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알고 지내면서 육현경은 이름 외에 자신의 가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맞습니다.”육현경이 대답하더니 이내 물었다.“언제 알았어요?”“방금.”소이연이 대답했다.“어렵지 않았어요. 성이 육 씨이고 홀아비에 씀씀이도 적지 않았으니까. 유일하게 어울리지 않은 건…”육현경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소문보다 훨씬 잘 생겼어요.”“고마워요, 칭찬으로 받아 줄게요.”“…”소이연은 그저 사실을 말할 뿐이었다.“숨길 생각은 없었어요.”육현경이 직언했다.솔직히 소이연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아직 물건을 사서 주고받는 사이까진 아니었으니까.오늘 물어본 것도 마침 17일이 육 어르신 칠순 잔치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니 시간을 내라고 했을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시킬지 그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누가 나를 소방관이라고 하길래 내가 설명하면 거짓말한다고 할 것 같아서요. 17일에 정식으로 소개를 하려고 했어요.”육현경이 아무렇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 살짝 비꼬는 느낌도 있었다.소이연은 누굴 비꼬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 사람은 항상 눈썰미가 안 좋았어요.”육현경이 피식 웃었다.문서인에 대한 평가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늦었어요. 일찍 쉬고 민이 잘 부탁할게요.”“조심히 가세요.”육현경을 보내고 그제야 소이연이 침대로 돌아왔다.살면서 처음으로 침대에 다른 누군가를 들였다.이런 느낌은 너무 묘해서 전혀 싫지 않았다.희미한 불빛에 육민이 쌔근거리면서 자는 모습이 보였다.마음이 왠지 모르게 따뜻해졌다.이튿날 아침.소이연이 간단하게 아침을 차렸다.토스트, 계란과 우유.육민은 소이연이 무엇을 만들든, 계란후라이를 태워도 연속 맛있다고 칭찬했다.칭찬 소리에 기분이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둘이서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소이연이 문을 열자 문씨 아저씨가 공손히 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이연 아가씨. 우리 집 큰도련님께서 고객을 만나야 돼서 제가 작은 도련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9-1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