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6화

다들 재벌가의 할머니라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달랐다. 일반 할머니처럼 평소 옷차림도 수수했고 재벌가의 할머니 같지 않았다.

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넌 현실적인 사람이야. 꿈 같은 거 꾸지 않더라고.”

“난 현실에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꿈도 꿈 나름이죠.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꿈은 꿔봤자 시간이나 낭비하고 수면에 영향 주잖아요.”

전태윤은 입술만 삐죽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구경하고 나서야 두 부부는 할머니 일행과 다시 만났다.

점심은 어느 한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옛 모습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식당이었다. 식당 안의 시설이 현대적이지 않았더라면 하예정은 과거의 객잔으로 타임슬립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오늘따라 주우빈이 무척 신나 보였다. 할머니와 숙희 아주머니는 주우빈과 함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러 갔다. 주우빈이 원하는 물고기 사료라면 뭐든지 다 사주었고 아무튼 유감없이 실컷 먹이게 했다.

신나게 놀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주우빈은 밥도 채 먹지 않고 하예정의 품에서 곤히 잠들었다.

“태윤아, 할머니 이젠 나이가 많아서 오래 걷지도 못해. 오후에는 예정이랑 둘이서 구경해. 나랑 숙희는 이 근처에서 쉬면서 우빈이 보고 있을게. 너희 둘이 다 돌고 나면 그때 다시 돌아가자. 이런 곳에 왔으면 하룻밤이라도 묵고 가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전태윤이 덤덤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하자 하예정이 한마디 했다.

“아니면 그냥 돌아갈까요?”

할머니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 구경하고 가야지. 절반만 구경하고 가면 티켓 값이 아깝잖아. 걱정하지 마, 예정아. 너랑 태윤이는 가서 프랑스식 원림 구경해. 할머니는 여러 번 와봐서 굳이 구경 안 해도 돼. 우빈이는 나랑 숙희가 챙길 테니까 마음 놓고 돌아보고 와.”

할머니의 설득에 하예정도 이대로 티켓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식사를 마치고 잠깐 휴식한 후 전태윤과 함께 계속 돌아보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