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더니 반듯한 웃음을 지었다.“은하 플라자, 세기 플라자, 백야 쇼핑몰, 한량리... 강 대표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자가용 아니면 택시? 택시로 가시겠다면 제가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그녀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랑거리는 말투를 썼다. 강한서는 아첨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한현진이 이 말을 할 때 싫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은근히 유쾌하기까지 했다.‘귀여워 죽겠어.’그는 주먹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기침한 후 시선을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차로 가고, 장소는 그쪽이 정해요.”“그럼 가성비가 좋은 백야 쇼핑몰로 가요.”강한서가 동의하자, 한현진은 이쪽으로 오시라는 제스처를 보냈다.“강 대표님, 올라가시죠. 제가 옷 갈아입는 것을 시중들겠습니다.”강한서가 입술을 깨물었다.“2억이 모자라서 다른 잇속도 챙기려는 거예요?”한현진은 별 생각 없이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강한서의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옷 갈아입는다는 말이 극히 애매하게 느껴져 귀가 빨개졌지만 기세에서 밀릴 수 없었다.그녀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천상에나 있을 듯한 강 대표님의 값진 몸매를 감상할 수 있다면 저야 좋죠. 잇속을 챙기지 못하는 게 바보라는 말도 있는데...”강한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당신은 태교를 이렇게 해요?”한현진은 멈칫했다.“좋은 게 있는데 챙기지 못하면 멍청이죠.”강한서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화가 났는지, 아니면 너무 쌍스러운 말이 싫었는지 그녀를 째려보더니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한현진이 강한서네 집에 산다는 소문은 이내 지인들 사이에 쫙 퍼졌다.대외적으로 강한서가 기억을 되찾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결혼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다.딸을 목숨처럼 아끼는 송병천인데, 강한서를 사위로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집에 보냈겠는가?다만 한현진과 주강운의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주씨 가문에서도 두 사람을 결혼시킬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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