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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작가: 고능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7-10 19:00:01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났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저물었다.

종일 밖에서 돌아다닌 하예정은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할머니는 하예정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오늘 밤에도 연기를 펼치려 했지만 할머니가 방에 들어갔을 때 하예정은 이미 단잠에 빠진 뒤였다.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기회가 사라졌다.

하예정의 방에서 나온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전태윤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졌다. 할머니는 전태윤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TV 리모컨을 확 빼앗았다.

“집에 와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해야 할 일도 안 할 셈이야?”

전태윤은 할머니를 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집에 왔는데 무슨 얘기를 더 해야 해요? 해야 할 일은 뭐고요?”

오늘 그래도 수확이 꽤 컸다. 온종일 하예정과 손을 잡고 다녔으니 말이다. 하예정도 무슨 일이 있으면 그에게 얘기했고 그에 대한 믿음이 점점 깊어졌다.

손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할머니, 오늘 종일 돌아다녀서 힘드시죠? 아주머니한테 게스트룸 좀 치워달라고 할까요?”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러라고 했다. 전태윤이 분부하기도 전에 숙희 아주머니는 진작 게스트룸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너도 일찍 쉬어.”

할머니는 당부의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게스트룸으로 갔다. 전태윤은 거실에서 한참 동안 앉아있다가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그는 곧장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그래도 지금 통화 가능한지 문자 보내려고 하던 찰나에 네가 전화 왔어. 역시 우린 서로 통해.”

전태윤은 방의 소파에 앉아 덤덤하게 물었다.

“나한테 무슨 얘기 하려 했는데?”

“내일 오전 10시에 소이 카페에서 효진 씨를 기다릴 거야. 형수님더러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해줘.”

전태윤이 피식 웃었다.

“이번 소개팅이 아주 많이 기대되나 봐?”

“네가 주선해주는 건데 적극적이지 않고서야 되겠어?”

“알았어. 이따가 예정이한테 말해서 효진 씨한테 알려주라고 할게. 너 잘해야 할 거야. 효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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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남이 시원하게 말했다.“증거 언제까지 주면 돼?”“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내일까지 줘도 돼?”“응.”내일 마침 이혼 문제를 상의하는 날이라 주형인의 재산 증거를 갖고 있으면 더욱 당당할 수 있다.“너의 처형 이혼 문제에 엄청 마음을 쓰는구나. 너의 회사를 위해 이렇게나 마음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전태윤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예정이 지금 나한테 엄청 고마워해.”“고마워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형수님이 널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지. 하지만 처형의 일을 해결해준다면 네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고 너한테 점점 의지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을 줄 거야.”소정남은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아주 일리 있게 분석했다. 분석을 마친 그는 전태윤에게 되물었다.“넌 형수님 사랑해? 형수님이 널 사랑하게 할 궁리만 하고 정작 넌 마음을 줄 생각이 없다면 그건 형수님의 마음을 갖고 장난치는 거야.”전태윤이 말했다.“그럼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 손만 잡아도 엄청 떨리고 흥분돼. 이건 사랑이야? 그 사람이 웃는 모습만 봐도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키스하고 싶어. 사랑이 맞아?”“와, 전태윤, 대박이구나 너. 벌써 이렇게까지 발전했어? 난 네가 맨날 표정을 찡그리고 눈만 부릅뜰 줄 알았더니.”전태윤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앞에서 대놓고 그를 비웃는 건 아마 소정남밖에 없을 것이다. 소정남에게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으니 전태윤도 달리 어쩌진 못했다.“네가 형수님한테 마음을 쓴다고 내가 진작 얘기했었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형수님이 김진우랑 그저 밥 한 끼 했을 뿐인데도 넌 며칠이나 화를 냈어. 그러면서 뭐? 질투 아니라고? 있잖아, 너 질투할 때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해.”전태윤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난 질투한 적 없어!”“이젠 아무도 네 말 안 믿어. 일단 주형인의 명의로 된 재산과 주형인 가족의 명의로 된 적금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할게. 네가 질투했는지 안 했는지는 다음날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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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윤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몰래 그런 짓까지 하기에는 도무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뒤척인 끝에 겨우 잠이 들었다.그 시각 어느 한 아파트.주형인이 침대 머리맡에 놓인 담배 한 통에서 한 대를 뽑아 불을 붙이려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손을 내밀었다.“나도 한 대 줘봐요.”주형인은 담배를 서현주에게 건넨 후 불까지 붙여주었다.“가끔 한 대씩 피우는 건 괜찮아.”주형인은 골초가 아니라서 고객과 사업을 논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피는 것 외에는 평소에 별로 피지 않았다.하예진은 담배를 피우면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담배를 자주 피우는 남자를 싫어했다. 서현주도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 하지만 평소에 숙녀인 척해야 해서 주형인의 앞에서는 한 번도 피질 않았다. 이젠 주형인과 마지막 선을 넘었고 주형인도 하예진과 이혼하겠다고 했으니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같이 살다 보면 주형인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그녀는 담배를 반쯤 피운 후 주형인에게 기대어 다정하게 물었다.“무슨 걱정이 있어요?”“없어.”서현주가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뚱뚱한 마누라랑 이혼하기 아쉬워요?”“그럴 리가. 이혼 합의서를 어떻게 쓸까 고민 중이야. 예진이한테 4천만 원을 주겠다고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너무 많다고 하더라고. 우리 누나도 내가 개뿔도 없으면서 너무 많이 준다고 욕했어. 예진이 결혼 후에 일전 한 푼 벌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많이 주지 말래.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부부로 살아왔고 잘못도 내가 먼저 저질렀으니까 4천만 원 주고 좋게 좋게 끝낼 생각이야. 그 돈 받으면 예진이도 난리 치지 않을 거야. 혹시라도 걔가 우리 둘 사이 일 까발리기라도 한다면 우리 둘 명성은 한순간에 무너져.”서현주가 담뱃불을 끄며 말했다.“형인 씨 부모님과 누나야말로 형인 씨 가족이고 진심으로 형인 씨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에요. 그분들의 의견을 잘 고려해봤으면 좋겠어요.”그러더니 또 애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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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소용 있든 없든 신고부터 해야 해.”“알았어. 지금 바로 신고할게.”“언니네 시부모는?”“우빈이를 데려간 다음에 바로 갔어. 아마 형인 씨를 찾으러 갔을 거야. 형인 씨 어젯밤에 집에 안 들어왔어.”하예정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언니, 일단 신고해. 나랑 태윤 씨가 지금 당장 주형인의 본가랑 주형인의 누나 집에 가볼게. 우빈이를 본가로 데려갔을 가능성이 커.”하예진과 주형인의 이혼 얘기가 오가고 양육권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주씨 가문에서는 주우빈을 빼앗아갔다. 신고하더라도 그저 중재만 해줄 것이다. 만약 중재가 실패한다면 이혼 소송을 해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주씨 가문 사람도 주우빈의 가족이긴 하지만 주우빈이 태어난 그날부터 쭉 하예진네 자매가 돌보았다. 하여 주씨 가문 사람과 감정이 깊지 않은 주우빈이 낯선 곳에 가서 엄마와 이모가 보이지 않는다면 두려움에 떨며 엉엉 울 것이다.주씨 가문 사람들이 주우빈을 어떻게 대할지 누가 알겠는가?“언니, 그 사람들이 우빈이를 데려가는 걸 본 사람이 있어?”하예정은 그녀와 전태윤이 찾으러 갔을 때 주우빈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데려가지 않았다고 잡아뗄까 봐 걱정됐다. 오히려 언니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서 잃어버렸다고 모함할지도 모른다.“있어. 어머님이 내가 손주를 못 보게 했다면서 손주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라도 데려가겠다고 했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남의 집안 일인 걸 알고 누구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어. 아마 증언해주지도 않을 거야.”“당황해하지 말고 침착해, 언니. 일단 신고하고 나랑 태윤 씨가 가볼게. 신고한 다음에 주형인한테 전화해서 이러는 건 우빈이한테 안 좋다고, 우빈이가 놀랄 거라고 얘기해.”하예진이 이를 꽉 깨물었다.“이미 전화했었어. 전화하니까 우빈이가 주씨 가문의 손자라면서 어머님 아버님이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신대. 내가 출근하느라 우빈이 돌볼 시간이 없다면서 앞으로 어머님 아버님한테 우빈이를 맡기겠다고 했어. 예정아, 내가 일단 신고부터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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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명이 대답했다.“내가 갑자기 강성에 오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빈은 아직 몰라. 우빈의 친구가 찾아오는 바람에 신나게 놀고 있거든.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을 정도인데 내가 어디로 갔는지 걱정할 겨를도 없어.”하예진이 웃었다.“동명 씨는커녕 엄마인 저조차도 생각하지 않나 봐요.”“우빈이 녀석이 예정 씨와 사이가 좋으면 예진이 네가 자유로워서 좋잖아.”“그건 그래요. 우빈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예정이가 늘 저를 도와 녀석을 봐줬거든요. 우빈이 아빠가 출근해야 해서 제가 산후조리 때부터 예정이가 늘 우리 모자를 돌봐줬죠. 제가 병원에서 아기를 낳을 때야 우빈 아빠가 휴가를 냈거든요. 전 시부모님은 병원에서 우빈을 한 눈만 보고는 행방이 묘연해지고요. 이혼 전에는 심지어 저보고 둘째를 낳으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제가 이혼했네요. 아니면 제가 평생 그 집안에 얽매여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3층으로 올라간 두 사람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하예진은 노동명을 부축해 앉힌 뒤 물어보았다.“뭐 드시고 싶어요?”“네가 주문해. 난 편식하지 않아. 아무거나 먹으면 돼.”하예진은 경호원들을 불러 앉힌 뒤 휴대전화를 꺼내 벽에 붙어 있는 주문 코드를 스캔하여 노동명이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시켰고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에게 물어보았다.“술 드실래요? 동명 씨는 제가 차로 모시면 되니까 다들 술 마시고 싶으면 한잔해도 돼요. 운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노동명의 경호원이 대답했다.“우리는 술 안 마셔요. 술을 주문하지 않으셔도 돼요.”노동명도 술 마시지 않았다.“그럼 술 주문하지 말아요.”하예진과 강일구 일행은 식사했지만 지금 또 노동명과 함께 식사하려고 한다.곧 하예진은 주문을 마쳤다.하예진 옆에 앉은 노동명은 그녀에게 가까이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예진아, 사실 난 형인 씨 무식함이 너무 감격스러워.”하예진은 바로 노동명을 노려봤고 그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가 안목이 뛰어났다면 내가 널 가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6화

    “고마워요. 괜찮습니다.”노동명은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사실 노동명은 하루 호텔에 묵은 적 있지만, 횟수가 적은 탓으로 누구도 그가 노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노동명은 말할 것도 없고 전씨 가문의 대표 전태윤이 왔다고 해도 호텔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전씨 그룹의 모든 호텔을 관리하는 사람은 전호영이기 때문에 모든 호텔 직원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전호영이었다.전호영은 고현을 배웅하러 나오는 길에 마침 안으로 들어가는 노동명을 만났다.“동명이 형.”전호영은 노동명을 보고 조금 놀랐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다.하예진이 오늘 노동명이 올 것이라는 소식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노동명은 오후 2시 전에 도착한다고 했기에 전호영은 노동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줄 알았다.하예진이 방금 밖에서 돌아왔고 아직 노동명을 데리러 가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경호원들이 노동명을 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전호영은 좀 의외라는 듯 웃으며 노동명 앞으로 다가서며 인사했다.“형, 혼자 오셨어요?”“응, 내 개인 비행기를 공항에 세웠거든. 강성으로 오기 전에 차를 빌려놨어. 내리면 바로 차를 탈 수 있게 말이야. 다들 바쁜 거 알고 내가 미리 말 안 하고 왔거든.”노동명은 고현을 바라보았다.고현은 노동명의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을 내밀면서 공손히 인사했다.“노 대표님.”노동명은 고현과 악수를 하고 나서 전호영에게 말을 건넸다.“호영아, 먼저 일 봐. 날 신경 쓰지 말고. 예진이가 호텔에 있다고 했어. 날 데리러 내려올 거야.”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걸어오는 하예진을 본 전호영은 노동명에게 웃으며 말했다.“예진 누나 오셨어요. 형,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전호영은 하예진에게 눈썹을 움직이며 개구쟁이 표정을 짓자 하예진이 그를 째려보았다. 전호영은 빙그레 웃으며 고현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식사하셨어요?”하예진은 노동명을 보자마자 배고프냐고 물었다.노동명은 배를 더듬으며 가여운 모습을 보였다.“너희들이 어젯밤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5화

    “엄마...”“더 이상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또 엄마라고 부르면 네 혀를 잘라서 밖에 던질 거야! 네 엄마는 촌에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이은화는 다시 병실 문을 닫았다.이윤정은 눈물범벅이 되었지만 더는 소리 내서 울지 못했다.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정군호는 이윤정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매우 아팠지만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발걸음 소리를 들려오자 정군호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이은화의 눈에 밟힐까 봐 무서웠다.정군호는 자신의 생활과 이윤정의 생활도 이제 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가 지금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지 않았다고 해도 앞으로 이씨 가문에서 지낼 삶은 개만도 못할 것이다.하지만 정씨 집안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다.정일범이 가주 자리에 오르지 않는 이상 정군호의 삶은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친딸 이윤미가 가주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정군호의 삶은 변할 것이 하나도 없다.정군호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상처가 다 나아서 퇴원하면 정일범을 도와 자리를 가주 차지하여 이씨 가문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맹세했다.고급 렌터카 한 대가 하루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차 안에 앉아있던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그가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아직 하루 호텔로 오는 중인 줄 알고 서둘러 그에게 전화했다.노동명이 전화를 받자 하예진이 물었다.“동명 씨, 지금 어디예요? 공항이에요?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바로 떠날게요.”“아니야. 내가 렌터카를 타고 왔어. 지금 하루 호텔 앞인데 네가 지금 호텔에 있다면 지금 대문으로 나오면 나를 볼 수 있을 거야.”“알겠어요. 바로 내려갈게요.”하예진은 방금 밖에서 호텔로 돌아왔다.오늘 노동명이 그녀를 보러 온다는 생각에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노동명이 오늘 오후 2시쯤 하예진을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호텔로 돌아가지도 않고 회사 설립을 위해 밖에서 뛰어다녔을 것이다.그녀는 고씨 그룹에 가서 고현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4화

    이은화는 한참 동안 이윤미를 올려다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엄마는 네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난 네 마음속에도 강한 힘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젊었을 적 날 닮았지. 그런데 넌 좀 착해.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공평함은 없다는 것만은 알아야 해.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야.”이윤미는 말을 잇지 않았다.“돌아가.”이은화는 이윤미가 이윤정보다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윤미가 자신의 말을 전부 듣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친딸 이윤미는 그녀만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이은화는 어느 땐가 그녀가 애써 얻은 모든 것이 맏언니 이은숙의 후손에게 돌아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이은화가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것들이 전부 헛수고로 될 테니까.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이은화는 아마 죽어서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이윤미는 이은화에게 스스로를 잘 돌보라고 당부한 뒤 병실을 나섰다.이은화는 딸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뒤 다시 병실로 돌아와 침대 옆에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윤미가 돌아갔어.”“네.”정군호가 대답하며 맘속으로 불효녀 이윤미를 욕했다.방문하러 왔으면서 그에게 관심 어린 말도 건네지 않는다고 원망했다.‘내가 몹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나? 그래도 나한테 와서 관심 정도는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니야?’“내가 윤정을 내쫓았어. 앞으로 윤정이는 우리 이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윤정이한테 준 모든 것을 전부 되돌려 받을 거야. 그 애는 단지 집사의 딸일 뿐인데 우리 윤미의 자리를 이십여 년 동안 차지하면서 윤정의 몫이 아닌 부귀영화를 누렸지. 그거면 충분해.”앞으로 이윤정은 거지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이은화는 예전에 이윤정을 아끼던 만큼 지금 그녀를 미워했다.이윤정과 정군호가 남의 음모에 말려들었다 할지라도 이은화는 용서하지 못했다.이은화는 그녀의 분노를 전부 정군호와 이윤정에게 쏟아부었다.정군호는 이은화를 미치광이라고, 수단이 악랄한 여편네라고 욕하고 싶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3화

    “엄마, 저는 밖에서 낳은 딸이 없어요. 만약 밖에서 낳은 딸이 있다면 그 딸을 이씨 가문에서 인정하나요?”“네가 낳은 친자식이라면 당연히 인정하지. 네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을 때 가족 모두가 동행한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면 가문의 사람들도 인정할 거야.”이윤미가 대답했다.“그러면 제가 왜 시집을 가야죠? 시집가지 않으면 그 쓰레기들이 재산을 가져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이은화는 말문이 막혔다.이은화는 정신이 나갔는지 갑자기 딸의 이상한 질문에 대답까지 해주었다.정군호의 배신 때문인지, 기분이 나쁜 탓인지 모른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완벽한 대책을 세워도 빈틈이 생길 것 같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딸이 아빠를 두지 않으면 좋잖아요. 제가 결혼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부부로 되지 못하니 당연히 부부의 공동 재산이 될 리가 없을 테고 그 남자도 재산을 분할 받고 싶어도 못 받을 거고요.”이은화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다시 이윤미를 설득했다.“윤미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생각해. 엄마는 네가 외롭지 않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제가 딸을 낳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 텐데 어떻게 외롭다니요? 가주 자리에 앉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이 바빠서 매일 발이 땅에 닿지 못할 정도로 바쁠 텐데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좋아하는 남자가 없어요. 그런데 또 딸을 낳아 가주 자리를 물려주려면 예진 리조트의 넷째 사모님을 따라 배우면 되잖아요.”“이윤정은 어떻게 됐어?”이윤미의 생각에 놀란 이은화는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그녀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사상은 여전히 비교적 보수적이었다.“우리 별장 앞에서 밤새 울부짖었어요. 오늘 아침에 윤정이가 형수님 몇 분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또 괴롭힐까 봐 도망쳤어요.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요. 우리 오빠들이 윤정에게 준 돈과 카드도 전부 형수님들이 빼앗아 갔어요. 엄마가 옷 외에 다른 물건은 전부 가져갈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형수님들도 엄마의 말씀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2화

    이윤미는 더는 정군호를 쳐다보지 않고 이은화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이윤미는 보온 도시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주면서 말했다.“만두 두 개도 포장해 가져왔어요.”이은화는 앉아서 이윤미가 가져온 흰죽과 반찬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너니까 나에게 진짜로 흰죽과 반찬을 가져오는구나.”정일범 형제와 이윤정이라면 흰죽과 반찬들이 이은화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은화의 요구대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엄마,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이윤미는 양부모 집에서 자라면서 학대받았을 때 흰죽 한 그릇도 먹지 못했다.어렸을 때, 흰 죽 한 그릇도 그녀에게 사치였다.삶의 고달픔을 일찍 알아버린 이윤미는 커서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도 함부로 쓰지 않고 여전히 절약하며 살았다.이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으로 지갑이 두꺼워졌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았다.이은화는 묵묵히 죽을 먹으며 수십 년 전 그날 새벽의 이은숙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이은화는 자신의 맏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가주 자리에 앉았지만,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엄마, 아버지께서...”이윤미가 조용히 물었다.그녀는 정군호가 얻어맞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아마 이은화에게 칼에 찔렸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어젯밤 정군호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이은화는 자식들이 자신에게 정군호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윤미 또한 정말로 묻지 않았다.어쨌든 이은화는 정군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이은화의 수단으로 분석해 보면 그녀는 정군호를 단번에 죽이지 않고 천천히 괴롭힐 것이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죽지는 않아. 단지 내시가 되었을 뿐이야. 감염되지 않고 상처가 다 나으면 퇴원할 수 있대. 네 아버지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은 없을 거야. 앞으로 미녀를 보게 되면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을걸.”이윤미는 잠시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윤미야.”이윤미는 이은화를 바라보았다.이은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엄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1화

    정군호는 잠깐 고통과 절망한 표정으로 이은화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그는 정말 아팠다.정군호가 이은화를 보지 않아도 이은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리고 일어나 다시 창가로 걸어가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이은화의 생각은 이미 멀리 떠났다.만약 그 사람이 이은화와 함께 있었더라면, 그녀를 돕고 그녀와 결혼했다면, 그녀의 인생은 분명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영원히 이은숙에게 충성했다.이은숙이 시집가서 딸을 낳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그 사람은 여전히 이은화와 함께하지 않고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이미 몇십 년이 흘러 이은화가 70세의 노인으로 되었는데, 그 사람은 아마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은화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따르릉...이은화의 핸드폰이 울렸다.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이윤미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은화는 잠시 휴대전화를 쳐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엄마.”이윤미는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넸다.“엄마, 괜찮으세요?”그녀는 아버지의 부상이 어떤지 직접 묻지 않고 어머니의 안부부터 물었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최악인데 뭐가 괜찮겠어? 너희도 어른이 되고 나도 할머니로 되었는데 네 아빠가 내연녀가 있다고 해도 난 이제 여의치 않아.”앞으로 정군호는 다시는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엄마, 오늘 밥 안 드셨을 텐데 드실 것 좀 갖다 드릴까요?”“필요 없어.”이은화는 거절하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그래, 너무 많이 가져오지는 말고. 흰죽에 반찬 조금만 갖다 줘.”이윤미가 대답했다.“엄마가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느라 힘드실 텐데 그렇게 간단하게 드시면 쉽게 배고파요. 쉽게 체력도 떨어져서 안 돼요.”이은화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을 건넸다.“네 큰이모가 세상을 떠나신 날 아침, 큰이모가 이렇게 드셨거든. 산해진미를 많이 먹었다면서 가끔 흰죽에 반찬을 곁들이면 특별한 맛이 난다고 하셨어.”“알았어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이윤미는 더는 아무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50화

    “괜찮아요. 누나는 일 보러 나갔어요. 우리 예진 누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면 안 돼요. 누나는 이미 온갖 피바람을 겪은 사람이거든요. 15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사람 잡아먹을 정도의 친척들을 상대하면서 열 살짜리 여동생을 잘 가르치면서 살아오셨어요. 삶의 고초를 겪은 사람의 의지는 엄청나게 강한 법이죠.”전호영은 이경혜가 왜 하예진을 선택하고 강성으로 보내 이윤미와 경쟁하게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놀라지 않았다니, 안심이 되네요.”전호영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퇴근해도 될까요? 참, 현이 씨에게 선물을 준비했어요.”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고현에게 건넸다.고현은 케이스를 받아 열어 보지도 않고 일어나서 그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서랍을 열어 서랍 안에 넣었다.“열어 보지 않을래요?”“볼 필요 없어요. 호영 씨가 준 물건은 모두 최고이기 때문에 제가 한가할 때 천천히 열어보면서 호영 씨의 사랑을 느껴볼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보면서 오늘의 그녀가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느꼈다. 고현은 전호영의 감정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전호영의 이 고된 사랑의 길에서 드디어 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전호영은 너무 뿌듯했다.병원.어느 고급 병실에서 이은화가 창가에 서서 창밖의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정군호였다. 정군호는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표정도 고통스러웠다.그는 눈을 감고 있다가 가끔 눈을 뜨고 그러다가 창가에 서 있는 이은화를 보더니 또 재빨리 눈을 감았다.아무도 정군호를 방문하러 오지 않았다.그가 칼을 휘둘러 그런 일을 저지른 소식을 이은화가 억눌러 소문이 퍼지지 않게 했다.그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이은화는 정군호가 아들딸 앞에서 그의 유일한 존엄을 잃지는 않도록 했다.시간이 한참 흘러 이은화가 돌아앉아 자는 척하는 정군호를 보며 말을 건넸다.“당신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아.”그녀는 정군호가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진통제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49화

    고진호도 고현이 여자였기 때문에 며느리가 아닌 사위가 필요했고 따라서 재벌가 딸들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전호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막 빠져나오자마자 고현이 고객을 배웅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 뒤에는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객의 비서일 것이다.전호영과 고객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고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호영은 말없이 한쪽으로 비켜섰다.고현은 직접 고객을 아래층으로 배웅했다.남 비서가 전호영을 쳐다보자 전호영은 눈빛으로 고현을 따라가라고 신호를 보냈다.전호영은 이미 고현의 사무실에 대해 매우 익숙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 비서가 그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었다.고현의 사무실과 휴게실에 관해 전호영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고현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전호영은 스스로 고현의 사무실로 갔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에 들어선 전호영은 먼저 커피 한 잔을 타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 고현이 돌아왔다.“어젯밤 일은 어떻게 됐어요?”고현은 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예진 누나를 대신해서 죽은 경호원 가족들이 와서 뒷일을 처리했어요. 이씨 가문도 가족에게 보상을 해주고 보험회사에서도 가족들에게 보상해 줄 거예요. 이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은 거액 보험에 가입했거든요. 저도 이따가 예진 누나에게 전화해서 오늘 오후에 그 경호원의 가족들을 보러 가자고 해야겠어요. 그 경호원은 비록 이씨 가문의 희생 품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걸요.”현재, 그 차 사고는 잠시 의외 사고로 단정 지어졌다.이씨 가문의 음모라는 증거가 없어서 이씨 가문은 충분한 연기를 해야 만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죽은 그 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스스로 재수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이은화의 마음이 그토록 모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하예진을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에 처음 초대한 당일에 그녀를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하예진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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