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741 - Chapter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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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1화

말문이 막힌 강한서가 버럭 화를 냈다. “대체 어딜 봐서 제가 약혼남인 척했다는 거예요? 전 단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쪽팔리니까 그래요.”“아, 네.”한현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말했다. “강한서 씨와 가람 언니도 제 체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는데 제가 왜 강한서 씨 눈치를 봐야 하는 거죠?”강한서가 눈을 부라리며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제가 언제 가람 씨와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어요? 전 그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온 거라고요.”그러자 한현진은 날카롭게 강한서와 맞서며 말했다. “그럼 강운 씨는 사과하러 온 건데, 그것도 안 되나요?”기억을 잃지 않았을 때의 강한서도 말싸움으로는 한현진을 이길 수가 없었는데 기억을 잃은 그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 강한서는 주강운에게 화살을 돌려 그를 노려보며 불만을 표출했다. 한현진이 손을 뻗어 주강운의 얼굴을 가리며 강한서의 시선을 막았다. 그러더니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강한서 씨와 싸우고 있는 건 전데 왜 강운 씨를 노려보는 거예요?”“어리지도 않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왜 아직도 분수를 모르는 거지?”자식을 보호하듯 편을 드는 한현진의 모습에 강한서는 화가 치밀었다. 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 말은 강한서가 질투를 할 때에나 할 법한 대사였다. 강한서는 잔뜩 꼬여있는 사람이라 질투가 나도 명확히 얘기하지 않고 도리를 따지며 논쟁을 벌이고는 제삼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어차피 한현진을 탓하면 그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한서의 말에 반박하고 나중엔 아예 그를 무시해 버리기 때문에 전혀 이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 강한서가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졌다. 안전하게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제삼자에게 화풀이도 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분명 동갑이면서 강한서는 주강운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며 인신공격했다. 그런 강한서를 보는 한현진의 눈빛에 애틋함이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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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2화

한현진은 고개를 들어 입술을 짓이겼다. “그렇군요. 제가 가람 언니를 오해한 거였네요. 전 원래부터가 예민한 사람이라 가람 언니가 늘 그렇게 말씀하시기에 사실은 절 좋아하지 않으셔서 가족으로 여기지 않아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그 말에 송가람은 멍해졌다. 한현진이 이렇게 얘기할 줄 몰랐던 송가람이 얼른 그녀의 말에 부정했다. “아니에요, 현진 씨.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주강운이 한현진에게 말했다. “현진 씨가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그는 말하며 또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현진 씨는 20여 년을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지내왔어. 이제 겨우 가족을 찾았는데 아버지는 또 다른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꾸리셨지. 안 그래도 현진 씨는 이 집에서 안전감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넌 언니라는 애가 매번 현진 씨가 올 때마다 손님 대하듯 대하면서 예민하다고 타박까지 하다니. 이러는 경우가 어딨어?”한현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에게 주강운은 늘 다정하고 점잖고 법정을 나서면 공격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현진은 지금에서야 자신이 한 변호사의 언변 실력을 얕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법정에서 수많은 재판에 이겨 온 주강운이 일상생활에서의 말다툼에서 질 리가 없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는 단지 그가 얘기를 하고 싶은가 아닌가에 달렸을 뿐이었다. 송가람은 전혀 주강운의 상대가 아니었다. 주강운의 말에 송가람의 얼굴은 역시나 잔뜩 일그러졌고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강운 오빠. 저한테 너무 큰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 아니에요? 전 정말 그냥 한 말이에요.”송가람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도움을 구했다. “한서 오빠, 저 정말 그런 뜻 아니었어요. 현진 씨를 당연히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죠.”한현진이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개자식, 어떻게 송가람 편을 드는지 한 번 들어나 보자.’그러나 강한서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관자놀이를 만졌다. “죄송해요. 저 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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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3화

한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신기한 약이기에 그렇게 바로 효과가 나타나?’한현진은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의심을 억누르며 강한서 앞으로 다가갔다. 소파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있는 강한서는 전보다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한현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요? 아직도 아파요?”강한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서 있는 한현진을 보며 입술을 짓이겼다. “멀리 떨어져 주시면 안 아플 것 같네요.”한현진은 멈칫하더니 얼른 강한서 옆으로 다가가 그와 바짝 붙어 앉았다.“그러면 계속 아프던가요.”“...”송가람이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 씨, 자꾸 한서 오빠 자극하지 말아요. 교수님이 최대한 교수님 말씀대로 하라고 하셨어요.”한현진이 송가람을 힐끔 쳐다보았다. “교수님 말대로요? 화장실 가고 밥 먹는 것도 교수님 말대로 해야 하나요?”강한서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옆에 앉아도 죽네 사네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한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안 그래요? 우리 약혼남?”“저질.”강한서가 단 두 글자로 한현진을 평가했다. 한현진 역시 두 글자로 받아쳤다. “약골.”“무슨 약인지 보여줘요.”한현진이 말했다.강한서는 그녀를 훑어보았다. “독이라도 타려고요?”한현진이 그를 노려보았다. “네. 일단 벙어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지부터 봐야겠네요.”말하며 한현진은 강한서가 긴장을 늦춘 틈을 타 그의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뻗어 약을 찾았다. 흠칫 표정을 굳힌 강한서가 얼른 한현진의 손을 밀어냈다. 그러자 한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쳐내며 그를 째렸다. “움직이지 마.”그리고 그 순간 한현진의 손에 뭔가가 잡혔다. 약병이라고 생각한 한현진은 호주머니의 안감 쪽으로 손을 넣어 힘껏 그것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한현진이 힘을 쓴 순간 강한서는 갑자기 감전된 사람처럼 한현진을 소파에 밀어버리더니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강한서의 가슴이 세차게 오르내렸고 눈빛도 볼품없이 흔들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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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4화

‘강한서는 날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왜 내가 만지니까 몸이 반응하는 거야?’‘다른 나라 야동을 보면서도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연기를 못한다며 평가하던 사람이잖아. 지금 자기에겐 전혀 모르는 여자에 불과한 내가 조금 만졌다고 반응을 보인다고?’‘말도 안 돼... 완전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이 개자식, 언제까지 아닌 척 연기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잠시 후, 송병천도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비록 강한서가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지만 딸의 마음이 아직 강한서에게 있으니 송병천도 더 이상 못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송민준은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고 한현진 바로 옆이자 송병천 쪽에 있는 송민준의 자리엔 주강운이 앉게 되었다. 그리고 강한서는 송가람과 서해금 쪽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얼핏 보면 두 딸이 각자 사위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와 밥을 먹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송병천은 예전에도 이런 장면을 그린 적이 있었다. 아들딸이 각자 가정을 꾸려 명절 때마다 집에 모이는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송병천이 상상했었던 것은 절대 지금처럼 어색한 분위기의 장면은 아니었다. 그는 주강운의 접시에 닭다리를 올려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운아, 요즘 일은 바쁘니?”주강운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대답했다. “요즘은 괜찮아요. 연말엔 사건이 별로 없거든요. 요즘엔 주로 법률 지원이나 법률 상식을 알리는 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송병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의미가 있는 활동이니 보기 좋구나. 현진이한테 들었는데 전에 현진이의 명예권 소송도 강운이 네가 변호해 준 거라며?”“네. 그땐 현진 씨를 금방 알게 되었을 때었어요.”송병천이 갑자기 한현진에게 물었다. “현진아, 넌 그때 왜 강운이에게 이혼 소송을 맡기지 않은 거야? 강운이 실력이라면 널 맨몸으로 쫓겨나게 하진 않았을 텐데.”강한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빠, 저 빈털터리로 나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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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5화

송가람이 얼른 대답했다. “닭내장볶음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못 드셔보셨어요?”강한서가 말했다. “전 동물 내장을 좋아하지 않아서요.”말하며 잠시 멈칫하던 강한서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번 시도는 해보죠.”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강한서도 먹어보려는 줄 알았던 송가람은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얼른 닭내장볶음을 강한서 앞으로 돌렸다. 그러자 목이버섯 돼지고기볶음이 한현진 앞으로 돌아왔다. 멈칫하던 한현진이 얼른 음식을 한 젓가락 집었다. 그 뒤로 강한서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 말할 때마다 한현진의 앞에는 그녀가 원하던 담백한 음식이 놓여있었다. 기가 막힌 우연이라 오히려 우연 같지 않게 느껴졌다. 한현진은 금세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보다 못한 송병천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계속 그렇게 테이블을 돌리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먹으라는 거니?”‘우리 귀한 딸은 좋아하는 음식을 한 입도 먹지 못하고 오히려 저 자식이 황제처럼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앉아 있네.’송병천이 화를 내자 서해금이 입을 열었다. “가람아, 예의를 지키렴.”송가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강한서의 환심을 사는 데만 정신이 팔려 그런 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바로 그때 입을 열며 송가람 편을 들 듯 말했다. “가람 씨 저 안 챙겨도 괜찮아요. 먹고 싶은 건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가람 씨도 많이 먹어요. 한 달 사이 많이 야위었어요.”그 말에 송가람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고마워요, 한서 오빠.”한현진은 말문이 막혔다. 전엔 아마 강한서의 마음이 온통 한현진을 향해있고 송가람과는 별다른 친분이 없었기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송가람은 정말 강한서에게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심지어 송가람에게 음식도 집어주지 않고 그저 많이 먹으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송가람은 감동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강한서가 음식이라도 집어주면 방부제로 표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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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6화

송가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아빠, 한서 오빠는 지금 현진 씨를 기억 하지...”“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현진이와 아무 사이도 아닌게 되는 거냐?”송가람이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송병천이 손을 내저었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넌 아줌마에게 약상자를 가져오라고 해.”송가람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불만과 억울함은 집어삼켜야만 했다. 주강운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현진 씨, 저도 같이 가요.”“괜찮아요. 금방 돌아올게요.”한현진은 말하며 강한서를 잡아당겼다. “제가 안내해 줄게요.”강한서가 한현진에게 잡힌 손을 빼내며 옷을 정리했다. 그는 회사 대표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며 말했다. “앞장서시죠.”한현진이 바득 이를 갈았다. ‘몸이 금방 회복된 것만 아니었다면 아까 뜨거운 물을 섞었을 텐데.’그녀는 강한서를 노려보더니 바닥을 쾅쾅 밟으며 길을 안내했다. 몇 분 후, 한현진은 강한서를 핑크빛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강한서가 눈썹을 씰룩였다. “여기가 송민준 방이에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등골이 서늘해진 강한서는 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그는 얼른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한현진과 거리를 뒀다. 고개를 돌린 한현진은 방구석으로 도망한 강한서를 보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그렇게 멀리 도망가는 거예요?”“왜 저를 현진 씨 방으로 데려온 거예요?”강한서는 잔뜩 경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현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했다. “여기가 오빠 방이에요.”강한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전 기억을 잃은 거지 멍청해진 게 아니에요.”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오빠가 다른 사람이 자기 방에 가는 걸 싫어해서요. 제 방에서 해결하시죠.”강한서가 말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집에 갈 거라서요.”그가 말하며 방을 나서려 하자 한현진은 재빨리 움직여 강한서 앞을 가로막았다. “강한서 씨가 스스로 벗을래요, 아니면 제가 벗겨줄까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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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7화

말이 끝나자마자 한현진은 강한서의 벨트에 손을 올렸다. 강한서는 마치 감전이 된 듯 장난스레 움직이는 한현진의 손을 꽉 잡았다. 한현진의 맹랑한 말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강한서는 목부터 귓불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가늘게 찢어진 눈으로 마치 한현진을 찢어버리기라도 할 듯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한참을 입술을 씰룩이던 강한서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지금 대체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기는 해요? 한현진 씨, 당신은 정말... 정말 할 말을 잃게 하네요.”한현진이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뭐가요? 전 단지 아까 제가 약병을 가지려 할 때 주머니에 숨긴 물건이 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에요. 대체 뭔데 그렇게까지 숨기면서 보여주지 않는 거예요.”강한서는 사실을 왜곡하는 한현진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방금 분명...”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그러나 한현진은 봐줄 생각 없이 오히려 강한서에게 더 바짝 다가갔다. “제가 방금 뭐라고 했는데요?”강한서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한현진은 쯧 혀를 찼다. ‘섰다는 말도 하지 못하다니. 기억을 잃더니 순진한 대학생이 됐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강한서는 원래부터 그런 비속한 말을 잘 못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교육을 잘 받았으니까. 천생 도련님이시잖아.’자기가 그런 강한서를 속세의 사랑에 허덕이게 했다고 생각하자 한현진은 어쩐지 성취감이 생겼다. 그녀는 눈으로 강한서의 이목구비를 살피더니 웃으며 그를 놀리듯 말했다.“왜 말이 없어요? 제가 뭐라고 했는데요?”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뿌리치며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본인이 잘 알겠죠.”화가 난 강한서의 모습에 한현진도 더 이상 그를 놀릴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화났어요?”강한서가 다시 등을 돌렸다. 한현진을 보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태도였다. 한현진은 다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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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8화

강한서는 순간 그날 한현진이 귓가에 속삭였던 말을 떠올렸다. “송가람을 감싸줄 때마다 난 송가람을 밟아버릴 거야. 그리고 네가 감히 송가람과 만난다면 난 네 후대를 끊어버릴 줄 알아.”강한서의 시선이 다리 사이에 놓인 발로 향했다. 조금 더 위로 향했다면, 정말 대가 끊어질 수도 있었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계속 집착하는 거, 재밌어요? 한현진 씨는 송씨 가문의 딸이자 아저씨의 금지옥엽이잖아요. 원하는 남자든 누구든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본인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집착하는 거예요?”며칠간 마음을 굳게 먹은 덕에 한현진은 이미 전처럼 그의 날카로운 말에 쉽게 상처받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여전했다. 그녀는 그저 강한서를 다그치며 물었다. “그럼 강한서 씨는요? 기억을 잃은 사람이 왜 기억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고 절 쫓아내는 일에만 집착하는 거예요?”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한쪽만 기억하고 다른 한쪽은 기억하지 못하는 생사를 함께 한 정이라는 건 말이에요, 기억이 없는 사람에겐 부담이라고요.”“거짓말.”한현진이 눈시울을 붉혔다. “너 나 기억하는 거 맞지? 설사 기억 못 한다고 해도 나에 대한 감정은 남아있잖아. 그렇지? 네가 왜 계속 날 쫓아내려 하는 건지 나 정말 모르겠어. 강한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얘기해 줘. 우리 같이 해결해 나가면 안 될까?”강한서는 아무 말 없이 이상하도록 복잡한 심경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바라보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강운이를 이용해 제 화를 돋우거나 그럴 필요 없어요. 좋아하지 않으시면 상처 주지마세요. 민 실장에게 정명석 씨가 한현진 씨 첫사랑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명석 씨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현진 씨와 나이도 비슷한 것 같던데, 아마 저보다는 더 말이 통할 거예요.”그 말에 한현진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갑자기 강한서의 어깨를 툭 밀쳤다. “강 대표님은 아량도 넓으시네요. 헤어지는 마당에 제가 만날 남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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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9화

강한서가 약병을 주워 들자 한현진은 바로 그것을 빼앗아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입술을 달싹이던 강한서는 곡 몸을 일으켜 테이블에 놓인 물을 한현진에게 건넸다. 이번엔 한현진이 거절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사람을 부르려 하자 한현진이 눈을 감고 말했다. “나가기만 해요. 여기서 뛰어내릴 거예요.”강한서가 흠칫 몸을 굳혔다. “병원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한현진은 강한서의 무시한 채 반듯하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강한서 씨. 다시 한번 물을게요. 정말 저와의 연을 끊을 생각이에요?”강한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한현진의 얼굴을 향했던 시선을 내리며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전 현진 씨를 기억하지 못해요.”한참을 침묵하던 한현진이 냉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꺼져요. 강한서 씨가 바라던 대로.”한현진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깨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현진이 그런 말투로 강한서를 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한서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달싹이더니 잠시 후 말했다. “푹 쉬어요.”말을 마친 그가 몸을 돌렸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려왔다. 문밖의 발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자 한현진은 그제야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얼굴엔 조금 전의 병색 짙던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걸음을 옮겨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강한서가 저택을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송가람은 종종걸음으로 강한서의 뒤를 따르며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차로 향하는 강한서의 걸음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그가 차에 올라타서야 한현진은 어쩐지 어떤 시선이 유리 넘어 창가에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아주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자주 운전하던 벤츠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창가에 한참을 서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임신 중절 수술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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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0화

송가람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내연녀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는 않았고 그로 인해 송씨 가문과 멀어지는 일은 더욱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송가람은 강한서를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고 선을 넘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아마도 강한서가 먼저 자기에게 고백하는 것일 테였다. 그렇게 되면 욕을 먹고 질책을 받는 쪽은 자기가 아니라 조강지처를 버린 배은망덕한 강한서가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송가람은 강한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기억을 잃었어도, 설사 정말 그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송가람에게 마음이 생겼다고 해도 전 와이프인 한현진과 송가람의 관계를 알게 된 이상 강한서는 절대 송가람과 만나지 않을 것이다. 송가람이 자기를 좋아하는 건 근친상간이라고 강한서가 본인 입으로 직접 말했었다. 강한서가 이토록 뼛속까지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송가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송가람이 강한서에게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면 당연히 한현진에게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태도를 떠올린 송가람은 곧 한현진과 강한서 사이에 유쾌하지 않은 대화가 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송가람의 말투가 바뀌었다. “현진 씨, 한서 오빠 기억을 찾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조급해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황 교수님께서 지금 한서 오빠의 대뇌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 너무 많은 자극을 받으면 오히려 탈이 난다고 했어요. 한서 오빠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요즘엔 좀 자제하는 게 어때요? 한서 오빠는 현진 씨 때문에 이렇게 다친 거잖아요. 오빠는 현진 씨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현진 씨는 잠깐 거리를 두는 것도 그렇게 어려워요?”그 말에 한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강한서의 기억이 차라리 한평생 안 돌아왔으면 좋겠죠?”송가람은 한현진의 말에 부정하려 했지만 한현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송가람 씨, 여긴 우리밖에 없으니 본인의 구역질 나는 탐욕에 핑계를 찾는 건 그만하죠. 송가람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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