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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응급 처치

혼란스럽던 정신세계가 한순간에 선명해졌다. 그녀의 말간 눈동자에 온통 핏빛이 비쳤다.

성혜인은 반승제의 곁에 꿇고 앉아 총상 부위를 꾹 눌러 지혈하려 했다.

“살려주세요!”

“빨리 아무나 좀 와주세요! 여기 환자 있어요!”

주위를 향해 크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불길하고 허전한 느낌. 계단 내에 성혜인의 메아리만 울릴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혼돈의 세계에 갇혔음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반승제의 몸을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건너편 계단에 서 있던 장미는 한 손에 총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손가락이 너무 떨려 불을 제대로 붙일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그녀를 힐끗 보며 다급히 말했다.

“장미 누나, 이거...”

장미는 답답해져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퍽 쳐버렸다.

“뭘 쳐다봐.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지! 우물쭈물하다가 사람 죽게 할 거야?”

“아! 예!”

장미는 계단을 내려가다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X발. 다음에 또 나한테 이런 일 시키기만 해봐.’

“반승제 씨!”

누군가 반승제의 이름을 외치며 데려가려 했다.

성혜인은 반승제를 꼭 껴안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품은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절대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힘을 풀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병원에 데려가세요. 당장.”

지하 격투장의 사람들은 반승제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기에 오히려 그를 부축해야 하는 경호원이 긴장했다.

성혜인이 경호원을 밀어내며 말했다.

“제가 할게요.”

조금 전 당황하던 그녀는 온데간데없는 더없이 확고한 말투였다. 그녀는 반승제의 한 쪽 팔을 자신의 목에 걸치도록 했다.

일행이 모두 차에 오른 뒤 경호원은 사이드미러를 통해 성혜인의 눈치를 살폈다.

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꼭 잡은 채 표정은 담담했다.

그 전의 막막함, 순진함, 머뭇거림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경호원은 조금 전의 일에 대해 더 생각할 엄두를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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