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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7화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그의 마음속엔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결혼 전 한현진과의 관계는 신미정이 얘기했던 것처럼 그렇게까지 상극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인 사이었다면, 한현진이 그린 그림을 사무실 서랍에 숨겨놨을 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 그림을 빤히 쳐다보던 강한서는 다시 그림을 서랍 안에 넣었다.

“민 실장, 팀원들에게 오늘 전 안 갈 거라고 얘기해줘요. 모든 회식 비용은 제가 낼게요. 나중에 바쁜 일을 모두 해결하고 나면 그때 같이 식사하죠.”

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허니 디저트 가게에 요즘 새로운 디저트가 나왔던데, 사모님께 사드리실래요?”

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

“아뇨. 임산부는 혈당 관리를 해야 해요. 아니면 태아가 너무 커서 낳을 때 고생이거든요.”

그 말에 민경하는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대표님께서는 대체 언제 이런 것까지 아신 거야?’

사실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은 강한서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전혀 일부러 그런 지식을 기억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날 한현진이 아이를 지우는 것을 막으러 병원에 갔을 때 우연히 병원에 있던 산모 건강 수첩을 보고 대충 훑어보고 기억하게 된 것이었다.

강한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한세 한식당 대표에게 연락해 새우 물만두 좀 준비해 달라고 해요. 제가 가지러 갈게요.”

“네.”

그의 말에 대답한 민경하가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강한서가 다시 그를 불렀다.

“오늘 병원에서 제가 수집하라고 한 물건은...”

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이미 조사 중입니다.”

“그래요. 조용히 알아봐요. 아무도 모르게.”

——

강한서가 돌아왔을 때 한현진은 송민준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베란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강한서를 쳐다본 한현진이 말했다.

“오빠, 한서가 왔어요. 이만 끊어요. 내일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잊지 말고 문자 해줘요. 그리고 제가 부탁한 일은 오빠도 신경 좀 써줘요.”

송민준이 콧방귀 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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