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391 - Chapter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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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1화 뻔뻔스러운 배신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려졌다. 이진이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말을 걸자 서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는 혐오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이진의 목적은 이 사람들이 장하리를 음란한 여자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다.장하리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입술을 깨물었다.이런 환경에서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틀린 것이기에 차라리 서주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훨씬 낫다.장하리를 뚫어지라 노려보던 서수연은 그녀의 뺨을 한 번 더 때리고 싶었지만, 방금 전 서주혁의 행동이 생각나 그럴 수가 없었다.서주혁이 정신을 차린 후에도 계속 장하리를 감싸고 돌 가능성이 남아 있기에 지금 섣불리 행동하다간 앞으로의 생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그러니 반드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그녀는 장하리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며 이를 갈았다.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키 크고 늘씬한 남자가 서 있었다.남자의 곁에는 임경헌이 있었는데 한동안 모습이 드러내지 않더니만 바람둥이의 분위기가 거의 씻겨나간 듯했다.그동안 반씨 가문과의 왕래를 끊은 그는 반희월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사업에만 몰두했다. 옆에 있는 남자는 현재 그의 집주인이자 서씨 가문의 일원이었다.단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남자는 서씨 가문에서 쫓겨났고, 지금까지 그의 부모님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지난번 서씨 가문이 서주혁의 장례를 치를 때 서우진도 사의를 표하려고 참석했으나 서씨 가문 가족들은 그를 들여보내지도 않고 뻔뻔스러운 배신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임경헌도 귀찮은지 캐묻지 않았다.서우진은 복도 가장 먼 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지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다.마침 의사가 나오자 그는 거듭 확인했다.“우리 형 정말 괜찮아요?”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을 겁니다. 피가 조금 고여있을 뿐이지 금방 기억을 되찾을 거예요.”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10여 분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임경헌을 보며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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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행동 조심해주세요

서우진은 포스 넘치게 경적을 울렸다.“우리 형이 반승제 씨랑 친한 사이인 건 알죠? 아이러니하게도 한 명은 기억을 잃었고, 다른 한 명은 반역이라는 누명을 쓴 채 도망치고 있네요. 승제 씨를 잡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을수록 위험하니까 경헌 씨 같은 사회 초년생은 일단 본인 소유의 별장이라도 하나 마련하는 게 가장 좋아요. 물론 지금 모은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그 말을 들은 임경헌은 풀이 잔뜩 죽은 채로 씁쓸함을 드러냈다.그러자 서우진은 재빨리 다시 그를 위로했다.“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만큼의 돈을 모았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적어도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났으니 반은 성공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 술 한잔 어때요?”“좋아요. 전 가장 비싼 술을 마실 거예요.”“제가 살게요.”서우진은 손목에 명문 시계를 찬 채 여유롭게 핸들을 돌렸다.속세의 때를 벗은 임경헌보다 오히려 그가 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상황이 되었다....그 시각 병원.두 시간 후, 서우혁이 밖으로 나왔다.장하리는 보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지만 이내 서수연에게 밀려났다.“어딜 만져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져요.”이진은 장하리를 끌어당기며 비아냥거렸다.“하리 씨, 쟤네랑은 상대하지 말아요. 어차피 오빠 바보니까.”장하리는 두피가 저리는 느낌에 재빨리 그에게서 벗어났다.그 반응에 이진은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녀의 턱으로 손이 향했다.장하리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행동 좀 조심해주세요.”“어머, 하리 씨에게 이런 성깔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그는 장하라의 분노가 안중에도 없는지 마치 새기 고양이를 놀리는 듯 철저하게 무시했다.힘이 없을 때는 화가 난 모습조차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이기 마련이다.모든 사람이 서주혁의 병실로 들어가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서수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장하리는 복도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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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싸늘한 말투

이진은 고통으로 인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그의 사전에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지만, 장소가 병원이고 바로 앞에 서씨 가문이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 고통이 지나가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싸늘한 시선으로 장하리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그를 무시하고선 조심스럽게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렇게 장하리는 몸 전체 마비될 정도로 두 시간 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안에서는 인기척이 들려왔다.모두의 시선 속에서 서주혁의 눈꺼풀이 움직였고 그걸 알아차린 서수연은 재빨리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오빠!”서주혁은 눈을 뜨고 무심하게 천장을 바라봤다.“오빠, 지금 어때요? 괜찮아요? 뭐 생각나는 건 없어요?”눈물을 펑펑 흘린 서수연과 달리 서주혁은 머리가 아픈지 표정이 일그러졌다.비록 작은 수술이지만 몸이 찌뿌둥한 듯 사라들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남은 가족들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으나 저마다 위선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주혁아, 괜찮다니 다행이구나.”“정말 하느님이 도와준 건가 봐요. 전 솔직히 죽었다고 끝까지 믿지 않았거든요.”번지르르한 말과 달리 그들은 당시 시신에 대한 추가 확인도 없이 서둘러 장례를 치렀다.서수연은 병실 문밖에 장하리를 바라보며 악랄함을 드러냈다.“오빠, 저 여자가 정신을 잃은 틈을 타서 본인이 아내라며 오빠를 속였어요. 정말 역겹지 않아요? 이런 건 절대 용서하면 안 돼요.”서주혁은 이제 막 깨어나서 그런지 모든 게 시끄럽게만 느껴졌다.그러나 서수연의 얼굴에는 흥미로움만 가득했다. 어쩌면 수술을 받은 후에도 장하리를 감싸고 돌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오빠, 당연히 저 여자한테 따져야죠.”서주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너희들은 다 나가. 그리고 시환이 좀 불러와 봐.”이제 그는 온시환에게 확인해야 할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지금까지 장하리를 한순간도 언급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서수연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시환 오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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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주제 파악 못 하는 여자

말투는 오히려 예전과 똑같았다.마지막 희망이 철저하게 짓밟힌 장하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얼굴이 화끈거렸다.고통스러움과 수치심이 동시에 몰려온 상황에 하필이면 서수연까지 옆에서 부채질했다.“우리 오빠 한 말 들었죠? 그러니까 빨리 꺼져요. 안 그러면 사람 불러서 쫓아낼 거예요.”장하리이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가자 서수연은 조롱 섞인 목소리로 뒤에서 혼잣말했다.“난 주제 파악 못 하는 여자들이 그렇게 한심하더라. 남자 침대에 기어오르면 인생이 바뀐다고 착각한 모양이지? 자기가 얼마나 추잡스러운지도 모르고.”말을 마친 그녀는 심지어 장하리의 모든 일을 친한 친구에게 터놓았다.서수연과 친구들이 속한 그 무리는 꽤 유명했다. 비록 성혜인에게 당한 적이 있어 여전히 그녀를 두려워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장하리인 만큼 무서울 게 없으니 기세가 하늘을 치솟았다.또한 그녀는 성혜인으로 인해 겪은 모든 손실을 장하리에게서 돌려받고 싶었다.서수연은 가볍게 비웃고선 서주혁의 분부대로 온시환을 데려왔다.병실에 들어선 온시환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장하리가 보이지 않아 조금 이상했다.서주혁은 수술 전에 그녀를 껴안은 채 입을 맞추며 난리를 피웠고, 장하리도 걱정된 모습으로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그가 깨어났는데 장하리가 떠났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하리 씨는요?”온시환은 성혜인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되레 장하리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성혜인을 잔꾀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반승제의 아내였지만 바람을 피우며 그를 농락해 완전히 바보로 만들었으니까.하지만 장하리는 다르다. 언뜻 보기에도 매우 정직해 보였고, 심지어 반승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한 적이 있었으니 믿음직했다.“갑자기 그 여자 얘기는 왜 하는 거야?”서주혁은 짜증이 나는 듯 혐오감을 드러내더니 연신 헛구역질했다.그는 이불을 들추고 주저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병실 입구에 서 있던 온시환은 그의 안색을 보고선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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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조사

서주혁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옷을 정리하기 위해 근처 거울 앞에 섰다.“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 승제의 부탁을 받았어. 설씨 가문의 아가씨를 조사해달라고 했거든.”온시환은 이 일에 대해 들은 적 있었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시환아,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 좀 해줄래? 특히 승제랑 혜인 씨에게 관련된 일은 사소한 것까지 빼놓지 말고 전부 얘기해줘.”그는 장하리의 이름만 떠올려도 속이 불편한 듯 더 이상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온시환은 서둘러 플로리아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에게 알려줬다.서주혁은 10분이 걸려서야 지금까지 자신이 받았던 모든 정보를 정리했다.“교통사고 당하기 전에 세운이를 만났어. 만약 네가 세운이에게 다른 신분이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면 의심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수상하네. 어떻게 지금까지 숨긴 거지?”서주혁은 신중한 성격을 가졌다. 그들 몇 명은 모두 서로에게 진심이었기에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 않기로 결심했었다.따라서 반승제가 진세운을 의심하는 제스처를 취했을 때는 그가 정신을 차려야만 뭔가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진세운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그다음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그때 세운이를 만나고 서천으로 향했어. 내가 조사한 바로는 설씨 가문의 아가씨가 서천 병원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거든. 우리의 인식 속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철밥통이잖아? 그런데 최근 따라 서천 병원에서 많은 의사를 해고한 거야. 그래서 직접 가보려고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됐어.”“주혁아, 승제 사람들한테서 들었는데 임수아 씨가 설씨 가문의 아가씨래.”서주혁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겉모습만 본다면 임수아가 확실했지만, 그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번에는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직접 서천에 가볼 거야. 사실 이미 마음속에 막연한 추측이 하나 있는데 괜히 내가 승제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까 봐 말은 못 하겠어. 일단 한번 현장에 가봐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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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뇌리에 박힌 말

두 대의 차량이 동시에 서천으로 향했다. 생각이 많아진 서주혁은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게끔 수많은 경호원을 동원했고 앞뒤로 경호하게 했다.그는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키보드를 내리치고 있었다.설기웅은 다른 차에 타고 있었다. 그의 핸드폰에는 수천 개의 메시지가 쏟아졌는데 그중 대부분은 설인아가 보낸 것이다.설의종은 설인아를 쫓아낸 후 모든 은행 카드를 끊었다.명문가는 기본적으로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공주님 대접을 받던 설인아가 갑자기 떠났으니 사람들은 단번에 설씨 가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며 확신했다.설기우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자신의 핸드폰에 담긴 설인아의 구조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동안 목숨 걸고 아끼던 설인아가 자신의 친동생이 아닐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어렸을 때부터 설의종은 친동생인 설인아를 많이 사랑해 줘야 한다며 강조했던 말이 뇌리에 박혔다.[오빠, 이 사람들이 날 비웃어. 나 너무 힘들어.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데 이러다가 죽는 건 아니겠지?][임수아 씨의 일은 정말 내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게 아니야. 난 혜인 씨가 목표였다고. 그 차에 설인아 씨가 탈출은 아예 몰랐어. 오빠, 이건 누가 일부러 설계한 게 틀림없어. 내가 혜인 씨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누군가 날 이용한 거야. 왜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지? 그렇게 오랫동안 설씨 가문에서 지냈는데 아무리 내가 가족이 아니더라도 믿어줄 수는 있잖아. 솔직히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잖아.]설기웅은 메시지를 보고선 표정이 일그러졌다.때마침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고, 아니나 다를까 설인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요즘 따라 전화를 더 자주 했지만 설기웅은 한번도 받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본 메시지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수신 버튼을 눌렀고 핸드폰 너머로는 설인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오빠, 평생 연락 안 받는 줄 알았잖아. 엉엉... 나 아파. 사람들이 어제 때렸어. 그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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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마음이 녹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설인아는 목숨을 잃더라도 무엇이든 시도할 의지가 있었다.“당신 누구야? 어떻게 도와줄 건데?”남자는 일어나서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설기웅 씨는 당신처럼 모질지 못하거든요. 자신을 좀 더 비참하게 만들고 나서 모든 걸 성혜인에게 떠넘기면 상황은 아직 역전될 가능성이 있어요. 당신 엄마랑 오빠는 얼마든지 성혜인에게 따지려고 할 거예요. 성혜인의 신분이 드러날 때까지 지금처럼 기다리기만 하면 당신은 완전히 제거될 거예요. 그리고 당연히 설씨 가문의 아가씨를 사칭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겠죠?”설인아는 동공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이 남자 누구지? 어떻게 성혜인의 신분을 알고 있는 거지? 설마 저번에 문자를 보낸 그 사람인가?’설인아가 주먹을 불끈 쥐자 남자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인아 씨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성혜인 아닌가요? 상황을 악화시킨다면 설기웅 씨는 자연스레 돌아올 거예요.”설인아의 눈빛은 순식간에 사악하게 변했다.“당신이 날 도와준다면 뭐든지 할게요.”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좋아요. 어딘가로 데리고 갈 건데 협조만 잘해주면 돼요.”설인아가 주저 없이 동의하자 남자는 만족스러워하며 천천히 그녀를 유혹했다.“설의종 씨도 당신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동안 친딸을 찾으러 다니면서도 그쪽을 쫓아내지 않았잖아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잔인하지 않다는 뜻이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마지막에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모질게 인아 씨를 대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신분이 바뀌었을 때는 어린아이였을 뿐이잖아요. 이제부터 철저하게 속이고 독이 든 술을 마시게 한다면 설의종 씨는 바로 죽을 겁니다.”설인아는 두 눈이 반짝 빛났다.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게 성혜인과 설씨 가문이니까.“정말로 제가 계획한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누가 계획했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어차피 그 사람은 자신의 딸에만 눈이 멀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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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평생 기억하게 했을 거야

부끄러움에 몸이 후끈해진 성혜인은 닥치는 대로 한쪽 옷을 잡아당겨 그의 얼굴과 눈을 가렸다.그러자 반승제는 옷을 잡고 침대 밑으로 던졌다.“널 보고 싶어.”“혜안아, 이런 건 언제 배웠어?”참다못한 성혜인이 그의 입을 막자, 반승제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손바닥을 핥았다.그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침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자연스레 두 사람 모두 문 앞에 누군가가 멈춰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배현우는 손끝이 문짝이 닿는 순간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도 선명했기에 그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거름을 옮겼다.방으로 돌아오자, 가슴속에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퍼지는 걸 느꼈고 마치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말라가는 듯 괴로웠다.특히나 성혜인의 아련한 목소리는 마치 심장을 긁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별안간 주먹으로 옆 벽을 내리쳤다.“반승우?”마음속으로 소리쳤지만 반승우는 응답하지 않았다.배현우는 자신의 외투를 벗고 팔에 난 작은 바늘구멍을 바라봤다.“반승우, 아까 들었지?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네 동생이랑 무슨 짓 하고 있는지 봤어? 네가 최선을 다해 단서를 찾았다 한들 저 사람들이 너한테 고마워할 것 같냐? 넌 정말 멍청해. 내가 너였다면 성혜인이 나라는 존재를 평생 기억하게 했을 거라고!”반승우와 배현우는 완전히 극과 극이다. 반승우가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이라면 배현우는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그는 고개를 숙여 팔뚝에 난 촘촘한 바늘 자국을 바라보며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드러냈다.“됐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넌 어차피 대답 안 할 거잖아. 넌 성혜인이 옆에 있어야만 모습을 드러내는 겁쟁이야.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날 방해하지 마.”그는 손가락뼈가 부서질 정도로 다시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반승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말했었잖아. 그건 내 감정이 아니라고.”배현우는 방에 있는 테이블을 걷어찼다.“네 감정이 아니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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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고마워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어디선가 성혜인을 노려보는 시선은 더욱 원망스럽고 악랄해졌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수천 번은 죽이고 남았을 것이다.성혜인이 이상한 느낌을 받던 그때 어디선가 사람들의 야유 소리가 들려왔고 남 일에 참견하는 타입이 아니었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나 설씨 가문의 아가씨야.”“퉤! 아가씨 같은 소리하네. 여기에 왔다는 건 팔렸다는 뜻이고 넌 앞으로 내 노예가 될 거야. 아이를 다섯 명 낳기 전까지는 떠날 생각도 하지 마.”성혜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벽 너머를 바라봤고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은 설인아였다.설인아가 왜 그레이 지대에 나타난 거지?그 와중에 성혜인을 발견한 설인아는 두 눈이 반짝 빛났다.“혜인 씨, 나 좀 꺼내줘요. 안 그러면 우리 큰오빠한테 다 일러바칠 거예요.”성혜인은 그저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최근에 일어난 모든 일을 반승제를 통해 이미 전해 들었다. 설인아는 설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니란 건 이미 확정한 사실이다. 임수아가 맞는지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설기웅도 움직이지 시작했고 서주혁도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사건의 진실은 조만간에 밝혀질 것이다.설인아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때다 싶어 달려들어 성혜인의 다리를 덥석 껴안았다.“큰오빠 찾으러 왔어요. 우리 오빠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면 찾고 나서 바로 여기를 떠날게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도와줘요. 방금 전에는 제가 실수했어요. 그런 말투로 부탁하면 안 되는건 데...”성혜인은 원수에게 덕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다. 하물며 설인아 때문에 죽을뻔했는데 그녀를 굳이 도와야 하는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눈살을 찌푸린 채 서 있던 성혜인은 설인아의 뒤에 있던 남자가 달려와 그녀의 발목을 덥석 잡는 걸 목격했다.“미쳤냐? 돈까지 줬는데 감히 도망쳐?”순간 뺨 한 대가 날아와 설인아의 얼굴을 때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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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가장 큰 상처를 준다

“우릴 꼬시려고 이렇게 야하게 입은 거야?”“섹시하네.”증오에 사로잡힌 설인아는 목이 멘 채로 절규했다.“하지 마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혜인 씨, 제가 이렇게 빌 테니까 한 번만 살려줘요.”“전 단지 우리 오빠를 찾으러 온 것뿐인데 도대체 왜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오빠, 살려줘요.”제원에 있는 설기웅이 그녀를 구하러 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그녀는 여러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사람이 아닌 꼴로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망가진 몸은 더 이상 그 어떤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그 직후 설인아는 길거리에서 성혜인에게 애원하는 영상, 사람들에게 모욕당한 영상, 여러 사람들에게 당하는 영상까지 전부 설기웅에게 보냈다.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오랜 시간 동안 설인아를 아껴왔던 그는 이제 남은 정마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영상을 본 순간 충격으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는 핏기가 빠진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서주혁과 함께 서천에 온 지 불과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서주혁이 데려온 사람들은 흩어져서 조사에 몰두했다.그 와중에 설기웅은 뭔가 자극을 받은 사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차 밖에 서 있던 서주혁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대표님, 어디로 가시려고요?”설기웅은 생각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플로리아에 다녀오려고요. 할 일이 생겨서요.”서주혁은 아마 설인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에 굳이 막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 길 내내 수천 통의 전화를 걸어 애원했으니까.설기웅은 액셀을 끝까지 밟으며 설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인아 좀 찾아줘요.”설우현은 아직도 설씨 가문에서 설의종을 돌보고 있었다.설의종은 임수아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오랜 집착이 무너져 병으로 쓰러졌다.하여 설씨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세력들도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설우현 혼자만으로 버티기에는 턱없이 힘들었다.이런 와중에 어떻게 설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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