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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Penulis: 조십일
“대표님 현 여자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요. 전 사모님 너무 예쁘셨잖아요. 대표님은 그런 분과도 이혼하셨는데, 이번 여자친구는 얼마나 더 예쁘겠어요.”

민경하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지만, 그는 입을 열지는 않았다.

“에이, 전 사실 대표님 전 아내분이 좋았어요. 두어 번밖에 못 뵀지만, 말씀을 너무 사람 기분 좋게 하시더라고요. 편하게 대해 주시기도 하고요. 길을 물으시고는 저한테 오렌지도 주셨는걸요. 웃을 때면... 세상에, 여자인 제가 봐도 얼굴이 빨개지던데요.”

“듣기론 대표님과 이혼하시고 배우로 전향했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엔 촬영하신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하던데, 기대돼요. 그 얼굴로 연예계 쪽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아까운 일이에요.”

“대표님과 이혼한 뒤 혼외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같던데, 아무튼 좋지 않은 소문이 많이 돌더라고요. 하지만 한 번도 대표님이 사모님 나쁜 얘기를 하시는 건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대표님은 전남편으로서 그래도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영화 촬영을 시작한 것 같던데, 어쩐 부자가 9999송이 파스텔 장미로 망고 모형을 만들어 축하 인사 겸 보냈다고 해요. 그때 실검에도 올랐었는데. 이혼하셔도 쫓아다니는 사람이 줄지 않네요. 이혼 후에도 각자 잘 지내시니까,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얘기를 듣고 있는 민경하는 웃음이 났다. 만약 팀원들이 그 9999송이의 파스텔 장미가 바로 강한서가 보낸 것이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한편, 강한서는 사무실을 벗어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유현진이 다짜고짜 말했다.

“강한서, 너 한성우 잘 지켜보라고 했더니, 대체 뭐 한 거야?”

어리둥절한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유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한성우가 내 절친을 꼬드겨 갔다고!”

“차미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강한서가 물었다.

“걔들이 왜?”

“너 한성우 인스타그램 못 봤어? 미주랑 사귄다고 피드에 올렸잖아!”

잠시 멍해졌던 강한서가 얼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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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진은 “억지 부리지 마.”라는 한 마디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그녀는 바로 표정을 굳히더니 말했다. “맞아, 내가 억지 부리는 거야. 우리가 처음 만났어? 아니잖아. 난 끝까지 억지 부릴테니까 잘 들어, 강한서. 한성우가 미주랑 헤어지지 않으면, 우리가 헤어지는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강한서가 대답도 하기 전에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한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바로 다시 전화하려던 그는 유현진이 마지막에 던진 한마디를 떠올렸다. 그 말이 너무 상처가 되었다. 헤어지자는 말을 유현진은 너무 쉽게 꺼냈다. 마치 이 연애가 그녀에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휴대폰을 움켜쥐던 강한서는 끝내 다시 전화하지 않고 어두워진 얼굴로 회의실로 돌아왔다. 팀원들이 아직 강한서와 그의 아름답던 전 부인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강한서라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강한서는 잔뜩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가 막 서류를 집어 드는데, 한 남자 직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오늘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강한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펼치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남자 직원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는 별일이 없지만, 대표님께서 일이 있으신 게 아닌가 해서요. 데이트가 있으면 저희도 덕을 좀 보고요.”강한서가 멈칫 행동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고 덤덤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덕?”그 눈빛에 민경하의 가슴이 “덜컹”하고 내려앉았다. 박진수는 강한서의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사실 강한서도 그렇게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동공의 움직임만이 그의 불쾌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일찍 퇴근하는 거 말이에요. 당연히 대표님 덕이죠.”민경하는 조금 처진 강한서의 눈을 보며 점점 더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민경하는 얼른 박진수를 제지하며 말했다.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데이터나 프로젝터에 연결해서 계속 분석하죠. 일찍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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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강한서는 더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펜을 놓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계속하죠. 데이터는요?”박진수는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갈 수도, 남아있을 수도 없었다. 민경하가 헛기침하더니 남자 직원에게 말했다. “얼른 분석 결과를 프로젝터에 연결해요! 정말 내일 회사 옮기고 싶어요?”직원은 그제야 허둥지둥 자신의 컴퓨터를 프로젝터에 연결하고 말을 더듬으며 데이터를 분석했다. 강한서는 비록 냉정하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을 자르지는 않았다. 다들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강한서의 감정 기복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한편, 유현진은 전화를 끊고 후회 중이었다. 예전의 그녀는 이렇게 버릇처럼 헤어짐을 말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하지만 자신이 바로 그런 부류의 인간이 되어있었다. 그녀도 한성우가 헤어지고 말고는 강한서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이지 억지를 부리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 그녀가 먼저 사과를 하자니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적어도 강한서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와야 했다. 그녀는 강한서가 전화하기를 기다렸지만, 1시간이 지나도 전화는커녕 문자도 없었다! 뒤척이던 유현진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개자식! 나쁜 자식! 달래주면 뭐 죽냐?’‘전화가 오든 말든, 기대하지 않아!’그러곤 휴대폰에 충전기를 꽂아 한쪽으로 던져버리고 이불을 끌어와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강한서의 회의는 2시간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다들 자리를 비우자 강한서는 슈트 단추를 풀고 안경을 벗더니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았다. 그는 눈을 반쯤 감고 긴장을 풀었다. 민경하가 정리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사모님이랑 싸우셨어요?”강한서가 눈을 뜨더니 말했다. “민 실장도 미리 쉬고 싶어요?”민경하가 작게 웃어버렸다. “통화로도 싸우는 게 가능해요?”안 그래도 답답하던 강한서는 민경하의 말에 참지 못하고 말했다. “현진이가 싸움을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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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한 강한서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끊겨버렸다. 유현진이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민경하를 쳐다보며 눈빛을 보냈다. ‘왜 민 실장이 얘기한 거랑 다르죠?’민경하가 헛기침을 했다. “방금 싸우셨을 때 바로 하셨어야 해요. 이미 두, 세 시간이나 지났으니 처음엔 조금 기분 나쁜 정도였겠지만 이젠 정말 화가 나셨겠죠. 그러니 전화를 받지 않는 것도 당연해요. 여자친구한테 사과할 땐, 절대 질질 끌면 안 돼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여자들은 기다리고 싶지 않아 하거든요.”강한서: ...“그럼 어떡해요?”“내일 아침 데리러 가셔서, 만나서 얘기하세요.”강한서는 생각하더니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늦은 상태였고 전화로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면 또 화를 낼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현진에게 10억을 보내면서 메시지를 작성했다. 「잘 자.」아직 강한서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유현진은 그의 계좌이체 내역을 보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100원을 송금하며 답장했다. 「잠이 안 와.」강한서는 또 얼른 10억을 보냈다. 「지금은?」유현진은 입술을 깨물고 웃음을 참으며 답장했다. 「조금 졸려.」강한서가 또 20억을 송금했다. 「이러면?」유현진이 답장했다. 「잠들었어. 건드리지 마.」강한서가 작게 웃었다. 민경하가 그에게 다가왔다. “사모님 답장하셨어요?”강한서는 휴대폰을 넣더니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민 실장 추측도 정확한 건 아니네요.”민경하: ???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민 실장이 말한 것보다 달래기 쉬워요.”민경하: ...“아, 맞다. 송민준 요즘 동향 살피라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요?”정신을 차린 민경하가 말했다. “송 대표님 요즘 특별한 움직임은 없으세요. 일 하지 않으면 그냥 노세요. 확실히 요즘 사모님한테 많이 가시긴 하지만 오랫동안 계시지는 않고, 매번 물건을 주러 가세요.”“물건? 뭘 주는데요?”강한서가 잔뜩 경계했다. “보석?”“그건 아니고요, 전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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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서는 움찔하며 행동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그는 그 사진을 들고 한참이나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 아이는 네, 다섯 살쯤 되어 보였고, 작은 치마를 입고는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머리는 길었지만 모자에 달린 가발 같았다. 아이는 손에 핑크팬서를 안고 수영장 끝에 서 있었다. 수영장의 타일은 고대 격자 모양이었고 수영장에는 물을 뿜는 오리가 있었다. 멍해있던 강한서는 갑자기 이곳이 공원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이곳은 예전 송씨 가문의 본가였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몇 번 간 적이 있었다. 송민준은 오리가 움직인다며 그를 속여 그에게 앉으라고 했다. 송민준의 말을 믿었던 그는 결국 앉자마자 바지가 다 젖도록 물을 맞아야 했다. ‘그 자식, 어렸을 때부터 은근히 나쁜 구석이 있었어.’사진 속의 “여자아이”는 유현진이 결혼하며 집으로 가져왔던 어린 시절의 사진과 거의 90% 비슷했다. 다만 그 찌푸린 미간에서 조금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왜냐면, 유현진은 사진 찍을 때 한 번도 미간을 찌푸린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든, 커서든 사진만 찍으면 콧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더라도 꼭 포즈를 취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이건 유현진일 리가 없었다. 강한서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송민준의 이상했던 행동들을 반복해 떠올렸다. 그리고 송병천이 유현진을 향한 과분한 관심도 말이다. 그 하나하나를 손에 있는 산부인과 의료진의 정보와 연결하니, 하나의 추측이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떠올랐다. 그는 번쩍 눈을 뜨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머니... 민준이 친어머니가 언제 난산으로 돌아가셨지?”민경하는 서류를 뒤로 넘기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97년 12월 20일이요.”말하던 민경하도 놀라더니 한참 후에야 말했다. “사모님 생일이랑 같네요?”유현진과 송민준은 어린 시절 사진이 닮아있었을 뿐만 아니라 송씨 가문의 세상을 뜬 막내딸의 생일과도 똑같았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송씨 가문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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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그녀는 송씨 가문에 요절한 막내딸이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시 송씨 가문과 사이가 좋았던 몇몇 가문들뿐이었다. 민경하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실 이것도 좋은 일이에요. 송 대표님이 대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요?”말하던 민경하가 멈칫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럼, 송 대표님이 혹시 대표님이 전에 소개팅을 주선해 주신 것을 마음에 품고 계신건 아니겠죠? 그리고 루나로 사적인 복수를 하려고 송 대표님을 괴롭혔던 것도요.”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도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민경하는 남몰래 “쯧”하며 혀를 찼다. 삼각관계의 문제는 인제 걱정이 없었지만, 처남사이가 되기엔 이미 망한 것 같았다. 운이 나쁜 사람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렇게까지 나쁜 건 또 처음이었다. 이미 다 손에 넣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제야 첫 난관을 해결했을 뿐이었고, 아직 보스는 뒤에 있었다. 강한서는 처남에게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장인어른에게도 미움을 사게 되었다. 나이 지긋하게 드신 분을, 종아리 스트레칭 기구로 괴롭혔으니 말이다. 송씨 가문의 “여존남비”의 가족 특성상 유현진의 신분을 알았을 때부터 그는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주제도 모르고” 유현진과 이혼하면서 홀몸으로 그녀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강한서가 눈을 감았다. 기쁜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이었다. 유현진에게 자신 말고도 다른 가족이 생겨서 기뻤고, 어쩌면 이 결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민경하는 “동정”하는 표정을 짓더니 헛기침하며 “위로”했다. “괜찮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되죠. 아직 기회는 있어요. 이번에 새로 명문가의 규수들 자료를 정리했는데, 꽤 괜찮아요. 만약 송 대표님께서 마음에 드시는 분이 있으면, 아마 마음을 푸실지도 몰라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꺼져요.”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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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미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알지. 전 여친들 내가 일하면서 다 만나봤던 사람들이었어. 알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한성우랑 헤어졌는지도 알지.’그녀와 같은 대중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업계의 이런 얘기였으니 당연했다. 차미주는 목을 가다듬더니 콩깍지가 씐 것처럼 말했다. “비록 연애 경험은 많지만, 한 번도 바람을 피우거나 양다리를 걸친 적은 없어. 남자잖아, 특히 걔처럼 성공한 사람을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거니까.”유현진: ...‘얘가 내가 알던 순애보 맞아? 생각이 언제 이렇게 개방적으로 변했지?’유현진이 물었다. “너 전혀 신경 안 쓰여?”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차미주는 어쩐지 그 말이 목에 턱 걸려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성우의 전 여자 친구들을 떠올리자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상대방의 과거에 얽매일 수는 없으니까. 내가 없었던 시간에, 내가 무슨 권리로 순정을 지키라고 하겠어. 한 사람을 좋아하면, 현재와 미래를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냐?”차미주의 말에 멍해진 유현진은 순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강한서의 말이 맞았다. 감정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틈 같은 건 없었다. 좋은지 아닌지, 기쁜지 슬픈지는 당사자만 아는 것이었다. 그녀는 차미주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연애라는 것은 원래 온갖 단계를 거쳐야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었다. 차미주가 만약 다른 사람과 연애한다고 해서 꼭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만약 어떻게든 상처받게 되는 거라면 한성우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보험일 수도 있었다. 만약 한성우가 차미주에게 상처를 준다면 적어도 그녀가 강한서에게 한성우를 정리해 버리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유현진이 한숨을 내쉬더니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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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라리 치질 치료하러 갔다고 하는 게 더 낫겠네.'“너 뭐 말실수하거나 그러진 않았지?”차미주는 코웃음을 쳤다.“네가 나한테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 내가 정말로 말했겠어? 멍청이도 아니고.”한성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유현진 씨가 뭘 말했었는데?”그는 유현진이 아주 교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어떻게든 차미주의 입을 열게 만들어 모든 사실을 알아내 버리게 될까 두려웠다. 심지어 차미주는 자신이 말해버렸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별말은 안 했어. 그냥 축하한대. 그리고 네가 날 괴롭힐 것 같으면 강한서를 시켜서 널 처리할 거래!”“...”한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유현진이 할 것 같은 말이기도 했으니까.차미주가 말을 이었다.“어차피 우리는 정말로 사귀는 건 아니잖아. 넌 지금은 그냥 날 믿고 기대고 있는 처지인데, 네가 감히 날 괴롭힌다고?”한성우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다.“나도 두려워서 정말로 사귀지는 못하지.”“...”차미주는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갑자기 한성우가 한 말이 느끼하게 느껴졌다.“그리고 다른 말은 없었어? 우리 사이를 반대한다던가 그런?”정신이 든 차미주가 말했다.“그리고 너 같은 어장남과 절대 잠을 자지 말라고 하던데? 넌 전과가 많잖아. 그래서 네가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까 봐 자지 말라고 하더라고.”한성우의 입가가 바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반박했다.“현진 씨는 지금 내가 전에 적대감을 보였다는 이유로 복수를 하고 있는 거야.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현진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그리고 너한테 전과가 많은 건 사실이잖아, 안 그래?”“...”한성우는 할 말을 잃었다.아직 정식으로 사귀기도 전에 그는 이미 유현진을 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유현진은 조준보다 더 차미주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유현진이 무엇이라고 하면 차미주는 바로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었다.한성우는 자신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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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진은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강한서가 바로 사과를 할 줄은 몰랐다. 여하간에 이 일은 전부 강한서 탓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아마 누구라도 그녀의 무리한 요구를 들으면 반박할 것이었다.특히 강한서처럼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설마 나를 위해 자신의 원칙도 깨버린 거야?'유현진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그녀는 헛기침하면서 말했다.“전부 네 탓은 아니야. 내 탓도 있었어. 다른 사람 사이에 우리가 끼어드는 건 아니지. 확실히 내가 했던 요구들이 너무하기도 했어.”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잘못을 반성하게 되었고 감정도 더 깊어지게 되었다. 모두가 즐거운... 그런 유현진이 원하던 결말이었다.그녀의 말에 강한서가 말했다.“나도 널 이해해. 넌 그때 급해서 머리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말을 내뱉은 거겠지. 이런 일엔 항상 감정이 먼저 앞서니까. 그래도 이런 습관은 좋지 않아, 고쳐야 해.”“...”유현진은 어이가 없었다.‘사과하던 게 아니었어? 지금 내 문제를 지적해 내는 거야?'강한서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무슨 일만 있으면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마. 그거 엄청 상처야.”확실히 그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쳐야겠다며 인정했다.하지만 사과하러 온 강한서가 그녀의 문제만 따지고 드니 유현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그래서 내가 또 뭘 고쳐 줬으면 하는데?”강한서가 멈칫했다.“다른 문제는 내가 참을 수 있으니까 안 고쳐도 돼.”유현진은 속으로 이를 뿌득 갈았다. 그녀는 떠보는 듯한 어투로 말했지만, 강한서가 정말로 그녀를 문제투성이로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저도 모르게 꽉 쥔 주먹과 ‘쿨한' 표정을 지으며 유현진이 입을 열었다.“괜찮아. 감정은 서로 알아가고 고쳐가고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말해 봐. 정말로 내 문제라고 생각되면 나도 허심하게 고칠 테니까.”강한서는 유현진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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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의 생각은 성월과 달랐다. 송가람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의 사랑을 바랐지만 주현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를 애초부터 매우 명확했다. 주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신분과 지위를 노렸다. 그건 20년, 30년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 주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눈앞에 놓였는데 그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은 성월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월은 반평생을 야심으로 가득 찬 서해금 곁을 지키며 진작 서해금의 충직한 개가 되었다. 성월에게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고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해금 역시 자신의 두 손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송병천과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서민 출신에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무슨 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웃기지 말라 그래.’하지만 그 말을 주현은 감히 성월 앞에선 할 수 없었다. 주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이모, 도와줘요.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아니든 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가람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로 부탁해요. 활동이든 파티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자리로요. 그래야 신씨 가문에 호감을 살 수 있죠.”성월의 학창 시절, 그녀의 집안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주현의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급한 불을 끈 덕에 성월은 늘 주현의 집안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현의 애교에 견디지 못한 성월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가람 씨 비서로 전근 보내볼게. 너, 네 남자친구한테 기본적인 건 잘 가르쳐. 묻는 말에 아무 것도 대답 못하면 안 돼.”주현이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월에게 팔짱을 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 역시 이모가 날 제일 예뻐할 줄 알았어.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해요. 안 가신지 꽤 됐잖아요...”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한현진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어제 바로 세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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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금이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냉정하다니, 한현진 답지 않아.”성월이 말했다. “사실 전 그렇게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일을 깨뜨린 것도 주혁 씨였고 몰래 부업을 하다 한 대표님 얼굴에 먹칠한 것도 주혁 씨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인사팀에 잠깐 다녀와요. 일단 주혁을 가람이 운전기사로 전근시켜요.”성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가람 아가씨에게 운전기사를 붙일 생각이시면 제가 다른 기사님을 찾을게요. 회사에는 지금 마침 새로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많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운전 경력도 전부 5년이 넘었어요. 주혁 씨는 한현진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신 분인데, 가람 아가씨 운전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전근시키라고 하면 시켜요. 제가 이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성 비서는 나서지 말아요.”성월이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성월이 사무실을 나서자 주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모,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요?”성월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송가람 씨에게 다른 운전기사를 붙이셨어. 이미 결정된 일이야.”순간 주현은 조바심이 났다. “왜 갑자기 결정 난 거예요? 회사에서 요즘 새로 신입사원 모집했잖아요. 보안팀은 싫어할 거란 말이에요.”성월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주혁을 송가람 씨 운전기사로 전근시켰어. 지금 인사팀에 가서 그 일부터 처리해야 해.”그 말을 들은 주현이 투덜거렸다. “한현진 밑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본인 상사를 배신까지 했고요. 대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딸 운전기사로 쓰시겠다는 거예요?”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성월이 주현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성월은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팔을 내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여긴 회사야. 여기서 집인 줄 알고 그렇게 큰 소리로 대표님 뒷담화를 하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5화

    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회사의 조치가 꽤 인간적이라며 칭찬했고 또 어떤 직원은 아무리 화장실 청소라도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세제를 쓰진 말았어야 했다며 안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소 직원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만약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부식성이 강한 세정제는 범죄자에게 칼을 준비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꼴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던 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실언했다는 것을 인지한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회사에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요. 단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도 모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위험 요소요?”그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못... 못 들으셨어요?”“죄송해요.”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친구 문자에 답장하느라 못 들었어요.”직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청소하시는 직원분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다들 마음이 뒤숭숭해요.”한현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대표님. 다치신 분 중에 대표님이 아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 대표님 운전 기사셨던 주혁 기사님이요. 그 분이 제일 심하게 다치셨어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님이요? 확실해요? 어제 볼 일 보러 갔다가 기사님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언제 다치신 거예요?”한현진의 말에 직원이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며칠 전에 이미 다치셨어요. 대표님과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내셨어요.”한현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날 제가 급한 일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손에 붕대 같은 건 본 기억도 없고 기사님께서도 저한테 그런 얘기는 없으셨는데... 심하게 다치셨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4화

    막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박안수가 다시 불렀다.“아, 그리고...”“뭔데?”“오늘 경찰서에서 한현진과 마주쳤어.”서해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한현진이 경찰서엔 왜?”“나도 자세한 건 안 물어 봐서 잘 몰라.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간 것 같아. 혼자가 아니라 6, 7살 쯤 되는 어린 아이와 함께 왔었어.”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던 서해금이 또 물었다. “한현진이랑 얘기했어? 무슨 얘기했는데?”“괜히 의심할까봐 내가 경찰서에 간 이유를 사실대로 얘기했어. 한현진도 더 묻지 않았고.”우물 쭈물거리며 숨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대답하는 편이 오히려 의심을 덜 사는 방법이었다. “그게 다야?”“응.”생각의 잠겼던 해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한테 손에 상처는 뭐라고 얘기했는데?”“회사에서 청소하다가 부식성 제품에 다친 거라고 했어.”서해금이 원망하듯 말했다. “왜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어. 회사에서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제품을 쓸 리가 없잖아.”“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다친 거라고 할 순 없잖아. 집에는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는데. 조사 협조 요청을 나한테만 하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그 두 사람은 거짓말을 아예 못 해. 만약 경찰이 내 손에 관해 묻기라도 한다면 바로 들켜 버리는 거잖아.”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여자는 미쳤고 애는 귀가 먹었는데, 그런 병X도 제대로 통제 못 해?”순간 얼굴을 찡그린 박안수가 말했다. “말 그렇게 하지 마. 두 사람 불쌍한 사람들이야.”“뭐가 불쌍해. 도박쟁이 가정폭력범을 성실하고 부지런한데다 박학다식한 남편으로 바꿔줬는데. 우리한테 고마워해도 모자라.”서해금의 말에 박안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너는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던 서해금이 당부하며 말했다. “이만 끊어. 가람이한테 당신을 기사로 쓰라고 얘기하러 갈 거야. 소식 기다려.”박안수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래.”전화를 끊은 서해금은 아무리 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3화

    “아니.”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경찰에겐 뭐라고 했어?”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대로 얘기했어.”“박안수!”서해금은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끓어올랐다. “지금이 농담할 때야?”“농담 아냐.”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그럼 내가 뭐라고 말할까? 네가 준 신분이니 난 당연히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할 수밖에. 그럼 내가 난 박안수라고 얘기했어야 해? 죽은지 27년도 더 된 사람이야. 박안수가 어떻게 돌아와?”그의 목소리엔 고통과 원망으로 가득 했다. 그 순간, 서해금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날 탓하는 거야?”말이 없던 상대방은 잠시 후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적 없어.”“박안수, 지금 날 탓하는 거잖아.”서해금이 공격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 빚을 진 사람도 당신이고,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당신이었어. 당신이 가람이를 키울 능력이 없었던 거고, 당신이 가람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랐고, 그래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사정한게 당신이었어.”“내가 당신한테 돈 안 줬어? 지금껏 내가 당신한테 준 돈이 얼만데. 당신은 얼마든지 해외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어. 굳이 한주에 남겠다고 한 건 당신이야. 내가 당신에게 그럴 듯한 신분을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당신이 무슨 명분으로 가람이 앞에 나타날 건데?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가람이를 만날 수나 있었을 것 같아?”목이 메인 남자는 한참만에야 눈을 감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 탓한 거 아냐. 난 그저 이렇게 조마조마 마음 졸이는 생활에 지쳤을 뿐이야. 난 집에서도 감히 옷을 못 벗어. 잠도 깊게 잘 수가 없어. 길에서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그 사람은 날 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데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 그러면서도 아는 척, 반가운 척 인사를 해야 해. 심지어 아무리 아파도 검사도 못 해. X발, 병원도 가질 못한다고!”남자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2화

    “네, 볼 일 봐요. 회사로 복귀하면 다시 얘기하죠.”한현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차는 이미 회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은 곧바로 로비로 향했다. 회사의 프런트가 한현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짧게 인사를 받은 엘리베이터에 탄 한현진은 사무실이 아닌 2층을 눌렀다. 회사 건물은 2층부터 화장실이 있었기에 1층엔 화장실이 없었다. 한현진은 아예 2층부터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공교롭게도 2층에 도착한 한현진은 마친 청소 중인 직원과 마주쳤다. 근무 시간이 화장실엔 사람이 없었다. 직원은 바닥을 닦고 있었고 세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청소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위엔 청소 용품으로 가득 했다. 한현진은 고개를 숙여 청소 용품을 확인했다. 청소차엔 수많은 플라스틱 통과 병이 있었고 그 안엔 전부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소독제의 냄새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그 어떤 별다른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부식성이 그렇게 강한 용액을 플라스틱 병에 담진 않았을 거 아냐.’“누구세요?”청소차를 관찰하는 한현진의 등 뒤로 사투리 억양이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현진이 몸을 돌리니 청소 중이던 직원이 보였다. 그 직원은 아래층 청소를 도맡아 하는 분이라 한현진을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한현진이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것이라 생각한 직원이 말했다. “아직 소독제를 쓰지 않았으니까 볼 일 보려면 얼른 봐요.”한현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청소차의 물건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여쭤볼게 있어요. 화장실 청소를 하실 때 어느 브랜드의 농도가 얼마인 세정제를 사용하세요?”직원이 말했다. “도매 시장에서 파는 회색통이요. 커다란 거. 엄청 싸요.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려고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이 항상 깨끗해서요. 저도 집에서 써보려고요.”청소 직원이 얼른 한현진을 말렸다. “절대 사지 마요. 변기의 때는 우리가 항상 솔로 조금씩 닦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1화

    또 다른 경찰이 물었다. “그래서 지장은 찍을 수 있어요?”“손이 그 지경인데 지장을 어떻게 찍어? 손을 보니까 지장은 무리인 것 같아서 포기했지. 어차피 지문도 완전히 회복하긴 힘들 것 같았어. 그래서 애들한테 홍채와 성문을 따라고 했어.”말을 마친 키 큰 형사가 한현진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중에 회사에 가셔서 얘기 좀 하세요.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제품은 얼른 교체하라고요. 만약 누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고 그 제품으로 가해라도 하면 회사에서도 책임지셔야 해요.”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이 그 말에 얼른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경찰서에서 나온 한현진은 내내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 은서가 본 것은 주혁의 태반이나 점이 아니라 청소 용액에 부식되어 생긴 상처였다. 어차피 납치 사건의 범인은 이미 잡혀 경찰서에 있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서 상처를 치료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달려온 것일까?한현진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회사에선 그런 고농도의 부식성 제품을 구매했을 리가 없었다. 형사의 말처럼 그런 제품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한현진은 이시연의 연락처를 찾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음이 거의 끝나가도록 이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곧이어 강한서에게 연락했다. 몇 초 후 통화가 연결되었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강한서가 아닌 민경하였다. 강한서는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었기에 민경하가 그의 휴대폰을 갖고 있었다. “사모님, 저예요. 대표님께서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이시라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이에요. 급한 일이시면 저에게 얘기하셔도 돼요. 급한 일이 아니면 회의가 끝나면 바로 전화 드리라고 대표님께 말씀 드릴게요.”“급한 건 아녜요. 제가 지금 급히 회사에 가봐야 하는데 아직 은서랑 같이 있어서요. 제가 조금 이따가 회사로 가는 길에 은서를 먼저 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0화

    주혁은 한현진보다 조금 더 먼저 경찰서에 도착한 것 같았다. 한현진이 도착했을 땐 주혁은 입구에서 통화 중이었다. 안색이 어두웠지만 그는 목소리를 잔뜩 낮춘 채 대화하고 있었다. 그를 먼저 발견한 한현진이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주혁이 곧 경계하듯 고개를 돌렸다. 한현진을 본 주혁이 멈칫하더니 곧 전화를 끊고 다가왔다.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한현진이 말했다. “일이 좀 있어서요. 기사님도 일 보러 오셨어요?”짧게 대꾸한 주혁이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8년 전 제 아들을 납치한 마지막 용의자가 잡혔다고 해서요. 조사에 협조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왔어요.”한현진이 놀라운 듯 물었다. “아드님이 납치되었었어요?”주혁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8, 9년 전 일이죠. 납치된 동안 납치범에게 맞아 치료 시간을 놓쳐 청력도 잃게 된 거예요. 그 사건을 맡은 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건이 종결되면 배상금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얘기하는 동안 주혁은 아래쪽에서 자신의 손을 지긋이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는 입술을 짓이기며 조용히 손바닥을 다리에 대고 말을 이었다. “곧 아이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주혁의 이야기가 한현진의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지만 그녀는 예의상 더는 그 일에 관해 묻지 않았다. 한현진은 대화주제를 돌리며 주혁에게 물었다. “제가 전에 추천해준 의사 분께 가 보셨어요?”주혁이 멈칫하며 대답했다. “아직이요.”한현진에게는 꽤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주혁이 최대한 빨리 아이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가 인공 달팽이관을 제작할 것이라 여겼다. 아무래도 주혁은 규정을 어기고 부업을 할 만큼 누구보다 간절하게 수술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현진이 그에게 일반 병원보다 더 싼 가격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추천해주었음에도 지금까지 검사조차 받지 않았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요즘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요. 전근된 곳이 전처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59화

    하온이는 적합한 골수를 기다리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에게는 골수를 의식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다. 처음으로 하은이에게 기회가 찾아 왔을 때는 골수 의식의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하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의 집안은 이미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라 아무리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도 수술비를 모을 수 없었다. 그러니 하온의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수술을 포기한 채 아득바득 돈을 모으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하지만 곧 있을 줄 알았던 두 번째 기회는 그리 빨리 오지 않았다. 너무 오랜 기다림을 견뎌냈지만 하온의 몸은 이미 수술을 진행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져 있었다. 하온은 하루하루 날이 다르게 시들어 가는 꽃 같았다. 은서는 낮엔 하온이와 놀다가도 저녁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렸다. 하온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 은서는 강한서 품에 안겨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은서가 말했다. “삼촌, 저도 죽어요?”“삼촌, 우린 왜 이런 병에 걸린 거예요?”“삼촌 부자잖아요. 하온이 오빠가 수술할 수 있게 돈 빌려주시면 안 돼요? 제가 커서 돈 벌면서 갚을게요. 하온이 오빠 죽는거 싫어요.”강한서는 은서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은서는 아직 너무 어려서, 인생은 가끔 이렇게 운명의 장난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목숨으로 돈을 맞바꾸기는 쉬운 일이었지만 돈으로 목숨을 살 수는 없었다. 강한서는 은서가 아직까지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의 은서는 고작 5살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한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세상에는 가여운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그러니 혼자의 힘으로는 고작 얼마의 힘이나 보탤 수 있을까. 그렇다고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는 아이의 기대를 깨트릴 수도 없었다. 한현진은 정중하게 물었다. “정말 이거 전부 기부할 거야? 기부하면 은서에겐 아무 것도 없는 거야.”고개를 끄덕이던 은서가 곧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 “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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