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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2581 챕터

제431화

하예정은 성소현이 대표님께 감정이 깊다는 걸 알고 있어 이 화제에 관하여 더 많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성소현만 마음 아파할까 봐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한참 얘기를 나눈 후 성소현은 지금 해야 할 일들에 관해 말을 꺼냈다.“큰 오빠는 내가 한가할 때마다 대표님을 떠올리며 힘들어할까 봐 일을 좀 맡겼어요. 나보고 최선을 다해 이모를 찾아보라고 했어요.”“소현 씨 이모요?”하예정은 성씨 집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전씨 일가에 버금가는 재벌 가문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성씨 일가에서 유일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이 바로 성소현이었다.“예정 씨, 실은 우리 엄마랑 예정 씨네 자매분 매우 닮았어요. 우리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아무 친척도 우리 엄마랑 이모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어요. 결국 엄마랑 이모는 보육원에서 한동안 생활했어요. 우리 이모가 그땐 나이가 어려 철들지 않았고 또 귀엽게 생기다 보니 결혼 뒤 아이를 낳지 못한 부잣집에 입양됐어요.”“엄마는 계속 보육원에 남아 있었는데 늘 이모를 그리워하며 지냈어요. 나중에 커서 능력이 생기자 이모를 찾아 나섰지만 그 시절엔 사람 한 명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여 게시물을 올리고 이모를 찾았으면 훨씬 쉬웠을 텐데 말이죠.”“우리 엄마는 아직도 이모를 못 찾았어요. 얼마 전엔 그 당시 이모를 입양했던 부부를 찾게 되어 이모도 보게 될 줄 알고 다들 엄청 기뻐했는데 정작 엄마랑 함께 그 집으로 찾아가니 부부가 이모의 행방을 모르더라고요.”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모를 수 있죠? 그분들이 소현 씨 이모님을 입양했잖아요. 혹시 소현 씨 이모랑 엄마가 만나는 게 두려워 일부러 숨긴 건 아닐까요?”“아니요.”성소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이모를 입양한 지 1년 만에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어요. 그때부터 이모가 눈엣가시로 여겨져 모질게 학대했어요. 심지어 이모가 커서 그들이 낳은 자식과 재산을 뺏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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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우리 엄마랑 이모가 헤어질 때 둘이서 사진 한 장 찍었는데 각자 한 장씩 챙겼대요. 이후에 사진으로 서로를 확인하려 했나 봐요. 다만 아쉽게도 이모를 처음 입양했던 부부가 그 사진을 불태워버렸어요. 엄마는 아직 사진을 잘 간직하고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나다 보니 아무리 잘 보관해도 어렴풋해지기 마련이에요. 오빠도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었는데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에요. 이모가 낳은 자식들이 이모를 쏙 빼닮았고 또 우연히 엄마와 마주쳐야만 겨우 찾아낼 수 있어요.”그렇지 않으면 찾아낼 희망이 없다.다만 우연히 마주칠 기회도 거의 0에 가깝다.“하늘은 간절한 자를 도와줘요. 소현 씨네 가족분들 반드시 이모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성소현에게 힘내라는 말만 해줄 뿐 딱히 도움이 되지 못했다.성씨 일가는 재력, 권력, 인맥까지 전부 갖추고 있지만 수년을 찾아 헤매도 이모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하예정처럼 권력도, 세력도, 인맥도 없는 자가 대체 무슨 능력으로 찾아준단 말인가?“하루빨리 이모를 찾아서 엄마와 만나게 해드렸으면 좋겠어요. 예정 씨, 주변에 혹시 누군가 입양된 분이 계시거든 꼭 나한테 알려요. 일말의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하예정은 문득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랐다.그녀가 성소현에게 물었다.“소현 씨 이모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죠?”“54살이요. 우리 엄마랑 이모는 50년을 떨어져 살았어요.”하예정이 잠시 침묵한 후 말을 이었다.“우리 엄마도 만약 살아계시면 54살일 텐데. 실은 우리 엄마도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께서 낳은 친자식이 아니거든요. 우연히 엄마를 발견해서 길러주셨어요. 엄마는 생전에 나랑 우리 언니만 낳으셨고요. 소현 씨도 우리 언니 봤었죠.”입양된 사람들이 많고 많아 하예정은 자신의 어머니가 성소현의 이모와 겹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성소현도 하예정 자매를 만났었는데 언니 하예진이 유난히 엄마를 많이 닮았다. 성소현은 그런 하예진을 마주하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니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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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성소현이 감격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예정 씨가 정말 우리 이모를 찾아준다면 우리 가족의 은인이나 다름없어요. 저희가 무조건 보답해드릴게요.”“우린 친구니까 도울 만큼 도와야죠. 나도 엄마 생각나서 그래요. 우리 엄마가 살아계신다면 나랑 언니도 최선을 다해 엄마의 가족을 찾아드렸을 거예요.”엄마가 돌아가신 지 십수 년이 지나 하예정은 이젠 엄마의 얼굴도 희미해졌다. 다행히 하예진이 엄마를 매우 닮아 언니를 보면서 엄마의 모습을 겨우 되새긴다.“예정 씨 데이트 마저 해요. 내가 괜히 방해만 된 것 같네요. 즐겁게 놀다 와요. 결혼식에 나 꼭 불러요. 무조건 참석할 거예요.”성소현은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또 그 성소현 씨야?”전태윤이 무심코 물었다.“맞아요. 소현 씨도 원래 이리로 오려 했는데 내가 태윤 씨랑 함께 있다고 하니까 안 오겠다더라고요.”전태윤이 속으로 구시렁댔다.‘그런 눈치는 있네!’“소현 씨 참 괜찮은 분인데, 태윤 씨네 대표님...”전씨 그룹의 도련님이 결혼반지를 낀 걸 되새기며 하예정은 저도 몰래 한숨이 새어 나왔다.“두 분 참 인연이 안 닿는단 말이죠.”“두 사람 무슨 얘기 했어? 얼핏 들어보니 우리 장모님을 언급하는 것 같던데?”전태윤이 금세 화제를 돌렸다.그는 더이상 자신의 가십거리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하예정은 그와 손잡고 나란히 걸으며 대답했다.“소현 씨는 지금 최선을 다해 이모를 찾고 있대요.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종일 전씨 그룹 도련님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소현 씨 어머니가 보육원에서 자랐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여동생이 한 분 계셨는데 입양됐대요. 그런데 여러 번 입양되다 보니 이젠 소식이 끊겼대요.”“우리 엄마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입양해서 키우셨어요. 하지만 엄마를 찾는 가족은 없었죠. 어린 시절 기억도 별로 없고요. 그전에 입양했던 양부모가 엄마를 너무 학대해서 못 견디고 도망친 것만 기억이 난댔어요. 그때 엄마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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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물론이죠. 난 그 사람들과 소송을 걸어서라도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을 돌려받을 거예요!”“좋아, 그럴 자신 있다면 인제 그만 기분 펴. 오늘은 놀러 왔으니 즐겁게 놀다 가야지. 전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하나씩 해결하면 돼. 꼭 다 해결될 거야.”그는 하예정을 품에 꼭 껴안으며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있잖아.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지켜줄 테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하예정은 얌전히 그에게 안겨 있다가 잠시 후에야 품에서 일어났다.그녀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사람이 너무 많아요.”전태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우린 부부야, 몰래 바람피우는 것도 아닌데 뭐가 두려워?”하예정은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이래서 언니가 항상 나보고 태윤 씨한테 잘해주라고 한 거였네요.”전태윤은 진작 행동으로 하예진에게 점수를 땄었다.초고속 결혼을 마친 후 부부가 함께 지내면서 하예정은 진작 알아챘다. 전태윤은 비록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훨씬 많아 단점을 커버할 정도였다. 게다가 단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녀조차도 온몸에 단점투성이인 것을.큰일 앞에서 전태윤은 인간쓰레기 주형인보다 몇백 배 더 훌륭했다.하예정은 또다시 전태윤 때문에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그녀는 조만간 전태윤의 계약서를 훔쳐 와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도 마음껏 전태윤을 유혹할 수 있고, 그가 유혹에 넘어와 진정한 부부가 된다면 6개월 전의 계약도 까마득히 잊을 테니까.하예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늘 진지한 표정의 전태윤을 빤히 쳐다봤다.그녀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본인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옷을 발가벗겼을 때 여전히 싸늘한 저 얼굴을 마주할 걸 상상하니 불타오르던 그녀의 몸도 확 식어버릴 것 같았으니까.“그럼 나한테 좀 잘해줘 봐.”“내가 얼마나 더 잘해줘야 하는데요?”전태윤이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그들 부부는 서로 베풀어주고 있었다. 하예정은 늘 받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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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하예정도 바보가 아닌지라 진작 눈치챘다.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는 그들 부부에게 둘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느라 멀리 가버렸다.전태윤도 차갑고 싸늘한 모습을 뒤로했고 하예정도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부부는 손을 잡고 고전적인 원림을 구경했다. 하예정은 이런 고전적인 느낌의 원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태윤 씨.”“응?”전태윤은 풍경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자꾸 몰래 옆에 있는 하예정을 훔쳐봤다.하예정이 부르자 그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걸음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풍경을 보다가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는 척했다.“태윤 씨가 전씨 그룹에 출근하니 회사 산하에 어떤 산업이 있는지 잘 알고 있죠? 전씨 그룹 대표님은 이런 펜션을 몇 개나 더 투자하셨대요?”전태윤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우리 회사는 여러 도시에 지사가 있고 각 분야로 투자 경영을 진행해. 다만 이런 펜션은 두 곳만 투자 건설했을 거야. 입지가 매우 어려웠거든. 이런 펜션을 만들자면 자금 투여도 어마어마해. 이 펜션은 우리 회사가 단독 투자한 곳이야. 멀리 강성에 있는 펜션은 강성 재벌 1위와 함께 투자해서 지었어. 거리가 멀다 보니 그쪽에 운영을 맡기고 우린 주식으로만 배당을 받아.”하예정이 멀리 바라보며 생각했다. 펜션 전체가 아니라 고전적인 원림만 해도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태윤도 말했듯이 종일 돌아다녀도 대충 구경만 될 뿐이니 이 펜션이 얼마나 클지 가히 짐작됐다.“태윤 씨네 대표님은 명실상부 관성의 갑부라 재력이 어마어마하네요. 곳곳에 전씨 그룹의 산업이잖아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없었다.전씨 일가는 관성에서 여러 세대가 가업을 이어받았고 자산도 대대로 축적된 것이었다. 게다가 집안에 사치와 향락만 즐기는 자가 없어 재부가 점점 더 늘어났다.지금 그에게 전씨 일가의 자산이 얼마냐고 묻는다면 전태윤도 아마 정확하게 알지 못할 것이다. 어찌 됐든 팩트는 억만장자라는 것이다.하예정이 불쑥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전태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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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다들 재벌가의 할머니라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달랐다. 일반 할머니처럼 평소 옷차림도 수수했고 재벌가의 할머니 같지 않았다.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넌 현실적인 사람이야. 꿈 같은 거 꾸지 않더라고.”“난 현실에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꿈도 꿈 나름이죠.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꿈은 꿔봤자 시간이나 낭비하고 수면에 영향 주잖아요.”전태윤은 입술만 삐죽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동안 구경하고 나서야 두 부부는 할머니 일행과 다시 만났다.점심은 어느 한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옛 모습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의 시설이 현대적이지 않았더라면 하예정은 과거의 객잔으로 타임슬립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오늘따라 주우빈이 무척 신나 보였다.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는 주우빈과 함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러 갔다. 주우빈이 원하는 물고기 사료라면 뭐든지 다 사주었고 아무튼 유감없이 실컷 먹이게 했다.신나게 놀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주우빈은 밥도 채 먹지 않고 하예정의 품에서 곤히 잠들었다.“태윤아, 할머니 이젠 나이가 많아서 오래 걷지도 못해. 오후에는 예정이랑 둘이서 구경해. 나랑 숙희는 이 근처에서 쉬면서 우빈이 보고 있을게. 너희 둘이 다 돌고 나면 그때 다시 돌아가자. 이런 곳에 왔으면 하룻밤이라도 묵고 가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전태윤이 덤덤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하자 하예정이 한마디 했다.“아니면 그냥 돌아갈까요?”할머니가 말했다.“여기까지 왔는데 다 구경하고 가야지. 절반만 구경하고 가면 티켓 값이 아깝잖아. 걱정하지 마, 예정아. 너랑 태윤이는 가서 프랑스식 원림 구경해. 할머니는 여러 번 와봐서 굳이 구경 안 해도 돼. 우빈이는 나랑 숙희가 챙길 테니까 마음 놓고 돌아보고 와.”할머니의 설득에 하예정도 이대로 티켓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식사를 마치고 잠깐 휴식한 후 전태윤과 함께 계속 돌아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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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났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저물었다.종일 밖에서 돌아다닌 하예정은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할머니는 하예정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오늘 밤에도 연기를 펼치려 했지만 할머니가 방에 들어갔을 때 하예정은 이미 단잠에 빠진 뒤였다.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기회가 사라졌다.하예정의 방에서 나온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전태윤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졌다. 할머니는 전태윤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TV 리모컨을 확 빼앗았다.“집에 와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해야 할 일도 안 할 셈이야?”전태윤은 할머니를 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집에 왔는데 무슨 얘기를 더 해야 해요? 해야 할 일은 뭐고요?”오늘 그래도 수확이 꽤 컸다. 온종일 하예정과 손을 잡고 다녔으니 말이다. 하예정도 무슨 일이 있으면 그에게 얘기했고 그에 대한 믿음이 점점 깊어졌다.손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말문이 막혀버렸다.“할머니, 오늘 종일 돌아다녀서 힘드시죠? 아주머니한테 게스트룸 좀 치워달라고 할까요?”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러라고 했다. 전태윤이 분부하기도 전에 숙희 아주머니는 진작 게스트룸을 깨끗하게 정리했다.“너도 일찍 쉬어.”할머니는 당부의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게스트룸으로 갔다. 전태윤은 거실에서 한참 동안 앉아있다가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는 곧장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안 그래도 지금 통화 가능한지 문자 보내려고 하던 찰나에 네가 전화 왔어. 역시 우린 서로 통해.”전태윤은 방의 소파에 앉아 덤덤하게 물었다.“나한테 무슨 얘기 하려 했는데?”“내일 오전 10시에 소이 카페에서 효진 씨를 기다릴 거야. 형수님더러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해줘.”전태윤이 피식 웃었다.“이번 소개팅이 아주 많이 기대되나 봐?”“네가 주선해주는 건데 적극적이지 않고서야 되겠어?”“알았어. 이따가 예정이한테 말해서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할게. 너 잘해야 할 거야. 효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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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소정남이 시원하게 말했다.“증거 언제까지 주면 돼?”“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내일까지 줘도 돼?”“응.”내일 마침 이혼 문제를 상의하는 날이라 주형인의 재산 증거를 갖고 있으면 더욱 당당할 수 있다.“너의 처형 이혼 문제에 엄청 마음을 쓰는구나. 너의 회사를 위해 이렇게나 마음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전태윤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예정이 지금 나한테 엄청 고마워해.”“고마워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형수님이 널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지. 하지만 처형의 일을 해결해준다면 네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고 너한테 점점 의지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을 줄 거야.”소정남은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아주 일리 있게 분석했다. 분석을 마친 그는 전태윤에게 되물었다.“넌 형수님 사랑해? 형수님이 널 사랑하게 할 궁리만 하고 정작 넌 마음을 줄 생각이 없다면 그건 형수님의 마음을 갖고 장난치는 거야.”전태윤이 말했다.“그럼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손만 잡아도 엄청 떨리고 흥분돼. 이건 사랑이야? 그 사람이 웃는 모습만 봐도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키스하고 싶어. 사랑이 맞아?”“와, 전태윤, 대박이구나 너. 벌써 이렇게까지 발전했어? 난 네가 맨날 표정을 찡그리고 눈만 부릅뜰 줄 알았더니.”전태윤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앞에서 대놓고 그를 비웃는 건 아마 소정남밖에 없을 것이다. 소정남에게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으니 전태윤도 달리 어쩌진 못했다.“네가 형수님한테 마음을 쓴다고 내가 진작 얘기했었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형수님이 김진우랑 그저 밥 한 끼 했을 뿐인데도 넌 며칠이나 화를 냈어. 그러면서 뭐? 질투 아니라고? 있잖아, 너 질투할 때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해.”전태윤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난 질투한 적 없어!”“이젠 아무도 네 말 안 믿어. 일단 주형인의 명의로 된 재산과 주형인 가족의 명의로 된 적금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할게. 네가 질투했는지 안 했는지는 다음날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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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전태윤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몰래 그런 짓까지 하기에는 도무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뒤척인 끝에 겨우 잠이 들었다.그 시각 어느 한 아파트.주형인이 침대 머리맡에 놓인 담배 한 통에서 한 대를 뽑아 불을 붙이려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손을 내밀었다.“나도 한 대 줘봐요.”주형인은 담배를 서현주에게 건넨 후 불까지 붙여주었다.“가끔 한 대씩 피우는 건 괜찮아.”주형인은 골초가 아니라서 고객과 사업을 논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피는 것 외에는 평소에 별로 피지 않았다.하예진은 담배를 피우면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담배를 자주 피우는 남자를 싫어했다. 서현주도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 하지만 평소에 숙녀인 척해야 해서 주형인의 앞에서는 한 번도 피질 않았다. 이젠 주형인과 마지막 선을 넘었고 주형인도 하예진과 이혼하겠다고 했으니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같이 살다 보면 주형인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그녀는 담배를 반쯤 피운 후 주형인에게 기대어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걱정이 있어요?”“없어.”서현주가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뚱뚱한 마누라랑 이혼하기 아쉬워요?”“그럴 리가. 이혼 합의서를 어떻게 쓸까 고민 중이야. 예진이한테 4천만 원을 주겠다고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너무 많다고 하더라고. 우리 누나도 내가 개뿔도 없으면서 너무 많이 준다고 욕했어. 예진이 결혼 후에 일전 한 푼 벌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많이 주지 말래.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부부로 살아왔고 잘못도 내가 먼저 저질렀으니까 4천만 원 주고 좋게 좋게 끝낼 생각이야. 그 돈 받으면 예진이도 난리 치지 않을 거야. 혹시라도 걔가 우리 둘 사이 일 까발리기라도 한다면 우리 둘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져.”서현주가 담뱃불을 끄며 말했다.“형인 씨 부모님과 누나야말로 형인 씨 가족이고 진심으로 형인 씨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의 의견을 잘 고려해봤으면 좋겠어요.”그러더니 또 애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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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서현주는 내키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어쨌거나 아직은 와이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기에 뭐라 얘기할 수도 없었다. 괜히 뭐라 했다가 주형인의 반감을 사고 미래의 시대 식구들도 그녀를 아니꼽게 생각할 수 있다.주우빈은 인제 고작 두 살이라 철이 없고 자립 능력도 없다. 그녀의 밑에서 자란다면 앞으로 주우빈을 다스릴 기회가 많을 테니 급할 건 없었다.“문제없어요.”서현주는 이혼 합의서를 주형인에게 건넸다.“내가 두 부 프린트해줄 테니까 내일 예진 씨한테 사인하라고 한 다음 한 부씩 가져요. 그리고 월요일에 이혼 신고하러 가요.”주형인이 웃으며 말했다.“너보다 더 급한 건 나야.”“난 급하지 않아요.”서현주는 웃으며 이혼 합의서를 프린트했다.그날 밤 두 사람은 결혼 후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 단잠에 빠졌다.이튿날, 잠에서 깬 하예정은 전태윤이 화장대에 놓고 간 쪽지를 확인하고는 바로 휴대 전화를 들어 심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정아, 나 아직 눈도 못 떴어.”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심효진이 두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어젯밤에 늦게 잤거든.”그러자 하예정이 히죽 웃었다.“아직 안 깬 것 같아서 문자 보내면 못 볼까 봐 전화한 거야. 태윤 씨가 나한테 쪽지 남겼는데 태윤 씨 동료가 오늘 오전 10시에 소이 카페에서 널 기다리겠다고 했대. 손에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든 남자를 찾으면 돼.”“네가 얘기 안 했으면 오늘 소개팅이 있는지도 깜빡할 뻔했어.”심효진이 두 눈을 뜨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또 소이 카페야? 알았어. 늦지 않게 갈게.”조퇴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그럼 알람 놓고 조금 더 자. 방해하지 않을게.”“예정아, 너 나랑 같이 안 갈 거야?”심효진은 매번 소개팅할 때마다 하예정과 함께 갔었다. 하예정의 말투가 삽시간에 무거워졌다.“오늘 언니가 주형인이랑 이혼을 상의한다고 했어. 하나밖에 없는 언니인데 내가 가봐야지.”“하긴. 예진 언니 기를 살려줘야지. 더는 주씨 가문 사람들이 괴롭히게 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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