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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잘못된 마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

“형, 전 아버지를 믿어요. 제원에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을 눈여겨보라고 당부하셨어요. 처음에는 그 말이 이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제원의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서 여동생의 정보를 알아내길 바랐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이 일을 진세운 씨에게도 부탁했어요. 세운 씨도 사고를 당했으니 이번 일은 빼박아닌가요? 두 사람이 똑같이 실수할 리가 없잖아요.”

설우현은 설기웅보다 냉정한 사람이다. 이로써 설인아를 싫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때때로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형이 가족을 애틋하게 여기는 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제원에 있을 때 인아는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많이 했어요. 반 대표님이랑 혜인 씨가 잘 만나고 있는데 굳이 끼어들어서 훼방을 놓고, 심지어 형도 거기에 가담했잖아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요. 만약 반 대표님이랑 인아가 만나고 있는데 혜인 씨가 그 관계를 망치고 싶어서 안달 났다면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우쭈쭈해 주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오늘 밤 인아는 형의 손을 빌려서 우리 여동생을 죽인 거예요. 이 모든 사단이 다 형이 오냐오냐해줘서 일어났다는 걸 잊으면 안 돼요.”

설기웅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그의 말에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설우현은 의식을 잃은 설인아를 바라봤다.

“솔직히 지금 얘 목숨을 살려둔 것도 20년 동안 함께 지낸 세월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에요. 형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제 롤모델이었어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랄게요.”

말을 마친 그는 곧장 자리를 떴다.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돌아왔는데 집안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설의종이 오랫동안 두 아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누군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뜻했다.

어쩌면 아직도 한 차례의 치열한 싸움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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