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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혜인이가 날 너무 사랑한 탓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 장미 누나만이 미안하다는 듯 와인잔을 들었다.

“미안.”

오늘의 아침 식사는 격투장 내부 멤버들과의 정식적인 첫 만남으로 나름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반승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탓은 아니야.”

장미는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많은 부하 앞에서 애인이 홧김에 뿌린 주스에 흠뻑 젖었으니 창피할 만했다.

그러나 곧이어 들리는 반승제의 말은 모든 사람을 어이없게 했다.

“혜인이가 날 너무 사랑한 탓이지. 내가 아픈 꼴은 못 보겠나 봐.”

실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모두 한바탕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장미는 와인잔을 꼭 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이야.”

얼굴을 닦아낸 반승제가 대답했다.

“원래 이랬거든.”

말을 마친 그는 성혜인이 떠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반승제는 오히려 조금 안도했다.

한바탕 펑펑 울었어도 성혜인은 여전히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애인이 눈앞에서 총상으로 쓰러지는 장면을 본 이상, 지금 상황에선 무엇이든 성혜인에겐 자극이 될 수 있었다.

반승제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도 이러한 결말을 예상해 두었다.

그는 성혜인을 아끼고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서 더 조심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랑은 이렇게나 사람을 바뀌게 한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적어도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반승제가 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뜻밖에도 배현우를 발견했다.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눈에 거슬리게.

그는 짜증이 더 나버렸다.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참으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멀지 않은 창문 앞에 서 있는 성혜인을 발견했다.

반승제는 얼른 주방으로 가 과일 쟁반을 들고 왔다.

그러나 성혜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배현우가 성혜인의 곁에 섰다.

성혜인은 책장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읽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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