켕기는 것이 있었던 유상수가 얼버무리며 말했다.“어, 회의 중이라 못 들었어. 왜, 무슨 일인데?”백혜주는 그의 변명이 너무나도 귀에 익었다. 예전에 그녀가 유상수와 뒹굴 때도 하현주에게 같은 변명으로 말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때 그녀와 같은 침대에 누워있었다.말하는 어투마저 그때와 똑같았다.백혜주는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왜 그 여자한테 수술하라고 하지 않은 건데요?”유상수는 입술을 틀어 물고 말했다.“의사가 몸 상태를 확인하더니 지금은 수술할 상태가 아니라고 하더군. 목숨을 잃게 된다고 했어.”백혜주는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그럼 언제 수술이 가능한 건데요?”유상수가 말했다.“몸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의사에게 찾아갈 거야.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억지로 할 수는 없잖아.”백혜주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속으로는 차갑게 비꼬고 있었다.‘정말이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그러는 거지? 애초에 하현주에게 손을 댈 때도 군소리 없이 바로 움직였잖아. 감방 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백혜주는 화를 꾹 참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설마 정말로 그 아이를 원하는 건 아니죠?”유상수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바로 부정을 했다.“그럴 리가 없잖아. 난 이미 너랑 약속했어. 네가 아이만 잘 품고 있으면 연서 쪽은 내가 알아서 정리할 거라고.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내 곁을 오래 함께 한 네 생각도 해줘야지 않겠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배 속의 아이나 잘 지켜줘.”백혜주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수술이 부작용이 심하다니까 그냥 하지 말라고 해요.”유상수는 순간 얼떨떨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너, 지금 뭐라고?”백혜주가 말했다.“그렇게 그 아이가 갖고 싶으면 낳게 하라고요. 하지만 나랑 약속 하나 해요. 아이를 낳게 되면 그 여자는 한주시에서 영원히 떠나게 만들어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