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되던 날 밤, 통증이 덜해진 반승제는 드디어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7층 복도 밖에 선 그는 누군가에게서 전기회로 수리를 위해 10분간 정전이 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곧이어 7층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문득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욕실에서 나온 성혜인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반승제는 머릿속이 얼어붙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얼마 안 되는 베란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그는 당황한 모습으로 캐비닛을 열어보는 성혜인을 발견했다.“승제 씨?”성혜인은 커튼을 젖혀보고 다른 방도 확인했다.“승제 씨!”“반승제 씨!”성혜인의 목소리가 점차 떨려왔다.반승제는 담배꽁초에 손을 데어서야 대답을 안 했음을 자각했다.“혜인아, 나 여기 있어.”그가 베란다 문을 벌컥 열었다. 반승제를 찾아 이곳저곳을 뒤지던 성혜인이 굳은 채 잠깐 서 있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그의 몸을 확인했다.“괜찮죠? 깜짝 놀랐네.”병실이 온통 암흑이었으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성혜인은 집요하게 그의 몸을 살폈다.반승제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키가 성혜인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한 품에 안을 수 있었다.그는 성혜인에게 머리를 기대고는 말없이 그저 안고 있을 뿐이었다.성혜인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이윽고 그녀는 자신의 옷이 축축하게 젖는 것을 느꼈다.“혜인아, 미안해. 내가 미안해...”그가 울먹이며 말했다. 손에 힘을 주고 꽉 껴안고 있었으므로 성혜인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의 힘에 눌려 조금 아팠지만 성혜인은 마음이 놓였다.한순간 필사적으로 짓눌렀던 감정이 이제야 풀린 듯 그녀는 울부짖으며 눈물을 쏟아냈다.반승제는 조용히 흐느꼈고, 성혜인은 대성통곡했다.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인데 왜인지 가슴의 상처보다 더 아팠다.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얼마 후 방 안의 불이 켜졌다. 환한 불빛은 병실 속의 고요를 깨뜨렸다.반승제는 성혜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마음이 가라앉은 뒤 성혜인은 천천히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알겠어.”성혜인이 반지를 낀 손가락을 살짝 움츠리더니 입을 열었다.“모든 게 다 끝나면 우리 결혼해요.”반승제는 가슴이 떨려왔다. 그는 성혜인의 품에 머리를 묻었다.“응. 그러자.”성혜인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의 포개진 손에서 반지가 유난히 돋보였다.“전부 기억이 났어요. 사실 미스터 K를 따라 별장에 간 첫날부터 은연중에 최면 실험을 받았던 것 같아요. 미스터 K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매우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어요.”“진세운 아니었어?”그의 품에 안긴 성혜인이 가까이 다가갔다.“예전에는 그저 미스터 K가 이상하게 친숙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진 선생님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이 모든 게 드러나게 됐지만 아마 제가 회복된 건 모를 거예요.”성혜인이 그의 손을 잡고 차분하고 조용히 말했다.“별장 위치를 알고 있어요. 갑자기 습격해서 실패를 맛보게 할 수 있어요.”“어떻게 하고 싶어?”성혜인이 살며시 다가와 귀에 대고 몇 번 속삭였다.반승제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가볍게 웃었다.“내 생각과 같네.”새벽 두 시.20여 대의 헬기가 일제히 별장을 향해 날아갔다.새벽 3시, 성혜인이 몇 주간 있었던 그 별장 위로 소형 포탄이 떨어졌다.안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연이은 폭발음이 하늘땅을 뒤흔들었다.제원에서의 반승제는 두려울 것 없이 다른 사람의 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플로리아에서의 반승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는 더욱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격투장이 워낙 음지에서의 장사인데다 반승제의 지위가 높았으므로 정치인들이 모두 눈감아주었다.“쾅!”“콰광!”높이 날고 있는 20여 대의 헬기 중 한 헬기에서, 성혜인은 공중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느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승제 씨, 비록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은 짧았지만 전 어려서 부족했던 모든 사랑을 받았어요. 엄마는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그리고 절 지독히도 사랑하시죠. 만약 제가 이렇게 괴롭힘당하는 것을 봤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으셨을 거예요.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맞을 때도 엄마는 항상 제일 먼저 달려들어 절 보호했고, 제가 다른 아이들과 싸울 때도 항상 학부모들과 이치를 따져가며 절 감쌌어요. 엄마는 항상 최선을 다해 절 보호해 주셨어요. 만일 BKS가 정말 엄마랑 연관이 있다면 그곳 사람들은 엄마가 직접 뽑은 후계자를 살갑게 대했어야 해요.”성혜인은 반승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전 그곳에서 살가움이나 친절함 따위는 느끼지 못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BKS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데 서천에서 이름을 숨길 것을 선택했으니 혹시 BKS를 탈출했던 건 아닐지 추측 중이에요. 진세운이 절 찾아와 수령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도 아마 지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지금 진세운에게는 필요한 한 가지 물건이 있어요.”“그게 뭔데?”“해파리 도장이요.”대답하는 성혜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려왔다.“제가 서천에서 발견한 엄마가 숨겨놓은 물건이에요. 만약 BKS가 그때 엄마의 뒤를 봐주었다면 당시의 적수가 누구든 서천에서 그렇게 힘들게 살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BKS가 도움을 주지 못하니 엄마는 가장 중요한 물건을 가져간 거예요. 게다가 제 외삼촌 일가도 모두 돌아가셨는걸요. 그 사람들이 찾는 건 바로 그 해파리 도장이에요. 그 도장을 가진 사람이 BKS에서 진정한 수령이 될 수 있거든요.”별장을 시원하게 폭파한 뒤 두 사람은 헬기를 타고 함께 돌아갔다.7층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입을 맞추었다.숨에 턱에 닿을 듯 반승제는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 반승제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입을 열었다.“BKS의 현황은 대충 알겠다. 어떤 조직이든 결국 언젠간 분열하게 돼. BKS가 아마 지금 그런 상황 같아. 아마 BKS는 두 파로 나뉘
성혜인이 침대 옆으로 자리를 옮기곤 손끝으로 반승제의 가슴을 더듬었다. 곧이어 그의 숨결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바라보았다.피부를 살짝 꼬집자 그에게서 옅은 신음이 들려왔다.깜짝 놀란 성혜인의 동공이 약하게 흔들렸다.해본 적도 없는 익숙하지 않은 행동이었음에도 너무 흥분했던 탓인지 그는 30분밖에 버티지 못했다.그러나 반승제는 부끄러운 감정 같은 건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온통 땀범벅이 된 그는 성혜인의 손을 다정히 감쌌다.“혜인아, 너 정말… 잘하는 것 같아.”너무 직설적인 평가에 마음이 불편해진 사람은 오히려 성혜인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반승제의 손을 뿌리쳤다.“사, 상처가 완전히 나으면 앞으로 진세운을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해 봐요. 지금쯤이면 별장이 파괴된 걸 알게 됐을 거예요.”반승제가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응.”아침 식사 때 격투장의 핵심 인원들이 적지 않게 모였다. 그중에서 단연 제일 중요한 사람은 장미였다.반승제가 다친 이래 장미는 그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성혜인이 이 며칠간 그를 철저히 보호한 탓이었다.그녀는 성혜인과 말을 붙여보려 했으나, 성혜인은 줄곧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누가 봐도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비록 반승제와 미리 상의하고 벌인 일이긴 했지만 장미는 확실히 반승제를 향해 총을 쐈고 그를 다치게 했다.하여 성혜인은 반승제의 가슴의 상처가 낫기 전에는 성난 마음을 풀고 싶지 않았다.먼저 주동적으로 말을 걸어온 사람은 장미였다. 아무래도 미래의 사모님이니까.“혜인 씨, 아직 격투장 아래의 세 개 층은 아직 안 가봤죠? 모든 대결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승제도 자주 가서 참가했죠.”성혜인이 손을 멈칫하며 미간을 찌푸렸다.“거길 참가해서 뭐 해요?”“아, 모르셨군요? 승제는 격투장 사장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신분이 있죠. 가명은 god이고, 유명한 복서예요.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실제 신분을 알고 있죠. 다른 사람들은 다 목숨까지 내건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그중 장미 누나만이 미안하다는 듯 와인잔을 들었다.“미안.”오늘의 아침 식사는 격투장 내부 멤버들과의 정식적인 첫 만남으로 나름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반승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누나 탓은 아니야.”장미는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많은 부하 앞에서 애인이 홧김에 뿌린 주스에 흠뻑 젖었으니 창피할 만했다.그러나 곧이어 들리는 반승제의 말은 모든 사람을 어이없게 했다.“혜인이가 날 너무 사랑한 탓이지. 내가 아픈 꼴은 못 보겠나 봐.”실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모두 한바탕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장미는 와인잔을 꼭 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네가 이런 사람일 줄이야.”얼굴을 닦아낸 반승제가 대답했다.“원래 이랬거든.”말을 마친 그는 성혜인이 떠난 방향으로 달려갔다.그러나 반승제는 오히려 조금 안도했다.한바탕 펑펑 울었어도 성혜인은 여전히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애인이 눈앞에서 총상으로 쓰러지는 장면을 본 이상, 지금 상황에선 무엇이든 성혜인에겐 자극이 될 수 있었다.반승제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이러한 결말을 예상해 두었다.그는 성혜인을 아끼고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서 더 조심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사랑은 이렇게나 사람을 바뀌게 한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적어도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반승제가 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뜻밖에도 배현우를 발견했다.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눈에 거슬리게.그는 짜증이 더 나버렸다.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참으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멀지 않은 창문 앞에 서 있는 성혜인을 발견했다.반승제는 얼른 주방으로 가 과일 쟁반을 들고 왔다.그러나 성혜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배현우가 성혜인의 곁에 섰다.성혜인은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읽고 싶은
진백운은 소파에 앉아 무심코 곁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건드렸다.고양이 전용 간식을 든 그는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그런데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손등을 허빌 줄이야. 손등에 세 줄의 빨갛게 긁힌 자국이 생겨났다.진백운은 인상을 쓰며 간색을 내팽개쳤고 고양이는 간식을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반대편에 앉아 있는 진세운은 곰곰이 생각했다.전에는 모든 일이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지금은 왠지 통제 불능의 느낌이 들었다.그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폭파된 별장의 사람들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핵심 멤버들은 부상만 입었을 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 중인 사람들 일부가 사망했다.진세운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하지만 체면을 손상하기엔 충분한 사건이었다.003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미스터 K, 002가 사망했습니다.”002는 발목뼈가 부러져 남들처럼 달릴 수 없었기에 포탄이 떨어졌을 때 제일 먼저 죽은 사람이었다.003 역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녀는 전의 비밀조직을 해친 행동으로 벌을받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진세운이 자비를 베풀어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그래도 거동이 불편했기에 포탄에 의해 중상을 입었다.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대피했고 이미 다른 곳에 정착한 상태였다.하지만 사고 소식은 이미 조직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진 뒤였다.“미스터 K, 장로 쪽에서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BKS는 002부터 009까지 차기 수령의 후계자를 키워낸 거대한 조직이다.그리고 이 무리는 모두 진세운의 손에 장악되어 있었다.진세운은 피곤함에 양미간을 꾹 눌렀다.“장로들이 뭐라고 하던가요?”“직접 나서서 설명하라고 하십니다.”미스터 K는 BKS에서 만인의 위상이었지만 그 아래로는 신망이 두터운 장로들이 10명이나 더 있었다.대부분의 수령들은 모두 진세운의 편에 섰지만 유독 두 명만이 자꾸 시비를 걸고넘어졌다.일단 진세운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이 둘은
진백운의 눈도 함께 반짝 빛났다. 두 사람은 만족스럽게 웃음 지었다.“그러네. 왜 그 사람을 잊었지? 그럼 성혜인은 BKS로 돌려보낼 거야? 사실 우리는 도장만 가지면 돼. 그 도장만 있으면 많은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진세운이 담담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그럼 재미없지. 성혜인은 성여의 딸인걸? 그 여자가 직접 고른 후계자란 말이야. 성혜인의 최후가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아니, 난 싫어. 난 그냥 빠르고 정확하게 목적을 달성하고 싶을 뿐이지 사람 목숨 가지고 노는 일은 안 해.”진세운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그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아는 진백운은 가볍게 웃었다.“그래도 네가 뭘 하든 난 응원할 거야.”진세운이 벌떡 일어났다. 얼굴에는 어떠한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지금은 일단 돌아가서 장로들과 회의하러 가야 해. 성혜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면 그만이야. 죽여서 아무도 성여의 존재를 모르게 하면 돼.”“그럼 해파리 도장은?”“나중에 다시 말하자. 그게 없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 편이야.”“그래. 세운이 네 말은 다 맞아.”진백운도 자리에서 일어나 세운의 뒤를 따랐다. 곁에서 알짱대던 고양이도 따라가고 싶은 눈치였으나 진백운은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이윽고 그는 자신의 손등을 힐끗 내려다보았다.이렇게 약한 생물이 자기를 다치게 할 줄이야.성혜인처럼 뜻밖이다....성혜인은 또 한 번 반승제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뒤에야 성혜인은 마음을 놓았다.그다음 성혜인은 반승우가 남긴 주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반승우를 도운 사람이 어머니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했다.하지만 추측이 맞는지 아닌지는 가봐야 알 일.현재 아무도 BKS의 본거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모르는 것을 붙잡고 있을 바에야 반승우가 남긴 주소를 찾아가 보는 것이 타당했다. 혹시 임지연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 그렇다면 모두 기뻐할 텐데.임지연은 그들보다 훨씬 아는 것이 많았다.그러나 아직은 반승
“누구세요?”서주혁이 기억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온시환은 당황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일단 나랑 돌아가. 네가 제원이 없는 이상 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빨리 재산을 나누고 싶어 할 거야. 그러니까 네가 전반적인 상황을 주관해야 해.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 좀 받아야 해.”그의 말처럼 이곳에 전문 의료진은 없었다.서주혁이 무의식적으로 다시 장하리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이분도 주혁 씨의 오랜 친구예요. 친구분이 찾아오셨으니 이제 위험한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갑시다. 함께 돌아가요.”함께 가자는 말을 듣고서야 서주혁은 안색이 밝아졌다.세 사람은 함께 차에 올라탔고 온시환이 앞장섰다.사실 온시환 역시 며칠간 갇혀 있었다. 전에 반승제의 일로 그와 결탁하고 있다고 생각한 윗선의 사람들이 그의 종적에 대해 샅샅이 뒤져보다가 이틀 만에 겨우 혐의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서주혁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하마터면 기뻐서 통곡할 뻔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온시환은 서둘러 서주혁을 데리고 검사실로 향했다.서주혁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서씨 가문에 미리 알렸으므로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가족들이 찾아왔다.대략 십여 명이 모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장하리는 줄곧 서주혁을 따라다니고 있었으나 서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좁은 복도에 대기하게 되자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맘때쯤 검사를 마친 의사가 검사에서 나왔다.“큰 문제 없습니다. 오늘 중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서주혁은 회복력이 강했기 때문에 상처에 모두 딱지가 앉아 더 처치할 필요도 없었다.서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은 조금 미묘했다. 서주혁이 남겼을 주식을 놓고 경쟁하던 사람들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그들 중 서수연이 가장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그럼 뭘 기다리고 있어요! 선생님, 얼른 수술 시켜주세요.”의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30분도 안 되어 수술을 집도했다.서수연은 다급한 마음에 구석에 서 있는 장하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하지만 장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