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하지 마.”육현경은 소이연이 답하기도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나도 사람이야. 너의 마음 다 느껴진 다고.”그를 속일 생각을 하지 말란 뜻이었다.소이연은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육현경을 쳐다보았다.“난 네가 다 아는 줄 알았어.”“네가 말하지 않는 이상 난 몰라.”육현경은 말을 에둘러 하지 않았다.“난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아. 현경 씨한테 얘기했듯이 난 당신의 사랑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소이연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그런데도 날 추구한 건 너야.”그녀는 인정하기 싫었다. 아니, 예수진 때문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그와 만나려면 제3자는 가뿐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그니까 이연 씨는 내가 자꾸 들이대서 흔들렸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나와 거리를 뒀다, 이거네?”육현경은 꼬치꼬치 물었다.소이연은 침묵으로 대답했다.누가 아니랬어? 육현경 이 남자, 어떻게 내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거지?거리를 둬야겠어.“내가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행동했나 봐. 앞으로 자제할게.”“현경 씨, 때로는 포기도 일종 선택이야.”소이연도 진지하게 대답했다.“우리는 친구로 지낼 수도 있어. 민이가 날 그렇게 좋아하는데… 나도 민이를 많이 아끼고 좋아해. 이 인연을 토대로 현경 씨만 동의한다면 민이를 내 양아들로 삼고 싶어. 친한 친구 사이에 서로의 자식을 양아들로 삼는 게 보편적이잖아.”“이연 씨, 이상한 생각은 집어치워.”소이연은 육현경이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그는 한치의 여지도 없이 거절했다.“민이의 엄마가 되어주든지 아니면…”육현경은 입술을 깨물었다.아니면 뭐? 아무 사이도 아니란 거야 뭐야!“아니면 내 아내가 되어줘.”같은 말 아니야?“응. 네 선택이 맞아. 너에겐 선택지가 없어.”육현경은 소이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현경 씨. 후회하게 될 거야.”소이연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후회했었어.”“어..?”“나 화장실 가
소나은은 소이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쳐다만 봤다.그녀는 소이연이 자신을 불러서 육현경의 병문안을 간 일에 대해 말할 줄 알았다. 소이연이 분명 자신의 속내를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대범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소이연은 어제의 일을 언급도 하지 않았으나 소나은은 그녀가 신경 쓰일 것이라고 짐작했다.소이연은 어릴 적부터 소나은의 곁에 남자들이 줄을 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소이연은 지금 그녀와 업무상의 일만 얘기했다. 더군다나 이창덕과 유봉을 사퇴시키는 건 소이연의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아버지의 왼팔 오른팔이었으니 소이연을 위해 한 몸 바쳐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소이연은 이제 와서 그 권력을 소나은에게 주었다. 하지만 소나은도 아버지 쪽 사람인데 소이연은 왜 헛수고를 하는 걸까?소이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하지만 소나은은 태연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그녀는 소이연이 설계한 함정에 빠질까 봐 두려웠다.소이연이 설마 나한테 어쩌지는 않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지…혹시 혼자서 너무 바빠서 나한테 권력을 주는 건가?필경 그녀는 육현경한테 신경이 쏠려 어제 병원에서 그와 함께 잤다. 아니나 다를까, 소이연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육현경을 보러 병원에 가려 했다.“네. 좋아요.”소나은은 시원하게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우리는 가족이고 제가 은하그룹에서 일한 지도 시간이 좀 되었으니 언니를 위해서, 또한 은하그룹을 위해서 잘 해보도록 할게요.”소이연은 그저 웃어 보였다.“수고해.”“언니, 별말씀을요.”“좀 있다가 이사진 회의에 꼭 참석해. 나가봐.”“네, 언니.”소나은은 소이연의 사무실을 나갔다.고의적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는데도 소이연은 그녀에게 어제의 일을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신경 안 쓰이나?아니면 날 건드리면 자신의 일을 돕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인가?아마도 후자겠지.……은하그룹 이사진 회의실.회의 때마
소이연과 지내본 사람들은 늘 그녀의 똑똑한 면에 탄복했었다.모두 소이연의 속내를 추측하고 있을 때, 그녀는 다른 화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제가 은하그룹에 온 지도 두 달쯤 되어가고 있는데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그리고 저의 동생 소나은 씨의 도움 하에 회사에 잘 적응해하고 있어요. 회사 경영에 서투르지만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아무도 소이연의 말에 박수 쳐주지 않았다.소이연이 그녀에게 권력을 쥐여주었지만 소나은은 아무 반응 없었다.소이연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저희 회사에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불합리한 점은 고쳐나가는 게 맞죠.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께 알릴 사항은 바로 인사 변동입니다. 은하그룹의 일부 직원들의 직무 변동이 있을 겁니다. 아, 물론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도 말이죠.”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회의실 안은 수군대는 소리로 가득 찼다.인사 변동은 직원들에게 있어서 아주 큰 사건인데 소이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소식을 선포했다.“인사 변동 인원 명단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저를 찾아오시거나 총괄 경영자를 찾아가도 되고요. 명단에서 제외된 이사진들은 해당 부문의 직원들에게 잘 설명해 주세요. 인사 인계 절차를 잘 밟으셔야만 회사 운영에 지장이 가지 않으니깐요.”소이연은 스크린에 명단을 띄워놓고 읽어내려 갔다.“인사팀 총감독 임현재는 경영지원부 차량 운용 부장, 인사팀 부감독으로 인명…”소이연의 말이 끊나기도 전에 임현재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네? 저더러 차량을 관리하라고요?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아니요. 임현재 씨는 제가 말한 이 자리가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인사팀 총감독은 지금 인사팀 부감독을 맡고 있는 오흥민 씨가 적합하고요.”“제가 은하그룹에 몸을 담은지 10년이 되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다른 자리에 안배하시다니… 너무 하신 거 아…”“임현재 씨.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저를 직접 찾아오거나 총괄 경영자 소나은 씨를 찾아
소나은은 더는 버틸 수 없었다.직원들을 사무실에서 내보내고 퇴근하려는데 임현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그녀의 사무실 책상 위로 던졌다.“이봐요, 소나은 씨. 내가 당신 그리고 당신 아버지한테 얼마나 지극정성이었는데 나한테 이러는 거죠?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지금 저를 파면한다고요?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어디도 못 가요. 당장 설명해요!”소나은은 임현재의 기세에 사뭇 놀랐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구조 전화를 걸려 했지만 잠금을 해제하기도 전에 임현재한테 뺏겨버렸다.“임 감독님, 진정하세요!”소나은은 긴장해하면서 그의 정서를 진정시키려 했다.“감독님이 파면 당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언니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저도 잘 몰라요. 미리 저와 상의를 한 것도 아니고요. 제가 알았다면 무조건 언니를 말…”“거짓말! 이제야 보이네요. 소씨 가문의 더러운 속내가 이제야 보인다고요!”임현재는 소나은의 말을 듣지는 않았다.“당신과 당신 아버지 그리고 소이연 씨 사이에 불화가 있어서 소이연 씨를 끌어내리려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멍청하네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피는 못 속이나 보죠? 당신들이 짜고 친 판이 아니라면 은하그룹에 이런 인사 변동은 없었을 거라고요!”“임 감독님, 오해예요! 언니가 은하그룹을 독차지하려 했지만 저와 아버지가 간신히 제지시켰고 언니를 회사에서 내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언니가 독차지 한 것들을 다시…”“닥쳐!”임현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당신과 소이연 사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계속 지켜봤는데 여러 번 소이연 사무실로 가더군! 비밀을 지키라고까지 한 걸 보면 인사 변동에 관한 얘기겠지. 그리고 이창덕과 유봉도 자발적인 사직이 아니라 소승영이 쫓은 거잖아! 그 두 사람은 소승영의 왼팔 오른팔이었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내쫓다니… 당신네 집안사람들, 피도 눈물도 없는 독한 것들이야!”“임 감독님, 오해예요. 소이연이 설계한 판에서 우리가 놀아나고 있는 거라고요! 임 감독이 저와 아버지를 오해
이명진은 은하그룹의 최근 이슈를 회보했다. 그러고는 진심으로 탄복했다.“역시 사모님! 아주 완벽한 판을 짜셨어요. 홀로 은하그룹에 가셔서 늘 쫓겨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4달도 채 되지 않아서 은하그룹의 절대적 지배권을 쟁취하셨어요.”그의 말을 듣던 육현경은 큰 반응은 없었지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이건 내부 소식인데요. 임현재가 소승영의 만행을 도처에 퍼뜨리고 있대요. 배은망덕하다느니, 교활한 여우 같다느니… 거기에 이창덕과 유봉도 합세해서 소승영의 위신이 바닥까지 떨어졌어요. 심지어 소씨 그룹 주가도 영향받았대요. 또한 은하그룹에서 소승영을 믿는 사람이 없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모님한테 충성해야 하는 상황이래요.”육현경은 따듯한 차를 여유롭게 마시면서 이명진이 소이연에 대한 숭배심이 담긴 말을 듣고 있었다.“은하그룹에서 사모님께 걸림돌이 될만한 사람은 소나은 뿐입니다. 비록 사모님의 적수가 되지는 못하지만 둘이 정말로 충돌이 생기더라도 사모님께서 손해 볼 상황은 아니고요.”이명진은 소이연을 굳게 믿고 있었다.“아, 참. 그리고 사모님께서 은하그룹 하반기 시즌 복장 생산을 직접 관리하고 계신대요. 시간이 긴박하고 한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되어서 병문안을 매일 오지는 못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퇴원하시는 날에는 꼭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하셨고요.”웃고 있던 육현경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이명진은 몰래 웃었다.대표님은 사모님 바라기야.그리고 챙김 받는 걸 익숙해하신다니까.“나 언제 퇴원해?”육현경은 그에게 물었다.“별 이상 없으면 3일에서 5일 사이에요.”“3일.”육현경은 단호하게 말했다.“3일 후에 퇴원할 수 있게 해.”“네!”이명진은 공손하게 대답했다.이 세상에 대표님이 사모님을 만나는 것을 막는 사람은 없을 거야! 살고 싶지 않다면 모를까………소이연은 사무실 안에 놓여있는 시계를 보았다.벌써 밤 열시가 넘어가고 있었다.그녀가 소나은에게 생산 부문에 대한 관리를 맡긴 건 보
소이연이 문자를 보내자마자 “칼답”이 왔다.“안 자.”마치 그녀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말이다.소이연은 씩 웃었다.그녀는 육현경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의 문자에 큰 반응은 없어도 입꼬리는 올라갔을 것이다.“환자가 이래도 돼? 일찍 자야지. 시간이 늦었는데 얼른 자.”소이연은 답장해 주었다.그러고는 이승윤에게 전화를 걸어 사립병원으로 향했다.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육현경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그녀는 차 안에서 그의 답장만 기다리면서 휴대폰만 보았다.육현경 이 인간, 은근 속이 좁다니까?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최대한 조심조심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육현경이 자고 있다면 그저 나올 생각이었다.어두운 병실 안.병실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소이연은 인상을 찌푸렸고 이내 욕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욕실의 문이 확 열렸다.소이연 앞으로 금방 샤워를 마친 남자가 걸어왔다.머리는 젖어있었고 상반신은 노출된 채 하반신만 아슬아슬하게 하얀 수건으로 가렸다.소이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육현경의 반 나체 모습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신화에서 나올 법한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그녀가 봤던 모델보다도 몸매가 좋았다.육현경도 소이연이 올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그는 그녀의 카카오톡 문자에 안 오는 줄 알았기에 기다리지 않고 씻으러 갔던 것이다.그녀가 그의 몸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섹시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내 몸매가 그렇게나 마음에 드시나?”소이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의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졌다.내가 왜 이 사람 몸을 빤히 보고 있었던 거지?그녀는 재빨리 돌아서서 육현경을 등지려 했다.육현경은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그는 젖은 슬리퍼를 신고 욕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한 발짝 내디뎠는데 발이 미끄러졌다.소이연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바로 뒤돌아서 육현경을 부축했다.육현경이 더 다치면 큰일 나! 아직 환자라고!하지만 그녀는 육현경의
오늘은 예수진이 은하그룹 다음 시즌의 패션 앰배서더 포스터와 광고를 촬영하는 날.소이연은 아침 일찍부터 촬영장으로 가, 직접 예수진에게 스타일링을 해주었다.이번 런칭은 그녀가 은하에 입사하고 첫 신제품 런칭이고, 그녀와 은하그룹에도 모두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예수진의 옷도 그녀가 예수진의 사이즈에 맞춰 단독으로 디자인해, 직접 입으니,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렸다.“저번에 은하 디자인을 보여주시긴 했지만, 실제로 입으니까 더 놀랍네요. 지금까지 제가 입어본 사복 중에 제일 예뻐요. 디자인 감도도 좋고, 개성도 있고.” 예수진이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아낌없는 칭찬을 했다. “이번 디자이너한테 보너스 좀 넣어드려야겠어요.”소이연은 웃으며 말했다. “수진 씨가 인정하다니, 영광인데요?”“저는 다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예수진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만약 나중에 이 디자인으로 은하 패션이 유명해지지 않으면, 제 호소력이 부족한 거예요. 옷 때문은 절대 아닐 거예요.”소이연은 예수진에게 위로를 받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비록 자신의 디자인에 의문을 품어본 적은 없지만, 정식으로 출시했던 적은 없으니, 시장에서 진짜로 받아들여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예수진은 그런 그녀에게 의욕을 심어주었다.정말 가까이에서 예수진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영원히 모를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밝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사적인 자리에서는 오히려 무덤덤한 성격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오늘 촬영 끝나면 은하그룹의 앰배서더가 되었다는 걸 밝힐 거예요. 그리고 오늘 촬영 에피소드도 인스타그램, 유튜브, 기사에 올려서 예열할 거고요. 당연히 에피소드랑 카피라이팅은 사전에 수진 씨 사무실로 전달해서 컨펌받을 거예요.” 소이연이 말했다.“원래 계획된 대로 진행해 주시면 돼요. 저는 다 협조할게요.” 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이연은 예수진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놀라울 만큼 쉽다고
“문서인이 잘 만들었죠.” 소이연이 아니꼬운 듯 말했다.전에 그녀는 문씨 가문을 위해 많은 일들을 했지만, 결국 마지막 공은 전부 문서인에게 돌아갔다.사귀는 사이였으니, 한 번도 따지지도 않았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부질없는 일이었다.“이연 씨랑 문서인 씨는 어떻게 헤어졌어요? 그 큰 사건 때문에 감정이 식은 건 아니죠?!”“문서인이 제 의붓여동생을 좋아하게 됐어요.”“소나은이요?” 예수진이 아니꼬운 듯 웃었다. “그 여우 같은 년.”“수진 씨가 보기에도 걔가 나빠 보여요?”“눈이 보이면 다 그렇게 봐요. 근데 남자들은 10명 중에 8명은 눈먼 사람이에요.”소이연은 웃었다. 예수진의 말이 아주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속으로는 감동했다.그녀와 예수진은 고작 몇 번 만나본 사이지만, 두 사람은……말 못 할 관계였다. 하지만 그녀들은 잘 맞는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그녀 주변에는 친구들이 얼마 없었다.당연히, 가장 친한 친구 한두 명 쯤은 있었는데, 18살 스캔들 이후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피했다. 마치 그녀와 어울리면 본인들도 더럽혀지는 것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혼자인 것이 익숙했다.그녀는 심지어 혼자 해외에서 지내면서 너무 외로운 탓에 그렇게 쉽게 문서인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끝까지 그들 사이에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 감정이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셨다.술에 취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둘이 너무 잘 맞는 탓에 술을 많이 마셨다.소이연의 휴대폰이 울리고, 화면을 보니 “장 비서”라고 쓰여 있었다.“이사님, 수진 씨 촬영 에피소드랑 공식 홍보 카피라이팅 휴대폰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문제 있는지 확인해 주시고, 문제없으면 마케팅팀 통해서 수진 씨 소속사에 연락해 확인하고 저녁 10시 10분에 시간 맞춰 발행하겠습니다.”“알겠습니다.” 소이연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의 카피라이팅,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