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749화

강한서가 약병을 주워 들자 한현진은 바로 그것을 빼앗아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입술을 달싹이던 강한서는 곡 몸을 일으켜 테이블에 놓인 물을 한현진에게 건넸다.

이번엔 한현진이 거절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아래층으로 내려가 사람을 부르려 하자 한현진이 눈을 감고 말했다.

“나가기만 해요. 여기서 뛰어내릴 거예요.”

강한서가 흠칫 몸을 굳혔다.

“병원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현진은 강한서의 무시한 채 반듯하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강한서 씨. 다시 한번 물을게요. 정말 저와의 연을 끊을 생각이에요?”

강한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한현진의 얼굴을 향했던 시선을 내리며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전 현진 씨를 기억하지 못해요.”

한참을 침묵하던 한현진이 냉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꺼져요. 강한서 씨가 바라던 대로.”

한현진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깨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현진이 그런 말투로 강한서를 대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한서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달싹이더니 잠시 후 말했다.

“푹 쉬어요.”

말을 마친 그가 몸을 돌렸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왔고 곧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려왔다.

문밖의 발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자 한현진은 그제야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얼굴엔 조금 전의 병색 짙던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걸음을 옮겨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강한서가 저택을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송가람은 종종걸음으로 강한서의 뒤를 따르며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차로 향하는 강한서의 걸음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그가 차에 올라타서야 한현진은 어쩐지 어떤 시선이 유리 넘어 창가에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아주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자주 운전하던 벤츠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창가에 한참을 서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임신 중절 수술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