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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빼앗긴 어린 시절

아래층으로 내려온 설인아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설기웅과 창백한 얼굴의 나미선을 보고선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아버지.”

그녀의 부름에도 설의종의 시선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 싸늘함이 몸을 꿰뚫는 느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굴러온 돌 주제에 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네가 설씨 가문으로 잘못 들어온 바람에 내 딸이 어린 시절을 빼앗겼어.”

설의종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방금 본 불길로 가득 차 있었다. 설인아가 설기웅을 시켜 자신의 딸을 살해했다는 생각만으로 설씨 가문 전체를 엎어버리고 싶었다.

단지 딸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랄 뿐, 더 이상 그 어떤 것에도 미련이 없었다.

설인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설기웅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오빠, 아버지 밖에서 무슨 충격이라도 받으셨나 봐. 나 너무 무서워. 엉엉...”

말이 끝나자마자 설의종은 친자 확인서를 던졌다.

“너랑 나의 친자 확인서다. 넌 내 딸이 아니잖아. 다 알고 있으면서 순진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역겹구나.”

설인아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지만, 끝까지 모르는 척 하기로 결심했다.

“몰랐어요. 전 정말 몰랐다고요. 아버지, 제가 어떻게 친딸이 아닐 수가 있겠어요? 지금 누군가에게 속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승제 오빠가 그런 거죠? 전에 있었던 일로 지금 저한테 복수하는 게 확실해요. 어머니,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저 진짜 너무 무서워요.”

소파에 앉아 있던 나미선은 무의식적으로 설인아를 달래려고 움직였으나 곧바로 설의종의 기세에 눌려 끝내 자리에 앉아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여보, 인아 말이 맞아요. 밖에서 헛소문이라도 들은 게 아니에요? 친자 확인은 충분히 조작했을 수도 있죠.”

“내가 직접 했고, 내가 보는 앞에서 결과가 나왔는데 이게 가짜라고요?”

담담한 말투와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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