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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1화

송가람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한현진도 대충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송가람의 드레스룸을 슥 훑어보고는 에메랄드 컬러의 개량 한복을 송가람에게 건넸다.

“이거로 입어요. 너무 정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캐주얼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송가람이 옷을 건네받았다.

“역시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건 오빠가 작년 제 생일 때 선물로 준 거예요. 제가 이 디자이너님의 옷을 좋아하는 걸 알고 몰래 제 사이즈를 기록해 두었다가 주문한 거거든요. 아까워서 선물 받고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어요.”

한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녀는 송가람과 송민준 혹은 송병천 사이에 있었던 일은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그녀를 잘못 안아가지 않았다면 그들에게는 20여 년이라는 감정의 공백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병천은 한현진의 어릴 적 사진을 볼 때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어린 시절의 그녀를 안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아쉬워했다.

한현진은 그가 어린 딸이 예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모든 성장 과정을 지나쳐 버린 것을 안타까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쉬운 감정은 한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이미 인생의 절반을 지나 나이가 드셨고 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현진은 가족을 갈라놓은 범인이 죽도록 미웠다.

그러니 송가람이 송민준과 송병천의 옛일을 꺼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현진에게 송가람이 송병천과 송민준에게서 뭘 얼마나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안타깝게 여기는 건 송가람에게 빼앗긴, 함께 하지 못한 가족들과의 추억이었다.

더 이상 송가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던 한현진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가 볼게요.”

송가람이 옷을 내려놓았다.

“현진 씨. 전 늘 한서 오빠가 아니었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멈칫, 한현진이 걸음을 멈추었다.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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