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051 - Chapter 1060

2305 Chapters

제1051화

도우미는 이미 방을 정리해 두었다. 유현진은 얼른 그녀를 방으로 들여보내 쉬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현진의 집에 관심을 보이며 굳이 유현진의 남편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거실에는 커다란 웨딩사진이 설치되기 전이라 1층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없었다. 그 “동창”은 계속 “아쉽다”는 말투로 학교 다닐 때 성적도 좋았으면서 왜 일찍 결혼했냐는 둥, 아무리 결혼이라지만 조건만 따질 게 아니라 대화가 통해야 한다는 둥, 나이 차가 많으면 세대 차이가 느껴진다는 둥 그런 말들을 해댔다. 한참이나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유현진은 그제야 그 말에 담긴 뜻을 파악했다. 그녀는 아마 유현진이 강한서의 재산을 보고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인지한 유현진은 조금 화가 났지만 예의상 대놓고 입 밖으로 불쾌한 기분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의 태도가 많이 차가워졌을 뿐이었다. 그 “동창”도 자신이 말이 많았다고 생각했는지, 더는 그 화제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만약 단순히 그뿐이었더라면, 유현진은 그 동창이 조금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서가 집으로 돌아오자, 강한서가 유현진의 남편이라는 것을 안 그녀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말끝마다 “오빠”라고 부르면서 강한서가 물만 마셔도 “오빠 물 마시는 포즈가 너무 멋져요.”라고 하면서 칭찬했다. 그 “동창”은 몸매가 아담하고 귀여운 타입이었다. 외모는 너무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봐줄 만한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학창 시절부터 반에서 남자아이들과 사이가 좋았고, 학교 축제가 있을 때면 그녀가 굳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남자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었다.학교의 여신이라 불리던 유현진도 그런 “대접”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유현진은 안 그래도 차미주에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왜 자신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녀에게
Read more

제1052화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묻자 그가 오히려 되물었다. “1년이라도 살게 하려고?”유현진도 당연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가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다만 그녀는 인사도 없이 간 것에 대해 가볍게 불만을 늘어놓고는 더 캐묻지 않았었다. 다 지나간 일인 줄 알았는데 2개월 후, 그 “동창”이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업로드했다. 그녀는 1000자가 넘는 문자로 자신이 한 친구 집에 신세를 지면서 친구 남편에게 당했던 불쾌한 일들을 막힘없이 서술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이제껏 사실을 밝히지 않고 숨겨왔었는데, 오늘 또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폭로한다고 했다. 그 동창이 유현진 집에서 신세를 졌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 일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가 치민 유현진은 바로 그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유현진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단톡방에서는 유현진이 바람둥이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시끄럽게 퍼져갔고, 심지어 고등학교 친구들도 어디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그녀에게 사실을 물어보기도 했다. 유현진은 그 일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결국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한 강한서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그제야 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강한서에게 알려주었다. 그녀가 만약 강한서가 그의 “옛사랑”과 만나고 있다고 했으면 유현진은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강한서가 그녀에게 들이댔다는 건 유현진은 전혀 믿지 않았다. 강한서는 비록 예쁘게 말하는 법은 몰랐지만 인성은 괜찮았다. 그는 아내 친구에게 들이대는 일 같은 건 하지 못할 사람이었다. 역시나, 유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더니 그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가져와 그녀에게 동영상 하나를 전송했다. 강한서의 서재에는 많은 자료들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의 서재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강한서가 그녀에게 보낸
Read more

제1053화

강한서가 말했다. “나도 참지 못하고, 바로 욕해버렸어.”어리둥절하던 유현진은 폭소를 터뜨렸다. 강한서는 애교와 상극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강한서가 그 여자에게 욕설을 내뱉은 것은 단순히 그 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신세를 지는 동안 강한서 앞에서 여러 번 유현진의 뒷담화를 했었다. 그녀는 유현진이 돈을 밝히고, 허영심이 많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을 괴롭히고, 일진 놀이를 했다며 심지어 유현아의 일까지 들먹이며 고아도 봐주지는 않는 동정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강한서는 유현진을 봐서 한두 번 정도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뒷담화의 횟수가 점차 많아지자 그도 더 이상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어졌다. 자신의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그의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릴 필요가 없었다. 애교를 극혐하는 강한서의 모습을 보며 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너한테 애교 부리면 넌 속으로 몰래 웃어야지, 어디서 까탈스럽게 굴어?”강한서가 대답했다. “네 애교보다는, 네가 애원하는 걸 난 더 좋아해. 특히... 울먹일 때. 굉장히 매력 있어.”유현진: ...“이 변태야!”강한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난 악당한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네 연기를 말한 거였어. 넌 무슨 생각한 거야?”유현진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그녀는 강한서에게 중지를 날렸다. 한참 얘기를 나누던 중, 한열의 매니저가 다가왔다. “유현진 씨, 아직 메이크업 못 받으셨어요?”유현진은 휴대폰을 내리며 예의 있게 대답했다. “몇 명 안 남았으니 곧 제 차례가 올 거예요.”한열의 매니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이는 이미 다 마쳤어요. 은지한테 메이크업 도와드리라고 할게요.”유현진이 막 거절하려는데, 매니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열이가 저녁에 스케줄이 하나 더 있어서요. 너무 늦게 끝나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한열 씨 시간 아끼려고 그러시는 거였구나.’거절하
Read more

제1054화

“믿는 구석”라는 네 글자에는 숨길 수 없는 질투가 짙게 느껴졌고, 그 말은 유현진의 발걸음을 우뚝 멈추게 했다. 주위의 스태프들도 그 말에 하나둘 유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랄까, 연예계에서 여배우에게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스폰서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래도 이 바닥에는 신하리처럼 집안이 좋은 사람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이 적었으니 말이다. 여배우들은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데뷔작부터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스폰서가 없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유현진에게 스폰서가 있다는 송민영의 말을, 많은 사람들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얼굴에 스폰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본인이 싫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아래에 둘 수 있는 수단은 많았다. 사실 촬영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찌라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유현진과 브랜드 뉴 엔터의 송민준 대표와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유현진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브랜드 뉴 엔터의 송 대표는 하루가 멀다고 촬영장으로 구경 왔었다. 말로는 자기 회사 연예인이 걱정되어서라고 하지만, 그의 시선은 제일 상업 가치가 있는 송민영이 아닌 유현진에게 머물러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액션신에서 남자배우가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해 유현진의 손목에 빨갛게 자국이 남은 적이 있었다. 송민준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남자배우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하지만 송민영이 쇼크로 입원했을 때, 듣기로 송민준은 입원 당일에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병원에 갔었고 그 뒤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차별이 이토록 분명하니 당연히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송민영의 “스폰서”라는 말에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브랜드 뉴 엔터의 송민준을 떠올렸다. 송민영의 불만도 바로 브랜드 뉴 엔터의 차별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연예인의 기 싸움은 너무 흔한 일이었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Read more

제1055화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유현진이 송민영에 대해 검색한다면 그건 아마 강한서 때문일 것이다. 비록 강한서와 이 여자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현진은 쉽게 그 말에 울컥하고 말았다. ‘개자식. 나중에 제대로 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이 재혼, 너나 혼자 해!’유현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굳이 누가 말해줘야 해요? 당시 그 드라마는 모든 SNS를 휩쓸었잖아요. 저도 그 드라마 팬이었어요.”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왕의 여인’ 그러시는 거죠. 그 드라마 정말 재밌었어요. 전 지금도 매년 다시 보고 있어요.”“방송한 지 4년 정도 됐잖아요. 매년 저작권료만 몇십억은 된다고 하던데. 인기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송민영은 비웃듯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한껏 잘난 척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성적이라면 누구든 그랬을 것이다. 이때, 메이크업을 마친 윤주가 걸어 나오며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 기억으론 그 드라마는 신하리 선배가 이미지 변신 후의 첫 작품이었을 거예요. 처음으로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기도 했고요. 전엔 사람들이 신하리 선배가 로맨스 드라마만 찍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정극 연기도 그렇게 잘할 줄 몰랐었죠.”“그 당시 경쟁률이 어마어마하지 않았더라면,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하리 선배였을 거예요. 하지만 그 드라마로 인해서 하리 선배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잖아요. 동기들은 여전히 로맨스를 찍고 있는데, 하리 선배는 정극에서도 알아주는 배우가 됐잖아요. 선배 드라마가 방영만 하면 저희 부모님은 꼭 본방 사수 하신다니까요.”송민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하리와 동기이고, 아직도 로맨스나 찍고 있는 배우, 송민영은 그 말이 어쩐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입을 놀리고 있는 윤주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윤주는 그런 송민영의 눈빛 공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스태프와 열을 올리며 수다를 떨어댔다. “저희
Read more

제1056화

결국 악플에 분노한 작가가 자신이 쓴 대본 원고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글을 게시했다. 글의 내용은 대본의 발언권이 인기에 따라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진정으로 작가의 손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대본은 전문가인 작가에게 맡겨야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대본을 수정해 결국 그 잘못을 뒤집어 쓰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글이 업로드되자 인터넷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많은 작가들이 그 글을 리트윗하며 일은 점점 커졌고 심지어 어떤 방송사에서도 그 일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인터넷에서 일이 일파만파 커졌지만, 그 논란은 반나절 뿐이었고 곧 잠잠해졌다. “장미의 배반” 시청률은 그 사건 이후 완전히 바닥을 쳤고 마지막 회에 다다랐을 때에는 실검을 살 수도 없어졌다. 반년 후, 송민영은 그 작품으로 인해 “백상삼류대상”에서 올해 최고 실망 여배우로 선정되었다. 물론 송민영은 그 상을 받지 않았다. 그것만 아니라면 나머지는 그런대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상이었으니 말이다. “장미의 배반”은 송민영이 이미지 변화에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 작품 이후, 송민영은 또 로맨스물로 돌아갔고 여전히 그녀만의 “판타지”를 찍었다. 하지만 “장미의 배반”은 그녀의 팬들에 의해 위키백과에서 삭제되었고 그녀의 필모에서는 그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필모를 아무도 수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지금 인터넷에서 “장미의 배반”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송민영의 팬들에 의해 안티가 되고 말 것이다. 그 사람은 전혀 비웃을 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송민영 본인도 당연히 그 작품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닫았다. 그러니 유현진의 질문은 송민영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과도 같았고 그녀의 얼굴은 역시나 일그러져 있었다. 이미지 변신에 실패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 후 자신도 입을 꾹 닫고 다른 사람들마저도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유현진은 전형적으로 아픈 곳만 콕콕 찌르는 스타일이었다.
Read more

제1057화

송민영은 감히 모험을 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 수술을 한 그때부터, 이미 그녀의 손엔 아무런 카드도 남아있지 않았다. 송민영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삼켜야만 했다. “현진 씨,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저 남자친구 없어요. 기자들이 마음대로 쓴 거예요.”유현진이 씩 웃더니 말했다. “그래요? 당시 육교에서 있었던 연쇄 추돌 사고, 제 두 눈으로 그분이 병원에 언니 보러 오신 걸 봤었어요. 일반 친구가 그렇게 자상할 수 있어요?”한성에서 일하고 있던 강한서는 갑자기 여러 번 재채기를 했다. 사람을 몰아세우는 유현진에 송민영은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없다면 없는 거예요. 이게 재밌어요?”유현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장난이에요. 언니도 농담하는 거 좋아하시면서, 그렇게 화낼 거 없잖아요.”유현진의 말에 송민영은 꽉 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다. 유현진은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송민영이 죽은 듯 지낸다면 유현진은 그녀를 절벽으로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만약 송민영이 조금이라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그저 조용히 돈을 벌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인기는 금방 식지는 않을 테니까. 조금 더 노력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으로 연예계에서 자리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녀는 똑똑하지도 않아 어떻게든 유현진을 건드리려고 했다. 그녀를 자신만의 라이벌로 여기면서 말이다.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송민영이 “차상” 출연을 포기하고 “평화의 세상” 같은 삼류 작품을 선택한 것을 보며 유현진은 한편으로는 그녀와 같은 배우가 존재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최소한 팬들에게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대본을 고를 줄도 모르면서 연기를 하는 송민영처럼 말이다. 한편, 한열의 매니저는 그가 참지 못하고 유현진을 대신해 나서기라도 할까 봐 한열을 꾹 누
Read more

제1058화

전화를 걸자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었다. 송민영은 자신의 이름을 말한 뒤 전화를 끊었고, 다시 전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통화가 연결되었다. 휴대폰 너머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사람의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송민영은 휴대폰을 꼭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상대방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송민영이 주먹을 꽉 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부탁하신 거, 이미 시키신 대로 했어요. 그러니 이제는 그쪽이 절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휴대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음성변조를 사용했기 때문인지 차가운 목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송민영이 상대방이 거절할거라 생각하고 있던 그때,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뭘 도와달라는 거죠?”송민영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봄의 연인’의 편성을 취소해 주세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대방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 송민영은 어쩐지 부끄럽고 분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왜 웃죠?”그 사람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 “정식 절차를 걸쳐 편성이 결정된 드라마를, 저더러 어떻게 취소해 달라는 거죠? 제 능력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숨겨졌던 일도 조사해 내셨는데, 배우 과거를 알아내는 일쯤이야 쉽지 않겠어요?”송민영의 말에 그는 비웃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쪽처럼 숨겨야 할 약점이 많은 줄 아나 보죠?”송민영은 그의 비웃음 따위는 무시하고 말했다. “유현진이 결혼 사실을 숨기고 대중을 속이는 건, 약점에 속하겠죠? 유현진을 폭로하시면 되겠네요.”상대방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결혼 사실을 숨긴 게 무슨 불륜을 저지르거나 남의 가정에 제삼자로 끼어든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스캔들이 된다고 그래요? 결혼 사실을 숨겼다고 작품이 보이콧되는 배우 본 적 있으세요?”송민영은 조금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럼 뭐 어쩌
Read more

제1059화

송민영이 유현진을 질투하는 것은 같은 나이임에도 그녀와 달리 유현진은 순조로운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혼을 했어도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그녀가 가는 길엔 늘 귀인이 있었다. 첫 작품에 바로 차이현과 같은 실력 있는 감독을 만났고 또 브랜드 뉴 엔터와 같은 큰 회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송민영은, 자기 몸을 팔아서 겨우 위로 올라갈 기회를 얻었다. 이제 겨우 새로운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려는데, “봄의 연인”이 다크호스처럼 나타나 그녀의 길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평화의 세상”의 제작진들과 이번 드라마가 올해의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 “가화만사성”이라는 정극에 그녀를 캐스팅하기로 얘기가 되어있었다. 이것이 그녀가 “차상”을 포기하고 논란이 많은 “평화의 세상”을 선택한 이유였다. “가화만사성”의 감독은 신하리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송민영이 “평화의 세상”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가화만사성”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평화의 세상”의 시청률은 하락했고 “봄의 연인”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만약 이대로 그녀가 가만히 앉아 죽기만을 기다린다면, 정말 유현진이 말한 것처럼 한 철 인기를 누리는 것이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송민영은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사람을 준비해 둘게요...”유현진은 메이크업을 마쳤다. 그녀는 거울을 바라보며 귓가의 잔머리를 매만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한열과 눈이 마주쳤다. 한열을 “쓱” 시선을 피했다. 유현진: ...‘톱배우는 다 이런 건가?’함께 촬영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갔다. 그녀와 한열은 커플을 연기했지만 마주치는 신은 많지 않았다. 매번 촬영이 끝나면 유현진은 한열과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는 늘 도도한 얼굴로 휴대폰에 열중했다. 마치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그녀는 늘 하려던 인사를 삼켜야 했다. 한열은 곧 마지막 촬영이었고, 그가 자신을 대신해 뜨거운 물을 막아준 적도 있었지만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인사를 못 했
Read more

제1060화

밥은 먹을 수 있지만, 상대의 남자친구는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한열이 멋지게 차려입고 약속 장소로 향했을 때, 그는 문을 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강한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현진을 마주했다. 강한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유현진은 그의 손등을 꼬집었고 강한서는 그녀의 손등은 잡아 자신의 손바닥에 올렸다. 그러더니 천천히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겨 그에게 인사했다. “왔어요?”한열: ...“왔어요”라는 한 마디가 이상하게도 송민준에게 지배되는 두려움을 떠올리게 했다. 이 자식도 그에게 어른스러운 말투를 썼다. 한열은 강한서에게 별다른 호감이 없었다. 어쨌든 그가 보기엔 여신과 결혼했음에도 그녀를 아껴주지 않아 이혼한 남자는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어 한열을 마주한 유현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그를 향해 손짓했다. “앉아요. 아직 주문 안 했어요. 메뉴 보세요.”이미 한발 물러났던 한열은 머뭇거리더니 문을 닫고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여신님이랑 밥을 먹는 자리이지, 이 인간을 보러 온 게 아니야. 나무라고 생각해!’강한서와 유현진은 같은 쪽에 앉아 있었다. 한열은 의자를 끌어와 유현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유현진은 메뉴판을 그에게 밀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태국 요리 잘해요. 팬분들이 태국 요리 좋아하신다고 해서요. 이 집은 어떤지 한번 드셔보세요.”한열이 나지막이 말했다. “전 먹는 건 안 가려요. 현진 씨 좋아하시는 거로 주문해요.”유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하나 골라보세요. 아이돌은 다이어트 심하게 하는 거 알아요. 드실 수 있는 거로 주문해요. 전 나중에 제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할게요.”그녀의 말에 한열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진지하게 메뉴를 골랐다. 강한서는 자기 앞의 갓 스물이 넘은 선머슴 같은 아이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 자식은 현진이가 자기 사촌 누나인 줄도 모르고, 날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네.’한열이 고른 메뉴를 보며 강한서 미간의
Read more
PREV
1
...
104105106107108
...
23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