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저녁밥을 먹여주고 이명진은 도망치듯이 침실에서 나갔다.친절하게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소이연이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11시.집에 가려고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내 몸 좀 닦아줘.”육현경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소이연은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의사가 당분간 샤워하지 말라고 해서.”“…”알고는 있지만 몸을 닦아줘도 되나?“남자가 내 몸을 건드리는 건 익숙하지 않아.”육현경이 설명했다.소이연의 머릿속에 이명진과 간병인이 스쳐 지나갔다. 둘 다 남자다.“닦지 않으면 오늘 저녁 제대로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수고해줘.”소이연이 숨을 들이마셨다.옛사람들의 말로는 작은 은혜도 두 배로 갚으라 했거늘.하물며 육현경에게 받은 은혜는 작은 것이 아닌 이상 따뜻한 물을 받아 침대 옆에 놓았다. 그리고 수건을 꼭 짜서 육현경에게 다가갔다.“눈 감아. 먼저 얼굴부터 닦을게.”육현경이 눈을 감으며 협조했다.따뜻한 물수건으로 부드럽게 얼굴을 닦아내고 수건을 한 번 헹구고 이번엔 목을 닦아주었다.쇄골에 닿았을 때 소이연이 물었다.“몸도 닦아야 돼?”“응.”소이연은 수건을 놓고는 눈 딱 감고 환자복을 벗겼다.환자복 안에 감춰진 남자의 가슴이 눈에 띄었다.웃통을 벗은 남자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다.문씨네 연예인들이 모델 사진을 찍을 대도 웃통을 벗고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하지만 이번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육현경의 상반신 근육선은 완벽하고 섹시했다.수건을 통해서도 가슴 근육과 복근의 탄력이 느껴질 정도였다.소이연은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열심히 닦았다.팔뚝과 허벅지도 꼼꼼하게 닦았다.닦고나서 왠지 숨이 차는 것 같았다.지쳐서 인지 아님…소이연이 세숫대야를 들고 떠나려고 할 때였다.“여기 안 닦았어.”육현경이 일깨워주었다.소이연은 대야를 꽉 쥐면서 몸을 떨었다.이 자식이 점점 더 들이대네?“내가 할게.”육현경이 덧붙였다.그 말에 소이연이 이를 악물었다.왠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물
“일 다 보고 올게.”소이연은 그래도 승낙했다.“알았어.”육현경은 전혀 사양하지도 않고 활짝 웃어 보였다.소이연이 병원을 떠나자 그제야 이명진이 병실로 들어갔다.“대표님.”“화장실 갈 테니까 부축해줘.”육현경이 분부했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왜 사모님한테 부탁하지 않았어요?”육현경이 흘겨보자 바로 말을 바꾸었다.“대표님은 그런 남자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어요.”“…”육현경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그저 소이연에게 빈뇨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이명진이 부축해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 육현경은 눈을 의심했다.“대표님 제가 바지를 벗겨 드릴까요?”이명진이 정성스럽게 시중을 들려 했다.대표님께서 사랑에 빠진 이후로 ‘총애’를 잃어서 아무리 아부해도 돌아온 건 싸늘한 태도였다.하지만 기회가 올 때마다 아첨하고 싶은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나가!”육현경이 차갑게 말했다.뭐가 또 불만인데?이명진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에서 나왔다.육현경은 쓰레기 통에 버려진 수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내가 얼마나 싫었으면……이튿날 아침 소이연이 출근을 했을 때 소나은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나은이 소이연 뒤를 따라 사무실까지 들어왔다.“언니. 어제 아빠가 몇 번을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화난 말투였다.“병원에 있었어. 배터리가 다 나갔기도 했고.”소이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충전을 했으면 아빠한테 전화라도 했어야지.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알아?”“정말 나를 걱정했을까?”소이연이 의자에 앉으며 차갑게 노려봤다.소나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역시 소이연을 속일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나 할 일이 많아. 다른 일이 없으면 나가.”소나은은 반박도 못하고 나가버렸다.사무실에서 나가자마자 소승영에게 연락했다.…한편, 소이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소승영을 하루 종일 무시했으니 이젠 받아줘야 할 때다.“소이연! 이젠 내 전화도 안 받는다 이거냐?”“하.”소이연이 코웃음을 쳤다.“아빠 전화
소승영은 가까스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눌렀다.“어떻게 하면 합의 볼 건데?”“아빠는 왜 자꾸 합의 보려 하세요? 현경이 저를 대신해 그 몽둥이를 맞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미 죽었을 거라고요!”소이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안다. 너도 많이 무서웠을 테지. 하지만 나도 은하그룹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이 일이 밝혀지면 은하그룹에 대한 타격이 얼마나 큰지 넌 알잖니. 어쨌거나 우린 가족이고 내가 은하그룹에 몸을 담은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어. 나도 우리 그룹에 감정이란 게 있고 사명감이 있단다. 나는 은하 그룹의 직원들한테까지 영향 가는 걸 원치 않아.”은하그룹에 대해 설명하는 소승영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소이연은 그의 모습에 차가운 표정으로 일관했다.말은 그럴싸해 보여도 소이연 때문에 자신이 피해 입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소이연은 체념한 듯 대답했다.“아빠가 이렇게까지 얘기하시니 합의하는 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게요.”“합의할 마음이 생긴 거니?”소승영은 입꼬리가 씰룩댔다.“하지만 조건이 있어요.”“말해보거라.”“첫째, 현경이 상태가 좋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 맞아서 입원까지 했는데 입원 기간 모든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세요. 의료비, 입원 비용, 식비, 간호인 고용비용 그리고 위자료까지요. 하나도 빠짐없이 지불해야 합의 볼 거예요.”소승영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육씨 도련님이 입원했다면 최고의 설비와 제일 유명한 의료진이 투입될 텐데 그 금액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가해자는 감당할 수 없는 액수라 결국 소승영이 대신 지불해야 될 것이다.“그래.”소승영은 간신히 대답했다.“둘째, 가해자더러 직접 와서 저와 현경이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 은하그룹에서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고요.”“응.”소승영은 대충 듣고는 대답했다. 그와는 별 상관없는 얘기이기 때문이다.“셋째, 은하그룹 공장장 이창덕 그리고 생산부 부장 유봉보고 사퇴하라 하세요. 자발적으로요.”“그것만은 안 된다!”소승
소나은은 소이연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 소승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육현경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향했다.그녀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전에는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기에 불쑥 나타나면 그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지금 그의 병문안을 가는 것만큼 좋은 핑계는 없었다.그녀는 남자의 마음을 홀리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똑똑.그녀는 병실 문을 두드렸다.“아, 현경 씨. 안녕하세요.”소나은은 백합 꽃다발을 안고서 눈웃음을 지으며 들어갔다.누워있어도 조각낸 것처럼 잘생겼어!하지만 육현경의 표정은 어두웠다.“저는 소나은이라고 해요. 소이연 친 동생이에요.”소나은은 자기소개를 하기에 급급했다.“배가 다른 동생이겠죠.”육현경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소나은은 당황했으나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맞아요. 아, 오늘 언니가 바쁘다고 저더러 현경 씨한테 가보라고 했어요. 저희 은하공장 노동자가 현경 씨를 다치게 한 일에 대해 유감을 표시합니다. 제가 은하그룹을 대표해서 이렇게 사과할게요. 죄송해요...”육현경의 눈빛은 여전히 매서웠다.“이연이가 그쪽더러 와보라 했다고요?”“화나셨구나... 언니가 은하그룹을 맡은지 얼마 안 되다 보니까 업무가 좀 많아서 시간이 안된대요. 화내지 마요.”소나은은 소이연을 감싸고돌았다.내가 소이연한테서 문서인도 뺏어왔는데 육현경이라고 해서 어려울 건 없지. 남자들 다 똑같다고!“아, 그래요?”육현경은 그녀를 비웃듯 말했다.“제가 기억하기로는 그쪽이 이연이 예비 신랑을 꼬셔서 뺏었다던데. 그런데도 이연이가 그쪽더러 저의 병문안을 오라고 시키던 가요?”그의 직설적인 발언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소나은은 구구절절 설명하느라 바빴다.“현경 씨, 뭔가 잘못 알고 계시네요. 저와 언니 그리고 문서인 씨 사이에 있었던 일은 다 오해예요. 혹시 언니가...”“그쪽과 문서인 사이의 일에 대해 그다지 알고 싶지 않고요.”육현경은 소나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의사 선생님이 저더러 절대적인 안
그의 말에 소나은은 제자리에 굳었다.“죄송해요.”소나은은 불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시울이 빨개졌다.“현경 씨가 백합꽃 알레르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다음부터 주의할게요...”“백합 말고 그쪽한테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아요.”육현경은 또박또박 대답했는데 살기가 넘쳤다.“다음부터 제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부탁입니다.”소나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이 남자... 지금 뭐라 한 거야?어릴 적부터 쭉 남자들이 주는 사랑만 받고 자랐는데... 지금처럼 모욕적인 일은 없었어.나처럼 귀엽고 나약한 여자를 안 좋아하는 남자가 없었다고!소이연, 너 때문이야!네가 있으니까 현경 씨가 고의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그녀는 겨우 진정하고는 백합 꽃다발을 들고 병실에서 나갔다. 나가면서도 눈물을 훔치는 것이 배우 뺨치는 연기 실력이었다.소이연은 그런 소나은을 쳐다보았다.인정하긴 싫지만 복수의 쾌감은 아주 컸다.학창 시절부터 소나은에게 구애하는 남자가 줄을 섰다.왜 모든 남자들은 다 소나은, 이 여우 같은 여자한테 끌릴까?그런데 육현경만큼은 그러지 않았다.앞으로의 일은 짐작할 수 없지만 지금은 속이 통쾌했으니 그걸로 됐다.“이연아, 왔어?”육현경은 부드럽게 소이연을 불렀고 그제야 그녀는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육현경 침대 곁에 앉자마자 본론부터 얘기했다.“내가 말했지? 너 다친 거 그 사람들한테 100배 갚아줄 거라고.”“그랬지.”“은하그룹에는 온통 아빠의 사람들이 깔려있어. 그래서 아빠와 맞서려면 내 쪽에 서줄 사람들이 필요해. 하지만 지금 마땅한 증거도 없어서 그 사람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어. 그리고 은하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일을 만들어서 더 큰 타격을 입힐 생각도 없고. 그래서 너한테 물질적으로 보상해 줄 생각이야. 이게 내 최선인걸.”“물질적인 거라면 돈?”육현경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네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이 돈인 걸 알아. 하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아니, 넌 더 많은 걸 할 수 있어.”소이연은
소이연은 육현경의 병실에 남아있었다.그녀는 노트북을 켜고서는 업무를 처리하기에 바빴지만 육현경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그녀는 행복했다.고도로 집중할 때에는 육현경이 뭐라 하는지 들리지도 않았다.그럴 때면 그는 눈치 있게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는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그의 병실 앞을 지나던 이명진은 이 장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환자가 이래도 되는 거야?그는 그의 보스 육현경이 “현모양처”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빨리 지나가자.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 아무것도 못 봤어. 두 사람 눈에 안 띄는 게 좋아.소이연은 회사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기지개를 켜려고 할 때 문뜩 노트북 옆에 놓여있는 접시를 발견했다. 이쑤시개와 함께 놓여있는 건 그가 직접 깎아준 사과였다.그녀는 냉큼 한 조각 집어먹었다.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사과가 유난히 맛있네.한 조각 또 한 조각.그녀는 먹으면서 노트북에만 집중했다. 그녀는 곧 이상함을 감지했다.이 병실 안에는 그녀와 그뿐인데 업무를 보던 그녀가 아니라면 이 사과를 깎을 사람은…그녀가 육현경을 쳐다보자 그는 침대에 반쯤 기대앉아 웃고 있었다.“네가 깎은 거야?”소이연은 놀라워했다.“그럼 누가 했겠어?”육현경은 어깨를 으쓱했다.“넌 환자잖아.”“그래서 뭐? 팔다리가 멀쩡하기만 한데.”아니, 내 뜻은 내가 환자인 너를 돌봐야 한다는 건데.누가 너 팔다리 문제 있다 했어?그녀는 불현듯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그녀는 육현경을 위해 과일을 깎았지만 그처럼 세심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깎지 않고 크게 썰어서 그에게 줬었다. 그녀는 육현경과 비하면 자신이 너무 대충 해준 것 같아 반성했다.“사실 난 평소에 과일을 자주 먹지 않아.”소이연은 그에게 사실을 알려줬다. 또한 과일을 자주 먹지 않아서 디테일에 신경을 못 쓴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그럴 것 같았어.”육현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 앞에 놓인 접시에 사과가 제일 작은 두 조각만 남은 것을 발견했다.“큼. 오늘 사과가 유난히 맛
“아니라고 하지 마.”육현경은 소이연이 답하기도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나도 사람이야. 너의 마음 다 느껴진 다고.”그를 속일 생각을 하지 말란 뜻이었다.소이연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육현경을 쳐다보았다.“난 네가 다 아는 줄 알았어.”“네가 말하지 않는 이상 난 몰라.”육현경은 말을 에둘러 하지 않았다.“난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아. 현경 씨한테 얘기했듯이 난 당신의 사랑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소이연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그런데도 날 추구한 건 너야.”그녀는 인정하기 싫었다. 아니, 예수진 때문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그와 만나려면 제3자는 가뿐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그니까 이연 씨는 내가 자꾸 들이대서 흔들렸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나와 거리를 뒀다, 이거네?”육현경은 꼬치꼬치 물었다.소이연은 침묵으로 대답했다.누가 아니랬어? 육현경 이 남자, 어떻게 내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거지?거리를 둬야겠어.“내가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행동했나 봐. 앞으로 자제할게.”“현경 씨, 때로는 포기도 일종 선택이야.”소이연도 진지하게 대답했다.“우리는 친구로 지낼 수도 있어. 민이가 날 그렇게 좋아하는데… 나도 민이를 많이 아끼고 좋아해. 이 인연을 토대로 현경 씨만 동의한다면 민이를 내 양아들로 삼고 싶어. 친한 친구 사이에 서로의 자식을 양아들로 삼는 게 보편적이잖아.”“이연 씨, 이상한 생각은 집어치워.”소이연은 육현경이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그는 한치의 여지도 없이 거절했다.“민이의 엄마가 되어주든지 아니면…”육현경은 입술을 깨물었다.아니면 뭐? 아무 사이도 아니란 거야 뭐야!“아니면 내 아내가 되어줘.”같은 말 아니야?“응. 네 선택이 맞아. 너에겐 선택지가 없어.”육현경은 소이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현경 씨. 후회하게 될 거야.”소이연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후회했었어.”“어..?”“나 화장실 가
소나은은 소이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쳐다만 봤다.그녀는 소이연이 자신을 불러서 육현경의 병문안을 간 일에 대해 말할 줄 알았다. 소이연이 분명 자신의 속내를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대범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소이연은 어제의 일을 언급도 하지 않았으나 소나은은 그녀가 신경 쓰일 것이라고 짐작했다.소이연은 어릴 적부터 소나은의 곁에 남자들이 줄을 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소이연은 지금 그녀와 업무상의 일만 얘기했다. 더군다나 이창덕과 유봉을 사퇴시키는 건 소이연의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아버지의 왼팔 오른팔이었으니 소이연을 위해 한 몸 바쳐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소이연은 이제 와서 그 권력을 소나은에게 주었다. 하지만 소나은도 아버지 쪽 사람인데 소이연은 왜 헛수고를 하는 걸까?소이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하지만 소나은은 태연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그녀는 소이연이 설계한 함정에 빠질까 봐 두려웠다.소이연이 설마 나한테 어쩌지는 않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지…혹시 혼자서 너무 바빠서 나한테 권력을 주는 건가?필경 그녀는 육현경한테 신경이 쏠려 어제 병원에서 그와 함께 잤다. 아니나 다를까, 소이연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육현경을 보러 병원에 가려 했다.“네. 좋아요.”소나은은 시원하게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우리는 가족이고 제가 은하그룹에서 일한 지도 시간이 좀 되었으니 언니를 위해서, 또한 은하그룹을 위해서 잘 해보도록 할게요.”소이연은 그저 웃어 보였다.“수고해.”“언니, 별말씀을요.”“좀 있다가 이사진 회의에 꼭 참석해. 나가봐.”“네, 언니.”소나은은 소이연의 사무실을 나갔다.고의적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는데도 소이연은 그녀에게 어제의 일을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신경 안 쓰이나?아니면 날 건드리면 자신의 일을 돕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인가?아마도 후자겠지.……은하그룹 이사진 회의실.회의 때마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