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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Author: 조십일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강한서는 아주 진지하게 답장했다.

힐끔 쳐다보던 민경하는 눈가가 바르르 떨리게 되었다.

강한서의 답장은 이러했다.

「발등에 있던 점은 없앤 거야?」

민경하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얼른 문자를 전송하려던 강한서의 손을 막았다.

“대표님, 이건 사모님의 발이 아닙니다.”

강한서는 동작을 멈추고 그를 흘겨보았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

민경하가 얼른 설명에 나섰다.

“이 사진은 전에 인터넷에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거든요. 심지어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떠돌기도 했었죠.”

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이모티콘 목록을 보여주었다.

강한서는 보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말했다.

“그럼 현진이가 이걸 왜 나한테 보낸 거죠?”

민경하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도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서 보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정말로 그냥 심심해서 장난을 걸었다거나 말이죠.”

강한서가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민경하는 이내 통통한 발이 하이힐에 끼어버린 사진을 강한서에게 보내면서 말했다.

“이걸 사모님께 보내보세요.”

강한서는 민경하의 말대로 바로 보냈다.

유현진은 통통한 발 때문에 하이힐이 망가진 사진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응석을 부리는 듯한 어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촬영팀에서 준비한 신발이 다 사이즈가 작아서 아파. 그래서 현진이 발도 아야 해.”

강한서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바로 음성을 틀었다.

이윽고 애교 섞인 유현진의 목소리가 iPad를 통해 울려 퍼졌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엔 정적이 흐르게 되었다.

민경하가 웃음을 참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큼, 역시 신발이 발에 안 맞으셨던 거였네요.”

강한서는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게 되었고 바로 음성으로 답장을 보냈다.

“네가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말했었다면 우린 아마 지금이 없었을 거야.”

유현진은 그의 답장을 들으며 한참이나 웃어댔다.

강한서가 그녀와 결혼 전에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건 분명 그의 성격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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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미는 이미 방을 정리해 두었다. 유현진은 얼른 그녀를 방으로 들여보내 쉬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현진의 집에 관심을 보이며 굳이 유현진의 남편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거실에는 커다란 웨딩사진이 설치되기 전이라 1층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없었다. 그 “동창”은 계속 “아쉽다”는 말투로 학교 다닐 때 성적도 좋았으면서 왜 일찍 결혼했냐는 둥, 아무리 결혼이라지만 조건만 따질 게 아니라 대화가 통해야 한다는 둥, 나이 차가 많으면 세대 차이가 느껴진다는 둥 그런 말들을 해댔다. 한참이나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유현진은 그제야 그 말에 담긴 뜻을 파악했다. 그녀는 아마 유현진이 강한서의 재산을 보고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인지한 유현진은 조금 화가 났지만 예의상 대놓고 입 밖으로 불쾌한 기분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다만 그녀의 태도가 많이 차가워졌을 뿐이었다. 그 “동창”도 자신이 말이 많았다고 생각했는지, 더는 그 화제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만약 단순히 그뿐이었더라면, 유현진은 그 동창이 조금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한서가 집으로 돌아오자, 강한서가 유현진의 남편이라는 것을 안 그녀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말끝마다 “오빠”라고 부르면서 강한서가 물만 마셔도 “오빠 물 마시는 포즈가 너무 멋져요.”라고 하면서 칭찬했다. 그 “동창”은 몸매가 아담하고 귀여운 타입이었다. 외모는 너무 예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봐줄 만한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학창 시절부터 반에서 남자아이들과 사이가 좋았고, 학교 축제가 있을 때면 그녀가 굳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남자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었다.학교의 여신이라 불리던 유현진도 그런 “대접”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유현진은 안 그래도 차미주에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왜 자신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녀에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2화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묻자 그가 오히려 되물었다. “1년이라도 살게 하려고?”유현진도 당연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가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다만 그녀는 인사도 없이 간 것에 대해 가볍게 불만을 늘어놓고는 더 캐묻지 않았었다. 다 지나간 일인 줄 알았는데 2개월 후, 그 “동창”이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업로드했다. 그녀는 1000자가 넘는 문자로 자신이 한 친구 집에 신세를 지면서 친구 남편에게 당했던 불쾌한 일들을 막힘없이 서술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에 이제껏 사실을 밝히지 않고 숨겨왔었는데, 오늘 또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폭로한다고 했다. 그 동창이 유현진 집에서 신세를 졌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 일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가 치민 유현진은 바로 그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유현진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단톡방에서는 유현진이 바람둥이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이 시끄럽게 퍼져갔고, 심지어 고등학교 친구들도 어디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그녀에게 사실을 물어보기도 했다. 유현진은 그 일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결국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한 강한서가 먼저 그녀에게 물었다. 그제야 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강한서에게 알려주었다. 그녀가 만약 강한서가 그의 “옛사랑”과 만나고 있다고 했으면 유현진은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강한서가 그녀에게 들이댔다는 건 유현진은 전혀 믿지 않았다. 강한서는 비록 예쁘게 말하는 법은 몰랐지만 인성은 괜찮았다. 그는 아내 친구에게 들이대는 일 같은 건 하지 못할 사람이었다. 역시나, 유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더니 그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가져와 그녀에게 동영상 하나를 전송했다. 강한서의 서재에는 많은 자료들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의 서재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강한서가 그녀에게 보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3화

    강한서가 말했다. “나도 참지 못하고, 바로 욕해버렸어.”어리둥절하던 유현진은 폭소를 터뜨렸다. 강한서는 애교와 상극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현진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강한서가 그 여자에게 욕설을 내뱉은 것은 단순히 그 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신세를 지는 동안 강한서 앞에서 여러 번 유현진의 뒷담화를 했었다. 그녀는 유현진이 돈을 밝히고, 허영심이 많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을 괴롭히고, 일진 놀이를 했다며 심지어 유현아의 일까지 들먹이며 고아도 봐주지는 않는 동정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강한서는 유현진을 봐서 한두 번 정도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뒷담화의 횟수가 점차 많아지자 그도 더 이상 그녀를 봐줄 생각이 없어졌다. 자신의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그의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릴 필요가 없었다. 애교를 극혐하는 강한서의 모습을 보며 유현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너한테 애교 부리면 넌 속으로 몰래 웃어야지, 어디서 까탈스럽게 굴어?”강한서가 대답했다. “네 애교보다는, 네가 애원하는 걸 난 더 좋아해. 특히... 울먹일 때. 굉장히 매력 있어.”유현진: ...“이 변태야!”강한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난 악당한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네 연기를 말한 거였어. 넌 무슨 생각한 거야?”유현진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그녀는 강한서에게 중지를 날렸다. 한참 얘기를 나누던 중, 한열의 매니저가 다가왔다. “유현진 씨, 아직 메이크업 못 받으셨어요?”유현진은 휴대폰을 내리며 예의 있게 대답했다. “몇 명 안 남았으니 곧 제 차례가 올 거예요.”한열의 매니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이는 이미 다 마쳤어요. 은지한테 메이크업 도와드리라고 할게요.”유현진이 막 거절하려는데, 매니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열이가 저녁에 스케줄이 하나 더 있어서요. 너무 늦게 끝나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한열 씨 시간 아끼려고 그러시는 거였구나.’거절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4화

    “믿는 구석”라는 네 글자에는 숨길 수 없는 질투가 짙게 느껴졌고, 그 말은 유현진의 발걸음을 우뚝 멈추게 했다. 주위의 스태프들도 그 말에 하나둘 유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랄까, 연예계에서 여배우에게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스폰서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래도 이 바닥에는 신하리처럼 집안이 좋은 사람이 연예계에 진출하는 것이 적었으니 말이다. 여배우들은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데뷔작부터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스폰서가 없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유현진에게 스폰서가 있다는 송민영의 말을, 많은 사람들은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얼굴에 스폰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본인이 싫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아래에 둘 수 있는 수단은 많았다. 사실 촬영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찌라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유현진과 브랜드 뉴 엔터의 송민준 대표와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유현진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브랜드 뉴 엔터의 송 대표는 하루가 멀다고 촬영장으로 구경 왔었다. 말로는 자기 회사 연예인이 걱정되어서라고 하지만, 그의 시선은 제일 상업 가치가 있는 송민영이 아닌 유현진에게 머물러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액션신에서 남자배우가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해 유현진의 손목에 빨갛게 자국이 남은 적이 있었다. 송민준은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남자배우를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하지만 송민영이 쇼크로 입원했을 때, 듣기로 송민준은 입원 당일에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병원에 갔었고 그 뒤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차별이 이토록 분명하니 당연히 두 사람 사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송민영의 “스폰서”라는 말에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브랜드 뉴 엔터의 송민준을 떠올렸다. 송민영의 불만도 바로 브랜드 뉴 엔터의 차별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연예인의 기 싸움은 너무 흔한 일이었다. 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5화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유현진이 송민영에 대해 검색한다면 그건 아마 강한서 때문일 것이다. 비록 강한서와 이 여자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현진은 쉽게 그 말에 울컥하고 말았다. ‘개자식. 나중에 제대로 된 해명을 할 수 없다면, 이 재혼, 너나 혼자 해!’유현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굳이 누가 말해줘야 해요? 당시 그 드라마는 모든 SNS를 휩쓸었잖아요. 저도 그 드라마 팬이었어요.”옆에서 누군가 말했다. “‘왕의 여인’ 그러시는 거죠. 그 드라마 정말 재밌었어요. 전 지금도 매년 다시 보고 있어요.”“방송한 지 4년 정도 됐잖아요. 매년 저작권료만 몇십억은 된다고 하던데. 인기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송민영은 비웃듯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녀는 한껏 잘난 척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성적이라면 누구든 그랬을 것이다. 이때, 메이크업을 마친 윤주가 걸어 나오며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 기억으론 그 드라마는 신하리 선배가 이미지 변신 후의 첫 작품이었을 거예요. 처음으로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기도 했고요. 전엔 사람들이 신하리 선배가 로맨스 드라마만 찍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정극 연기도 그렇게 잘할 줄 몰랐었죠.”“그 당시 경쟁률이 어마어마하지 않았더라면,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하리 선배였을 거예요. 하지만 그 드라마로 인해서 하리 선배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잖아요. 동기들은 여전히 로맨스를 찍고 있는데, 하리 선배는 정극에서도 알아주는 배우가 됐잖아요. 선배 드라마가 방영만 하면 저희 부모님은 꼭 본방 사수 하신다니까요.”송민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하리와 동기이고, 아직도 로맨스나 찍고 있는 배우, 송민영은 그 말이 어쩐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입을 놀리고 있는 윤주를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윤주는 그런 송민영의 눈빛 공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스태프와 열을 올리며 수다를 떨어댔다. “저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6화

    결국 악플에 분노한 작가가 자신이 쓴 대본 원고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글을 게시했다. 글의 내용은 대본의 발언권이 인기에 따라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진정으로 작가의 손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대본은 전문가인 작가에게 맡겨야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대본을 수정해 결국 그 잘못을 뒤집어 쓰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글이 업로드되자 인터넷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많은 작가들이 그 글을 리트윗하며 일은 점점 커졌고 심지어 어떤 방송사에서도 그 일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인터넷에서 일이 일파만파 커졌지만, 그 논란은 반나절 뿐이었고 곧 잠잠해졌다. “장미의 배반” 시청률은 그 사건 이후 완전히 바닥을 쳤고 마지막 회에 다다랐을 때에는 실검을 살 수도 없어졌다. 반년 후, 송민영은 그 작품으로 인해 “백상삼류대상”에서 올해 최고 실망 여배우로 선정되었다. 물론 송민영은 그 상을 받지 않았다. 그것만 아니라면 나머지는 그런대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상이었으니 말이다. “장미의 배반”은 송민영이 이미지 변화에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 작품 이후, 송민영은 또 로맨스물로 돌아갔고 여전히 그녀만의 “판타지”를 찍었다. 하지만 “장미의 배반”은 그녀의 팬들에 의해 위키백과에서 삭제되었고 그녀의 필모에서는 그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필모를 아무도 수정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지금 인터넷에서 “장미의 배반”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송민영의 팬들에 의해 안티가 되고 말 것이다. 그 사람은 전혀 비웃을 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송민영 본인도 당연히 그 작품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닫았다. 그러니 유현진의 질문은 송민영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과도 같았고 그녀의 얼굴은 역시나 일그러져 있었다. 이미지 변신에 실패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 후 자신도 입을 꾹 닫고 다른 사람들마저도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유현진은 전형적으로 아픈 곳만 콕콕 찌르는 스타일이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7화

    송민영은 감히 모험을 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 수술을 한 그때부터, 이미 그녀의 손엔 아무런 카드도 남아있지 않았다. 송민영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삼켜야만 했다. “현진 씨,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 저 남자친구 없어요. 기자들이 마음대로 쓴 거예요.”유현진이 씩 웃더니 말했다. “그래요? 당시 육교에서 있었던 연쇄 추돌 사고, 제 두 눈으로 그분이 병원에 언니 보러 오신 걸 봤었어요. 일반 친구가 그렇게 자상할 수 있어요?”한성에서 일하고 있던 강한서는 갑자기 여러 번 재채기를 했다. 사람을 몰아세우는 유현진에 송민영은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없다면 없는 거예요. 이게 재밌어요?”유현진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장난이에요. 언니도 농담하는 거 좋아하시면서, 그렇게 화낼 거 없잖아요.”유현진의 말에 송민영은 꽉 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다. 유현진은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송민영이 죽은 듯 지낸다면 유현진은 그녀를 절벽으로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만약 송민영이 조금이라도 똑똑한 사람이라면 그저 조용히 돈을 벌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인기는 금방 식지는 않을 테니까. 조금 더 노력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으로 연예계에서 자리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녀는 똑똑하지도 않아 어떻게든 유현진을 건드리려고 했다. 그녀를 자신만의 라이벌로 여기면서 말이다.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송민영이 “차상” 출연을 포기하고 “평화의 세상” 같은 삼류 작품을 선택한 것을 보며 유현진은 한편으로는 그녀와 같은 배우가 존재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최소한 팬들에게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대본을 고를 줄도 모르면서 연기를 하는 송민영처럼 말이다. 한편, 한열의 매니저는 그가 참지 못하고 유현진을 대신해 나서기라도 할까 봐 한열을 꾹 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058화

    전화를 걸자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었다. 송민영은 자신의 이름을 말한 뒤 전화를 끊었고, 다시 전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통화가 연결되었다. 휴대폰 너머에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사람의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송민영은 휴대폰을 꼭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상대방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송민영이 주먹을 꽉 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부탁하신 거, 이미 시키신 대로 했어요. 그러니 이제는 그쪽이 절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휴대폰 너머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음성변조를 사용했기 때문인지 차가운 목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송민영이 상대방이 거절할거라 생각하고 있던 그때, 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뭘 도와달라는 거죠?”송민영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봄의 연인’의 편성을 취소해 주세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대방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 송민영은 어쩐지 부끄럽고 분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왜 웃죠?”그 사람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반문했다. “정식 절차를 걸쳐 편성이 결정된 드라마를, 저더러 어떻게 취소해 달라는 거죠? 제 능력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숨겨졌던 일도 조사해 내셨는데, 배우 과거를 알아내는 일쯤이야 쉽지 않겠어요?”송민영의 말에 그는 비웃음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쪽처럼 숨겨야 할 약점이 많은 줄 아나 보죠?”송민영은 그의 비웃음 따위는 무시하고 말했다. “유현진이 결혼 사실을 숨기고 대중을 속이는 건, 약점에 속하겠죠? 유현진을 폭로하시면 되겠네요.”상대방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결혼 사실을 숨긴 게 무슨 불륜을 저지르거나 남의 가정에 제삼자로 끼어든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스캔들이 된다고 그래요? 결혼 사실을 숨겼다고 작품이 보이콧되는 배우 본 적 있으세요?”송민영은 조금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럼 뭐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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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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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0화

    “하하하.”한현진이 마른 웃음을 지었다.“오빠. 제가 티슈 없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한서가 눈을 씰룩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핑계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여 아내를 따라 염치 없이 말했다. “형님, 저도 없어요.”송민준이 가방과 티슈를 두 사람에게 던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한현진: ...“오빠가 나한테 화 난 건 아니겠지?”강한서가 우울하게 말했다. “너보단 날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아. 네 오빠가 아무리 너에게 화가 나도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올 거야.”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좀 놓이네.”강한서: ?한현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빠가 널 탐탁지 않아 한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오늘 이 일로 크게 달라지진않을 거야.”“...”‘행복은 본인이 누리고 잘못은 내가 뒤집어쓰고. 정말 좋은 아내네.’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입덧이 끝난 이후로 한현진의 식욕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매 끼니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배고픔도 빨리 찾아왔기에 하루에 몇 끼씩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지금의 한현진은 송아지처럼 튼튼하기만 했다. 강한서는 임신한 한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한현진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그의 주변엔 임산부가 많이 없었지만 많은 아내들이 임신 후 남편을 괴롭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에겐 모든 임신의 호르몬 변화가 거짓말처럼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큰 반응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강한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자주 다니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한현진은 정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유치해지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끌며 굳이 아이들의 흔들 목마에게 타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8화

    한현진이 고개를 들자 옆에 서 있는 벤틀리가 보였다. 송민준이 운전석에 앉아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차창은 닫혀 있었으니 송민준은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강한서의 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차를 세운지 한참이 지나도 두 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송민준은 강한서가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송민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놓고 그녀의 옷을 정리하며 단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민경하는 은연 중에 자신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린 송민준은 카키색의 캐주얼한 외투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평소 한열이 자주하던 헤어스타일과 비슷했고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친 채 입술을 앙다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넓은 어깨에 긴 다리의 그가 우뚝 서 있으니 카리스마와 매력이 흘러넘쳤다. 전엔 그가 한열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런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쓴 모습을 보니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그를 한열로 착각할 것도 같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이 가방을 메고 송민준을 향해 걸어갔다.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멋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언제 안 멋진 적이 있었어?”한현진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어떤 날이든 멋지긴 하죠. 그래서 언제 데뷔할 생각이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건네받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난 열이와 캐릭터가 너무 비슷해. 내가 데뷔하면 연예계에 걔 자리가 있긴 할 것 같아?”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송민준은 손을 들어 검지로 콧등에 걸린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강한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쟨 차에서 뭐하는 거야?”“업무 통화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한현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가자. 우린 먼저 올라가는 게 좋겠어. 혼자 미적거리라고 해.”룸에 도착하자 송민준은 그제야 물었다. “너희 두 사람, 대체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이렇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7화

    한현진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강한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 약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한현진이 말했다. “처음엔 마음이 약해졌는데 조금 전 불쾌한 일이 있었거든.”한현진은 간단하게 주혁이 무릎 꿇은 일을 서술했다. “난 사실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건 아니었어. 하지만 꿇어앉아 있는 기사님 모습을 본 순간 화가 치밀더라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러니까 날 강박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 기회를 빌려 바로 전근시켰어.”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오는 길에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한 건 아닌가 싶었거든. 기사님은 지금 아들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해줄 돈이 부족한 상황이거든. 전근하면 월급은 당연히 전보다 줄어들 텐데.”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등을 토닥였다.“인공 달팽이관은 보청기와 비슷한 거야. 생명과 직결된 문제도 아니니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당장 급할 건 없어. 하지만 굳이 너를 속여 가며 부업을 하려고 했어. 난 그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멈칫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기사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무릎을 꿇고 자존심 따위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자신의 존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걸 거야. 전근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어. 네가 그 사람을 곁에 두는 건 내가 불안해.”강한서는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 약해지지 마. 네가 마음 약해질 때마다 난 심장이 떨려.”“휴. 신세를 지기도 했고 기사님 집에는 장애인이 두 명이나 있잖아. 안타까워서 그러지. 내가 언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약해지는거 봤어? 난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강한서는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강운이에겐 마음 약하게 굴었잖아.”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려는 강한서의 태도에 한현진이 얼른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불쌍해 보이는 주 변호사님 외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6화

    한현진이 민경하를 살펴보았다.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얼마 전 야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 신제품 발표회도 마무리 됐으니 이젠 좀 쉬게 해줘야지. 민 실장님이 쓰러지면 나중에 너만 고생할 거야.”강한서가 한현진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내가 부하 직원 생사도 나 몰라라 하는 그런 대표 같아? 민 실장이 쉬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휴가 줄 거야.”그 말에 민경하가 재빨리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모님. 저 건강해요. 휴가 필요 없어요.”만약 평소였다면 휴가를 주겠다는 강한서의 말에 당연히 쉬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그 상황을 겪고 나니 지금의 민경하는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민경하가 강민서와 밤낚시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는 한현진과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얼마나 갔을까,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밤낚시... 몇 명이 가는 거예요?”민경하가 말했다. “밤낚시 모임이 있어요. 아마 20명 정도 있을 거예요. 다들 스케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을 땐 8명에서 10명 정도 모여요. 적을 땐 4, 5명이 만날 때도 있고요.”“그래요.”단답으로 대답한 강한서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하에게 물었다. “밤새 낚시하면 피고하지 않아요?”민경하가 말했다. “텐트가 있어서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면 돼요.”강한서가 또 다시 “그래요”라며 단답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가 또 물었다. “두 사람... 같은 텐트에서 자요?”“...”그 질문에 민경하는 바짝 긴장했다. 어쩐지 그 어떤 대답도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4, 5명이면 텐트 2개를 사용해요. 피곤한 사람끼리 돌아가면서 쉬고요.”강한서는 더는 말이 없었다. 5분 후. “두 사람 같이 쉰 적 있어요?”“...”‘같이 잤냐고 묻는 일만 남았네.’민경하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누워서 얘기만 좀 나눴어요.”“그래요.”10분 후. “얘기만 조금 나눈게 전부예요?”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5화

    남자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서해금이 또 말을 이었다. “당신이 뿌리를 제대로 뽑지 못해 이렇게 큰 후환을 남기지만 않았다면 우리 가람이 처지도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을 거야.”서해금이 말한 후환은 당연히 한현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한현진 말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그 여자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일은 그 역시도 송씨 가문에서 한현진을 데려오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당시 그 여자가 품에 안아 보여주던 여자 아이는 애초부터 송씨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를 안아와 한아람의 딸이라고 그를 속였던 것이다.친딸이 태어나는 모습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그는 곧 자신의 친딸에게 인생을 빼앗길 아이를 마주했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그는 심지어 아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포섭당한 사람 중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한현진이 죽지 않았으니 송씨 가문이나 한씨 가문에서는 기필코 당시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서해금은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 화근을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당시 그 일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전부 죽거나 도망간 상태였기에 아무리 쥐 잡듯이 뒤져도 그 해의 진실은 알아내 수 없을 것이었다. “내가 뭐 도와줄까?”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서해금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한현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해서 괜한 의심 사지 마. 걔는 걔 엄마랑 똑같아. 의리가 치명적인 약점이거든. 잠깐만 조용히 지내.”잠시 멈칫하던 서해금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 지시 없이 함부로 회사에 나타나지 마. 회사는 여기저기 보는 눈이 많아. 조그만 실수라도 있었다간 우리 가족 전부 끝장이라고.”우리 가족이라는 두 단어에 남자는 그만 멍해졌다. 그의 눈빛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반짝였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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