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771 - 챕터 1780

2285 챕터

제1771화

송가람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한현진도 대충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송가람의 드레스룸을 슥 훑어보고는 에메랄드 컬러의 개량 한복을 송가람에게 건넸다. “이거로 입어요. 너무 정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송가람이 옷을 건네받았다. “역시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오빠가 작년 제 생일 때 선물로 준 거예요. 제가 이 디자이너님의 옷을 좋아하는 걸 알고 몰래 제 사이즈를 기록해 두었다가 주문한 거거든요. 아까워서 선물 받고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어요.”한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녀는 송가람과 송민준 혹은 송병천 사이에 있었던 일은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그녀를 잘못 안아가지 않았다면 그들에게는 20여 년이라는 감정의 공백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병천은 한현진의 어릴 적 사진을 볼 때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어린 시절의 그녀를 안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아쉬워했다. 한현진은 그가 어린 딸이 예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모든 성장 과정을 지나쳐 버린 것을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쉬운 감정은 한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이미 인생의 절반을 지나 나이가 드셨고 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현진은 가족을 갈라놓은 범인이 죽도록 미웠다. 그러니 송가람이 송민준과 송병천의 옛일을 꺼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현진에게 송가람이 송병천과 송민준에게서 뭘 얼마나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안타깝게 여기는 건 송가람에게 빼앗긴, 함께 하지 못한 가족들과의 추억이었다. 더 이상 송가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던 한현진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가 볼게요.”송가람이 옷을 내려놓았다. “현진 씨. 전 늘 한서 오빠가 아니었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멈칫, 한현진이 걸음을 멈추었다.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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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2화

한성우는 고개를 돌려 윤 작가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어린애가 멋도 모르고 하는 헛소리하는 거니까, 마음에 두지 마.”차미주가 괜히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살까 걱정되어 자기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윤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네 여자친구 꽤 재밌네.”한성우가 차미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눈빛을 지었다. “힘도 세. 혼자서 우리 셋을 때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차미주가 재촉했다. “윤 작가님, 꼭 그렇게 야한 장면이 있어야 해요? 배드신이 없으면 상 못 받는 거에요?”그건 윤 작가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어떤 스토리엔 스킨쉽을 통해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니까요.”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차미주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배드신을 보면서 감정의 변화에 집중해요. 다들 여자 주인공의 가슴이나 남자 주인공의 엉덩이나 쳐다보는 거 아니예요?”“풉—”윤 작가가 입에 머금었던 물을 뿜어냈다. 한성우는 할 말을 잃었다. ‘술을 마시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차미주는 여전히 주절거렸다. “제가 보기엔 그 사람들은 그걸 미끼로 사람들을 낚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영화를 무엇 때문에 보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 포르노를 찍고 싶으면 찍으면 되잖아요. 왜 예술영화라고 포장하는 거죠? 전 이젠 예술영화라는 말만 들어도— 읍—”한성우가 차미주의 입을 틀어막았다. “자기야, 물 좀 마시고 음식도 좀 먹어.”차미주가 한성우의 손을 찰싹 때렸다. “나 배 안— 읍— 고파— 읍—”웃음이 터진 윤 작가가 손을 내저었다. “오늘은 우리끼리인데 뭐, 놔줘. 마음껏 얘기하게.”한성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술을 따지 말았어야 했어.”윤 작가가 말했다. “그래도 꽤 귀엽네. 네가 미주 씨 데리고 왔을 땐 배우를 소개해 주려는 건 줄 알았는데, 작가일 줄이야.”말하며 멈칫한 윤 작가가 차미주에게 물었다. “미주 씨는 무슨 작품 쓰셨어요?”차미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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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3화

한성우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만약 내가 제작한다면 대박 난다고 해도 미주는 자기 실력으로 성공한 거라고 믿지 않을 거야. 내가 뒤에서 뭔가 수작을 부린 거라고 생각하겠지. 보기엔 호탕해 보여도 자기 일엔 늘 자신감이 부족해.”윤 작가가 말했다. “연애를 무슨 딸 기르듯이 하네.”“어쩔 수 없지, 뭐.”한성우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너도 미주처럼 착하고 순진한 애를 만나면 아껴주고 싶을 수밖에 없을 거야.”윤 작가는 피식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한성우에게 전화번호 하나를 건넸다. “이건 내 후배 전화번호야. 나중에 미주 씨 시나리오를 그쪽으로 보내. 요즘 웹 드라마를 촬영 중이더라고. 요구도 높지 않은 편이니까, 먼저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한성우는 윤 작가가 준 전화번호를 저장하며 물었다. “미리 얘기 좀 잘 해줘. 저작권료가 너무 싸면 안 되니까.”윤 작가가 웃으며 욕을 지껄였다. “돈에 미친 놈아.”식사가 끝난 뒤 한성우는 앙증맞은 차미주의 가방을 메고 그녀를 부축하며 집으로 향했다. “여친 님, 집에 가야죠.”차미주가 비틀거리며 대답했다. “오빠는? 나 아직 물어볼 게 있는데.”‘술 좀 마시더니 오빠?’오빠라는 두 글자 한성우의 질투심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갔어. 뭘 물어보려고?”“나 그거... 그거 물어보려고...”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음... 뭘 물어보려 했더라...”차미주가 손을 들어 머리를 탁 치더니 이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생각났어. 배드신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물어봐야 해.”한성우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순간 경계심을 높였다. “그건 물어서 뭐 하게?”“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가르쳐달라고 할 거야.”“그것도 배워야 아는 거야?”한성우가 자기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주변 사람의 이목이 쏠리자 그는 곧 목소리를 낮추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방금까지 에로신을 넣은 예술 영화를 디스했잖아. 왜, 너도 쓰려고?”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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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4화

한성우는 차미주의 손을 자기 어깨 위에 걸치고는 입꼬리를 씨익 올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나 있잖아. 예술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하는 것쯤이야 영광이지. 난 한 푼도 받지 않을게.”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말에 차미주가 눈을 순간 반짝였다. 그녀는 한성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언제 갈 거야?”한성우는 차미주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말하며 허리를 숙이던 그는 차미주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올렸다. 차미주도 얼른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새삼 확인했다. “정말 돈 안 받아?”“정말 무료야.”한성우는 코끝으로 살며시 차미주의 코끝을 비비며 말했다. “키스만 하게 해주면.”차미주의 얼굴이 더 붉게 물들었다. 부끄러운 탓인지, 술 때문인지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러면 키스를 여러 번 하면 더 많이 볼 수 있어?”“당연하지.”마음이 너그러운 모델은 웃으며 차미주의 귓가에 속삭였다. “밤새 봐도 돼.”그 말에 차미주가 한성우보다 더 조바심을 냈다. “그럼 얼른 집에 가자.”한성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명 받들겠습니다.”한성우는 단지 거짓말로 차미주를 달래 집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성우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차미주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보여달라며 소란을 피웠다. 한성우가 신을 벗겨줄 때부터 차미주는 떼를 썼다. “거짓말쟁이, 무료로 보게 해준다며?”한성우는 차미주의 양말을 벗기며 말했다. “볼 땐 보더라도 네가 맑은 정신일 때 봐야지.”차미주가 한성우를 째려보았다. “나 지금 정신 말짱해.”한성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내가 누군지는 알아?”“개자식!”툭 나온 대답에 한성우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턱 막혔다. “이름이 뭐냐고.”차미주가 입을 삐죽이며 내키지 않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한성우.”“그럼 너 우리 헤어진 건 기억해?”흐리멍덩한 눈으로 한성우를 쳐다보던 차미주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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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5화

한성우가 움찔 몸을 굳히더니 순간 눈을 부릅뜨고 차미주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차미주가 그의 신호를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한성우의 그곳을 한참이나 쳐다보던 차미주가 갑자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한성우가 소파에서 벌떡, 튀어 오르듯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손이 묶인 채로 침실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손이 속박되어 있던 탓에 행동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 차미주에게 다시 잡혔고 또다시 그녀에 의해 바닥에 쓰러졌다. 한성우는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그는 수도 없이 이런 장면을 상상해 왔었다. 그러나 장담컨대, 자기가 묶여있는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차미주는 한성우의 몸 위에 올라타 몽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성우가 묶인 채로 움직이지도,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기를 쳐다보고 있자 그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차미주는 순간 배드신의 소재로 쓸만한 포인트를 캐치했다. “긴장하지 마.”차미주가 한성우를 달래며 말했다. “그저 보기만 할 거야. 구경 다 하면 풀어줄게.”‘내가 묶여 있는 데 대체 뭘 어떻게 구경한다는 거야.’그리고 차미주는 곧 행동으로 묶여서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한쪽에 세워두었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한성우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차미주의 행동에 한성우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것인지, 한성우는 순간적으로 자기를 묶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냈다. 그는 휙 몸을 돌려 차미주를 아래에 눕혔다. 그는 한 손으로 차미주의 두 손을 머리 위에 잡아두고 다른 한 손으로 벨트를 빼내더니 고개를 들어 씩 미소 지었다. “자기야, 이건 자기가 함부로 가지고 장난할 물건이 아니야.”벨트를 푸는 한성우의 모습은 차미주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한성우에 의해 꽁꽁 묶인 뒤였다. 잔뜩 지친 한성우는 땀이 온몸을 적셨다. 그는 셔츠를 벗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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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6화

한열: [이 멍청아, 강한서가 널 부르는 게 처남이고!]송민준: [강한서 이 자식 어딨어. 당장 찾아가야겠어. 아버지, 말 좀 해보세요!]5분 후에야 송병천이 단톡방에 문자를 남겼다. 송병천: [너희들 타자 좀 천천히 하면 안 돼?]그리고 또 5분 뒤. 송병천: [임신이라니!]송민준: [...]송민준: [아니면 영상통화로 얘기해요.]그렇게 그들은 단체로 영상통화를 켰다. 그리고 방금까지 단톡방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 송민준: “현진아, 언제 임신인 거 알게 된 거야? 병원에서 검사했어? 우리 조카는 건강하고?”송병천: “현진아, 임신처럼 중요한 일을 왜 이제야 얘기하는 거니? 어쩐지 요즘 살이 쏙 빠졌더라니. 혹시 입덧이 심해서 입맛이 없는 거야?”송민준: “아니면 강한서 그 자식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걸 수도 있죠. 나중에 아이 낳으면 우리 성을 따라야 해요. 강한서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아이예요.”한열: “누나, 전에 차가운 물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 아이에게 영향이 있지는 않대요?”외숙모: “현진아, 아니면 외삼촌이 있는 군도로 와. 외숙모가 군도에서 산후조리원 쪽 일을 하는 친구가 많거든. 마침 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너 보고 싶어 하시는데, 아예 군도에 와서 태교하렴. 그리고 아이 낳고 몸조리까지 마치면 돌아가.”한준웅: “지금 바로 전용 비행기를 띄울 준비 할게. 바로 비행기로 가지, 뭐. 당신 수업하는 동안이면 다녀올 수 있어.”한승: “누나, 저 방학했어요. 제가 얼른 누나랑 아기 보러 날아갈게요. 하리 누나도 볼겸요.”한열: “이 자식, 너 언제부터 그 여자와 연락하고 지냈어? 너 팔아버리면 어쩌려고.”한승: “하리 누나가 형만 팔 거라고 그랬어. 누나가 어린 똥강아지는 돈이 안 된다고 했어. 잘 생기고 멍청한 강아지만 돈이 된다고 했단 말이야.”한열: “X발.”한준웅, 외숙모: “너 지금 뭐라고 했어?”입을 꾹 다문 한열은 곧바로 영상통화를 꺼버렸다. 그러자 가족들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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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7화

송병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목소리마저 떨려왔다. “허튼 소리하지 마. 아빠가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할 거야.”가족 모두가 말이 없어졌다. 한아람의 죽음은 두 가족에게 모두 아픈 기억이었다. 매번 한아름을 언급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준웅이 입을 열었다. “현진이 말대로 해요. 어차피 그 모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니.”적대심 가득한 그 말에 송병천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한준웅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한준웅은 금방 다시 영상통화를 연결한 한열에게 자주 한현진을 찾아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돕고 그녀를 도와 심부름도 하라며 당부했다. 그 말에 한현진은 조금 웃음이 났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열이 같은 유명 연예인을 어떻게 심부름시켜요. 아마 집 밖을 나서자마자 팬들에 의해 길이 막혀버릴지도 몰라.’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한 그날, 송민준은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갔다. 잠이 들 무렵, 그는 한현진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 시각 한현진은 이미 짐을 싸고 있었다. 사실 정리할 짐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비록 본가로 이사를 오긴 했지만 그녀의 대부분 짐은 아직 클라우드 아파트에 있었다. 송민준은 한현진이 침대 위에 개놓은 옷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마음의 결정 내린 거야?”한현진이 옷을 받아들었다. “네. 결정했어요.”송민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한서 지금 상태도 그렇고 그쪽 집안도 여전히 골치 아픈 상황이라 난 네가 너무 걱정이야...”“오빠.”한현진이 가방의 지퍼를 올리며 송민준에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골치 아픈 상황이라서, 그래서 제가 가야 해요. 강한서를 그런 상황에 혼자 둘 수는 없어요. 지금은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 강한서 옆에 다시 돌아가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요.”한현진에게 강한서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송민준은 모르지 않았다. 몇 마디 더 중얼거린 그는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화제를 돌려 한현진의 일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전에 계약했었던 “둘레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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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8화

‘오빠는 누굴 경계하고 있는 거야?’비록 한현진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이 갔지만 송민준이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않으니 그녀 역시 눈치껏 더 캐묻지 않았다. 일 얘기를 마친 후, 송민준은 한현진의 아랫배로 시선을 옮기더니 웃으며 물었다. “우리 큰 조카 태명은 지어줬어?”한현진도 웃으며 말했다. “아직이요. 아니면 큰아빠께 지어달라고 할까?”“보자, 뜻이 좋은 이름으로 지어야 할 텐데.”송민준의 머릿속에 번뜩 아이디어가 스쳤다. “너 망고 좋아하잖아. 태명은 망고라고 부르는 게 어때.”“...”‘음, 의미는 좋네.’“이름은 강한서 기억이 회복되면 그때 우리 둘이 이름을 지어서 경쟁해 보는 거야. 하지만 강한서는 그런 면에서는 수준이 높지 않으니까 아마 나보다 좋은 이름을 짓지는 못할 거야.”송민준의 말에 한현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강한서가 그 말을 들었다면 기억을 찾자마자 바로 오빠와 붙어볼 거라고 할 거예요.”송민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얼른 그러라고 해.”송민준은 조금 더 머물며 짐 정리를 돕고 나서야 한현진의 방을 나섰다. 배웅하러 문 앞으로 나온 한현진은 송가람과 마주쳤다. 송가람은 자기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송가람의 시선은 한현진이 아닌 송민준을 향해 있었다. 송민준이 몸을 돌리자 송가람과 눈이 마주쳤다. 송가람은 웃으며 그를 불렀다. “오빠.”송민준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조금씩 차가워졌다. 그는 덤덤한 말투로 송가람에게 대답하더니 곧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송가람의 눈빛이 눈에 띄게 애절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송민준을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한현진과 눈을 마주친 송가람의 눈빛이 곧 냉담하게 변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한현진은 다시금 송가람을 보던 송민준의 눈빛을 떠올렸다. 그의 눈빛엔 더 이상 예전의 애정과 애처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송가람은 오빠와 20여 년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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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9화

사진은 송가람의 인스타그램을 캡처한 것이었다. 강한서와 함께 찍은 사진에 꽃 모양의 이모티콘을 덧붙인 피드였다. 송가람은 어제 한현진이 골라준 옷을 입고 있었다. 친구를 만난다더니, 그 친구가 강한서였던 것이다. ‘강한서 이 개자식, 나한테 말도 하지 않다니.’한현진은 어두운 얼굴로 강한서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했다. 그대로 전송을 누르려던 한현진은 따져 묻는 문자 내용을 다시 하나하나 삭제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방안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더니 다시 강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데리러 올 때 꽃다발 사와요.]그 문자에 강한서는 어리둥절해졌다. 한현진: [안 사 들고 오면 못 들어올 줄 알아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한편,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린 채 계속 휴대폰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본 송가람은 목소리를 낮춰 그에게 물었다. “한서 오빠, 누가와 얘기하는 거예요?”강한서는 고개도 들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빚쟁이요.”어리둥절해진 송가람이 막 무슨 빚쟁이냐고 물으려는데 차가 멈춰 서며 민경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가볍게 대꾸한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송가람에게 말했다. “가람 씨, 가시죠.”송가람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지우고 다시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네.”의료기계가 필요한 항목도 몇 개 되지 않았기에 재검사는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검사를 마치자 송가람은 강한서를 데리고 황 교수의 사무실로 향했다. 민경하도 함께 들어가려고 했지만 의료진이 그를 문밖에서 막아세웠다. 상대방은 황 교수가 진료를 볼 땐 외부인이 있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그러나 송가람은 강한서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민경하는 사무실 문을 슥 쳐다보더니 문 옆의 의사 소개를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강한서는 한 시간 정도 후에 사무실에서 나왔다. 의사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어두운 안색이었고 심지어 송가람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민경하가 앞으로 다가가며 어떻게 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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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0화

강한서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다음날에 먹죠. 오늘은 일이 있어서요.”송가람의 눈이 순식간에 서운함으로 가득 찼다. “혹시... 꽃 좋아하세요?”송가람이 슬퍼하고 있을 때쯤, 강한서가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다. 멍해졌던 송가람이 눈을 반짝였다. “좋아해요.”그러자 강한서가 물었다. “그러면 같이 꽃 보러 가시겠어요?”서늘하게 빛나는 강한서의 눈을 쳐다보는 송가람의 심장이 순간 날뛰기 시작했다. “갈... 갈래요...”“가죠.”한 마디 툭 내뱉은 강한서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송가람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가파르게 뛰어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강한서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을 차에 태운 민경하는 한주에서 제일 큰 꽃가게로 향했다. 문을 열자 온갖 꽃향기가 풍겨왔고 송가람은 재채기가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송가람은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송가람은 천식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자극적인 냄새는 고역이었다. 사실 조향업에 종사하면서도 제향사에게 제일 중요한 조향실에는 사실 건강상의 이유로 그리 오래 머물 수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송가람은 천천히 밀려오는 향기에 적응했다.꽃가게 직원이 다가와 어떤 꽃을 사겠냐며 물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강한서가 물었다. “보통 여자에겐 어떤 꽃을 선물하나요?”점원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친구분께 드리는 거면 당연히 장미로 많이 하시죠.”강한서가 송가람에게 물었다. “장미는 어떤 것 같아요?”송가람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장미... 괜찮은 것 같아요.”그 순간, 강한서의 머릿속에서 정체 모를 목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장미는 너무 촌스러워.”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종류마다 조금씩 주세요. 장미는 빼고.”그 말에 송가람은 몸을 굳혔고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장미는 조금 촌스러운 것 같아서요.”조금 뻘쭘해진 송가람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장미는 의미가 있잖아요. 일반적으로 사랑을 상징하기도 하고요.”멈칫하던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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