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Chapter 61 - Chapter 70

1465 Chapters

제61화

“잘게.”“미안, 내가 방해했구나.”육현경이 사과할 때마다 전혀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말 같았다.나중에도 계속 ‘미안’할짓을 할 거면서 말이다.“무슨 일 있어?”“그냥 돌아왔다고 말하러 왔어.”“알았어.”소이연이 쌀쌀맞게 대했지만 육현경의 지친 모습을 보고 이내 목소리가 누그러졌다.“전화로 얘기하면 되는데 굳이 이 밤에 오고.”“너 휴대폰이 고장난 줄 알았어.”그 말 뜻은 자신의 메시지를 무시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요즘 정신없었어.”소이연이 대충 핑계를 댔다.“소연아...”“늦었어. 얼른 집에 가서 쉬어.”소이연이 바로 말을 잘라버렸다.“내일 출근해야 돼.”육현경은 뒷말을 삼키고 침묵했다.“조심히 가.”소이연이 문을 닫아버렸다.육현경은 이렇게 문전 박대를 받으면서 문이 닫히는 걸 보고만 있었다.‘착각이 아니야. 소연이 나를 피하고 있어.’그날 저녁에 느낄 수 있었다. 소이연이 점점 자신을 받아준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슨 일 때문에 또 천리 밖으로 밀어내는 건지 알 수 없었다.육현경은 어쩔 수 없이 단지에서 나왔다.단지 입구까지 바래다주었던 택시는 이미 떠나고 없다.침울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이명진이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어디 있어?”육현경의 목소리가 싸늘했다.“사모님 댁에 가신 게 아니었어요?”“당장 튀어 와!”“네. 알겠습니다.”이명진은 기사에게 방향을 틀라고 손짓했다.대표님 혹시 쫓겨난 거야?사모님 대박, 정말 특이하신 분이라니까.다른 여자들은 대표님과 하룻밤이라도 자려고 옷을 막 벗고 달려드는데!이명진은 불이 나게 육현경 앞에 도착해 공손하게 문을 열어주었다.육현경이 노려보는 시선에 등골이 오싹했다.아, 분위기 어쩔 거야역시 공기는 한기가 들 정도로 추웠다.“휴대폰이랑 지갑 줘.”육현경의 분부에 이명진은 돈을 덜덜 떨며 건네주었다.“가죠!”택시가 떠나고 이명진이 홀로 떡하니 도로에 남겨졌다.지금 시간은 새벽 3시, 멀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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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소이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패기 있게 회의실에서 나갔다.유봉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마흔을 넘은 나이에 새파랗게 어린 여자한테 위협을 당할 줄이야.홧김에 바로 소승영에게 연락했다.“상관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소승영은 전혀 소이연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져.”“알겠습니다.”유봉이 그제야 사악하게 웃었다.소이연, 너 언제까지 까불 수 있는지 두고 보자.…소이연은 장문기를 데리고 은하그룹 공장으로 갔다.노동자들이 파업을 해?갑자기 파업을 할 이유가 없었다.공장이 외곽에 있어 꽤 거리가 있었다.소이연은 점심도 먹지 않고 공장장 이창덕을 만나러 갔다.이창덕의 태도는 무례했다.생각하지 않아도 유봉과 한 통속이고 소승영의 사람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새 회장님께서 매우 젊으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젊은 분이실 줄은 몰랐습니다.”이창덕은 회장님이라도 부르면서 오히려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제 딸 나이와 비슷해 보입니다. 제 딸은 아직 아버지한테 애교만 부리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정말 분통하네요.”소이연은 못 알아들은 척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유 부장님 말로는 노동자들이 파업했다고 하던데 무슨 일입니까?”“왜겠습니까? 월급이 너무 적아서 그러죠.”“은하그룹에서 주는 월급은 용역 일대에서 주는 것에 비해 합리적이고 복리후생도 다른 공장보다 더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그런데 회장님께서 서둘러 생산을 하라고 하면 노동자들이 밤을 새면서 해야 합니다. 야근수당도 없는데 누가 가만 있겠습니까?”소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누구도 이런 말을 보고하지 않았다. 특수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특수한 방법으로 처리했을 텐데 말이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금은 꼭두각시처럼 소승영에게 계속 끌려 다니는 신세다.“회장님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없으면 저 일보러 가겠습니다.”이창덕이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소이연은 입을 꾹 다물고 공장에서 나왔다.공장 입구에 도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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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공장 2층 사무실 창가에서 이창덕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소 선생님. 소이연이 이미 직원들에게 잡혔습니다. 아마 쉽게 돌려보내지 않을 겁니다.”소승영은 소씨그룹 사무실에 앉아 시가를 피우며 전화를 받고 있다.“버릇을 고쳐줘야지.”“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목적에 달성한 소승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늙은 생강이 더 맵다고 감히 자신한테 덤벼들다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지.“아버지. 소이연이 정말 공장으로 갔어요?”소나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참 겁도 없어. 그런 인간들 무리에 혼자 가다니. 그 인간들은 수준도 떨어지고 야만적인 걸 몰라? 그러게 왜 거기 가서 갇혔대?“상관하지 마라.”소승영은 전혀 소이연의 걱정을 하지 않았다.“오늘 네게 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다.”“네.”소나은이 얌전하게 다가와 소승영 앞에 섰다.“문씨 가문에서 내게 연락이 왔다. 대외적으로 너와 문서인의 관계를 알리고 약혼식을 올리자고 하던데 왜 너는 망설이는 거냐?”소나은이 입술을 깨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비에게 숨기는 게 있어?”“아버지, 지금은 문서인과의 관계를 밝히고 싶지 않아요.”“왜? 싫은 거야?”“좋아하지만… 우리 집안 상황이 걱정이 돼요.”소나은이 일부러 심호흡을 하며 마저 설명했다.“지금 언니와 육현경 사이를 알고 계시죠? 그때 육씨 어르신 칠순 생일에 아버지도 보셨을 거예요.”“육현경이 이연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다.”소승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육현경은 물론 육씨 가문에서도 스캔들로 더러워진 여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근데 제 눈에는 보였어요. 육현경이 언니를 좋아해요.”“이연이 꼬셨겠지. 남자들이란 예쁘게 생긴 여자들에게 워낙 저항력이 없다. 아빠도 다 지나온 사람…”소승영이 말끝을 흐렸다.딸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기엔 조금 껄끄러웠다.“아무튼 육현경은 그저 호기심에 그랬을 거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그땐 가차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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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은하공장에서 소이연이 어떻게 설명을 해도 노동자들은 고집을 부렸다.소승영의 지시에 따르고 고의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다는 걸 잘 알고 있다.오늘 목이 나갈 정도로 설득을 해도 이 사람들을 위로할 수 없다.소이연은 결정을 내렸다.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아 슬며시 장문기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밖에 나가서 경찰을 불러와.”“근데 회장님 혼자서…”“걱정 마. 나 정도는 챙길 수 있어.”“알겠어요.”장문기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천천히 소이연과 떨어졌다.노동자들의 목표는 소이연이지 장문기가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장문기가 그 틈을 타 인파속을 비집고 나와 경찰에게 신고했다.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멘탈을 부여잡고 신고할 생각을 한 회장님에게 탄복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몰라 당황했었다.그저 오늘은 퇴근을 못하겠다는 한심한 생각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노동자들이 더 격노했다.“경찰이 떴다!”“분명 소이연이 신고한 거예요. 어떻게 신고를 할 수가 있어요?!”“우리 일을 처리해줄 마음이 없었던 거야!”노동자들은 초조했다.경찰들이 들어오며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공장 입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소이연은 그 틈을 이용해 빠져나왔다.“회장님 조심하세요!”장문기는 줄곧 소이연만 주시했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가 일어날까 봐.한 노동자가 격분하면서 쇠막대기를 들고 소이연의 등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다.소이연도 위험을 느끼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저 쇠막대기로 맞으면 전치 8주는 나올 것 같았다.하지만 경찰이 워낙 멀리 있어 막아줄 수도 없었다.탕!탁한 소리가 들린 순간 주변이 쥐 죽든 듯이 조용해졌다.쇠막대기를 들고 내리 치던 노동자도 깜짝 놀랐다.경찰이 달려와 그 노동자를 제압하고 꼼작 못하게 붙들었다.소이연은 두려웠지만 천천히 눈을 떴다.왠지 전혀 통증은 없고 누군가 자신을 꼭 안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고개를 돌려 봤더니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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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소이연은 망설이다가 육현경과 함께 차에 올랐다.“저기요!”그때 경찰이 다가와 닫으려는 차문을 잡았다.“같이 경찰서에 가셔서 진술하고 합의라도 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장 비서. 네가 경찰서에 가. 승윤이 차가 여기서 기다릴 거야.”“알겠습니다. 회장님 먼저 병원으로 가세요.”소이연과 이명진이 양측에서 육현경을 부축하고 마이바흐 고급차에 올라탔다.정안시립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명진이 미리 육씨 개인 의사에게 연락했다.육현경은 뒷좌석에 기대 앉아 두 눈을 감고 있다.쇠막대기로 어디를 맞은 거야?소이연은 창백한 얼굴을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뼈와 장기도 다쳤나?차마 아래까지는 보지 못하고 택시 네이비만 쏘아봤다.빨리 달리라고 재촉하듯이 말이다.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의사들이 입구에 줄을 서 있었다.차에서 내리자 간호자들이 부축했다.“으윽.”육현경의 신음 소리에 소이연이 주먹을 꽉 쥐었다.많이 아픈 거야?소이연은 의사 뒤를 따라 응급실로 들어갔다.“걱정 마.”오히려 육현경이 위로를 해왔다.소이연은 아랫입술을 물고 안쓰럽게 쳐다보았다.육현경이 출장을 갔다 온 후 한 달이나 싸늘하게 대했다.육민이 있는 접대 자리에만 나가서 육민하고 놀아주고 육현경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래도 육현경은 늘 육민을 데리고 집에 왔었다.육민의 외로움을 달려주려고 데려오는 줄 알았는데.예상치도 못하게 오늘 육현경이 공장에 나타났다.걱정이 되어 수술실 앞에서 두 주먹을 꽉 쥐고 기다렸다.세 시간이 지나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렸다.간호사들이 육현경을 밀고 나왔다,이명진이 먼저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대표님 괜찮으십니까?”소이연은 어떤 답이 나올지 너무나 무척 긴장되었다.“생명엔 지장이 없습니다. 등이 심하게 다쳤는데 근육 대부분이 손상되고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가고 허리 부분이 스쳐서 3-4주 동안 입원하셔야 합니다.”그제야 이명진이 안심하고 소이연도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시켰다.“병실로 옮기겠습니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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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소이연의 가슴이 떨렸다.감동받지 않았다면 순 거짓말이다.하지만…애써 자신의 정서를 누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다른 사람한테도 그러니?”다른 여자들한테도 목숨을 거냐고?“너.한.테.만.”육현경이 한 글자마다 강조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좀 특별하다는 건가?”육현경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왠지 질문에 다른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근데 공장에는 왜 왔어?”육현경이 대답하기 전에 소이연이 화제를 돌려버렸다.그의 개인적인 일을 물을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승윤이 네가 공장에 갔다고 했어. 네가 당할까 걱정이 돼서 간 거야. 그 시간에 도착해서 다행이지.”아니면 이 침대에 누워 있을 사람은 소이연이다.만약 정말 그랬다면 얼마나 슬퍼할지 상상도 못하겠다.소이연의 눈동자가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아버지가 직원들을 매수해서 그렇게 시킨 거야.”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예전부터 내가 은하그룹을 인수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어. 나를 쫓아내기 위해서 그런 꿍꿍이를 꾸민 거야.”“내가 도와줄까?”“네가 끼어드는 게 싫어.”소이연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육현경이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그게 무슨 뜻인지 소이연은 알고 있다.“너까지 다치게 하다니 두고 봐. 내가 반드시 벌을 받아 마땅한 자들은 한 명이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이연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소씨 가문에 대한 참을성도 이젠 한계를 넘어섰다.전에 성한 곳이 없이 상처를 받았지만 복수란 건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다.어쨌든 소 씨 성을 가진 이상 서로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다 생각했었다.그런데 양보를 하면 할수록 이 인간들은 염치도 모르고 계속 괴롭혔다.이런 인간들에게 애초부터 선한 마음을 갖지 말았어야 했다.“알았어.”육현경이 대답했다.소이연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하고 시선이 닿는 범위 내에서 눈 감아 주기로 했다.그때 소이연의 휴대폰 소리가 울렸다.번호를 확인하니 베란다로 가서 받았다.“회장님. 진술은 끝났습니다. 회장님을 해쳤던 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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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게다가 육현경은 너무 완벽해서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았다.따뜻한 영양죽을 먹고 나니 속이 한결 좋아졌다.그동안 일만 하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했다.배부르게 먹었더니 슬슬 피곤이 몰려와 소파에 기대어 잠들었다.눈을 떴을 때 이미 밤이 되었다. 누가 덮어줬는지 이불까지 덮고 있었다.“깼어?”그때 나지막한 굵은 소리가 들렸다.소이연이 깜짝 놀랐다. 여기 어딘지 까먹을 뻔했다.육현경은 그 반응이 왠지 귀여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소이연은 어색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애써 태연한 척하며 소파에서 일어섰다.벽에 걸린 시계를 봤더니 세 시간이나 잔 것이다.병간호를 한다면서 환자보다 더 자버렸다.“화장실 갈래?”소이연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어색한 분위기를 어찌 해보려고 했지만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더 어색해졌다.“내 말은…”“가고 싶어.”육현경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소이연이 물끄러미 쳐다봤다.“가면 안 돼?”육현경이 억울한 척 물었다.“아, 아니.”소이연이 연신 고개를 가로젓더니 다시 물었다.“어떻게 할 거야? 뭐 세숫대야라도 갖고 올까?”“누워서 못해.”“그럼…”“일어날 수 있어.”“그럼 간호사 부를게.”“날 부축해주면 돼. 그리 무겁지 않아.”“…”무거운 문제가 아니잖아?소이연은 이를 악물고 조심스럽게 부축했다.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의사가 누워있으라고 했는데 이래도 되겠어?”“괜찮아.”소이연은 더는 상관하지 않았다.화장실이 급한 마당에 따져도 소용없다.육현경을 부축해 일어 세우자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아파?”소이연이 긴장하며 물었다.“아니.”“…”안 아픈 척 허세 부리긴.속으로 그렇게 말해도 아주 조심스럽게 화장실까지 부축해줬다.화장실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였다.“나 못 버티겠어.”그 말은 혼자 설 수 없다는 말이다.“금방 끝나.”“…”지금 빠르고 늦은 문제 아니라고!순순히 돌아서 등을 내주며 육현경이 기대게 했다.‘안 무겁기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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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소이연은 안간힘을 쓰며 육현경을 침대에 눕혔다.VIP병실은 스위트룸이라 간호사와 간병인은 거실에 있고 침실에 소이연과 육현경 둘만 있었다.비서 이명진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한 방에 있으니 왠지 어색했다.“과일 먹을래?”소이연이 먼저 말을 걸었다.“응.”“사과 줄까?”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사과였다.“그래.”“알았어.”소이연이 먼저 사과를 씻고 과도로 깎기 시작했다.워낙 과일을 잘 안 먹어서 집에 과일이 거의 없기도 했고 출국을 하든 문씨 집에 있든 바쁘고 지금 은하그룹을 관리하면서 정신없다 보니 직접 사과를 깎아 먹는 일이 없었다.그러다 보니 사과 껍질을 되는 대로 깎아버린 결과는 참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이걸 줘도 되나?’슬며시 고개를 들어 육현경을 봤다. 그의 눈이 웃고 있다.“다 깎았어?”“웃지 말고 먹어.”뒤에 숨긴 사과를 앞으로 내밀었다.사과를 보던 육현경이 평가했다.“참 정교하게 생겼네.”칭찬이야? 아님 비꼬는 거야?“안 먹을 거야?”“먹여줘.”“손이 없어?”“힘 없어.”아까 내 어깨에 손을 얹고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더라?어이없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입가에 가져갔다.육현경이 한입 베어 물 때 입술이 손가락에 살짝 닿았다.소이연은 입술에서 전해지는 온화한 촉감을 느끼고 살짝 떨었다.“엄청 달아. 너도 먹어볼래?”“난 괜찮아. 과일 잘 안 먹어.”소이연이 거절했다.그것도 다급하게 거절했다.육현경이 가볍게 웃으면서 사과를 한 입 한 입 천천히 먹었다.겨우 한 알을 다 먹었다.소이연은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서 손을 씻기 바빴다.“위 안 좋아? 삼촌 말로는 네가 위출혈이 있다던데.”두 사람 분위기가 너무 어색한 건 싫어서 육현경이 먼저 화제를 돌렸다.“그날은 내가 너무 마셔서 그래.”소이연이 가볍게 받아쳤다.“그때 한 번만?”육현경이 다시 물었다.“아니…”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여자가 접대 자리에서 손해보지 않으려면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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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겨우 저녁밥을 먹여주고 이명진은 도망치듯이 침실에서 나갔다.친절하게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소이연이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11시.집에 가려고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내 몸 좀 닦아줘.”육현경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소이연은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의사가 당분간 샤워하지 말라고 해서.”“…”알고는 있지만 몸을 닦아줘도 되나?“남자가 내 몸을 건드리는 건 익숙하지 않아.”육현경이 설명했다.소이연의 머릿속에 이명진과 간병인이 스쳐 지나갔다. 둘 다 남자다.“닦지 않으면 오늘 저녁 제대로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수고해줘.”소이연이 숨을 들이마셨다.옛사람들의 말로는 작은 은혜도 두 배로 갚으라 했거늘.하물며 육현경에게 받은 은혜는 작은 것이 아닌 이상 따뜻한 물을 받아 침대 옆에 놓았다. 그리고 수건을 꼭 짜서 육현경에게 다가갔다.“눈 감아. 먼저 얼굴부터 닦을게.”육현경이 눈을 감으며 협조했다.따뜻한 물수건으로 부드럽게 얼굴을 닦아내고 수건을 한 번 헹구고 이번엔 목을 닦아주었다.쇄골에 닿았을 때 소이연이 물었다.“몸도 닦아야 돼?”“응.”소이연은 수건을 놓고는 눈 딱 감고 환자복을 벗겼다.환자복 안에 감춰진 남자의 가슴이 눈에 띄었다.웃통을 벗은 남자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다.문씨네 연예인들이 모델 사진을 찍을 대도 웃통을 벗고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하지만 이번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육현경의 상반신 근육선은 완벽하고 섹시했다.수건을 통해서도 가슴 근육과 복근의 탄력이 느껴질 정도였다.소이연은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열심히 닦았다.팔뚝과 허벅지도 꼼꼼하게 닦았다.닦고나서 왠지 숨이 차는 것 같았다.지쳐서 인지 아님…소이연이 세숫대야를 들고 떠나려고 할 때였다.“여기 안 닦았어.”육현경이 일깨워주었다.소이연은 대야를 꽉 쥐면서 몸을 떨었다.이 자식이 점점 더 들이대네?“내가 할게.”육현경이 덧붙였다.그 말에 소이연이 이를 악물었다.왠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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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일 다 보고 올게.”소이연은 그래도 승낙했다.“알았어.”육현경은 전혀 사양하지도 않고 활짝 웃어 보였다.소이연이 병원을 떠나자 그제야 이명진이 병실로 들어갔다.“대표님.”“화장실 갈 테니까 부축해줘.”육현경이 분부했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왜 사모님한테 부탁하지 않았어요?”육현경이 흘겨보자 바로 말을 바꾸었다.“대표님은 그런 남자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어요.”“…”육현경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그저 소이연에게 빈뇨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이명진이 부축해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 육현경은 눈을 의심했다.“대표님 제가 바지를 벗겨 드릴까요?”이명진이 정성스럽게 시중을 들려 했다.대표님께서 사랑에 빠진 이후로 ‘총애’를 잃어서 아무리 아부해도 돌아온 건 싸늘한 태도였다.하지만 기회가 올 때마다 아첨하고 싶은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나가!”육현경이 차갑게 말했다.뭐가 또 불만인데?이명진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에서 나왔다.육현경은 쓰레기 통에 버려진 수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내가 얼마나 싫었으면……이튿날 아침 소이연이 출근을 했을 때 소나은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나은이 소이연 뒤를 따라 사무실까지 들어왔다.“언니. 어제 아빠가 몇 번을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화난 말투였다.“병원에 있었어. 배터리가 다 나갔기도 했고.”소이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충전을 했으면 아빠한테 전화라도 했어야지.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알아?”“정말 나를 걱정했을까?”소이연이 의자에 앉으며 차갑게 노려봤다.소나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역시 소이연을 속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나 할 일이 많아. 다른 일이 없으면 나가.”소나은은 반박도 못하고 나가버렸다.사무실에서 나가자마자 소승영에게 연락했다.…한편, 소이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소승영을 하루 종일 무시했으니 이젠 받아줘야 할 때다.“소이연! 이젠 내 전화도 안 받는다 이거냐?”“하.”소이연이 코웃음을 쳤다.“아빠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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