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731 - 챕터 1740

2287 챕터

제1731화

차미주와 한현진 모두 말문이 막혔다. 한성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욕을 지껄였다. “헛소리하지 마요. 이 분은 내 친구예요.”그러더니 차미주를 옆으로 끌어왔다. “여긴 내 여자친구. 검사하실 분은 내 여자친구의 친구세요.”차미주가 한성우를 밀어버리며 말했다.“누가 네 여자친구야? 마음대로 그렇게 부르지 마.”한준우은 조금 의외인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마치 “너도 이런 날이 있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한성우의 형은 의사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가볍게 한성우를 놀린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미 준비해 뒀어요. 여기 유 선생님께서 안내하실 겁니다. 어떤 검사를 진행하는지도 유 선생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 한성우의 형 옆에 있던 여자 의사와 자리를 벗어났다.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차미주는 모든 과정을 동행했다. 그들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한성우의 형은 한성우를 쳐다보았다. “언제 여자친구를 사귄 거야. 어머니, 아버지께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는데. 얼마 전에도 나한테 우리 병원 의사를 너에게 소개해 주라고 하셨어.”한성우가 나른하게 창가에 기대며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말씀드리면 다음 날 바로 집으로 찾아가서 조부모님까지 조사하려고 하실 거잖아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호구조사 하는 줄 알겠어요.”한준우이 소리 내 웃었다. “아무래도 네가 제일 잘나가니까 그런 거지. 너에게 여러모로 어울리는 아가씨로 찾아서 결혼시켜 아이도 낳고 그러시려는 거야.”한성우가 코웃음을 쳤다. “본인들이 낳은 아이도 신경 쓰지 않으시면서 손주를 바라시다니, 웃기시네요.”한준우은 한성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 형제는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 겪은 일들은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한성우는 농촌에서 자라며 최소한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살 수 있었지만 부모님 곁에서 자란 다른 형제들의 동년은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삐딱선을 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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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2화

차미주는 이미 잔뜩 흥분해 있었다. “이게 바로 내 딸이야? 세상에, 이렇게 작다니. 너무 신기해.”그러면서 차미주는 한현진에게 말했다. “현진아, 현진아. 빨리 봐. 내가 너 임신이라고 했잖아.”울컥한 한현진은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왜 이렇게 작아요? 안 건강한 거 아니에요?”그 말에 유소민이 웃었다. “이제 한 달밖에 안 됐으니 작은 게 당연해요. 건강한지 아닌지는 어떻게 보아낸 거예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전에 제가 몸이 안 좋아서요. 아이에게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이거든요.”유소민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모든 검사 결과가 나와야 저희도 판단할 수 있어요. 지금은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마음 편히 계시면 돼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후 다시 물었다. “선생님, 제 남편이 정관 수술을 했는데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요?”유소민이 할 말을 잃었다. “남편분께서 정관 수술을 했는데 어떻게 임신을 하신 거죠?”한현진이 말했다. “아마도 수술이 실패하지 않았을까요?”유소민은 이 초보 엄마에게 말문이 막혔다.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태아가 조금 더 큰 뒤에 정밀 검사를 받아보시면 돼요.”알겠다던 한현진은 곧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리고는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음주는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요?”“당연하죠. 임신하셨는데 어떻게 술을 마셔요?”유소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술 드셨어요?”한현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전에 임신인 줄 몰라서 조금 마셨어요.”“조금이라면 얼마나 마셨어요?”한현진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차미주가 말했다. “반병이요. 바로 어제 마셨어요. 그때는 임신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어서.”유소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엄한 태도로 한현진을 꾸짖었다. 한현진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왜 진작 임신일 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진작 알았다면 누가 뭐라고 하든 주강운과 술을 시음하러 가지 않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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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3화

애초부터 강한서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와병하며 근육이 위축되었던 것뿐이었다. 본가로 돌아온 며칠 동안 재활 훈련과 음식 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 그의 몸도 빠른 속도로 회복이 되었다. 비록 건강은 많이 좋아졌지만 송가람은 점점 더 말이 없어지는 강한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강한서의 냉담함에 은근히 불안해진 송가람은 먼저 한현진 얘기를 꺼냈다. “요즘 현진 씨가 집에 없으니 집안 분위기가 허전한 것 같아요. 비록 현진 씨가 전엔 계속 제가 한서 오빠를 구한 일로 저를 원망하긴 했지만 사실 전 집에 여동생이 있는 게 좋았거든요.”한현진의 이름을 들은 강한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송가람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아빠에게 들었는데 친구와 바람 쐬러 여행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현진 씨는 워낙 친구가 많아서, 지난번엔 강운 오빠와 가더니 이번엔 누구와 함께 갔는지 모르겠어요.”강한서는 여전히 송가람의 말에 대꾸는 하지 않더니 오히려 그녀에게 물었다. “가람 씨. 할머니가 어제 이젠 제 다리도 거의 다 회복이 되었으니 시간을 내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아저씨께 이번 주말에 시간이 있는지 물어봐 주시겠어요? 만약 시간이 맞으면 이번 주말에 찾아뵐게요. 이번 기회에 가람 씨가 절 구한 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드려야겠어요. 그래야 가람 씨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요.”송가람이 멈칫했다. 그녀는 순간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네. 돌아가서 아빠께 여쭤볼게요.”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기사님께 모셔다드리라고 할게요. 저도 이젠 쉬어야겠어요.”송가람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강한서의 건강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송가람에게는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떠난 후 강한서는 쉬어야겠다던 자기 말대로 방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은서의 방으로 향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꼬마 아가씨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찾아온 사람이 강한서라는 것을 확인한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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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4화

“그러면 현진 이모는 왜 안 오는 거예요?”강한서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궁금하면 네가 직접 물어봐.”은서가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전 현진 이모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물어봐요?”강한서는 은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넌 능력도 대단한 애가 그 사람 전화번호도 못 구한 거야?”강한서 때문에 화가 난 은서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또 한참을 은서 방에 머문 강한서는 은서가 그린 그림에 대해 평가를 늘어놓았다. 결국 화가 난 은서가 더는 자기를 상대하지 않자 강한서는 그제야 방을 나섰다. 강한서의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은서는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막 그림을 찢고 새로 그리려던 은서의 눈에 갑자기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들어왔다. 강한서가 은서 방에 놓고 간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을 강한서에게 돌려주려던 은서는 갑자기 빈정대던 강한서의 말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은서는 강한서의 휴대폰에서 한현진의 전화번호를 찾아보았다. 새로 바꾼 강한서의 휴대폰은 비밀번호도 설정하지 않아 은서는 쉽게 한현진의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은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한현진에게 전화했다. 퇴원한 한현진은 이제 막 클라우드 아파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휴대폰이 진동했고 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조금 의아해졌다. 강한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사실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가 제일 먼저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강한서였다. 전화를 받은 순간, 한현진은 강한서가 자기를 기억하든 말든 대뜸 임신한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에서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 이모, 저 은서예요.”그 목소리에 멈칫하던 한현진은 추모회에서 강단해에게 등 떠밀려 앞으로 나왔던 아이를 떠올렸다. 당시 한현진은 하마터면 그들이 퍼드린 소식이 현혹될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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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5화

깜짝 놀라던 은서는 의자에서 뛰어 내려와 종종걸음으로 문 쪽으로 뛰어가더니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았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집 안 청소를 하는 도우미가 계단 손잡이를 닦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문 앞에 화분이 놓인 바닥에 흙이 흩어져 있었다. 은서는 휴대폰을 쥐고 한현진을 불렀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어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니 어느샌가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은서가 다시 전화하려고 했지만 강한서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내 휴대폰 네 방에 있어?”얼른 손가락을 움츠린 은서는 휴대폰을 바로 강한서에게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아이는 손을 등 뒤로 숨기며 딜을 하기 시작했다. “현진 이모 전화번호 알려주면 휴대폰 돌려줄게요.”강한서가 은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내가 알려줘도 네 전화는 받지 않을 거야.”“현진 이모는 삼촌처럼 속 좁은 사람이 아니거든요.”은서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받든 안 받든 삼촌 번호만 주면 되요.”강한서는 은서를 잠시 쳐다보더니 말했다. “네가 휴대폰을 안 주면 내가 어떻게 알려줘?”내가 찾겠다고 말하려던 은서는 또 강한서가 자신이 한현진에게 전화한 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워 그에게 휴대폰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휴대폰을 가진 강한서는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멈칫하던 은서가 얼른 잰걸음으로 강한서를 쫓아갔다. “현진 이모 번호 아직 안 줬잖아요.”강한서는 키가 크다는 우세를 발휘해 두 손가락 사이에 휴대폰을 끼워 가슴 앞에서 흔들어 보이며 여유롭게 말했다. “사회생활 제1강. 그 어떤 사람의 약속도 쉽게 믿지 말 것. 설사 제일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은서는 강한서의 다른 한쪽 손을 붙잡더니 그의 손등을 꽉 깨물었다. 강한서는 은서 옷에 달린 모자를 들어 올렸다. 은서는 마치 병아리처럼 쉽게도 강한서에 의해 들어 올려졌다. 은서는 여전히 강한서의 손을 깨물고 있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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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6화

은서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강한서는 은서의 방을 힐끔 살피더니 곧 또 일련의 숫자를 나열했다. 그런 강한서의 모습에 은서는 멍해졌다.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네 스케치북의 바코드.”그 말에 은서는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강한서는 검지를 들어 자기 관자놀이를 살짝 누르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너 무협 소설 좋아하잖아. 소설엔 뭐든 한 번만 보며 다 기억하는 사람들 있잖아. 내가 그래.”“...”‘기억을 잃더니 대체 왜 더 재수 없어진 거야.’강한서는 은서의 머리를 어루만지더니 휴대폰을 들고 돌아섰다. 한편, 소리를 듣고 돌아선 한현진은 길가에 서 있는 밴의 창문이 스르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차를 운전한 사람은 바로 주강운이었다.한현진이 밴을 향해 다가갔다. “주 변호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주강운이 웃으며 말했다. “현진 씨 보러 일부러 온 거예요. 원래는 전화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문 앞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네요.”한현진이 멈칫했다. “저를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잊었어요? 전에 저와 함께 아저씨께 사죄드리러 가기로 했었잖아요.”“아, 그러네요.”한현진이 머리를 툭 쳤다.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주강운이 다정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오늘 시간 돼요?”“돼—”대답하던 한현진이 멈칫하며 방금 은서가 전해준 소식을 떠올린 그녀가 금세 말을 바꿨다. “친구와 바람 쐬러 갔다가 오늘 막 돌아오던 길이거든요.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 내일 어떠세요? 마침 주말이라 아빠도 스케줄 없으실 거예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진 씨 말대로 해요.”한현진이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 보였다. 멈칫하던 주강운이 곧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현진 씨 웃는 거 오랜만이네요. 역시 한서가 돌아오니까 여러모로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강한서라는 말에 한현진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 변호사님, 그동안 제가 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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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7화

한현진의 대답에 주강운이 멈칫했다. 매력적인 그의 눈이 그 순간 아름답게 빛났다. 한현진은 자기가 내뱉은 거짓말에 깊은 죄책감을 느꼈고 심지어 주강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다. “그... 다른 일 없으면 전 먼저 들어갈게요.”“잠깐만요.”주강운이 한현진을 불렀다. 걸음을 멈춘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주강운을 쳐다보았다. 주강운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뒷좌석 문을 열더니 안에서 예쁘게 포장된 커다란 꽃다발을 꺼냈다. “오는 길에 꽃가게가 있어서 현진 씨 생각이 나서 샀어요. 여기 오랫동안 안 계셨으니 방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을 거예요.”한현진이 눈앞에 놓인 꽃다발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주강운은 정말이지 너무... 여자를 잘 알았다. 만약 강한서를 만나기 전에 이렇게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그녀에게 작업을 건다면 그녀는 아마 얼마 못 가 그에게 넘어갔을 것이다. 꽃다발이 얼마나 로맨틱해서가 아니라 지내보면서 느낄 수 있는 주강운의 세심함은 정말 여자들이 쉽게 빠지는 포인트였다. “싫어요?”한현진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주강운은 고개를 숙여 나지막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젔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주강운은 씩 미소 짓더니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마음에 들면 됐어요.”주강운을 배웅한 한현진은 손을 들어 꽃다발에서 꽃 한 송이를 뽑았다. 막 얼굴 인증을 하고 들어서려는데 가방 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한현진 씨 맞으세요?”“네. 제가 한현진입니다. 누구시죠?”“저는 한주시 경찰서의 형사입니다. 전에 있었던 납치 사건이 이미 종결되어서요. 서에 아직 한현진 씨 소지품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시간 되실 때 찾으러 오시죠.”한현진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 괜찮은데, 지금 가도 될까요?”“물론이죠. 지금 오셔도 됩니다. 잊지 말고 주민등록증 챙기세요.”전화를 끊은 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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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8화

여경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아마 없을 겁니다. 현장에 있는 물건이라면 저희가 꼭 찾았을 거예요. 아마 기억을 잘못하신 것 같아요.”그러자 한현진도 더 이상 여경과 따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 토끼 인형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마 하늘만 알고 있겠지. 한현진은 추모회 때 연행된 강현우를 떠올리고는 여경에게 물었다. “이번 납치 사건 말인데요. 지난번에 잡혀 온 강현우 씨와 연관이 있는 건가요?”여경이 말했다. “강현우 씨는 이미 석방되었어요. 강현우 씨가 납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어요. 게다가 두 명의 용의자 모두 강현우 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진술했고요. 용의자 동생이 강현우 씨 술자리에 나타난 건 단순한 우연이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고마워요.”강현우가 납치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단해가 연루된 것만은 분명했다. 강현우를 연행하도록 한 강한서의 행보는 분명 일부러 강단해에게 경고하려는 것일 테였다. 진범은 이미 죽었고 나머지 두 명의 용의자는 납치 혐의만 인정했다. 그들은 사망한 범인에게 고용되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꾸민 것이라고 잡아뗐다. 그 외에 그들은 아무런 정보도 흘리지 않았다. 그 납치 사건은 그렇게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 한현진은 정말이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썬 어쩔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한현진은 송병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 집에 계시죠?”친구와 낚시하러 가려던 송병천은 귀하디귀한 따님이 스케줄을 묻자 대답했다. “집에 있지. 왜 그러니, 우리 딸?”“별일은 아니고요. 점심 먹으러 집에 가고 싶은데 아빠가 안 계시면 안 가려고요.”송병천은 어이가 없었다. “얘는, 내가 집에 없으면 와서 밥도 안 먹을 거냐?”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아빠와 같이 먹고 싶어서요.”송병천은 딸내미의 달달한 말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졌다. “집으로 오렴. 아빠가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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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9화

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의아한 눈길로 송가람을 바라보았다. 송가람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빠, 한서 오빠가 저한테 얘기했는데 제가 아빠께 말씀 안 드린 거예요. 서프라이즈로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송병천은 어이가 없었다. 깜짝 놀란 건 사실이지만 기쁨은 대체 어디 있단 얘기일까?‘현진이도 집으로 와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강한서 이 자식이 가람이와 함께 집에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 귀한 딸이 얼마나 화가 나겠어.’‘가람이 얘는 많고 많은 남자 중에 하필이면 강한서 이 자식을 좋아하다니. 게다가 이 자식은 지금 기억을 잃어 현진이를 알아보지도 못하잖아.’송병천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니 강한서를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송가람이 서해금을 도와 주방으로 과일 깎으러 간 틈을 타 송병천이 강한서에게 말했다. “정말 현진이 기억 못 하는 거니?”강한서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네.”“그럼 너 가람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냐?”강한서가 말했다. “아저씨, 가람 씨는 저를 살려준 사람이에요. 저에겐 은인이죠.”“그것뿐인 거냐?”송병천은 당연히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너 실종되고 한 달 후 가람이와 함께 나타났어. 그 사이 너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단지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가람이와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거니?”강한서가 입꼬리를 내리더니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아저씨, 그 한 달 사이 일어난 일은 제 사생활이에요. 지금은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송병천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강한서, 네가 가람이에게 어떤 마음이든, 네가 감히 가람이와 만나서 현진이에게 상처를 준다면 난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강한서가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 가람 씨도 아저씨께서 20여 년을 키우신 딸이에요.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야박하게 구시는 건가요?”화가 치민 송병천이 막 입을 열려는데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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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0화

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 송병천이 주강운과 강한서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극명했다. 송병천은 강한서가 가져온 선물은 받기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주강운이 가져온 선물은 한현진이 골라준 것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전의 강한서라면 아마 이런 대접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송가람의 매력이 너무 큰 탓인지 심지어 강한서는 말대꾸조차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자리에 앉아 송병천이 한껏 비꼬며 자신을 욕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보다 못한 한현진이 마른기침을 하며 송병천의 말을 끊었다. “아빠, 술은 넣어두세요. 강운 씨가 오후에 일이 있어서 오늘 저희는 술 안 마실 거예요.”송병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강운이 좀 챙기고 있어. 금방 다녀오마.”한현진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송병천은 보물이라도 되는 듯 술 두 병을 안고 지하로 내려갔다. “강운 씨, 앉아요.”한현진은 등받이를 뒤로 젖히며 주강운에게 말했다. 그러자 주강운은 한현진 옆에 앉았고 그 위치는 마침 강한서의 맞은편이었다. 한현진은 외투를 한쪽에 놓고 고개를 돌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강운에게 뭘 마실 건지 물었다. “물이든 차든 다 괜찮아요.”주강운은 손을 뻗어 한현진 어깨에 있던 낙엽을 떼어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무 얇게 입었어요. 안 추워요?”한현진이 곁눈질로 힐끔 강한서를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안 추워요. 많이 입었어요.”“겨울에 치마를 입었는데 많이 입은 거라고요?”그러자 한현진은 치맛자락을 살짝 위로 걷어 종아리를 드러냈다. “입어도 티 안 나는 스타킹을 신었거든요.”말하며 그녀는 손가락으로 종아리 쪽의 스타킹을 살짝 잡아당겼다. “엄청 두꺼워요.”주강운은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 맨 다리인 줄 알았어요.”한현진이 살풋 웃으며 말했다. “한겨울에 제가 미쳤어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맞은편 잔이 탁 맑은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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