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준: ...그는 거짓말을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촬영장은 일하는 곳이에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요.”한태진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무나? 넌 대표잖니. 대표라는 애가 사람도 못 데리고 들어가다니, 넌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송민준: ...언제나 말발이 세던 외손자가 한태진의 말에 그만 말문이 막히자, 공영선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녀는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민준아, 너 사실대로 얘기해. 현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니?”송민준은 입을 달싹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외삼촌과 외숙모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송병천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두 어르신은 순간 심장이 덜컹하는 것 같았다. 한태진이 말을 더듬었다. “현진이가 왜? 무슨 일인데? 너희들 전부 우리한테 숨기고 있는 거니!”결국 외삼촌인 한준웅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아버지. 현진이 아무 일도 없어요. 잘 지내고 있다고요. 그냥 일을 하는데 조금 문제가 생겨서, 얼굴을 비추기가 곤란해서 그래요.“두 분이 자세히 따져 물어서야 겨우 유현진이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다. 유현진의 일을 듣고 난 두 분은,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약속되었던 만남이 무산된 것은 둘째 치고 외손녀가 그렇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니 그 생각만 하면 그들은 참지 못하고 송병천을 원망했다. “자네, 제대로 준비해 뒀다고 하지 않았나?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누명을 뒤집어씌운 것이 분명한 일인데, 아직까지도 해결을 못하고 현진이가 사람들에게 욕보이게 하다니?”송병천은 창백해진 얼굴로 그 자리에 서서 두 어르신에게 혼쭐이 나고 있었다. 그가 아내와 사별하고 재혼을 한 뒤로, 두 어르신은 그에게 줄곧 냉담한 태도를 보였었다. 특히 한태진은 그가 눈에만 띄어도 불만을 드러냈다. 근래, 그는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막내딸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뒤로, 그는 이 기회를 빌려 두 분을 모셔왔다. 하나는 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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