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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버려진 카드

진세운이 임수아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반승제가 그녀에게 대역을 맡긴 적이 있다는 건 그만큼 성혜인과 닮았다는 뜻이고 심지어 자라온 환경까지 아주 흡사했다. 둘 다 서천군에서 자라며 그림을 배웠기에 설의종이 사람을 시켜 조사한들 절대 거짓말인 걸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설의종이 받은 그 사진은 진세운이 사람을 시켜 찍은 사진이다. 임수아가 반승제에 의해 쫓겨나던 날 누군가 일부러 그녀에게 연락해 부잣집 아가씨라는 신분을 귀띔해 줬다.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수 있다는 얘기에 주저없이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다. 당시 막 반승제를 만났던 임수아는 부자들이 사는 세상을 맛보게 되었고 그 후 반승제를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수록 성혜인을 무너뜨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눈이 멀었다.

이에 진세운은 일부러 성혜인을 방불케 하는 메이크업을 시켜줬다. 특히나 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중점을 뒀다.

허영심으로 가득 찬 임수아의 눈에서는 지혜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을 거치자 이런 단점은 순식간에 보완됐고 스스로 신분을 바꾸려는 절박한 야망을 갖고 있어 그런지 표정 연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그녀는 손쉽게 현재의 정체성을 버렸고 부잣집 아가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기에 진세운이 뭐라고 하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믿었다.

그를 따라 플로리아로 온 임수아는 이곳의 번화함을 본 후 진세운을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수아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이미 죽을 운명이자 언제든지 버려질 카드가 됐다는 것을.

임수아는 아주 평범했다. 다만 의도치 않게 반승제에 의해 상류사회의 맛을 보게 되었고 진세운은 그 맛에 흠뻑 빠진 임수아를 끝까지 철저하게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바로 진세운의 수단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데에 도가 텄고, 이용당하는 사람은 줄곧 희망만 품고 있다가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아마 임수아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곧 상류층의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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