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751 - Chapter 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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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1화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는 해요?”한현진의 눈빛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위기의 순간에 구해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그걸 원하는지 아닌지는 알아야죠.”비록 한현진 역시 당시 생명을 구해준 인연으로 강한서의 외모에 한눈에 반했지만 그때의 상황에서 그녀는 전혀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만약 나중에 유상수가 강제로 결혼을 부추겨 강한서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그때의 교통사고가 그들에게는 마지막 만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현진은 생각했다. 한현진의 말에 송가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긴, 아무도 10여 년의 사랑을 일방적인 짝사랑으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심호흡한 송가람이 나지막이 말했다. “한서 오빠는 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에요. 전엔 현진 씨에게 그랬겠지만, 지금은 현진 씨를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현진 씨는 어떻게 한서 오빠가 저에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한서 오빠가 눈을 뜬 그날, 오빠는 사실 대부분 일을 기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빠는 한눈에 절 알아봤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제일 방황하고 무력할 때 깨어나 처음 본 사람에게 의지하게 돼요. 오랫동안 의지하다 보면, 그 마음이 애착으로 변할지 누가 알겠어요?”한현진은 송가람의 표정을 지켜보며 조금의 미세한 표정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송가람 씨 말은, 강한서가 송가람 씨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건가요?”송가람은 한현진의 말에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강운 오빠가 아직도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배웅 안 해줘요?”말을 마친 송가람이 뒤돌아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한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송가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송가람이 방금 했던 말을 떠올린 한현진은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송가람, 이번엔 왜 이렇게 자신만만한 거지?’옷매무새를 정돈한 한현진은 주강운을 배웅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강운과 송병천은 바둑을 두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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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2화

주강운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저씨, 제 친구 중에 찻집을 하는 애가 있는데 거기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요. 궁금하시면 다음에 제가 모시고 갈게요.”그러자고 대답하려던 송병천은 곧 자신의 들쑥날쑥한 바둑 실력을 떠올리곤 괜히 창피할 것 같아 헛기침하며 말했다. “바둑은 조용한 곳에서 두는 게 좋지. 난 그래도 집이 좋아. 언제 시간 될 때 또 나와 바둑 두러 오렴.”주강운이 말했다. “모레 올게요. 모레 오후엔 스케줄이 없거든요.”송병천이 굉장히 기뻐했다. “그럼 잊지 말고 모레 오렴. 아, 그래. 강운이 너 무슨 음식 좋아하니? 좋아하는 음식 있으면 현진에게 말해. 그래야 내가 다음에 잘 알고 준비하지.”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그렇게 두 사람은 빠르게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한현진은 어쩐지 주강운이 먼저 가족을 공략해 한 발 한 발 그녀에게로 다가가는 전략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던 그녀는 주강운을 배웅하는 짧은 길 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주강운이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말을 잇지 못하던 한현진이 드디어 한마디 내뱉었다. “강운 씨, 우리 아빠 어떤 분이신 것 같아요?”한현진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던 주강운이 멈칫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따뜻하시고 털털하신 분 같아요. 유머도 있으시고 아랫사람에게는 다정하신 분이시죠. 좋은 어른이세요.”한현진이 말했다.“우리 아빠를 양아버지로 모실 생각 있어요?”“...”질문은 내뱉은 한현진은 바로 후회했다. 워낙 눈치가 빠른 주강운은 한현진의 질문을 듣자마자 바로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만약 강한서가 기억을 찾지 못하면 주강운과 만나보겠다더니 오늘엔 바로 그를 양오빠로 만들었다. 그러니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너무 뻔한 일이었다. 주강운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고 눈빛도 어두워졌다. 그는 침을 삼키며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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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3화

주강운은 왠지 모르게 다른 사람이 그를 모질게 대할 수 없게 했다. 주씨 가문에서 그를 항상 제일 마지막 순위에 놓도록 교육했기 때문인지, 그는 늘 습관적으로 자기를 제일 마지막 순위로 밀어 넣었다. 그 잘못이 그의 탓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한현진의 말을 들은 주강운의 눈빛이 점차 기대로 물들었다. 그가 나지막이 물었다. “정말요?”한현진은 주강운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아빠가 오빠보다 강운 씨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못 느끼셨어요? 아빠는 강운 씨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시는 거예요.”“현진 씨...”주강운이 뭔가 말을 꺼내려 하자 한현진이 얼른 입을 열었다. “얼른 차 빼요. 길 막고 있어요.”주강운은 어쩔 수 없이 하려던 말을 삼키고 돌아서 차에 올라탔다. 유턴을 해 돌아온 주강운이 차창을 내렸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 몸조심하고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배웅했다. 한편, 민경하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있는 강한서는 입을 굳게 닫고 가는 길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름드리 펜션에 거의 도착할 때쯤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민 실장, 프로게스테론이 뭐죠?”민경하가 운전하며 대답했다. “호르몬 보충제 같은데요.”‘프로게스테론... 호르몬 같은데, 자주 듣던 말 같은데 무슨 호르몬인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강한서가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에 프로게스테론 약을 검색했다. 그리고 곧 강한서가 눈이 커다래졌다. “대표님, 오랜만에 사모님 댁에 가시는 건데 더 오래 계시지 않고요.”민경하가 신호등을 기다리며 물었다. 그는 뒷좌석에 앉은 강한서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이 없자 민경하가 또 물었다. “대표님께서는 정말 사모님이 전혀 기억나지 않으세요?’강한서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는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한참 만에야 중얼거리며 말했다. “왜 임신 유지약을 먹고 있는 거야?”그 말에 민경하가 깜짝 놀랐다. “누가요? 사모님이요?”말이 없던 강한서가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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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4화

강한서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닥쳐요.”“네.”민경하가 대답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멀쩡하게 잘 만나던 커플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어? 대체 더 이상 사랑을 어떻게 믿으란 거야?’비록 강한서는 티는 내지는 않았지만 불안하고 초조했다. 민경하는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강한서의 행동에서 그의 마음을 눈치챘다. 잠시 생각하던 민경하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사모님께서 정말 임신을 하신 건지 아니면 대표님께서 잘못 보신 건지 알아보라고 할게요. 정말 임신이 맞다면 아직 배가 불러오지 않았을 때 아이를 지우면 두 분은 또 아이를 가질 수...”“닥치고 운전이나 해요.”강한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민경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굳게 닫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생각했다.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얼마나 사랑하셨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거지?’얼마나 지났을까, 강한서가 갑자기 물었다. “민 실장, 정관 수술이 성공적으로 된 거 확실해요?”그 질문에 민경하는 어리둥절해졌다. “그건... 대표님만 알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당시 대표님 혼자서 수술실로 들어가셨고, 전 단지 수술이 끝난 후 대표님 곁에 있었을 뿐이에요. 그땐 일어서지도 못하셔서 병원에 하루 동안 입원해 계셨고 2주일 후에 실밥을 제거했어요.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실밥 제거는 왜 했겠어요?”‘예뻐지라고 꿰맨 거겠어?’민경하가 알고 있는 강한서는 가짜 수술로 한현진을 속일 만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눈이 먼 순도 100%의 사랑꾼이 그런 복잡한 생각을 했을 리가 없었다. 굳은 얼굴을 한 강한서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차 돌려요. 병원으로 가죠.”어디가 아프냐고 묻으려던 민경하는 강한서의 눈빛을 보더니 이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설마, 정말 수술이 실패한 거야?’검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느 정도로 빨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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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5화

민경하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했다. “대표님 지금 옆에 안 계세요.”한성우도 쓸데없는 말은 거둬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럼 강한서 그 무정하고 쓰레기 같은 배신자 새X에게 전해줘요. 전와이프가 지금 아이를 지우러 병원에 와있다고요.”민경하의 표정이 싹 변하더니 황급히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의 얼굴은 전보다 더 일그러져있었다.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를 지우다니, 똑바로 얘기해.”“어이.”한성우가 잔뜩 비꼬며 말했다. “옆에 없다더니, 뭐야? 날아온 거야?”강한서가 바득 이를 갈았다.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내 말에 뭐가 설명이 더 필요해? 네 전와이프인 한현진이 지금 아이를 지우러 병원에 와 있다고. 알아들었어?”“아이를 왜 지워?”“그건 너에게 물어야지. 나도 궁금해. 너 이 자식 대체 뭐라고 했기에 아이를 지키겠다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입원 중이던 사람이 퇴원한 지 이틀도 안 돼서 갑자기 임신 중절 수술을 예약한 거야? 너 어제 형수님 본가에 간 거 아니었어? 너 설마 형수님 면전에서 송가람 씨와 딱 붙어서 형수님 자극한 거 아냐?”“그런 적 없어.”강한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주먹을 꽉 움켜쥔 그는 목소리도 허스키해졌다. “어느 병원이야?”“왜?”한성우가 여전히 불량한 태도로 말했다. “와서 말리기라도 하게? 네 아이가 아닐까 봐 무섭지는 않나 봐?”강한서가 이를 악물었다. “너 이 새X, 빨리 말해.”드디어 강한서가 욕설을 내뱉도록 밀어붙이고 나서야 한성우가 유유히 병원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한성우가 곧 말을 이었다. “아이가 정말 유산되기라도 하면, 그것도 네 탓이야. 그러게, 누가 너더러 만나기만 하면 말을 그따위로 하래? 어젯밤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울었어. 내 여자친구까지 데리고, 둘이 같이. 그러더니 두 사람은 날 한바탕 욕했고. 오늘 아침 일찍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형에게서 전화가 왔어. 한현진 씨가 수술을 받으러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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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6화

‘어쩐지 현진이가 강한서라면 정신을 못 차린다 했더니, 개자식 꾸미니까 세상 사람 다 기죽게 멋있잖아.’워낙 키가 컸던 터라 강한서는 어디를 가도 유독 눈에 띄었다. 그러나 지금 강한서는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입꼬리를 내리고 인상을 쓰고 있는 강한서의 날카로운 눈빛이 한성우와 차미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성큼성큼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어딨어?”강한서가 입을 열자 차미주는 곧 그가 온몸으로 내뱉고 있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성우는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갔어.”강한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왜 막지 않은 거야.”그러더니 그는 더 이상 한성우를 신경 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수술실 문 앞으로 걸어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한현진, 나와!”“대체 언제 임신한 거야. 왜 나에게 말 안 했어?”“내가 파혼하겠다니까 아이를 지우려는 거야? 왜 이렇게 멋대로 굴어?”“아이는 그쪽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나랑 상의했어? 왜 그쪽 마음대로 결정해.”“한현진. 나와서 똑바로 설명해.”높게 울려 퍼지던 강한서의 목소리가 나중에는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설명을 하라는 거야.”등 뒤로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움찔, 몸을 굳혔다. 그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한현진이 환자복을 입은 채 팔짱을 끼고 덤덤한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강한서가 빨개진 눈으로 멍하니 한현진을 쳐다보며 웅얼거렸다. “안에 있는 거…”그러더니 그는 홱 고개를 돌려 지금 이 상황의 원인 제공자인 한성우를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아니었어요?”한성우가 눈을 깜빡였다. “화장실 간건데?”강한서의 분노가 화르르 끓어오르더니 열이 치솟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순간 한성우를 수술실로 끌고 가 없애버리고 싶었다. 얼어붙은 분위기 속, 간호사가 서류를 들고 다가왔다. “한현진 씨?”한현진이 고개를 돌렸다. “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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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7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강한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좀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돼요?”“생각할 필요 없어요.”한현진이 냉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강한서 씨가 힘들게 뭔가를 조정할 거 없어요. 파혼하고 아이를 지우면 우린 더 이상 아무 상관없는 사이가 되는 거예요. 간단한 일을 왜 복잡하게 만들려는 거예요?”한현진의 태도에 화가 난 것인지 강한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한현진 씨, 그건 생명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어요?”“그러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제가 아이를 낳아주면 돈이라고 주실 건가요?”한현진의 눈빛이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안 될 것도 없죠. 말해 봐요. 얼마나 줄 건데요? 제가 출산의 고통을 느낄 만한 가격인지 들어나 보죠.”강한서의 얼굴이 더 무섭게 일그러졌다. 한현진이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이혼할 때 2000억 준다고 하셨잖아요. 아이를 낳는 건 결혼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니 그 2배는 주셔야겠죠? 아니면 제가 왜 아이를 낳아드리겠어요? 전—”“결혼해요.”강한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한현진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라고요?”강한서의 목젖이 꿀렁 움직였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해요. 결혼하면 한현진 씨는 미혼모가 될 필요가 없잖아요. 나중에 이혼하고 싶으면 저도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 재산분할도 절대 섭섭지 않게 해드릴 겁니다.“기뻐서 널뛰던 한현진의 기분이 순간 차게 가라앉았다. 강한서가 여전히 말을 이었다. “허락하시면 지금 바로 민 실장에게 변호사님을 모셔서 계약서를 작성—”“허락은 개뿔.”한현진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는 강한서에게 잡힌 손을 획 빼냈다. “결혼하고 싶으면 무릎이라도 꿇어 청혼부터 해야 할 거예요.”말을 마친 한현진이 어두운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차미주가 그런 한현진을 쫓아갔다. “현진아, 수술 안 해?”한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할 거야. 하지만 강한서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아 과다 출혈로 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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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8화

한성우가 콧방귀 뀌며 말했다. “내가 정말 이번 일을 빌미로 널 비난하고 싶었던 거라면 형수님이 수술을 마친 뒤에 너에게 알려줬을 거야.”굳은 얼굴을 한 강한서의 눈빛은 우울로 가득 찼다. 한성우가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 “그냥 그 아이를 원하는 거라면 더 이상 형수님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이는 없어도 상관없잖아. 넌 어차피 형수님을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나중에 다른 여자 만나. 너에게 아이를 낳아줄 여자는 많아.”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관자놀이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그는 손을 들고 힘을 실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나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해.”“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한성우가 강한서를 훑어보았다. “강한서. 하필 형수님만 전부 잊어버렸어.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강한서는 말이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 어느 한 구역은 마치 잠겨있는 것처럼 그 구역을 건드리려고만 하면 머리가 찢어지듯 아파졌다. 그의 대뇌는 무의식적으로 한현진을 밀어냈다. 하지만 완벽하게 컨트롤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자기도 모르게 한현진의 행동을 관찰했다. 예를 들면 어제저녁처럼 말이다. 그는 한현진이 주강운이 집어준 음식을 젓가락으로 뒤적거리기만 할 뿐 사실은 한 입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계속 식탁의 담백한 음식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매번 그 음식들이 그녀 앞으로 돌려질 때면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다 다른 사람에 의해 음식이 다시 돌아가면 한현진은 또 두 눈을 멀뚱히 뜨고 음식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원형 식탁을 자주 돌리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한현진의 모습에 강한서는 어쩐지 조금 그녀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매번 우연하게도 한현진이 원하는 음식을 그녀 앞에 돌려주었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 한현진의 모습을 보는 강한서는 자기 기분마저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현진이 먼저 자기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면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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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9화

차미주가 말했다. “엄마가 네가 임신한 시간에 맞춰서 점쟁이에게 물어봤대. 아이 낳으면 너랑 우리 딸 데리고 집으로 오라던데? 그 점쟁이랑 식사 자리도 가졌어. 아이 점 좀 잘 봐달라고 하려고.”말하던 차미주는 안타깝다는 태도로 말했다. “네가 아이를 지우면 엄마는 그 애를 만날 기회도 없는 거네.”한현진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누가 애 지운대?”“너 방금 강한서한테는 다른 병원으로 가서 수술한다며.”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 나빠지라고 한 말이야.”“뭐?”한현진이 냉소 지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 이혼하라잖아.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이를 빌미로 발목 잡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차미주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현진아. 너도 강한서가 다시 마음을 돌리길 바랐잖아. 지금 너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거면 네 목적도 이룬 거 아냐? 왜 그런 말을 해서 화를 돋우는 거야?”“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결혼하려는 거잖아. 진심으로 나와 결혼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차미주는 어리둥절해졌다. “너 오늘 이런 일 벌인 거, 네가 임신했다는 걸 강한서에게 알려주고 널 잡게 하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그랬지.”한현진이 모자를 쓰며 말했다. “내가 그런 목적이었다고 해도 강한서 입에서 아이를 낳으면 이혼하겠다는 말이 나온 이상 절대 그러겠다고 할 수 없어. 설사 아이가 있더라도 난 굳이 네가 아니어도 된다는 걸 강한서도 알게 만들어야 해. 날 잡고 싶고, 이 아이를 원하면 성의를 보여야지.”차미주가 말하려는데 벌컥,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강한서와 한성우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을 본 차미주는 얼른 입을 닫고 옆으로 비켜섰다. 한현진은 강한서를 쓱 훑더니 개의치 않고 양말을 신기 시작했다. 강한서는 옆에 서서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급해진 한성우가 옆에서 강한서를 걷어찼다. “말해. 그새 할 말을 까먹은 거야?”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다른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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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0화

차미주는 한성우의 말에 감탄했다. ‘역시 입만 번지르르한 쓰레기 같은 자식이 있어서 다행이네.’강한서가 혀로 입술을 훑더니 말했다. “그럼… 이혼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요.”한현진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어쩔 수 없다는 태도네요.”“…”강한서는 순간 곤혹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전엔 왜 이렇게 말발이 센 와이프를 만난 거야?’강한서가 막 입을 열려는데 누군가에 의해 병실 문이 열렸다. “현진아, 현진아.”정인월이 잰걸음으로 황급하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아직 환자복을 입고 있는 한현진을 본 정인월이 순간 심장 부근을 움켜쥐었다. “내가 그래도 한발 늦은 거니? 아직 얼굴도 못 본 우리 귀한 증손주, 벌써 지운 거야?”말을 하는 정인월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을 했다. 가까이 있던 한성우가 얼른 정인월을 부축했다. “아뇨, 아뇨. 아직 형수님 배 속에 있어요.”정인월은 순간 심장의 통증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직 있어?”한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위기는 넘겼어요. 다음 위기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이 엄마와 아빠가 지금 어쩔지 상의하고 있어요.”그 말에 정인월은 또 쓰러지고 싶어졌다. 이때 강한서도 정인월 앞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정인월이 가슴을 움켜쥐고 화를 냈다. “그 말은 내가 물어야 할 말 같은데? 넌 현진이 데리고 여긴 어쩐 일인 거냐?”강한서는 어리둥절해졌다. “제가 데리고 온 거 아니에요. 전 한현진 씨 만나려고 여기 온 거라고요.”“그게 무슨 말이야? 현진이가 우리 귀한 증손주를 지우려고 했다는 거야?”정인월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현진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임신을 바랐는데, 이제 겨우 아이를 가졌는데 지우려고 할 리가 있어? 네 놈이 현진이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게 틀림없어. 기억을 잃고 현진이를 기억하지 못해 파혼하고 쫓아내려고 하더니, 이젠 아이까지 지우려고 하는 거냐? 어떻게 너 같은 놈이 있을 수 있어.”강한서는 억울해 미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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