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유현진은 결국 휴대폰을 들고 이준에게 연락하게 되었다.이준은 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와 대본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걸려 온 유현진의 전화에 그는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여하간에 늦은 시각이었기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유현진은 그에게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이윽고 그는 통화 수락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이준 씨. 저예요.”유현진은 다소 우물쭈물하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준은 눈치를 채지 못했고 오히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인기가 많아져서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잠이 안 와요?”“...하하, 이준 씨 참 재밌는 분이시네요.”유현진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어색하게 말했다.이준은 예전에 그녀에게 놀림을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이내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유현진이 말했다.“아, 별건 아니에요. 그냥 전에 촬영할 때 입은 중전마마 의상이 있을까요?”“그건 아마 소품팀에서 관리하고 있을 거예요. 왜 그래요?”유현진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아, 그래요. 그 의상 세트 혹시 촬영팀에서 팔기도 하나요? 기념으로 사고 싶어서요.”이준은 멈칫했다.“그 의상 세트는 한복의 장인께서 직접 한땀 한땀 만드신 거라 2000만 원은 족히 넘을 거예요. 현진 씨 출연료가 얼마 안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2000만 원을 주고 기념으로 집에다 전시하다니요.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되신 건 아니에요?”유현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그럼 제가 안 물어본 거로... 강한서! 내 휴대폰 이리 줘!”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더니 휴대폰 너머로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6000만 원을 드리죠. 가격에 만족하신다면 제가 당장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할게요.”유현진은 발꿈치를 들며 휴대폰을 빼앗으려 애를 썼다.“강한서! 이 호구야! 그 의상은 2000만 원이야. 돈이 너무 많아서 왜,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어?”이준이 멈칫하더니 바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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