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36화

Author: 고능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다들 재벌가의 할머니라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달랐다. 일반 할머니처럼 평소 옷차림도 수수했고 재벌가의 할머니 같지 않았다.

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넌 현실적인 사람이야. 꿈 같은 거 꾸지 않더라고.”

“난 현실에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꿈도 꿈 나름이죠.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꿈은 꿔봤자 시간이나 낭비하고 수면에 영향 주잖아요.”

전태윤은 입술만 삐죽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구경하고 나서야 두 부부는 할머니 일행과 다시 만났다.

점심은 어느 한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옛 모습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의 시설이 현대적이지 않았더라면 하예정은 과거의 객잔으로 타임슬립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오늘따라 주우빈이 무척 신나 보였다.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는 주우빈과 함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러 갔다. 주우빈이 원하는 물고기 사료라면 뭐든지 다 사주었고 아무튼 유감없이 실컷 먹이게 했다.

신나게 놀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주우빈은 밥도 채 먹지 않고 하예정의 품에서 곤히 잠들었다.

“태윤아, 할머니 이젠 나이가 많아서 오래 걷지도 못해. 오후에는 예정이랑 둘이서 구경해. 나랑 숙희는 이 근처에서 쉬면서 우빈이 보고 있을게. 너희 둘이 다 돌고 나면 그때 다시 돌아가자. 이런 곳에 왔으면 하룻밤이라도 묵고 가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전태윤이 덤덤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하자 하예정이 한마디 했다.

“아니면 그냥 돌아갈까요?”

할머니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 구경하고 가야지. 절반만 구경하고 가면 티켓 값이 아깝잖아. 걱정하지 마, 예정아. 너랑 태윤이는 가서 프랑스식 원림 구경해. 할머니는 여러 번 와봐서 굳이 구경 안 해도 돼. 우빈이는 나랑 숙희가 챙길 테니까 마음 놓고 돌아보고 와.”

할머니의 설득에 하예정도 이대로 티켓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식사를 마치고 잠깐 휴식한 후 전태윤과 함께 계속 돌아보았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37화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났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저물었다.종일 밖에서 돌아다닌 하예정은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할머니는 하예정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오늘 밤에도 연기를 펼치려 했지만 할머니가 방에 들어갔을 때 하예정은 이미 단잠에 빠진 뒤였다.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기회가 사라졌다.하예정의 방에서 나온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전태윤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졌다. 할머니는 전태윤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TV 리모컨을 확 빼앗았다.“집에 와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해야 할 일도 안 할 셈이야?”전태윤은 할머니를 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집에 왔는데 무슨 얘기를 더 해야 해요? 해야 할 일은 뭐고요?”오늘 그래도 수확이 꽤 컸다. 온종일 하예정과 손을 잡고 다녔으니 말이다. 하예정도 무슨 일이 있으면 그에게 얘기했고 그에 대한 믿음이 점점 깊어졌다.손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말문이 막혀버렸다.“할머니, 오늘 종일 돌아다녀서 힘드시죠? 아주머니한테 게스트룸 좀 치워달라고 할까요?”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러라고 했다. 전태윤이 분부하기도 전에 숙희 아주머니는 진작 게스트룸을 깨끗하게 정리했다.“너도 일찍 쉬어.”할머니는 당부의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게스트룸으로 갔다. 전태윤은 거실에서 한참 동안 앉아있다가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는 곧장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안 그래도 지금 통화 가능한지 문자 보내려고 하던 찰나에 네가 전화 왔어. 역시 우린 서로 통해.”전태윤은 방의 소파에 앉아 덤덤하게 물었다.“나한테 무슨 얘기 하려 했는데?”“내일 오전 10시에 소이 카페에서 효진 씨를 기다릴 거야. 형수님더러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해줘.”전태윤이 피식 웃었다.“이번 소개팅이 아주 많이 기대되나 봐?”“네가 주선해주는 건데 적극적이지 않고서야 되겠어?”“알았어. 이따가 예정이한테 말해서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할게. 너 잘해야 할 거야. 효진 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38화

    소정남이 시원하게 말했다.“증거 언제까지 주면 돼?”“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내일까지 줘도 돼?”“응.”내일 마침 이혼 문제를 상의하는 날이라 주형인의 재산 증거를 갖고 있으면 더욱 당당할 수 있다.“너의 처형 이혼 문제에 엄청 마음을 쓰는구나. 너의 회사를 위해 이렇게나 마음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전태윤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예정이 지금 나한테 엄청 고마워해.”“고마워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형수님이 널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지. 하지만 처형의 일을 해결해준다면 네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고 너한테 점점 의지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을 줄 거야.”소정남은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아주 일리 있게 분석했다. 분석을 마친 그는 전태윤에게 되물었다.“넌 형수님 사랑해? 형수님이 널 사랑하게 할 궁리만 하고 정작 넌 마음을 줄 생각이 없다면 그건 형수님의 마음을 갖고 장난치는 거야.”전태윤이 말했다.“그럼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손만 잡아도 엄청 떨리고 흥분돼. 이건 사랑이야? 그 사람이 웃는 모습만 봐도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키스하고 싶어. 사랑이 맞아?”“와, 전태윤, 대박이구나 너. 벌써 이렇게까지 발전했어? 난 네가 맨날 표정을 찡그리고 눈만 부릅뜰 줄 알았더니.”전태윤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앞에서 대놓고 그를 비웃는 건 아마 소정남밖에 없을 것이다. 소정남에게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으니 전태윤도 달리 어쩌진 못했다.“네가 형수님한테 마음을 쓴다고 내가 진작 얘기했었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형수님이 김진우랑 그저 밥 한 끼 했을 뿐인데도 넌 며칠이나 화를 냈어. 그러면서 뭐? 질투 아니라고? 있잖아, 너 질투할 때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해.”전태윤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난 질투한 적 없어!”“이젠 아무도 네 말 안 믿어. 일단 주형인의 명의로 된 재산과 주형인 가족의 명의로 된 적금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할게. 네가 질투했는지 안 했는지는 다음날에 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39화

    전태윤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몰래 그런 짓까지 하기에는 도무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뒤척인 끝에 겨우 잠이 들었다.그 시각 어느 한 아파트.주형인이 침대 머리맡에 놓인 담배 한 통에서 한 대를 뽑아 불을 붙이려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손을 내밀었다.“나도 한 대 줘봐요.”주형인은 담배를 서현주에게 건넨 후 불까지 붙여주었다.“가끔 한 대씩 피우는 건 괜찮아.”주형인은 골초가 아니라서 고객과 사업을 논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피는 것 외에는 평소에 별로 피지 않았다.하예진은 담배를 피우면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담배를 자주 피우는 남자를 싫어했다. 서현주도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 하지만 평소에 숙녀인 척해야 해서 주형인의 앞에서는 한 번도 피질 않았다. 이젠 주형인과 마지막 선을 넘었고 주형인도 하예진과 이혼하겠다고 했으니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같이 살다 보면 주형인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그녀는 담배를 반쯤 피운 후 주형인에게 기대어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걱정이 있어요?”“없어.”서현주가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뚱뚱한 마누라랑 이혼하기 아쉬워요?”“그럴 리가. 이혼 합의서를 어떻게 쓸까 고민 중이야. 예진이한테 4천만 원을 주겠다고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너무 많다고 하더라고. 우리 누나도 내가 개뿔도 없으면서 너무 많이 준다고 욕했어. 예진이 결혼 후에 일전 한 푼 벌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많이 주지 말래.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부부로 살아왔고 잘못도 내가 먼저 저질렀으니까 4천만 원 주고 좋게 좋게 끝낼 생각이야. 그 돈 받으면 예진이도 난리 치지 않을 거야. 혹시라도 걔가 우리 둘 사이 일 까발리기라도 한다면 우리 둘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져.”서현주가 담뱃불을 끄며 말했다.“형인 씨 부모님과 누나야말로 형인 씨 가족이고 진심으로 형인 씨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의 의견을 잘 고려해봤으면 좋겠어요.”그러더니 또 애교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40화

    서현주는 내키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어쨌거나 아직은 와이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기에 뭐라 얘기할 수도 없었다. 괜히 뭐라 했다가 주형인의 반감을 사고 미래의 시대 식구들도 그녀를 아니꼽게 생각할 수 있다.주우빈은 인제 고작 두 살이라 철이 없고 자립 능력도 없다. 그녀의 밑에서 자란다면 앞으로 주우빈을 다스릴 기회가 많을 테니 급할 건 없었다.“문제없어요.”서현주는 이혼 합의서를 주형인에게 건넸다.“내가 두 부 프린트해줄 테니까 내일 예진 씨한테 사인하라고 한 다음 한 부씩 가져요. 그리고 월요일에 이혼 신고하러 가요.”주형인이 웃으며 말했다.“너보다 더 급한 건 나야.”“난 급하지 않아요.”서현주는 웃으며 이혼 합의서를 프린트했다.그날 밤 두 사람은 결혼 후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 단잠에 빠졌다.이튿날, 잠에서 깬 하예정은 전태윤이 화장대에 놓고 간 쪽지를 확인하고는 바로 휴대 전화를 들어 심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정아, 나 아직 눈도 못 떴어.”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심효진이 두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어젯밤에 늦게 잤거든.”그러자 하예정이 히죽 웃었다.“아직 안 깬 것 같아서 문자 보내면 못 볼까 봐 전화한 거야. 태윤 씨가 나한테 쪽지 남겼는데 태윤 씨 동료가 오늘 오전 10시에 소이 카페에서 널 기다리겠다고 했대. 손에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든 남자를 찾으면 돼.”“네가 얘기 안 했으면 오늘 소개팅이 있는지도 깜빡할 뻔했어.”심효진이 두 눈을 뜨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또 소이 카페야? 알았어. 늦지 않게 갈게.”조퇴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그럼 알람 놓고 조금 더 자. 방해하지 않을게.”“예정아, 너 나랑 같이 안 갈 거야?”심효진은 매번 소개팅할 때마다 하예정과 함께 갔었다. 하예정의 말투가 삽시간에 무거워졌다.“오늘 언니가 주형인이랑 이혼을 상의한다고 했어. 하나밖에 없는 언니인데 내가 가봐야지.”“하긴. 예진 언니 기를 살려줘야지. 더는 주씨 가문 사람들이 괴롭히게 해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41화

    하예정이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갈 데 어디 있어?”주형인은 그녀의 거처를 알고 있었고 친정에도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녀조차 마음이 놓이지 않는데 언니는 오죽하겠는가 말이다.심효진이 그녀에게 제안했다.“소현 씨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해. 성씨 가문의 딸이라 안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별장에서 산단 말이야. 게다가 성씨 그룹의 명성까지 있어서 주씨 가문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성씨 가문에 깽판 치러 못 갈 거야. 그리고 우빈이가 성씨 가문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해. 소현 씨가 우빈이를 예뻐하니까 우빈이가 거기 있으면 아마 잘 챙겨줄 거야.”심효진의 말에 하예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래. 내가 왜 소현 씨를 잊었지? 이따가 언니한테 얘기해볼게. 언니가 허락하면 소현 씨한테 우빈이 좀 봐달라고 부탁해봐야겠어.”“소현 씨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했잖아. 우린 가끔 현실에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해.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일 처리 하는 게 쉬운 건 사실이야.”심효진은 이 얘기까지는 꺼내지 않았다.‘소현 씨한테 기댈 수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기대야지.’일리 있는 절친의 말에 하예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통화를 마친 후 하예정은 카톡 대화창을 열었다. 성소현이 어제 이경혜 자매의 어릴 적 사진을 보내왔다. 그때 한창 펜션에서 노는 중이라 하예정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지금 그 사진을 다시 보니 성소현의 이모가 어릴 적에는 참으로 예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사진 속의 그녀는 예쁜 치마에 양갈래 머리를 한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한참 뚫어져라 들여다보니 왠지 성소현의 이모와 주우빈이 조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애들은 어릴 적에 다 비슷하게 생겼나?’“따르릉...”다급한 휴대 전화 벨 소리에 하예정은 하던 생각을 멈췄다. 언니의 전화인 걸 확인하고는 황급히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거리는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정아, 그 사람들이 우빈이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42화

    “언니, 소용 있든 없든 신고부터 해야 해.”“알았어. 지금 바로 신고할게.”“언니네 시부모는?”“우빈이를 데려간 다음에 바로 갔어. 아마 형인 씨를 찾으러 갔을 거야. 형인 씨 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어.”하예정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언니, 일단 신고해. 나랑 태윤 씨가 지금 당장 주형인의 본가랑 주형인의 누나 집에 가볼게. 우빈이를 본가로 데려갔을 가능성이 커.”하예진과 주형인의 이혼 얘기가 오가고 양육권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주씨 가문에서는 주우빈을 빼앗아갔다. 신고하더라도 그저 중재만 해줄 것이다. 만약 중재가 실패한다면 이혼 소송을 해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주씨 가문 사람도 주우빈의 가족이긴 하지만 주우빈이 태어난 그날부터 쭉 하예진네 자매가 돌보았다. 하여 주씨 가문 사람과 감정이 깊지 않은 주우빈이 낯선 곳에 가서 엄마와 이모가 보이지 않는다면 두려움에 떨며 엉엉 울 것이다.주씨 가문 사람들이 주우빈을 어떻게 대할지 누가 알겠는가?“언니, 그 사람들이 우빈이를 데려가는 걸 본 사람이 있어?”하예정은 그녀와 전태윤이 찾으러 갔을 때 주우빈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데려가지 않았다고 잡아뗄까 봐 걱정됐다. 오히려 언니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서 잃어버렸다고 모함할지도 모른다.“있어. 어머님이 내가 손주를 못 보게 했다면서 손주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라도 데려가겠다고 했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남의 집안 일인 걸 알고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어. 아마 증언해주지도 않을 거야.”“당황해하지 말고 침착해, 언니. 일단 신고하고 나랑 태윤 씨가 가볼게. 신고한 다음에 주형인한테 전화해서 이러는 건 우빈이한테 안 좋다고, 우빈이가 놀랄 거라고 얘기해.”하예진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미 전화했었어. 전화하니까 우빈이가 주씨 가문의 손자라면서 어머님 아버님이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신대. 내가 출근하느라 우빈이 돌볼 시간이 없다면서 앞으로 어머님 아버님한테 우빈이를 맡기겠다고 했어. 예정아, 내가 일단 신고부터 할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43화

    전태윤과 하예정은 다급하게 집을 나섰고 전태윤은 가면서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전이진은 일어나지도 않았다. 벨 소리가 한참 울리고 나서야 전이진이 전화를 받았다.“형, 무슨 일이야?”전이진은 눈을 뜨고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전화를 받았다. 주말에는 보통 별다른 일이 없어 점심이 돼서야 일어나곤 했다.“이진아, 애들한테 연락해. 아홉째 빼고 전부... 예정아, 처형네 시댁으로 가려면 고속도로 타야 해? 어느 진입로야?”“타야 해요. 고속도로 타면 4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요. XX 고속도로예요.”전태윤은 휴대 전화 너머의 동생에게 말했다.“너희들 전부 XX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나랑 너희 형수님 기다려. 급한 일이 생겨서 너희들 도움이 필요해.”전태윤이 모든 형제들을 불러 모으라고 했다. 아홉째는 아직 미성년자라 굳이 부를 필요가 없었다.전이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형, 무슨 일인데 그래?”‘대체 무슨 일이길래 형제들까지 불러 모으라는 거지?’“너희 형수님 언니가 이혼을 준비하는 중인데 아직 합의하기도 전에 남자 쪽에서 먼저 아이를 데려갔어. 이런 상황에 신고해봤자 별 쓸모가 없거든. 그래서 우리가 직접 우빈이 찾으러 가야 해.”전씨 가문 사람과 하예진네 가족이 함께 식사한 적이 있었는데 전이진은 주우빈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 주우빈의 아빠가 주우빈을 데려갔다는 소리에 전이진은 잠이 확 깨면서 침대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형, 형수님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해. 지금 당장 애들 부를게.”“지금 당장 XX 고속도로로 오라고 해. 우리 같이 주형인의 본가로 가보자. 아마 우빈이를 본가로 데려갔을 거야.”“알았어.”통화를 마친 전이진은 가족 단톡방에서 동생들을 부르려고 했으나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 깨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일일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알렸다.마침 주말이라 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전부 관성에 있었다.큰 형수님이 조카를 빼앗겼다는 소리에 도련님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을 뛰쳐나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44화

    광명 아파트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장 하예진의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고 수많은 이웃들이 하예진의 집 문 앞에 모여들어 구경하고 있었다.“주형인 이 나쁜 자식아, 당장 내 아들 돌려줘. 당신네 집안사람들은 정말 못돼먹었어! 평소에는 우빈이를 장난감 취급하면서 데리고 놀다가 애가 울면 나 몰라라 하잖아.”“우빈이 벌써 29개월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사람이 애한테 옷 한 벌, 장난감 하나라도 사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인제 와서 우빈이 보고 싶다고요? 우빈이 보고 싶다고 할 때 제가 언제 못 만나게 하던가요?”시부모와 형님은 하예진이 주형인을 때리지 못하게 그녀를 꽉 잡았다. 하예진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발버둥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조금 전에 이미 시댁 식구와 한바탕 싸웠는지 머리가 잔뜩 헝클어졌고 목소리도 갈라졌지만 여전히 그들을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퍽퍽!”주서인은 가차 없이 하예진의 뺨을 두 대 내리치고는 욕설을 퍼부었다.“우빈이는 주씨 가문의 손자야. 내 동생이랑 이혼하면 우빈이는 당연히 우리가 데려와야지. 우리가 우리 주씨 가문의 손자를 데려가는 건 자유야. 더 시끄럽게 울었다간 혓바닥을 잘라버릴 줄 알아.”형님에게 뺨을 맞은 하예진은 더욱 미친 듯이 날뛰며 벗어나려 했다. 주경진과 김은희가 그런 하예진을 통제하기 버거워하자 주서인이 냉큼 그들을 도왔다.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가 인파를 뚫고 문 앞에 도착한 순간 마침 그 장면을 목격했다. 할머니는 너무도 화난 나머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숙희 아주머니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할머니는 젊었을 적 정보통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분이었다. 비록 퇴직한 후 더는 손을 쓴 적이 없지만 몸이 강경하여 주먹과 발을 휘두르면 일반인보다 훨씬 강했다.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무릎으로 하예진의 가슴팍을 누르고 있는 주서인을 발로 걷어차더니 주경진과 김은희도 연거푸 걷어찼다. 그 바람에 세 사람 모두 순식간에 바닥에 넘어졌다.

Latest chapter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9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8화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7화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6화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5화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4화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3화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2화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561화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