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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안 아파

사흘째 되던 날 밤, 통증이 덜해진 반승제는 드디어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7층 복도 밖에 선 그는 누군가에게서 전기회로 수리를 위해 10분간 정전이 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

곧이어 7층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문득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욕실에서 나온 성혜인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반승제는 머릿속이 얼어붙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얼마 안 되는 베란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그는 당황한 모습으로 캐비닛을 열어보는 성혜인을 발견했다.

“승제 씨?”

성혜인은 커튼을 젖혀보고 다른 방도 확인했다.

“승제 씨!”

“반승제 씨!”

성혜인의 목소리가 점차 떨려왔다.

반승제는 담배꽁초에 손을 데어서야 대답을 안 했음을 자각했다.

“혜인아, 나 여기 있어.”

그가 베란다 문을 벌컥 열었다. 반승제를 찾아 이곳저곳을 뒤지던 성혜인이 굳은 채 잠깐 서 있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그의 몸을 확인했다.

“괜찮죠? 깜짝 놀랐네.”

병실이 온통 암흑이었으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성혜인은 집요하게 그의 몸을 살폈다.

반승제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키가 성혜인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는 성혜인에게 머리를 기대고는 말없이 그저 안고 있을 뿐이었다.

성혜인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의 옷이 축축하게 젖는 것을 느꼈다.

“혜인아, 미안해. 내가 미안해...”

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손에 힘을 주고 꽉 껴안고 있었으므로 성혜인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의 힘에 눌려 조금 아팠지만 성혜인은 마음이 놓였다.

한순간 필사적으로 짓눌렀던 감정이 이제야 풀린 듯 그녀는 울부짖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반승제는 조용히 흐느꼈고, 성혜인은 대성통곡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인데 왜인지 가슴의 상처보다 더 아팠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얼마 후 방 안의 불이 켜졌다. 환한 불빛은 병실 속의 고요를 깨뜨렸다.

반승제는 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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