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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1화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는 해요?”

한현진의 눈빛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위기의 순간에 구해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걸 원하는지 아닌지는 알아야죠.”

비록 한현진 역시 당시 생명을 구해준 인연으로 강한서의 외모에 한눈에 반했지만 그때의 상황에서 그녀는 전혀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만약 나중에 유상수가 강제로 결혼을 부추겨 강한서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그때의 교통사고가 그들에게는 마지막 만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현진은 생각했다.

한현진의 말에 송가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긴, 아무도 10여 년의 사랑을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심호흡한 송가람이 나지막이 말했다.

“한서 오빠는 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에요. 전엔 현진 씨에게 그랬겠지만, 지금은 현진 씨를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현진 씨는 어떻게 한서 오빠가 저에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한서 오빠가 눈을 뜬 그날, 오빠는 사실 대부분 일을 기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빠는 한눈에 절 알아봤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제일 방황하고 무력할 때 깨어나 처음 본 사람에게 의지하게 돼요. 오랫동안 의지하다 보면, 그 마음이 애착으로 변할지 누가 알겠어요?”

한현진은 송가람의 표정을 지켜보며 조금의 미세한 표정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송가람 씨 말은, 강한서가 송가람 씨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건가요?”

송가람은 한현진의 말에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강운 오빠가 아직도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배웅 안 해줘요?”

말을 마친 송가람이 뒤돌아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한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송가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송가람이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린 한현진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송가람, 이번엔 왜 이렇게 자신만만한 거지?’

옷매무새를 정돈한 한현진은 주강운을 배웅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강운과 송병천은 바둑을 두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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