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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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이럴 수가!육현경이 이렇게나 잘생겼다고?하지만 그들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육현경이 틀림없었다. 소이연과 스캔들이 났던 남자가 육현경이라니!어쩐지 그 여자의 오기가 하늘을 찌른다 했어! 육현경이 직접 그 여자를 육씨 연회장에 요청해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였어. 어쩐지...아니.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소이연이 장안시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가진 육현경과 스캔들이 났단 사실을 절대 받아 못 들인다고!“와! 육씨 도련님은 우리가 생각하던 배만 나온 중년 아저씨가 아니었어!”그의 외모는 뭇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어머, 너무 잘생겼잖아!”“장안시에서 제일 잘생긴 것 같아.”“너무 의외야.”“그의 아들도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 동화 속 어린 왕자 같아.”육현경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뽐냈다. 연회장은 삽 시에 사람들의 감탄과 칭찬으로 채워졌다.소이연은 사람들 사이에서 키가 훤칠하고 점잖으며 오관이 뚜렷한 이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안정된 목소리로 연설하고 있었는데 태도는 아주 겸손했다. 하지만 그의 압도적인 분위기는 그가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었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짧지만 강렬했던 연설이 끝나자 연회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청수 할아버지는 사람들 앞에서 종래로 웃지 않고 늘 엄숙했는데 사람들의 박수갈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육현경은 청수 할아버지를 무대 중앙에서부터 모시고 내려와서 휠체어를 청수 할아버지의 비서에게 맡겼다.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문서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문서인의 얼굴은 이미 사과가 되어있었다.육현경이 그를 향해 다가가자 그는 몸 둘 바를 몰랐고 뒷걸음만 쳤다.연회장 안의 사람들은 모두 육현경만 바라보았다.육현경의 신분이 알려진 이상, 그의 언행은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육현경은 문서인 앞에서 멈추었고 그의 키는 문서인보다 훨씬 컸다. 그는 먼저 문서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문씨 도련님. 육현경이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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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소이연!”문서인은 소이연의 말에 극도로 분노했다.“그렇게 소리치면 더 주목받을 텐데. 더 망신당하고 싶다면 계속해보든지.”소이연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말했다.“너!”문서인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는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속이 울렁거렸고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는 연회장을 빠져나왔다.문서인을 바라보던 소이연의 표정이 삽 시에 굳어졌다.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육현경을 발견한 그녀는 이만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육현경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에 초대해 주었으니 참가한 것이고 온 김에 민이를 보려 했던 참이었다. 다 만났으니 더 이상 남아있을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보통 이런 술잔이 오고 가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면 모를까.“소이연 씨.”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이명진이었다.“저는 육현경 씨 비서 이명진이라고 합니다. 곧 만나러 오니 기다려 달라고 전하셨습니다.”소이연은 인상을 찌푸렸다.내가 가려던 건 어떻게 안 거야!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나를 신경도 안 쓸 것 같더니.“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이명진을 육현경의 말을 전달한 후 자리를 급히 떠났다.소이연이 거절할까 봐 그랬던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이명진의 말을 듣고 있던 소이연의 표정이 굳어있었다.하지만 소이연은 결국 기다리기로 했다.이때 육민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엄마, 역시 여기 계셨네요. 저랑 같이 있어주려고 그런 거죠?”“그럼.”소이연은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사실 가려던 참이었는데 말이다.“엄마, 아빠가 그러는데 연회장 안이 답답하면 뒷문 쪽에 가든으로 가래요. 그네도 있는데 엄마랑 같이 타고 싶어요. 같이 가주세요, 네?”육민은 기쁨에 젖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육민은 소이연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갔다.그들 앞으로 걸어오던 웨이터가 발을 삐끗하는 바람에 들고 있던 와인잔과 샴페인이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떨어졌다.소이연은 재빨리 육민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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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소이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소이연이 어쩔 수 없이 연회장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문서아는 기고만장해서 뒤돌아갔다.그런데 이때.“지지직!”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문서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탑 브라 디자인인 드레스를 입었는데 찢어지는 바람에 살색의 가슴 패드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기에 그녀는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곁에 있던 소나은도 식겁했지만 문서아를 가려주지 않았다. 쳐다만 보다가 그녀와 좀 떨어진 곳으로 물러났다.문서아는 자신의 가슴을 막고는 육민을 노려보았다.문서아의 치마 자락 끝에는 깨끗하고 윤기도는 작은 구두가 있었다. 육민이 저지른 것이다.그는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아줌마, 설마 어린 저한테 배상하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 저 이제 여섯 살밖에 안되었는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화가 치밀어 오른 문서아는 목까지 빨개졌다.이 애새끼가 날 골탕을 먹이려고 내가 했던 말을 반복해?육현경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오늘이 네 제삿날이었을 거야.“아줌마, 드레스가 다 찢어졌는데 연회장에 계속 남아있는 건 실례 아닌가요? 저의 할아버지와 아빠한테 실례인 것 같은데요.”육민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면서 순진무구하게 말했다.소이연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역시 유전자의 힘인가?여섯 살짜리 애가 이렇게 잘 대처할 줄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야. 정말 똑똑하다니깐.복수를 할 생각도 없었는데 속이 시원하다!“아!”문서아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에 못 이겨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어린애한테도 질 거라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문덕수와 임지효는 딸의 고함소리에 제꺽 달려왔다. 딸의 처참한 행색에 두 사람의 낯빛은 어두워졌다.문덕수는 정장 외투를 벗어 문서아한테 걸쳐주었고 그로 하여 더 이상의 노출을 막을 수 있었다.“아빠, 쟤가 저의 드레스를 일부러 밟았어요. 흑.”문덕수를 본 문서아는 목놓아 울었다.문덕수와 눈이 마주친 육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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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문서아는 제자리에 얼어있었다. 육현경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적잖게 놀란 모습이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소리를 질렀다.“육현경 씨, 소이연이 뭐 좋은 여자인 줄 아나 본데요. 금방 귀국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이 년이 얼마나 남자를 후리고 다녔는지 모르죠? 알아주는 걸레라고요! 18살 때부터 걸레라고 소문이 자자했고 아니나 다를까 아빠도 없는 애를 임신했어요. 지금도 봐봐요. 저의 오빠랑 헤어지지도 않았으면서 현경 씨한테 꼬리치는 것 좀 봐요! 이 년한테 속지 마세요!”그녀의 말에 주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 여자가 소이연이었어. 육 씨 도련님을 어떻게 꼬셨기에... 대단하네요.”“입고 있는 드레스만 17억이라잖아요. 꼬시려고 애쓴 게 티 나네요. 이런 큰돈을...”“육 씨 작은 도련님이 소이연이라는 여자한테 엄마라고 하던데. 설마 저 여자 육씨 작은 도련님 마음부터 사로잡은 게 아닐까요?”“보통 여자가 아닌 건 확실하군요.”문서아는 주위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입꼬리를 올렸다.소이연, 기분이 어때? 육현경 씨 앞에서 정체가 폭로된 기분 말이야.현경 씨가 소이연 너 같은 여자와 더 엮이고 싶을까? 그럴 리가!소이연 너, 절대 육현경 씨랑 잘될 수 없어. 절대 용납 못해!“소이연 씨는 18살에 안 좋은 일을 겪어서 임신했을 뿐입니다. 이 일은 이연 씨 인생에서 가장 아픈 상처이자 트라우마이지 오점이 아닙니다. 그녀의 아픈 과거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처럼 조롱하고 상처를 들추기 보단요!”육현경의 차가운 목소리는 모두에게 경고하는 것 같았지만 소이연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었다.“현경 씨는 이 년한테 속은 거예요! 이 여자는 걸레...”문서아는 되려 흥분해서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지금 이 순간부터 제 귀에 소이연 씨에 관한 조롱이거나 험담이 들린다면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그녀를 손가락질하는 것은 결국 저를 손가락질하는 것과 같으니깐요. 제가 무례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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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미안해요.”문서아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오늘 느낀 수치심은 한평생 잊기 힘들 것이다.“괜찮아.”소이연은 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는데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대인배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문서아는 그녀의 모습에 더더욱 괴로워했다.문덕수는 문서아가 사과한 뒤 육현경에게 물었다.“육 씨 도련님, 저희 이만 가봐도 될까요?”“앞으로 이런 일은 없도록 하세요.”“네! 제가 따끔하게 혼내겠습니다.”문덕수는 문서아를 끌어당기더니 초라한 뒷모습만 남기고 떠났다.그들이 떠난 후, 연회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하지만 육현경과 소이연을 지켜보는 눈길은 여전히 존재했다.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두 사람이 어떻게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오늘 좀 바빠서요. 좀만 기다려 줘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아니에요. 저 혼자 가도 되는걸요...”“기다려 줘요.”육현경은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그의 말에는 거절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자상한데 박력 넘치기까지 한 이 남자를 어쩌면 좋아...“민아, 엄마 곁에 꼭 붙어있어.”육현경은 아들에게 당부했다.“네! 맡겨만 주세요!”육민은 차렷 자세를 하고서 대답했다.육현경은 만족한단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났다.소이연은 걸음을 재촉하는 육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사색에 잠겼다.그렇게 바쁜데도 나 때문에 와준 거라고?감동이긴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엄마, 그네 타러 가요.”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육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민아, 아까는 고마웠어.”“괜찮아요, 엄마. 아빠가 그러셨어요. 남자라면 엄마를 보호해 줘야 된다고요.”육민은 앳된 목소리로 당차게 말했다.그 바람에 소이연의 마음은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녀는 육민의 고사리 같은 손을 쥐고는 연회장을 나섰다.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소나은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여유롭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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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계 감독님, 오랜만에 뵙네요.”소이연이 먼저 잔을 들었다.“이연 씨는 위도 안 좋으시니 적당히 즐기시는 게 좋겠어요.”계지원도 함께 잔을 들었다.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혔다.친한 사이가 아니라 그런지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만 흘렀다.“현경이 말이에요.”계지원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육현경을 바라보았다.“참 괜찮은 애에요.”현경? 아, 육현경.소이연은 그제야 계지원이 누구를 말하는지 깨달았다.계지원은 청수 할아버지의 양아들이라 육현경과 가깝게 지냈던 것이다. 이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소이연은 육현경에 대해 말하기 싫었기에 대꾸하지 않았다.“늦었으니 먼저 가볼게요.”계지원은 와인잔을 우아하게 내려놓았다.청수 할아버지도 댁으로 돌아가셨고 육현경만이 연회장에 온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었다.“조심히 들어가세요.”소이연은 미소를 지었고 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어 보였다.계지원 이 남자는 이름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젠틀하고 지성미가 넘쳐나는 사람이기에 쉽게 호감을 사는 유형이었다.계지원이 떠난 후, 하도경과 송문수도 집으로 돌아갔다. 연회장을 나서기 전에 모두 소이연을 힐끗 바라보았지만 소이연은 못 본 척 했다.아직도 육현경 이 인간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취기가 올라서 힘든데...이때 그녀는 마침 육현경이 가든으로 가는 것을 보았지만 따라가지는 않았다.가든.“예수진.”육현경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예수진은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이거 놔.”“어디에 있었던 거야? 전화도 안 받고.”“신경 꺼.”예수진은 육현경의 손을 뿌리쳤다.“비서 차에 타고 집으로 가.”육현경은 어린애를 달래듯 말했다.예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싫어. 이 시간에 집 가는 사람이 어딨어? 좀 있다 친구랑 약속 있어.”“몇 시인데 친구를 만나? 이 늦은 밤에 약속이라고?”“21세기 사람 맞아? 11시밖에 안되었는데 뭐라는 거야.”“너 내일 촬영 있어.”“알아. 제시간에 도착...”“명진아.”육현경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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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소이연과 육현경은 거리를 둔 채 걷고 있었다.선남선녀라 그런지 뒷모습도 보기 좋았다.그들의 외모는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모두 소이연과 육현경이 연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차 안.소이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아, 너무 많이 마셨나 봐...그녀는 다른 때와 달리 과음했다. 문서인과 사귀고 있을 때 그리고 문 씨 그룹에 출근할 때는 이런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밤은...오늘 밤은 감성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나는 내가 다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마저도 내 착각이었지. 날 비판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들려올 때마다 흔들리는 내 모습이 싫어.그녀가 사색에 잠긴 사이,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육현경은 차창에 기대 곤히 잠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 그리고 아기 같은 숨소리.육현경은 차에서 내려 소이연을 안았다.소이연은 불편함을 느꼈지만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힘이 풀린 탓에 인상만 찌푸릴 뿐, 반항은 하지 못했다.“비밀번호 뭐예요?”육현경은 그녀를 안고서 물었다. 섹시한 중저음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소이연은 기분 탓인지 아니면 취해서인지 몸을 가눌 수 없었다.“제 생일...”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도어록이 열렸다.“문이 열렸습니다.”도어록의 알림음과 함께 육현경은 문을 열어 그녀와 함께 들어갔다.신발 수납장에는 두 켤레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육현경은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고 남성용 슬리퍼를 꺼내 신고 소이연의 집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푹신한 침대에 누운 소이연은 불편한 듯 끙끙거렸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육현경의 정장 외투와 몸에 딱 맞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육현경은 그녀가 신고 있는 하이힐을 벗겨주었다.뽀얀 속살과 함께 드러난 것은 발목에 난 상처였다. 하이힐을 신어서 껍질이 벗겨진 것이다.육현경은 일어나서 소이연이 걸친 검은색의 정장 외투를 벗겼으나 몸에 딱 붙는 드레스에 손을 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인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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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제가 너무 늦었죠.”육현경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중저음 목소리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었다.소이연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딱 좋아요.”모든 것이 딱 좋았다.육현경의 심장이 더 거칠게 뛰었다. 소이연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그는 아련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볼을 쓰담아주었고 눈물을 닦아주었다.소이연의 몸이 조금씩 달아올랐다.두 사람의 시선이 한곳에서 엉켰다.묘한 기류 속에서 무언가가 불타고 있었다...육현경은 소이연에게로 다가갔고 그녀는 싫지 않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남녀, 한 공간 그리고 늦은 시간.숨겨왔던 감정이 불타올라 엉키는 지금.육현경은 소이연의 부드럽고 윤기 있는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려 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볼 뽀뽀가 되긴 했지만 육현경의 뜨거운 눈빛은 오로지 소이연에게로 향했다.“미안해요.”소이연은 정중하게 거절했다.육현경은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앉았다.“제가 너무 급했네요.”그의 말에 소이연은 움찔했다.분명 아무 사이도 아닌데.분명 육현경이 화를 낸 것도 아닌데.그런데 그녀는 이유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마치 그녀가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은 것처럼 말이다.육현경은 말을 마치고 나서 나가려 했다.“저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해요.”소이연은 다급히 해석했다.육현경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소이연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제가 18살 되던 해, 저의 술잔에 누군가 약을 탔어요. 그러고 나서 모르는 남자와 성관계를 했고 깨어난 후 저는 메스꺼움만 느낄 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지 못했어요.”육현경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뒤로 어떤 남자와 신체 접촉이 있어도 몸이 거부반응을 해요. 마음이 불편하고 몸도 굳어져요. 본능적인 거부반응이죠.”소이연은 조심스럽게 육현경을 쳐다보았다.“현경 씨한테만 그런 게 아니에요.”그녀는 벌떡 일어서더니 욕실로 달려갔고 급한 마음에 욕실 문을 제대로 닫지 못했다. 욕실에서는 고통스러운 구역질 소리가 들려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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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한 편.예수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육 씨 저택에 돌아왔다.그녀는 들어가는 길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지수야, 너 왜 우리 외할아버지 생신 파티에 안 왔어? 송문수 그 개자식은 어쩌고.”“나 오늘 야근이야. 아직도 퇴근 못했어.”“네가 그런다고 송 씨 가문에서 알아줄 것 같아? 송문수 그 자식이 너한테 감사해할 것 같냐고. 걔 주변에 널린 게 여자야!”“딱히 송문수를 위해 하는 건 아니야. 나를 위해서 하는 거지.”“입만 살아가지고는.”예수진은 이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몸에 딱 붙어서 불편했던 드레스를 벗기 위해 휴대폰을 귀와 어깨 사이에 끼고는 손을 등 뒤로 뻗었다. 드레스가 허리춤까지 벗겨지던 찰나.욕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계지원이 문 앞에 서있었다.예수진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으나 못 본 척 하고는 드레스를 벗었다.“아무튼 송문수 그 개자식을 생각하면 네가 백배 더 아까워.”“알아.”“아, 말이 길어졌네. 나 요즘 장안시에서 촬영해. 시간 되면 만나자. 그 말 하려고 전화한 거야.”“그래.”“나 금방 집에 도착했어. 너도 그만하고 퇴근해. 집에 가서 푹 쉬란 말이야.”“응. 끊을게.”전화를 끊은 예수진은 자신을 등지고 서있는 계지원을 쳐다보았는데 귀가 새빨개져있었다.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걸었다.“계 감독님은 그 많은 여자를 봤으면서 왜 이러시는 거죠? 감독님 답지 않게.”계지원은 쑥스러워했다.“내 방의 욕실에 물이 새서... 그리고 네가 돌아올 줄 몰랐어.”그는 왜 그녀의 욕실에서 샤워했는지 설명했다.“오빠가 하도 난리를 쳐서요.”예수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근데 문서아랑 함께 있을 시간 아닌가? 빨리 끝났나 봐요? 시시하게.”계지원은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저 씻고 쉬어야 하니까 욕실 다 쓰셨으면 나가주세요, 외삼촌.”예수진의 말에 그는 대답했다.“너 옷 갈아입고...”“갈아입었어요.”계지원은 다시 그녀를 마주향해 섰다.예수진은 박시한 사이즈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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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그녀 방안의 책상 위에는 컵이 놓여있었다. 노란 끼가 도는 것으로 보아 꿀물인 것 같았고 종이도 한 장 남겨져있었다.“꿀물이 숙취에 좋대요. 깨나서 아침 꼭 먹어요. 빈속에 토하면 위에 안 좋으니깐요. 저 일주일 동안 출장 가요. 저를 기다려 줘요.”정갈한 글씨체는 육 씨 연회 초대장에 쓰여 있는 글씨체와 똑같았다.소이연은 꿀물을 한 모금 마셨다.목 넘김이 부드러운 건지 마음속이 따뜻한 건지 알 수 없었다.설레는 감정이 드는 게 얼마만인지.어제 육현경이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겠다 한 게 설마... 일주일 동안 출장 가서 날 못 보니까 그런 건가?소이연은 컵을 내려놓고 곧장 욕실로 향했다. 더럽혀진 드레스를 벗고는 샤워했다.더럽혀진 드레스는 쓰레기통에 넣었다.공짜로 얻은 거라 그런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그녀는 객실의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숙취 때문인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육현경이 남긴 말이 생각났다.“깨나서 아침 꼭 먹어요. 빈속에 토하면 위에 안 좋으니깐요.”그녀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하던 중,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그녀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는 한쪽에 놓았다.접시에 잘 담아서 식탁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문서인이 보낸 카카오톡 문자가 떴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문자를 확인했다.여러 장의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육현경은 예수진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으나 예수진은 인상만 찌푸릴 뿐, 다른 반항은 없었다.묘한 관계임을 나타내는 사진이었다.문서인은 또 문자를 보내왔다.“소이연, 말 좀 들어. 육현경이 너한테 진심일 것 같아? 네가 좀 이쁘장하니까 놀아보는 거지. 내가 장담하는 데, 육현경 같은 남자한테 널린 게 여자야. 넌 그중 한 명일 뿐이고.”그녀는 육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육현경이 예수진을 좋아한다던 그 말.소이연은 토스트를 먹으면서 그에게 답했다.“애도 아닌데 놀아보면 뭐 어때?”그러고는 문서인을 삭제했다.문 씨 별장.문서인은 일찍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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