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361 - Chapter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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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1화 그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과일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딸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뿐이었다.그러나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온몸은 뻣뻣하게 굳어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여보세요?”핸드폰으로 애타게 불렀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무언가에 의해 신호가 끊어진 것 같았다.설의종은 즉시 자신의 차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혔던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길을 따라 쭉 운전하자 곧바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이르게 되었다.현장에는 이미 행인들이 구경하고 있었고 주위는 기자들로 시끌벅적했다.차량 두 대가 부딪혀 불꽃이 치솟는 바람에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상태는 알 수 없었다.설의종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공 풀린 눈으로 차에서 내린 그는 자신의 발 옆에 웬 사진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사진 속에는 그가 아주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선 환경이 펼쳐졌고 여자는 웃음을 짜내는 듯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설의종은 뭔가가 심장을 가격한 듯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사진 속의 여자는 그가 사랑하던 그 사람이다.이성을 잃은 설의종은 불타는 차를 향해 달려가려고 애를 썼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고 차는 곧 다시 폭발했다.현재 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통화했던 여자아이의 쾌활한 목소리뿐이었다.“아버지, 어떤 과일을 드시겠어요?”“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서...”“지금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설의종은 하늘로 치솟는 불길을 보며 마치 그 속으로 빨려가는 듯 온몸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뭔가 말을 하고 싶어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한참 후, 그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진세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진 선생, 내 딸이...”전화를 받은 사람은 진세운이 아니라 성혜인이었다.“진 선생님 지금 병원에 계세요.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총까지 맞았거든요. 무슨 일 있으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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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버려진 카드

진세운이 임수아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반승제가 그녀에게 대역을 맡긴 적이 있다는 건 그만큼 성혜인과 닮았다는 뜻이고 심지어 자라온 환경까지 아주 흡사했다. 둘 다 서천군에서 자라며 그림을 배웠기에 설의종이 사람을 시켜 조사한들 절대 거짓말인 걸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설의종이 받은 그 사진은 진세운이 사람을 시켜 찍은 사진이다. 임수아가 반승제에 의해 쫓겨나던 날 누군가 일부러 그녀에게 연락해 부잣집 아가씨라는 신분을 귀띔해 줬다.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수 있다는 얘기에 주저없이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다. 당시 막 반승제를 만났던 임수아는 부자들이 사는 세상을 맛보게 되었고 그 후 반승제를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수록 성혜인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눈이 멀었다.이에 진세운은 일부러 성혜인을 방불케 하는 메이크업을 시켜줬다. 특히나 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중점을 뒀다.허영심으로 가득 찬 임수아의 눈에서는 지혜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자 이런 단점은 순식간에 보완됐고 스스로 신분을 바꾸려는 절박한 야망을 갖고 있어 그런지 표정 연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그녀는 손쉽게 현재의 정체성을 버렸고 부잣집 아가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진세운이 뭐라고 하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믿었다.그를 따라 플로리아로 온 임수아는 이곳의 번화함을 본 후 진세운을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다.그러나 임수아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이미 죽을 운명이자 언제든지 버려질 카드가 됐다는 것을.임수아는 아주 평범했다. 다만 의도치 않게 반승제에 의해 상류사회의 맛을 보게 되었고 진세운은 그 맛에 흠뻑 빠진 임수아를 끝까지 철저하게 이용할 생각이었다.이것이 바로 진세운의 수단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데에 도가 텄고, 이용당하는 사람은 줄곧 희망만 품고 있다가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아마 임수아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곧 상류층의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더군다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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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분노

한편, 설의종은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다.의사들은 그에게 수액을 주입하려고 분주하게 준비하기 시작했으나 바늘이 꽂히자마자 설의종은 의식을 되찾았다.그는 바늘을 뽑더니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설씨 가문은 이제 막 설의종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설기웅과 나미선은 부랴부랴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문 앞에 이르자 정원 밖에서 차 한 대가 오더니 곧이어 설의종이 차에서 내렸다.설기웅은 강한 감정에 억눌린 듯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여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얼굴은 또 왜 이렇게 초췌한 거예요?”나미선은 여느 때처럼 그가 벗은 정장을 정리하려고 앞으로 다가갔지만, 설의종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의 온 신경은 설기웅에게 집중되어 있었다.설기웅은 현관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어조를 보였다.“아버지.”그러나 다음 순간, 설의종은 현관 입구에 놓인 꽃병을 들더니 망설임 없이 설기웅을 향해 던졌다.방심하고 있던 설기웅은 피할 겨를도 없이 정면으로 맞았고 이마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미선은 겁에 질린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설기웅을 감싸안았다.“여보,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요? 기웅이가 뭘 잘못했어요?”나미선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고 당장이라도 설기웅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었다.그러나 설기웅은 꼼짝하지 않은 채 집요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 또한 자신이 무슨 천리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아버지가 이토록 화를 내는지 알고 싶었다.설기웅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설의종이 소파 쪽으로 걸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고 눈빛은 칼날처럼 예리했다.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설기웅은 아버지로부터 이토록 미움을 산적이 없었다.그래서인지 마음이 더욱 아팠다.설의종은 소파에 앉자마자 혐오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오늘 밤에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얘기해 봐.”설기웅은 자신이 설인아를 도운 걸 숨기고 싶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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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빼앗긴 어린 시절

아래층으로 내려온 설인아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설기웅과 창백한 얼굴의 나미선을 보고선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아버지.”그녀의 부름에도 설의종의 시선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 싸늘함이 몸을 꿰뚫는 느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굴러온 돌 주제에 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네가 설씨 가문으로 잘못 들어온 바람에 내 딸이 어린 시절을 빼앗겼어.”설의종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방금 본 불길로 가득 차 있었다. 설인아가 설기웅을 시켜 자신의 딸을 살해했다는 생각만으로 설씨 가문 전체를 엎어버리고 싶었다.단지 딸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뿐, 더 이상 그 어떤 것에도 미련이 없었다.설인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어요.”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설기웅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오빠, 아버지 밖에서 무슨 충격이라도 받으셨나 봐. 나 너무 무서워. 엉엉...”말이 끝나자마자 설의종은 친자 확인서를 던졌다.“너랑 나의 친자 확인서다. 넌 내 딸이 아니잖아. 다 알고 있으면서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역겹구나.”설인아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지만, 끝까지 모르는 척 하기로 결심했다.“몰랐어요. 전 정말 몰랐다고요. 아버지, 제가 어떻게 친딸이 아닐 수가 있겠어요? 지금 누군가에게 속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승제 오빠가 그런 거죠? 전에 있었던 일로 지금 저한테 복수하는 게 확실해요. 어머니,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저 진짜 너무 무서워요.”소파에 앉아 있던 나미선은 무의식적으로 설인아를 달래려고 움직였으나 곧바로 설의종의 기세에 눌려 끝내 자리에 앉아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여보, 인아 말이 맞아요. 밖에서 헛소문이라도 들은 게 아니에요? 친자 확인은 충분히 조작했을 수도 있죠.”“내가 직접 했고, 내가 보는 앞에서 결과가 나왔는데 이게 가짜라고요?”담담한 말투와는 달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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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정보 격차

설의종은 이 모든 것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일이라는 걸 몰랐다. 늘 그렇듯 진세운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정보의 격차를 만들어 사실을 왜곡했다.설의종이 알고 있는 건 딸이 자신을 찾으러 온다는 사실뿐이었다.설인아에게 속은 설기웅은 자신이 성혜인과 그녀의 중요한 사람들을 처리한 줄 알았다.오직 설인아만이 성혜인이 진짜 딸인 걸 추측해 냈지만 그녀는 설씨 가문에서 쫓겨나더라도 성혜인이 이런 부귀영화를 누리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이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그리고 성혜인. 그녀는 오늘 밤에 일어난 모든 일이 설기웅의 계획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진세운과 설씨 가문의 아가씨를 제거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 아가씨가 본인이라는 건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그렇게 그들은 서로 다른 정보를 얻었고, 서로 소통할 리가 없는 이러한 관계에서는 정보 격차로 인해 원한이 생긴다.정말 완벽한 계획이다....설기웅은 부하들이 친자 확인서를 가져올 때까지 한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친자 불일치]그는 머리에 총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친자 확인서를 바라봤다.설의종은 일찌감치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다만 한순간에 10년이 늙은 듯 얼굴이 초췌했고 평소 늘 꼿꼿하던 허리마저도 잔뜩 휘어졌다.갑자기 불안해진 설인아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듯 필사적으로 설기웅의 팔을 붙잡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엉엉... 내가 친자식이 아니라니...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대로 집에서 쫓겨나는 건가? 오빠, 나 도와줄 거지? 이대로 쫓겨나기 싫단 말이야.”그녀는 울부짖으며 기어가 나미선의 다리를 끌어안았다.“어머니, 절 누구보다도 많이 사랑해 줬잖아요. 제발요. 이렇게 빌 테니까 한 번만 도와줘요. 설마 그 사랑이 다 가짜였던 거예요? 나만 진심이었던 거 아니죠? 엉엉...”강아지도 20년 넘게 기르면 정이 들기 마련이다.나미선은 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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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대표직은 네가 맡아라

설인아의 눈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나미선에게 사정하는 것뿐이다.“아버지 좀 말려줘요. 저 정말 나가기 싫어요. 앞으로 효도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쫓아내지 말아요.”애간장을 태우던 나미선은 자비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굳건한 설의종의 모습을 마주하고선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지금 다가가서 인아를 위해 사정하는 순간 어쩌면 본인도 쫓겨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저 한숨만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설인아는 꼼짝 못 하는 눈앞의 여자를 보고선 답답함이 밀려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빌게요.”설의종의 말에 충격을 받은 설기웅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말도 안 돼. 인아처럼 착한 애가 어떻게 날 속여... 저렇게 여린 사람이 누군가를 죽이려고 계획했을 리가 없어...’그는 허리를 굳게 세운 채로 자리에 얼어붙었다.이때 거실 문이 열렸다. 밖에서 돌아온 설우현은 어수선한 집안을 보고 어리둥절했다.“무슨 일 있었어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꾹 닫고 있던 그때 설의종이 입을 열었다.“우현아, 이제부터 설씨 가문의 주식은 너한테 넘어갈 거다. 대표직도 당분간은 네가 맡는 게 좋을 것 같구나.”설우현은 환청이 들리는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 패가망신하기로 소문난 그가 지금껏 모든 관리를 잘해온 큰형을 대신해 이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는데 어찌 믿을 수가 있겠는가?‘아버지가 무슨 자극을 받으신 건가?’제원에서 막 돌아온 그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버지,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농담치고는 설의종의 표정이 너무 엄숙한 데다가 설인아는 경호원 두 명에게 끌려갔고, 설기웅은 이마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설우현은 곧 터질 듯한 폭탄을 안고 있는 느낌에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이 집안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설의종이다. 만약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뜻을 거역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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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잘못된 마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버지가 말씀하신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형, 전 아버지를 믿어요. 제원에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을 눈여겨보라고 당부하셨어요. 처음에는 그 말이 이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제원의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서 여동생의 정보를 알아내길 바랐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이 일을 진세운 씨에게도 부탁했어요. 세운 씨도 사고를 당했으니 이번 일은 빼박아닌가요? 두 사람이 똑같이 실수할 리가 없잖아요.”설우현은 설기웅보다 냉정한 사람이다. 이로써 설인아를 싫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때때로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형이 가족을 애틋하게 여기는 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제원에 있을 때 인아는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많이 했어요. 반 대표님이랑 혜인 씨가 잘 만나고 있는데 굳이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고, 심지어 형도 거기에 가담했잖아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요. 만약 반 대표님이랑 인아가 만나고 있는데 혜인 씨가 그 관계를 망치고 싶어서 안달 났다면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우쭈쭈해 주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오늘 밤 인아는 형의 손을 빌려서 우리 여동생을 죽인 거예요. 이 모든 사단이 다 형이 오냐오냐해줘서 일어났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설기웅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그의 말에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설우현은 의식을 잃은 설인아를 바라봤다.“솔직히 지금 얘 목숨을 살려둔 것도 20년 동안 함께 지낸 세월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에요. 형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제 롤모델이었어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랄게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자리를 떴다.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돌아왔는데 집안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그는 바보가 아니다. 설의종이 오랫동안 두 아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누군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뜻했다.어쩌면 아직도 한 차례의 치열한 싸움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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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만나려는 집착

반승제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세운아, 잠깐 만날래?”핸드폰 너머의 진세운은 웃고 있었다.“마침 할 얘기가 있었는데 잘됐네.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성혜인을 바라봤다.“혜인 씨, 승제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연락왔는데 직접 얘기해요.”옆에서 책을 읽던 성혜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책을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반승제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어쩌면 집착일 거라고 생각했다.“진 선생님, 전...”진세운은 핸드폰을 그녀의 손에 넘겼다.“제가 이따가 그쪽까지 데려다줄게요. 승제 만나고 싶다면서요.”눈살을 찌푸린 채 그의 말을 듣던 반승제는 담배를 쥐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그러나 성혜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숨 쉬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졌다.“혜인아?”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담배로 인해 화상을 입을 지경이 되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핸드폰을 귀에 더 가까이 붙였다.“혜인?”성혜인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밥 먹었어요?”반승제는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반승우 별장에서 함께 보냈던 그 며칠 밤... 기억해?”반승제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곳까지 몰래 들어갔다. 비록 당시의 성혜인은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매일 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기억해요.”성혜인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왜요? 절 찾으러 올 거예요?”반승제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 며칠 밤은 달콤하면서도 부끄러운 추억이었다.이런 말을 꺼냈을 때 예전의 성혜인이라면 반드시 우물쭈물하다가 변태라며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와 너무 다른 반응에 진세운이 수작을 부렸을 거라며 확실했다.반승제는 고개를 푹 숙였다.“응. 데리러 갈게.”성혜인은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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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네요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회전 유리문 안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성혜인은 작은 포크로 앞에 놓인 디저트를 한입 베어먹고 있었다.그러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훤칠한 남자가 다가오자 온몸이 굳어지더니 이내 손에 든 포크를 내려놓고 예의 갖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승제 씨, 왔어요?”반승제는 아무 말로 하지 않고 바로 진세운의 곁으로 가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냐고!’진세운은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뭐 하는 짓이야?”반승제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하얀 손이 그를 가로막았다.고개를 돌리자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성혜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진 선생님이 절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죽었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난폭한지 알긴 해요?”반승제는 눈빛에는 의아함이 스쳤다.“승제가 널 구했다고?”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내쳤다.“자초지종도 모르면서 화부터 내는 건 진짜 별로네요. 승제 씨,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네요.”잔뜩 실망한 그녀의 모습을 마주하자 반승제는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진세운을 뿌리치고 곧장 성혜인의 손을 잡았다.“혜인아, 나랑 가자.”그 시각 성혜인의 시선은 진세운을 향하고 있었다.“진 선생님, 괜찮아요?”진세운은 여유롭게 옷깃을 정리하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반승제의 시선은 그의 귓불에 떨어졌다. 왼쪽이랑 오른쪽 전부 다 확인해 봤지만 그가 찾으려는 붉은 점은 없었다.미간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꿈에 그리던 성혜인을 만났기에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수많은 얘기들을 털어놓고 싶었다.넘칠듯한 그리움은 어느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진세운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승제 만나고 싶었잖아요. 얼른 같이 가요.”성혜인은 망설이고 있었다.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스스로도 몰랐으나 그저 진세운과 떨어지면 불안할 것 같은 느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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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억장이 무너지다

반승제는 차에 올라탈 때까지 성혜인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쾅!그는 있는 힘껏 차 문을 닫더니 곧바로 성혜인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퍼부었다.하지만 성혜은 쭈뼛거리다가 끝내 고개를 돌려 그를 피했다.그 모습에 반승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은 채 감정을 추스르려고 애를 썼으나 그럴수록 호흡이 점점 더 가빠졌다.반승제는 진세운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왜 갑자기 성혜인을 돌려보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완벽하게 짜놓은 판에 걸려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성혜인은 앞을 바라보며 안전벨트를 꽉 쥐었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물을 흡입하고 깊은 최면을 받은 성혜인은 안정감을 주는 진세운이 곁에 없자 점점 더 불안해졌다.반승제는 그녀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현재로선 지하 격투장을 가는 게 우선이다.하여 액셀을 끝까지 밟아 불과 3시간 만에 지하 격투장의 정문에 이르렀다.그는 성혜인을 품에 안은 채 조각상 앞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성혜인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목을 세게 껴안았다. 귀청을 찢는 듯한 비명소리와 굉음이 들려오자 불안함이 엄습해 오는지 반승제의 가슴팍에 머리를 파묻었다.반승제는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그렇게 어느새 그의 구역인 7층에 도착했다.성혜인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압도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을 옮겨놓은 듯 화려했다.반승제는 그녀를 옆에 있는 큰 소파에 앉히고 주저 없이 그 위로 올라탔다.“웁... 하지 마요.”숨이 막히는 키스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하고 싶었으나 그럴수록 점점 더 깊은 심연에 빨려 들어갔다.반승제는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한 시간 동안 몸 곳곳에 입을 맞췄다.입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반승제는 그녀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누군가를 사랑하는 때는 그 사람의 눈빛만 봐도 티가 난다. 예전의 성혜인이라면 그의 머리를 밀어내며 괴로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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