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781 - Chapter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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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1화

세 쌍의 눈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송가람은 웃으며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현진 씨, 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 집에 있었네요?”한현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자 송가람이 또 말을 이었다. “오늘 골라준 옷, 저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한서 오빠도 예쁘다고 칭찬하더라고요.”강한서는 말 없이 힐끔 송가람을 쳐다보았다.‘내가 칭찬했었나?’강한서가 생각했다. 차에 올라탈 때 송가람 혼자 자기가 입은 치마에 대해 뭐라고 떠드는 것 같긴 했었다. 하지만 당시 강한서의 정신을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 마지막에 송가람이 뭐라고 물었던 것 같긴 한데.‘뭘 물었더라?’‘기억이 안 나는군.’무슨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아마도 “네.”라고 대답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것도 칭찬이라고 할 수 있나?’강한서를 쳐다보는 한현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비록 냉랭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한현진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는 추운 겨울날의 태양만큼이나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가람 언니는 제 약혼남과 데이트를 다녀온 모양이네요. 이럴 줄 알았다면 어제 빨간 원피스를 추천해 드릴 걸 그랬어요. 이 사람은 너무 청순하게 입는 여자를 안 좋아하거든요. 평범하고 재미없대요.”송가람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그녀는 한현진이 화를 내며 난리를 칠 거라고 생각했다. 전에 강민서와 가깝게 지내며 강민서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한현진은 질투심이 많고 성격이 불 같아 강한서가 한현진의 그 모습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송가람은 어제 한현진에게 옷을 골라달라고 부탁하며 일부러 그렇게 애매모호한 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현진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한현진은 심지어 직접적으로 어제저녁 송가람이 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그로 인해 송가람은 강한서 앞에서 발가벗겨진 것 같았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어색하게 말했다. “데이트라니요. 현진 씨는 농담도 참. 전 한서 오빠를 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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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2화

꽃잎을 만지작거리던 한현진이 손을 내렸다. “제가 왜 강한서 씨와 아름드리로 돌아가야 하죠?”강한서는 한현진이 카톡으로 보냈지만 자기가 무시해 버렸던 대사를 떠올리며 입술을 짓이겼다. “의사가 편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익숙한 일들을 많이 하라고 했어요. 그래야 제 대뇌를 자극해 예전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요. 저희가 예전에 함께 살았었잖아요. 만약 한현진 씨와 함께 지낸다면 곧 기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한현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왜 강한서 씨를 도와야 해요? 잊지 말아요. 강한서 씨는 저와 파혼까지 하려고했잖아요.”강한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한현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강한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도와줄래요?”한현진이 눈꼬리를 휘며 웃어 보였다. “돈을 더 주셔야죠.”“...”‘시나리오에 없던 대사잖아.’송가람은 그제야 두 사람의 대화에서 뭔가를 이해한 듯 얼른 입을 열었다. “한서 오빠. 기억을 찾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굳이 빨리 기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얽매인다고?’‘그냥 대놓고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하지, 돌려 말하기는.’한현진이 송가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생각했다. 이때,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지금 회사 상황으론 저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한현진 씨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아무래도 지금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은 한현진 씨와 관련되어 있으니까요.”송가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서 오빠. 오늘 황 교수님께서 하신 얘기 잊었어요? 너무 강한 자극은 오히려 기억을 회복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요. 회사가 오빠 건강보다 중요하다는 건가요?”한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송가람을 말리지도 않은 채 그저 조용히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한서를 기다리는 동안 한현진은 이미 끓어오르는 모든 화를 토해냈다. 그리고 지금, 한현진은 신기할 정도로 냉정한 태도로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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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3화

강한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가 이미 뱃속에 있는데, 이 여자는 대가 끊긴다는 말을 입밖에 내뱉을 수가 있어?’송가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현진 씨, 현진 씨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 안 해요?”‘이거 봐. 아무리 잘 감추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엔 이 말에 멘탈이 흔들리잖아.’만약 강한서가 그런 피드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면 그건 공개적으로 송가람과의 사이를 부인하는 것은 물론 송가람의 희망을 잘라내는 것이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테였다. 한현진은 느릿하게 설명했다. “가람 언니, 왜 이렇게 흥분하세요. 저도 알아요.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언니는 제 약혼남에게 다른 마음이 없겠죠. 하지만 강한서 씨는 지금 기억을 잃었고 또 언니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으니 솔로인 남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만약 강한서 씨가 언니에게 흔들리기라도 한다면요?”“아빠는 저와 결혼했던 강한서 씨가 또 언니까지 건드리는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강한서 씨에게 두 사람 사이를 해명하라고 하는 건 단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 아빠가 화내시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뿐이에요. 안 그래도 아빠가 혈압도 높으신데, 그건 아빠에겐 너무 충격적인 일이잖아요.”입술을 바들바들 떠는 것을 보니 송가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모양이었다. “정말 아빠를 위한 일이에요? 아니면 현진 씨 사적인 욕심 때문이에요?”한현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송가람을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눈빛은 한현진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또 어쩔 건데요?”송가람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한현진은 더 이상 그녀에게 눈빛도 주고 싶지 않아 바로 강한서에게 물었다.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만약 두 가지 모두 선택하지 않는다면요?”강한서의 대답에 송가람은 마음속으로 못내 기뻐했다. 그녀는 강한서의 그 대답이 자기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부끄러움에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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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4화

서해금과 강한서의 고모부는 친척 관계였다. 서해금은 강한서의 고모부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그러니 굳이 촌수를 따지자면 송가람이 강한서를 삼촌이라고 불러도 문제 될 건 없었다.그러나 송가람은 전혀 그런 뜻으로 꺼낸 말이 아니었다. 강한서는 정말 송가람이 한 말의 의미를 몰랐을까?물론, 강한서도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사실 그는 깨어나 송가람을 봤을 때, 그녀의 눈빛만으로도 강한서는 송가람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서는 송가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송가람을 거절할 수 없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분명 자연스럽게 송가람을 거절했음에도 그의 마음속에선 그에게 방금 했던 그 말은 송가람이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라며 얼른 없던 일로 하라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어벨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강한서의 머릿속이 순식각에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귓가에 쉬어버린 송가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서 오빠. 제 말이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요. 좋아해요...”말하며 송가람이 뚝뚝 눈물을 떨구었다. 강한서의 몸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그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송가람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송가람에게 거의 다다랐을 때, 한현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 씨, 가요.”그녀의 목소리에 어지럽던 강한서의 머릿속이 순간 맑아졌다. 그러나 그는 뻗은 손을 거두지 않고 다만 송가람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귀띔했다. “감기 안 걸리게 옷 잘 챙겨입어요.”송가람의 눈이 전보다 더 빨개졌다. 한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강한서의 품에 가방을 던져버리고는 혼자 먼저 집을 나섰다. 강한서는 송가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3분이 지나서야 집 밖으로 나왔다. 이미 차에 타 있던 한현진은 강한서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한서가 차에 타더니 민경하에게 말했다. “출발하죠.”알겠다고 대답한 민경하가 차를 출발시켰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강한서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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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5화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흠칫했다. 손바닥에 닿은 피부는 들고 있던 물병의 온도보다도 더 낮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전—”한현진이 손을 빼내며 말했다. “단지 아이를 바라는 거라고 해도 최소한 척이라도 좀 하죠.”강한서는 텅 비어버린 손바닥을 바라보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 민경하에게 말했다. “히터 좀 더 틀어요.”민경하는 알겠다고 대답했고 차 안의 온도가 곧 따뜻해졌다. 사실 한현진은 추운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송가람을 걱정하는 강한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짜증이 났을 뿐이었다. 만약 방금 강한서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그는 하마터면 송가람의 눈물을 닦아줬을 것이다. 강한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었지만 그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다.한현진은 더 이상 강한서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마음은 혼란스러웠지만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로 한현진은 곧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너무 이상했다. 분명 물속이었지만 전혀 춥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하기까지 했다. 오색찬란한 바닷속에는 물고기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점점 더 깊이 잠수하는 한현진의 앞에 갑자기 동글동글한 투명 기포 같은 것이 나타났다. 어쩐지 마음이 동해 한현진은 손을 들어 기포를 살짝 찌르자 기포는 바로 둘로 갈라져 갑자기 그녀의 몸을 향해 날아왔다. 손을 뻗어 기포를 잡으려던 한현진은 두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 숨이 꽉 막히는 기분에 그녀는 발버둥 치며 눈을 떴다. 그리고 한현진은 브라운 컬러의 강한서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제야 그녀는 자기가 강한서의 품에 기대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강한서는 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꼭 감싸고 있었다. 마치 한현진이 갑자기 깨어날 줄은 몰랐던 사람처럼 강한서의 눈빛엔 당황스러움이 물들었다. 그러나 그런 감정은 곧 강한서에게 의해 가려졌다. 강한서가 손을 놓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일어났으면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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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6화

강한서는 한현진을 무시한 채 웨딩 사진을 지나쳐 한현진의 짐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위층에서 청소하고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소리를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 돌아오셨어요?”강한서가 간단히 인사를 받고는 테이블 위의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모님, 한현진 씨 짐 게스트룸에 옮겨주세요.”황씨 아주머니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게스트룸에요?”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현진 씨는 제 기억 회복을 돕기 위해 잠시 여기서 지낼 거예요. 짐 정리 좀 같이 해주세요.”황씨 아주머니도 물론 강한서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완전히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황씨 아주머니는 정인월의 당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대표님, 게스트룸에는 사람이 묵을 수 없어요.”강한서가 멈칫했다. “게스트룸이 그렇게 많은데, 전부 안 된다는 건가요?”황씨 아주머니가 겨우 대답했다. “네.”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강한서는 한 방 한 방문을 열고 확인에 나섰다. 결과, 안방을 제외한 모든 방에 침대가 놓여있지 않았다. 황씨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인월은 어젯밤 급히 사람을 불러 모든 게스트룸에 있던 침대를 가져가 버렸다.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한 침대에 묶어버리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강한서가 입술을 앙다물고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한현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설마, 제가 할머니께 이런 부탁을 드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강한서는 말이 없었다. 그 모습에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제가 지금 강한서 씨를 상대로 뭘 할 수나 있어요? 그리고, 정말 강한서 씨가 절 원하지 않는다면 거기가 서기나 하겠어요?”멍해졌던 강한서가 곧 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귀가 빨개졌다. 그는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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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7화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그의 마음속엔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결혼 전 한현진과의 관계는 신미정이 얘기했던 것처럼 그렇게까지 상극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인 사이었다면, 한현진이 그린 그림을 사무실 서랍에 숨겨놨을 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 그림을 빤히 쳐다보던 강한서는 다시 그림을 서랍 안에 넣었다. “민 실장, 팀원들에게 오늘 전 안 갈 거라고 얘기해줘요. 모든 회식 비용은 제가 낼게요. 나중에 바쁜 일을 모두 해결하고 나면 그때 같이 식사하죠.”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허니 디저트 가게에 요즘 새로운 디저트가 나왔던데, 사모님께 사드리실래요?”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 “아뇨. 임산부는 혈당 관리를 해야 해요. 아니면 태아가 너무 커서 낳을 때 고생이거든요.”그 말에 민경하는 그만 어리둥절해졌다.‘대표님께서는 대체 언제 이런 것까지 아신 거야?’사실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은 강한서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전혀 일부러 그런 지식을 기억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날 한현진이 아이를 지우는 것을 막으러 병원에 갔을 때 우연히 병원에 있던 산모 건강 수첩을 보고 대충 훑어보고 기억하게 된 것이었다. 강한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세 한식당 대표에게 연락해 새우 물만두 좀 준비해 달라고 해요. 제가 가지러 갈게요.”“네.”그의 말에 대답한 민경하가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강한서가 다시 그를 불렀다. “오늘 병원에서 제가 수집하라고 한 물건은...”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이미 조사 중입니다.”“그래요. 조용히 알아봐요. 아무도 모르게.”——강한서가 돌아왔을 때 한현진은 송민준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베란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강한서를 쳐다본 한현진이 말했다.“오빠, 한서가 왔어요. 이만 끊어요. 내일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잊지 말고 문자 해줘요. 그리고 제가 부탁한 일은 오빠도 신경 좀 써줘요.”송민준이 콧방귀 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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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8화

한현진이 피식 냉소를 흘렸다. “그렇군요.”한현진은 젓가락으로 그릇 안에 담긴 물만두를 뒤적였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그릇을 부딪치며 끊임없이 맑은 소리를 냈다. 강한서는 한현진의 본가에서 그녀와 밥을 먹은 적이 있었기에 그녀의 식사 예절이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강한서가 본 한현진은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제야 그는 뒤늦게 뭔가를 눈치채고 말했다. “화났어요?”“그럴 리가요.”한현진이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 대표님께서 이렇게 늦게 퇴근하시면서까지 제 음식을 챙겨주시니 기뻐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요. 하하.”“...”강한서는 뭔가 한현진의 특징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녀는 화가 나면 자신을 강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또 기억 조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도 한현진은 지금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었다. “강 대표님, 시계 예쁘네요.”하지만 그때의 한현진은 진심으로 시계가 예뻐서 칭찬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없는 빈말을 건넨 것이었다. 한현진이 화낸 포인트를 알 수 없었던 강한서가 물었다. “새우 물만두 안 좋아해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새우는 임산부에게 좋죠. 태아에게도 좋고요.”“...”강한서는 그 말에 뭔가를 깨달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한세 한식당 대표가 제가 늘 새우 물만두만 사 간다고 해서, 전 한현진 씨가 좋아할 줄 알았어요.”그 말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그녀가 다시 물만두를 입에 넣었을 때, 더 이상 젓가락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모습에 강한서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임산부는 역시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해. 화도 쉽게 냈다가 또 쉽게 풀잖아.’물만두를 다 먹은 한현진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강한서가 그런 한현진을 불렀다. “나가서 좀 걸어요. 소화도 시킬 겸.”그러자 한현진이 더 놀라고 말았다. ‘강한서는 내 카리스마를 느끼고 싸움 대신 굴복을 선택한 거야?’도륵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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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9화

한현진의 마음이 조금씩 찢겼다. ‘몽롱이라...’‘상처가 얼마나 심각했어야 매일 같이 진통제를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썼을까?’한현진은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늘 생각했다. 만약 그때 강한서를 꼭 잡았었더라면 나중의 모든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강한서가 제일 힘든 순간에 그를 외롭게 혼자 놔두지도 않았을 텐데...우울한 한현진의 기분을 눈치챈 강한서는 어쩐지 자기 마음도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한현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현진과 같은 발걸음을 유지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다. 가로등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강한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한현진 씨와 그 사람... 은 예전에도 이렇게 자주 산책했어요?”그의 말에 잠시 멍해졌던 한현진은 강한서가 말하는 그 사람이 바로 예전의 그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혹은 그녀와 결혼했었던 그를 말하는 걸지도 몰랐다. 왜냐면 전에 한현진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최소한 날 사랑했던 강한서가 무사한지는 알아야겠어요.”한현진이 시선을 내리며 대답했다. “아뇨. 저희는 같이 산책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산책하더라도 제 손을 잡은 적이 없었죠.”그건 강한서에게는 꽤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한현진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속이 좁고 삐딱한 성격이라 절 좋아하면서도 늘 자존심 때문에 표현하기를 꺼렸어요. 선물을 줄 때도 분명 자기가 고심해서 고른 거면서도 늘 클라이언트가 준 거라고 했었고 제가 해 준 음식을 좋아했으면서도 맛이 별로라고 했죠. 항상 마음과 다른 말을 해서 늘 저를 화나게 했어요.”“전 이제껏 나이 30 먹은 남자가 그렇게까지 유치하고 삐딱한 방법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처음 봤어요. 그때 전 산책할 때마다 생각했었어요. 다른 부부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껴안고 걷는데 왜 우리만 늘 앞뒤로 걸어야 하나, 하고요.”“나중에야 알았죠. 저와 손을 잡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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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0화

조급한 마음에 한현진이 나가지 않으려고 하자 진씨가 입을 열었다. “한현진 씨, 나가시죠. 이건 지 선생님 룰이에요.”한현진은 주먹을 꽉 쥐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방문이 굳게 닫히고, 안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한현진은 문 앞을 서성이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한 한현진이 진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저분은 어디서 오신 분이세요? 믿을 만한 분이에요?”진씨가 대답했다. “한현진 씨도 보신 적 있는 분이세요.”한현진이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제가요? 전 전혀 기억이 없는데.”진씨가 말했다. “삼청관.”“삼청—”한현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현기법사 님이요? 그분은 무당 아니셨어요? 의학도 아시는 거예요?”머리를 묶지 않아 한현진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진씨가 말했다. “미신은 신앙이고 과학은 생활이죠.”“...”‘말 한마디로 직업이 바뀌네.’현기법사와 정인월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아마 정인월도 현기법사를 누구보다 신뢰하기 때문에 그를 부른 것일 테였다. 하지만 현기법사의 의술이 강한서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1 시간쯤 되었을 때 드디어 방문이 열렸다. 젊은 남자가 고개를 내밀고 한현진과 진씨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한현진이 빠른 걸음으로 청년의 뒤를 따랐다. 강한서는 침대에 앉아 법— 아니, 지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혈색이 없고 피곤해 보였지만 방금 전의 창백하던 모습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 한현진이 방으로 들어서자 강한서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곧 시선을 거두었다. 지 선생님은 강한서에게 몇 마디 당부의 말을 남기더니 몸을 일으키며 진씨에게 말했다. “갑시다.”한현진은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일어나기 힘들어서 그러니 손님 배웅 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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