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차미주의 눈을 피하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문제가 조금 심각해요. 엉덩이 피부뿐만 아니라 서혜부, 회음부, 생식기 근처에도 화상을 입은 흔적이 있었어요.”의사의 말에 차미주는 순간 멍해졌다. “선생님, 확실한 건가요? 집에 있을 땐, 걸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심할 수 있어요?”의사는 그녀를 쓱 훑어보았다. “제 소견에 의문을 제기하시는 건가요?”차미주가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전 단지... 조금 당황스러워서요. 집에서는 분명 멀쩡했어요. 아프다는 말도 안 했고 걷기도 했는데, 왜 병원에 도착하니까 일어나지도 못하는 거예요?”의사가 대답했다. “화상이 심할 경우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질 수 있는데, 이건 정상이에요.”차미주가 이 말의 논리가 맞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의사가 말을 이었다.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남성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안 그래도 부항 치료는 비전문적인 사람이 진행하면 위험한데, 진료소도 아니고 집에서 하셨다니,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네요.”앞부분의 말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차미주가 뒤의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까지 심각하다는 말을 들은 차미주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눈도 덩달아 붉어졌다. 그녀는 코를 풀쩍거렸고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 “그럼 어떡해요, 입원해야 하는 건가요? 수술은 안 해도 돼요? 제가 얼마를 준비하면 되죠?”“화상 부위가 혈관과 신경이 많은 곳이라, 약물 치료를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수술은 위험부담이 적지 않으니까요. 아직 저렇게 젊은데, 만약 약물 치료로 호전이 없으면 그때 다시 수술을 고민해 보죠.”말을 마친 의사는 괜히 마음에 찔려 눈길을 피했다. 의사의 말은 허점투성이였지만 마침 마음이 복잡했던 차미주는 그의 말을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남성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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