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791 - 챕터 1800

2285 챕터

제1791화

주방으로 다 데워졌냐는 송병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서해금이 대답했다. “다 됐어요.”말하며 그녀는 문자를 전부 지워버리고는 데워진 국을 들고 주방을 나섰다. “이제 이런 일은 아줌마 시켜.”송병천이 손을 닦으며 말했다. “날도 추운데 왔다 갔다 하는 사이면 음식 다 식잖아.”“아줌마도 저녁 내내 바삐 보내다 이제 겨우 쉬면서 방에서 식사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제가 해도 돼요.”서해금은 송병천에게 국을 한 그릇 더 떠주며 말했다. “전에 어머님 보살펴 드리면서 습관이 되어서 괜찮아요.”그 말에 송병천은 멈칫하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해금이 시어머니를 모시던 그 몇 년 동안, 그녀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송씨 가문은 재벌가였으니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 아무리 고되다고 하더라도 돈만 제대로 준다면 간병인을 찾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송병천의 모친은 젊은 시절 성격이 온화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넘치던 사람으로 한주에서 알아주는 재벌가 규수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병환에 시달리며 온종일 침상에만 갇혀 생활했고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녀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 점점 우울 속에 빠졌다. 아무리 성격이 좋았던 사람도 아프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하기도 했다. 송병천의 모친 역시 그랬고 그녀는 자주 모욕적인 말로 간병인을 욕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송병천이 아무리 임금을 올려주어도 2달 이상 버틸 수 있는 간병인을 찾기 어려웠다. 서해금 역시 갓 시어머니를 돌보기 시작했을 때는 온갖 모욕적인 말들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서해금은 워낙 끈기가 있는 성격이라 설사 시어머니가 매일 같이 그녀를 비꼬며 욕해도 날마다 꾸준히 시어머니를 돌봐왔다. 송병천 역시 어머니가 밖에서 발작을 일으킬 때 서해금이 두 손으로 어머니의 구토물을 받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아들인 자기도 그렇게까지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서해금의 그 행동에 송병천은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송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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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2화

여기까지 생각한 송병천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비서한테 연극 티켓을 두 장 예매하라고 했어. 내일 오후에 시간 있어?”서해금은 다소 의외였다.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됐지만, 항상 그녀가 모든 것을 준비한 후 송병천을 불러냈다. 그는 먼저 약속을 잡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해도 친구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해서였다.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있어요. 몇 시 공연이에요?”“3시, 내일 데리러 갈게.”서해금은 알았다고 대답했다.송병천은 국을 마시며 천천히 말했다.“가람은 20년 키웠으니 오래 전부터 친자식으로 생각했어. 현진은 20여년 떨어져 있다가 어렵게 다시 만나서 가끔 그쪽으로 기우는 걸 어쩔 수 없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서해금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 다 이해하니까 설명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에 제가 잘못한 부분도 있으니 당신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요. 제가 민준을 키우기 시작할 때 겨우 열 살이었어요. 나이가 어려서 맞추기 쉽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현진은 돌아올 때 이미 성인이었어요. 고민이 있어도 숨기는 나이였죠. 저는 그저 그 애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잘 몰랐을 뿐이에요. 게다가 이번에 가람이 한서를 구한 걸 놓고 속으로 원망하는 것 같아요. 저도 자꾸 말하면 귀찮아할까 봐 말하지 못했어요.”송병천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현진은 철없는 아이가 아니야. 당신이 잘해주면 그 애는 당신한테 더 잘할 거야. 은혜를 갚을 줄 알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것이 아람과 똑같아.”서해금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요.”이어서 한현진이 아름드리 펜션에 사는 문제를 얘기했는데, 서해금은 결혼하지 않았으니 같이 사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강한서가 한현진을 기억 못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한서가 현진에게는 생명의 은인이고, 이번에 가는 목적도 한서가 기억을 되찾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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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3화

그녀는 줄곧 강한서가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감상할 줄 안다.그녀와 강한서 사이에 부족한 것은 함께 지낸 시간뿐이다.다만 강한서가 파혼하자는 말까지 했고 주강운과 친밀한 관계가 됐는데도 한현진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강한서에게 매달릴 줄은 몰랐다. 역시 빈한한 집안 출신의 여자라 수치심이 없다.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서해금은 말투를 좀 누그러뜨렸다.“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아. 강한서는 한현진과 얽혀 있어 좋은 배필이 아니야. 그러니까 하루빨리 마음을 접어. 걔가 강한서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너에게는 기회야. 너는 깔린느에 힘을 쏟아 입지를 굳히는 게 낫잖아. 주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해.”하지만 송가람은 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강한서가 기억을 잃은 지금이 그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인데 그녀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깔린느는 엄마가 있는 이상 한현진이 빼앗아갈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다.오랜 세월에 걸쳐 서해금의 세력이 깔린느의 구석구석에 깊이 침투했다. 한현진이 창업주 따님 신분이 있다고 해도 그 지위는 흔들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강한서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려 했다. 어쩌면 이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르니까.그러나 입으로는 감히 서해금을 거역하지 못하고 다소곳이 대답했다.“알았어, 엄마.”그러고 나서 그녀는 쓸데없는 참견을 했다.“엄마, 저녁 식사할 때 누가 문자했어요?”서해금은 흠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스팸 문자야.”송가람은 ‘오’하고 답했지만 엄마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송병천은 그때 식사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봤다.태산이 무너져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을 정도로 항상 침착하던 엄마가 그 문자를 보고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무슨 일이길래 나한테까지 숨기지?’다음날 아침 일찍 송민준은 전용기를 타고 M국으로 떠났다.이륙하기 전에 그는 한현진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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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4화

한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더니 반듯한 웃음을 지었다.“은하 플라자, 세기 플라자, 백야 쇼핑몰, 한량리... 강 대표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자가용 아니면 택시? 택시로 가시겠다면 제가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그녀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랑거리는 말투를 썼다. 강한서는 아첨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한현진이 이 말을 할 때 싫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은근히 유쾌하기까지 했다.‘귀여워 죽겠어.’그는 주먹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기침한 후 시선을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차로 가고, 장소는 그쪽이 정해요.”“그럼 가성비가 좋은 백야 쇼핑몰로 가요.”강한서가 동의하자, 한현진은 이쪽으로 오시라는 제스처를 보냈다.“강 대표님, 올라가시죠. 제가 옷 갈아입는 것을 시중들겠습니다.”강한서가 입술을 깨물었다.“2억이 모자라서 다른 잇속도 챙기려는 거예요?”한현진은 별 생각 없이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강한서의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옷 갈아입는다는 말이 극히 애매하게 느껴져 귀가 빨개졌지만 기세에서 밀릴 수 없었다.그녀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천상에나 있을 듯한 강 대표님의 값진 몸매를 감상할 수 있다면 저야 좋죠. 잇속을 챙기지 못하는 게 바보라는 말도 있는데...”강한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당신은 태교를 이렇게 해요?”한현진은 멈칫했다.“좋은 게 있는데 챙기지 못하면 멍청이죠.”강한서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화가 났는지, 아니면 너무 쌍스러운 말이 싫었는지 그녀를 째려보더니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현진이 강한서네 집에 산다는 소문은 이내 지인들 사이에 쫙 퍼졌다.대외적으로 강한서가 기억을 되찾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결혼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다.딸을 목숨처럼 아끼는 송병천인데, 강한서를 사위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집에 보냈겠는가?다만 한현진과 주강운의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주씨 가문에서도 두 사람을 결혼시킬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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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5화

양지원은 고개를 숙인 채 바짓가랑이에 묻은 흙물 자국을 닦고 있었다. 흰색 바지를 입은 게 후회되어 불평을 늘어놓으면서.옆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가게 직원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 다 정리하고 고개를 드니 주강운이 훤칠하니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양지원은 깜짝 놀라며 가볍게 기침을 하고 말했다.“왔는데, 왜 말을 안 해요?”주강운은 피씩 웃었다.“중얼거리고 있길래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었어요.”양지원은 얼굴을 붉혔다. 정말이지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표절한 사람을 미친 년이라고 욕했고, 또 주강운은 왜 쇼핑몰에 가지 않고 길가의 식당을 골랐냐고 불평했다. 이 길을 걷지 않았으면 바지를 더럽힐 일도 없었을 텐데, 사람들이 보면 또 뒤에서 지저분하다고 비아냥거릴 텐데 하면서 말이다.“바지가 더럽혀져서 그래요.”주강운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양지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의자를 살며시 끌어당겼다.양지원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저 평소에는 안 그래요.”이번에는 맞은편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어리둥절해서 올려다보던 양지원은 그의 그윽한 눈에 빠져들어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정말 화근이다.그녀는 손을 가슴에 대고, 좋아하지 않아도 이 얼굴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인간은 결국 모두 시각적인 동물이다.“참, 저한테 도움 청할 일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이에요?”주문한 후 양지원은 화제를 돌려 먼저 입을 열었다.“급하지 않아요.”주강운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먼저 그쪽 친구분 상황을 얘기해봐요.”양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사건은 복잡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양지원의 고등학교 동창이 대학을 졸업하고 인터넷 작가가 됐는데, 얼마 전 저작권 침해를 당했다. 표절자는 그녀의 시나리오, 캐릭터, 복선을 도용해 2차 창작의 명목으로 플랫폼에 작품을 발표하고 불법으로 이익을 챙겼다.게다가 독자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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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6화

주강운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이제 어떤 사건을 봐도 놀랍지 않아요. 인간의 어두움은 끝이 없으니까요. 이게 바로 인간이 아닌가요? 인간보다 더 무섭고 나쁜 것이 뭐가 있겠어요? 우리는 흔히 개돼지만도 못하다고 욕을 하는데, 그건 사실 개와 돼지에 대한 모욕이에요. 돼지가 말을 할 줄 안다면 ‘너는 왜 사람처럼 못됐느냐’고 말할 거예요.”양지원은 멍해졌고, 친구 때문에 불평하고 잔뜩 화가 났던 것도 갑자기 풀렸다.주강운은 사건과 관련해 몇 가지를 더 물었다. 어쨌든 대신 문의하는 것이니 일부 세부 사항은 당사자가 그녀보다 더 잘 알 것이다.그녀는 주강운의 동의를 얻은 후 그의 카톡 계정을 친구에게 보냈다.마지막에 그녀가 물었다.“주 변호사님, 이 사건은 승소할 수 있나요?”“책 제목, 인물, 이야기 줄거리를 모두 원작 그대로 옮겼고, 자기 입으로 각 플랫폼에서 개작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표절과 달라요. 저작권 침해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중요한 건 친구분이 어떤 효과를 원하느냐예요. 사과만 받으려는지, 아니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지.”“저작권 침해로 얻은 수입을 누가 탐내요? 그 더러운 돈을. 그렇게 맷집이 좋아 인터넷에서 거들먹거리니 고소하고 소환장을 직접 집으로 보낼 거예요. 현실 속의 친척들이 그녀가 인터넷에서 어떤 물건인지 똑똑히 보게. 승소해서 받은 배상금은 소송비를 뺀 후 전액 기부할 거예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양지원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으로 뭔가를 하는 주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당의 불빛 아래서 준수하고 부드러운 그의 얼굴은 딱 그녀의 취향이었다.다만 그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아쉽다.상담이 끝나고 음식이 나오자 양지원이 다시 한 번 물었다.“주 변호사님, 아까 도와달라고 한 건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주강운은 공용 젓가락으로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 주었다.“먼저 식사해요.”양지원은 더 이상했다. 뜬금없이 갑자기 친절하게 구니 무서웠다.하지만 생각이 단순한 그녀는 이내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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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7화

그녀는 한숨을 돌리고 나서야 고개를 쳐들었다.“주 변호사님, 좀 무례한 질문이네요.”“죄송합니다.”그는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했다.“남자친구가 있으면 도움을 청하기 곤란해서요.”“남자친구가 있으면 당신을 돕는 데 방해가 되나요?”양지원이 궁금해하자 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제 어머니랑 마주칠까 봐 그래요.”“말 좀 제대로 해봐요.”주강운은 한숨을 쉬더니 설명했다.“집에서 빨리 결혼하라고 자꾸 소개팅을 주선하는데 회피할 수 없어서 먼저 누가 있는 척하려고요. 제 곁에 여자가 있으면 그렇게 재촉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양지원은 계속 눈만 깜박거리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소개팅을 막아달라는 거예요?”“어떻게 안 될까요?”주강운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지만, 양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강운이 한현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방관자인 양지원은 똑똑히 알고 있다.강한서가 기억을 잃은 지금 빈틈을 노려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는 뜻밖에 아무 동작도 없다.잠시 생각에 잠긴 양지원은 오늘 아침 단톡방에서 본 소식이 생각났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기억 회복을 돕기 위해 강씨 가문 별장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원래 사랑하던 사이인데 한쪽이 잊었다고 해도 설레는 감정은 기억 상실로 인해 사라지지 않는다. 한 지붕 아래에 살다 보면 강한서는 틀림없이 다시 한현진에게 마음이 끌릴 것이다.설마 이것 때문에 자신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단념한 것인가?하지만 그녀의 아버지한테 들은 바로는, 주씨 집안의 규율이 매우 엄하고, 주강운이 여태 싱글이었던 것도 집안에서 며느리에 대해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집안에서 한현진의 돌싱 신분을 꺼려해서 주강운이 집안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건 아닐까?그러고 보면 그녀의 아버지는 매우 사리에 밝다. 그녀만 좋다면 못생겼든 신체가 불구이든 다 괜찮다고 하셨다.‘내가 잘되기를 바라면 안 되나.’양지원은 이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짓고는 주강운을 쳐다보았다.“어떻게 막으려고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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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8화

“양지원 씨, 양지원 씨, 주 변호사님은 썸녀와 너무 거리를 두는 거 아니에요?”주강운은 흠칫하더니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랐다.양지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그냥 이름 불러요.”주강운은 잠시 주저하더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원 씨.”이 나지막한 목소리에 심쿵한 그녀는 빨리 남자친구를 찾아야지, 안 그러면 계속 이렇게 만나다가 마음이 끌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식사가 끝나고 주강운은 양지원을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둘이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에 양지원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쪽은 한주시의 금융가로, 한주시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거의 모두 이 근처에 있다. 물론 재벌집 아가씨와 도련님들도 이 근처를 많이 돌아다닌다.문을 나설 때 양지원은 벌써 몇몇 지인들을 만나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양지원은 차에 오른 후에야 주강운이 왜 식사 장소를 여기로 정했는지 알았다.오늘 그녀가 동의하든 안 하든 여기서 밥만 먹으면 소문이 날 것이다.구경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만나서 뭘 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즐길 가십거리가 있는지, 퍼뜨릴 루머가 있는지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그들의 입에서 그녀와 주강운은 아무 사이가 아니더라도 무슨 사이가 된다.양지원은 주강운을 힐끗 째려보았다. 이 사람은 그걸 몰랐을까?그녀는 옷깃을 여미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차가 백야 쇼핑몰을 지날 때 양지원은 낯익은 두 사람을 발견했다.옅은 하늘색 패딩을 입고 꽁꽁 싸맨 여인이 작은 가방을 들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을 재촉했다.뒤에 있는 남자는 쇼핑백을 가득 들고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듯한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누가 그에게 돈을 빚진 것처럼.이게 강한서가 아닌가? 앞의 여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한현진은 몇 발짝 걷고는 고개를 돌려 몇 마디 하고, 강한서가 다가오면 다시 앞으로 걸었다.차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양지원은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았다.강한서는 두 사람을 보지 못한 듯 줄곧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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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9화

디자인이 앙증맞긴 하지만 가공 상태가 너무 투박하다. 그리고 이런 싸구려 물건으로 물을 마시면 안전한가?더 이상 물건을 들 수 없는 강한서는 그녀가 또 가게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저는 더 이상 들 수 없어요. 더 사면 당신이 들어야 해요.”“제가 들면 되죠.”한현진은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갔다.임신한 사람 맞아? 집에 누워 있어도 허리가 시큰거린다던 사람이 몇 시간째 쇼핑을 하면서 점점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 같다.강한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따라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판매원이 반갑게 맞이했다.“고객님, 남편분 옷을 사러 오셨나요?”강한서는 그제야 들어선 곳이 남성복 가게라는 것을 알았다.“구경 좀 할게요.”“이쪽은 저희 봄 신상입니다. 양복도 있고 재킷도 있는데, 맘에 드시면 남편분께서 입어보셔도 됩니다.”한현진은 한 번 둘러본 후 강한서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한현진은 그를 힐끗 본 후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 사람은 제 오빠이고, 저는 지금 남자친구 옷을 사려고요.”그러자 얼굴을 다른 데로 돌린 사람의 뒷모습이 굳어졌다.판매원은 당황하더니 급히 죄송하다고 말했다.“남자친구분의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시면 사이즈를 추천해드릴게요.”“키는 저 사람과 비슷하고 몸무게도 아마 비슷할 거예요. 제 남자친구는 파스텔톤을 좋아하니까 추천 좀 해주세요.”판매원은 즉시 그녀에게 몇 벌을 추천해줬다. 한현진은 옷이 어떤지는 아예 보지도 않고 줄곧 강한서를 훔쳐보았다.이 자식이 처음에 몸이 굳어지더니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다 괜찮은데, 바지는요? 추천할 만한 바지는 없나요?”판매원은 즉시 그녀에게 바지 몇 벌을 추천했다. 강한서는 비싼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판매원은 옷차림을 보고 두 사람이 잘사는 집안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대어를 낚을 것 같으니 할인 혜택도 없는 신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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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0화

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생각할 필요 있어요? 옷을 입어볼 때는 부르지 않다가 사은품을 고를 때 부르는데, 무슨 좋은 일이겠어요?”“...”“그 셔츠도 싸지 않아요. 원가가 16만원이에요.”“내가 16만원이 없어요?”강한서는 음침한 얼굴로 귀찮아하며 말했다.“빨리 가요. 밖에서 기다릴게요.”그는 말하고 밖에 나가 버렸다.“생각나지 않았는데, 화는 왜 내지?”한현진이 혼자 중얼거렸다.판매원이 교환하겠냐고 다시 묻자 한현진은 하겠다고 대답했다.그녀가 물건을 들고 나왔을 때, 강한서는 가드레일 옆에서 전화하고 있었다.한현진이 가까이 가기도 전에 강한서의 말소리가 들렸다.“내일 저녁 괜찮아요.”그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마침 고개를 돌린 강한서가 그녀를 발견하고 조용히 옆으로 옮겨갔다.‘나쁜 자식! 내가 들으면 안 돼?’한현진은 굳은 표정으로 짜증 내며 말했다.“언제까지 통화할 거예요? 안 가요?”강한서는 흠칫하더니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밖에 물건 사러 나왔어요. 네, 그럼 내일 봐요.”한현진은 더 이상 그런 말투를 듣기 싫었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부리나케 걸었고, 강한서는 물건을 들고 급히 쫓아가며 나지막이 말했다.“천천히 걸어요. 연말이라 사람이 많은데 부딪치지 말고.”한현진은 코가 찡해났다. 같은 관심의 말이라도 느낌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예전의 강한서라면 말주변이 없어도 그녀의 손을 잡고 달랬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강한서는 그러지 않는다. 그의 눈에 그녀는 단지 아이를 위해 얽힌 낯선 사람일 뿐이며, 관심의 말이라 할지라도 책임에서 나온 것이다.임신해서 쉽게 예민해지는지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지금의 그를 생각하면 한현진은 너무 마음이 서글펐다.멀쩡한 애인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녀는 그의 책임감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장난을 잘 치고 말솜씨가 없는 강한서가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강한서는 처음에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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