 반지를 처음 봤을 때 뭔가 달라졌다고 느끼긴 했는데, 뭐가 달라진 건지는 모르겠어요.”반승제가 크게 심호흡한 뒤 성혜인을 꼭 안았다.“혜인아.”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성혜인이 물었다.“그래도 내일 진 선생님 만나게 해주실 거죠?”참 분위기 깨는 발언이다.“응. 그러니까 지금은 얼른 자.”그제야 안도한 성혜인은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반승제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맞추고 또 맞추었다. 아무리 입을 맞추어도 더 맞추고 싶은 생각만 들 뿐이었다.그는 한참 후에야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이 순간 그는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성혜인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그녀의 사랑은 반승제의 것에 못지않았다.다만 둘 다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이제 그는 성혜인에게 미안할만한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 선택밖에는....다음 날 아침, 막 잠에서 깬 성혜인은 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옷을 대보며 고르고 있었다.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반승제는 그녀가 방정을 떠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세 벌을 갈아입어 보았는데도 성혜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생님을 뵈러 가는 건데 더 예쁘게 입어야 할 것이 마땅했다.반승제도 재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가 다른 한 벌을 갈아입으려 할 때 조용히 물었다.“이렇게까지 신경 쓴다고?”성혜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는데, 그냥 사람이 좋아서 믿어야 할 사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돼요.”침대 위에 앉은 반승제가 오라고 손짓했다.“이리 와봐.”성혜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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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응급 처치

혼란스럽던 정신세계가 한순간에 선명해졌다. 그녀의 말간 눈동자에 온통 핏빛이 비쳤다.성혜인은 반승제의 곁에 꿇고 앉아 총상 부위를 꾹 눌러 지혈하려 했다.“살려주세요!”“빨리 아무나 좀 와주세요! 여기 환자 있어요!”주위를 향해 크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불길하고 허전한 느낌. 계단 내에 성혜인의 메아리만 울릴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혼돈의 세계에 갇혔음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반승제의 몸을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건너편 계단에 서 있던 장미는 한 손에 총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손가락이 너무 떨려 불을 제대로 붙일 수가 없었다.옆에 있던 경호원이 그녀를 힐끗 보며 다급히 말했다.“장미 누나, 이거...”장미는 답답해져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퍽 쳐버렸다.“뭘 쳐다봐.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지! 우물쭈물하다가 사람 죽게 할 거야?”“아! 예!”장미는 계단을 내려가다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X발. 다음에 또 나한테 이런 일 시키기만 해봐.’“반승제 씨!”누군가 반승제의 이름을 외치며 데려가려 했다.성혜인은 반승제를 꼭 껴안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품은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절대 내어주지 않았다.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힘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병원에 데려가세요. 당장.”지하 격투장의 사람들은 반승제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기에 오히려 그를 부축해야 하는 경호원이 긴장했다.성혜인이 경호원을 밀어내며 말했다.“제가 할게요.”조금 전 당황하던 그녀는 온데간데없는 더없이 확고한 말투였다. 그녀는 반승제의 한 쪽 팔을 자신의 목에 걸치도록 했다.일행이 모두 차에 오른 뒤 경호원은 사이드미러를 통해 성혜인의 눈치를 살폈다.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꼭 잡은 채 표정은 담담했다.그 전의 막막함, 순진함, 머뭇거림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경호원은 조금 전의 일에 대해 더 생각할 엄두를 내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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