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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1화

한예진은 윤미라와 나눈 대화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노동명에게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결국 윤미라 입에서 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윤미라가 하예진에게 보증금을 빼 이사를 하라고 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하예진에게 주우빈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라고 한 사실을 안 노동명은 화가 치밀어 윤미라와 크게 싸웠다. 윤미라와 노동명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 어쨌든 두 모자는 그 누구도 물러서지도, 단념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힐끔 쳐다보더니 할 일을 마저 하며 말했다. “제 탓 아니에요. 전 그렇게 많은 걸 희생하지 않을 거예요.”노동명이 피식 웃어버렸다. 그는 바로 그런 하예진이 좋았다.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 주우빈은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우빈은 하예진의 휴대폰 연락처 속 제일 위에 하예정의 전화번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정이 곧 전화를 받았다. “언니, 무슨 일이야?”하예정은 하예진이 전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모, 저예요. 우빈이.”앳된 조카의 목소리에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구나. 우빈이가 혼자 이모에게 전화한 거야?”“네. 제가 엄마 휴대폰을 가지고 몰래 방에 들어와서 이모에게 전화했어요.”“우빈이 이모에게 할 얘기가 뭐예요?”어린아이가 방에 몰래 숨어서 전화하다니. 하예정은 조카가 점점 더 기특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장에서 사부를 따라 무술을 배우더니 주우빈의 담력이 점점 커졌다. 어린 나이에 똑부러지게 말을 잘해 점점 더 사랑스러워졌다. “이모, 아저씨가 또 왔어요.”“동명 씨 매일 가던 거 아니었어?”하예정이 알기론 노동명은 매일 하예진을 만나러 갔다. 주우빈 대답했다. “매일 오긴 하지만 아빠가 그러는데 아저씨는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뺏으려고 오는 거래요. 아빠가 아저씨가 오시기만 하면 전화하랬어요.”주우빈의 말을 들으며 하예정은 속으로 주형인을 욕했다. 주형인은 하예진과 이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현주를 아내로 맞이했다. 지금 그들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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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2화

“네. 정말 잘해줘요.”아이들의 마음은 너무 순수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누가 진심으로 잘 해주는지, 누가 가짜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가끔, 어린 나이 탓에 말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었다. 노동명이 제일 먼저 마음을 쓴 것은 바로 주우빈, 이 아이였다. 그는 진심으로 주우빈을 좋아했다. 예전엔 주우빈을 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때의 주우빈은 조금 더 작았던 터라 노동명 얼굴의 흉터를 무서워하며 안기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천천히 주우빈과 가까워져서야 노동명은 그렇게 바라던 대로 주우빈을 안을 수가 있게 되었다. 주우빈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는 주우빈과 하예진 모자를 지켜봤고 그렇게 천천히, 주우빈의 엄마인 하예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저씨가 우빈이에게 그렇게 잘해주고, 우빈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뺏어가겠어. 그러니까 아저씨 믿어. 아저씨는 그저 엄마와 함께 우빈이를 아껴줄 거야. 우빈이에게서 엄마를 뺏어가지 않아.”주우빈은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이모, 그러면 아빠에게 전화 안 할 거예요. 아빠는 자꾸 아저씨가 나쁘대요. 아저씨는 나쁜 놈이래요.”‘아저씨는 분명 좋은 사람인데 아빠는 왜 자꾸 아저씨가 나쁜 놈이라는 거야.’노동명이 자기와 함께 해준 시간은 아빠보다도 더 길었다. 아빠는 늘 현주 이모와 함께 있었고 현주 이모는 자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주형인이 주우빈과 놀아주려 할 때면 서현주는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 주형인은 곧 주우빈을 그대로 두고 황급히 서현주를 찾으러 갔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달랐다. 노동명은 놀아준다고 한 약속은 꼭 지켰다. 뭔가를 사주겠다는 약속은 어긴 적이 없었다. 주형인과 달리 말이다. “우빈아, 이젠 점점 크니까 천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야 해. 아빠는 비록 우빈이 아빠지만, 아빠가 한 말씀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아빠의 평가가 늘 정확한 건 아니야. 아빠는 사심에 가득 차 아저씨를 평가하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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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주우빈이 노동명을 방패로 삼았다. 신뢰 가득한 그 행동에 노동명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어 하예진을 어이없게 했다. “아저씨, 엄마가 저 노려봐요.”주우빈은 심지어 고자질을 하기도 했다. 노동명은 웃으며 주우빈을 안아 들고 물었다. “원인을 찾아봐. 엄마가 왜 노려보는 걸까? 아저씨가 이렇게 떡 하니 여기 서 있는데, 엄마가 아저씨는 안 노려보고 우빈이처럼 작은 아이를 노려보는 원인이 뭘까?”하예진이 다가왔다. 주우빈은 하예진을 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이모에게 전화하고 휴대폰을 놀고 있었는데, 엄마가 우빈이 휴대폰을 뺏어갔어요.”“그건 네 휴대폰이 아니야. 엄마 휴대폰인데.”주우빈이 큰 눈을 반짝이며 감히 하예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 휴대폰은 확실히 하예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엄마는 왜 휴대폰 놀아도 되고 우빈이는 안 돼요라고 물으니까 엄마가 째려봤어요.”말을 하면 할수록 주우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 이 꼬마도 휴대폰을 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동명이 다정하게 얘기했다. “우빈이는 아직 어려서 자꾸 휴대폰을 놀면 시력이 낮아져 근시가 되거든. 엄마도 우빈이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야.”“그리고 엄마도 평소엔 휴대폰 잘 안 하시잖아. 엄마는 다른 사람과 연락하려고 휴대폰을 하는 거야.”주우빈이 말이 없었다. 한참 후에야 주우빈이 말했다. “아저씨, 그럼 전 대체 언제부터 휴대폰 놀 수 있어요?”“가끔 10분 씩 노는 건 괜찮아. 물론 안 놀면 제일 좋고. 책을 읽어도 되고 레고를 해도 되잖아. 아저씨가 사준 레고는 이미 다 만들었지? 다음에 아저씨가 올 때 몇 세트 더 사줄게.”주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아이는 버둥거리며 노동명의 품에서 벗어났다. 주우빈은 테이블을 피해 하예진에게로 돌아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잘생긴 얼굴을 들고 하예진에게 말했다. “엄마, 우빈이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몰래 휴대폰 안 놀게요.”하예진이 몸을 숙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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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4화

"어디냐니까. 엄마 지금 네 회사, 네 사무실에 있어. 근무시간에 넌 사무실에도 없고 회사에도 없고 어디로 간 거야? 미팅하러 나갔다고 하지 마. 네 비서가 아직 여기 있으니까.”"너 또 하예진 씨를 찾으러 갔지? 엄마가 몇 번이나 말했어, 하예진 씨는 너랑 안 어울린다고. 하예진 씨는 이혼녀야. 게다가 세 살짜리 아이도 있어. 그것도 남자아이가. 넌 기꺼이 다른 사람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런 호구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아!”"넌 다른 사람 아들을 키우면서 집, 차를 사주고 결혼도 시켜야 해. 애 아빠는 아무 양육비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널 호구라고 비웃을 거야. 노동명, 관성에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나 골라도 하예진보다 낫지 않아?”윤미라는 정말 아들 때문에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아무리 말해도 노동명은 전혀 듣지 않았다.윤미라의 말도 갈수록 험해졌다.노동명이 낮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 "제 일이에요. 엄마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 인생 제가 알아서 살게요. 전 형들과 달라요.”말을 마친 그는 윤미라의 전화를 바로 끊어 버렸다.휴대폰 저편의 윤미라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윤미라는 노동명의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비서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윤미라는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소파로 돌아와 자기 가방을 들어 올리더니 비서에게 말했다.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전 가 볼게요.”비서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래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윤미라는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괜찮아요.”비서는 그럼에도 윤미라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윤미라가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에야 비서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고 서둘러 노동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대표님께 가셨을 겁니다.”화가 잔뜩 난 윤미라의 모습은 분명 이대로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윤미라가 노동명을 찾으러 하예진에게 갔을 것이라고 비서가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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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화

주우빈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엄마, 우리 왜 이사해요?”아이는 이미 엄마와 함께 한 달 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적응을 마친 상태였다. 하예진이 거짓말을 내뱉었다. “우빈이 9월이면 곧 유치원도 가야 하잖아. 여긴 우빈이가 다니던 유치원과 좀 멀어서 유치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거야. 그러면 엄마도 우빈이를 데려다 줄수 있지.”3살 된 아이에게 의견은 없었다. 하예진의 말에 주우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예진은 중매인에게 전화했고 자신의 요구를 부동산 직원 측에 말하며 집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녀는 전세로 이사 갈 생각이었다. 집을 사는 일은 다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천천히 보고 충분히 비교한 본 뒤 사도 늦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바로 주우빈을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었다. 주우빈이 지금 다니고 있는 유치원은 관성에서 제일 좋은 유치원이었다. 1년의 학비만 해도 몇천만 원이었다. 그녀는 이혼할 때 주형인에게서 받은 위자료가 있었다. 그중에 조금만 꺼내 하루 토스트를 열었다. 비록 토스트 가게의 수입이 좋아 돈을 벌고는 있지만 차도 샀었으니 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 나면 하루 토스트에서 번 돈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 달만 더 고생하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예진은 아들이 갈 초등학교가 정해지면 그때 다시 집을 사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려고 했다. 편리를 생각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 있는 집을 사는 것이 좋았다.하예진이 부동산 중개인에게 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동안, 막 아파트를 빠져나온 노동명은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걸어오는 윤미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간 계산을 정확하게 해 윤미라가 하예진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명아.”윤미라가 걸어오며 손을 뻗어 노동명의 팔을 잡아당겼다. “엄마랑 같이 가자.”“어딜요?”윤미라는 아들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가 오는 길에 방 씨 이모와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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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6화

“엄마!”“됐어! 엄마가 여기서 말하는데, 나와 모자 관계부터 끊고 예진이에게 구애하건 찾아가건 마음대로 해! 더는 상관하지 않을 테니.”윤미라는 말을 남기고는 돌아서서 씩씩거리며 떠나갔다.노동명도 어머니의 태도에 단단히 화가 났다.그는 어머니가 하예진을 싫어하지 않으면서 왜 절대 허락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직 하예진에게 프러포즈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니까지 이렇게 소란을 피우시니 발목이 잡히는 것만 같았다.원래 그의 구애를 받아줄 생각이 없었던 하예진이 어머니의 태도에 겁을 먹기라도 할까 봐 걱정도 들었다.노동명은 고개를 들고 하예진의 셋방 쪽을 한참 바라보더니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리고 차에 오른 후 전태윤과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한잔하러 나오라고 말했다.그는 두 친구가 대답하든 말든 상관 않고 전화를 끊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소씨 일가.소정남은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한참 쳐다보다가 욕설을 퍼부었다.“나 아직 신혼 휴가 중이란 말이야. 이때 나오라고 부르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시간을 들여다보니 저녁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노동명이 왜 갑자기 술 마시러 나오라고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소정남은 한참 생각하다 결국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동명이가 너한테도 술 마시러 나오라고 했지? 도대체 무슨 자극을 받고 이러는지... 글쎄 나한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거 있지. 나 아직 신혼 휴가란 말이야... 괜히 귀찮게 구네. 태윤아, 너 시간 되면 같이 술 한잔해 줘, 난 우리 마누라 픽업하러 관성중학교에 가봐야겠어.”소정남의 말이 끝나자 전태윤은 바로 말을 이었다.“응, 나한테도 전화 왔었어. 그리고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고. 무슨 자극을 받았는지야 묻지 않아도 훤해. 분명 우리 처형에게 구애하다가 어머니에게 저지당한 거야. 그래서 둘이 또 한 번 말다툼했을 거고.”고집이 센 윤미라는 절대 허락할 일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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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7화

소정남의 말에 전태윤 역시 침묵에 잠겼다.노동명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노동명은 아무 일에도 집착이 없는 듯 거칠고, 털털해 보이지만 사실 감정에 대해서는 집착이 강한 편이다.하예진이 평생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면 노동명도 그녀를 기다리며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또는 그녀가 만약 다른 사람과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노동명은 여전히 평생 솔로로 지낼 것이다.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못하는 바에는 평생 솔로로 사는 편이 나을 거로 생각할 노동명이니까.“알았어, 네가 정 바쁘다면야 나라도 가서 한잔할게.”전태윤은 소정남이 아직 결혼 휴가 중인 데다 심효진도 임신 중인 상황을 고려하여 배려심 있게 한마디 했다.“됐어, 그냥 같이 가. 내 와이프는 온종일 서점에만 있어 괜찮아. 그리고 서점에도 따로 경호원을 배치했으니 나도 같이 가보지 뭐.”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하고는 통화를 끝냈다.통화를 마친 전태윤은 한창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는 와이프를 쳐다봤다.하예정은 두 사람의 통화에 따로 귀를 기울이지 않아 단지 새 나오는 몇 마디의 말을 들었을 뿐이다. 그녀는 소정남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일 거로 짐작이 갔다.전태윤은 조용히 아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골똘히 잡지를 보고 있는 아내로부터는 평온한 아름다움을 느꼈다.아내는 타고난 미모를 지녔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받으면서 갈수록 예뻐지고 있고 기질도 좋아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맞아, 이게 다 내 공로지!’전태윤은 일어나 테이블을 돌아 아내를 향해 걸어갔다.기척을 느낀 하예정은 고개를 들어 남편을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일 다 끝났어요?”하예정은 저녁 행사 준비를 위해 남편과 함께 집에 돌아가려고 회사로 찾아왔다. 막 도착했을 때 남편은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어 그녀는 사무실에서 좀 기다리기로 했다.“아직 좀 남았어.”전태윤은 아내 가까이에 다가가 선 자세로 아내를 내려다보았다.“혹시 무슨 일 있어요?”오래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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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화

노동명은 보통 아침 8시 전에 하예진의 가게에 식사하러 가는데 만약 하예진이 8시 이후에 가게에 도착하면 노동명과의 만남을 피할 수 있다.하예진은 메시지로 동생인 하예정에게 도움을 청했다.언니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하예정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언니는 결국 숨어 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만약 그녀가 전태윤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전씨 일가가 자리 잡고 있는 관성에 남아있을 필요도 없고, 언니도 정말 우빈이를 데리고 윤미라의 바람대로 노동명 멀리 관성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노동명이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고 해도 언니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하예정은 언니가 내리는 모든 결정을 존중하고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언니에게 답장했다.“처형이 보낸 메시지야?”전태윤은 짐작이 갔다.이에 하예정은 응하고 대답했다.“처형이 뭐라고 했길래 표정이 이렇게 심각해?”“언니가 임시로 레아닐 아파트 단지에 새 전셋집을 구해서 이사할 생각이래요. 새 단지는 고급 단지라 보안 수준이 높아서 출입 카드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집주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여보내지 않는다네요. 이렇게 이사한다고 해서 동명 씨를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집에까지는 찾아오지 못하게 막고 싶은가 봐요.”하예정의 말에 전태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그 표정 뭐에요? 혹시 그 단지... 노씨 그룹에서 개발한 거예요?”노씨 그룹은 부동산 쪽의 업무 범위가 매우 넓다.“바로 동명이네 회사에서 개발한 아파트야. 입주율도 꽤 높고. 바로 옆에 있는 레아닐 팰리스랑 함께 개발했는데 동명이는 팰리스 구역에 큰 별장을 하나 남겨놓았거든. 아파트 단지 내의 집주인들은 별장 구역에 들어갈 수 없지만 별장에 사는 사람은 아파트 단지에 출입할 수 있어. 뭐, 보안 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야. 동명이가 초빙한 보안팀 팀원들은 모두 엄격한 훈련을 거쳤으니까.”“우리 언니... 이러다 스스로 덫에 걸려드는 건 아니겠죠?”‘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하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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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하예진은 급히 제부 전태윤에게 감사를 표했다.“처형, 한 가족끼리 사양할 필요 없어요.”전태윤은 속으로 처형이 자신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급히 집을 이사하고 싶었던 하예진은 그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전태윤이 노동명과 술을 마시러 회사를 떠난 사이 하예진도 제부의 도움으로 재빠르게 셋방을 옮겼다.그녀의 새 거처는 전태윤 부부만 알고 있을 뿐 이경혜조차 알려주지 않았다.어느 호텔.테이블 위에는 노동명이 주문한 음식들로 가득했고, 독한 양주도 여러 병 놓여있었다.전태윤과 소정남은 곁에 앉아 노동명이 술을 들이켜는 것을 지켜보았다.“동명아, 음식도 좀 같이 먹어.”전태윤이 노동명에게 요리를 집어주며 말했다. 아마도 자기가 형수의 편을 든 것에 대해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낀 모양이다.그도 절친인 노동명을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형수는 노동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데다 노동명의 어머니도 절대 동의할 것 같지 않아서이다.전태윤은 형수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동명아, 뭐라도 좀 먹으면서 마셔. 오자마자 끊임없이 술만 들이켜면 어떡해? 공복에 술을 마시면 쉽게 취할 거야, 그러니 너무 많이 마시지 마. 혹시 알코올중독이라도 걸리면 어떡해? 나와 태윤이가 너 책임져야 할 거 아니야?”소정남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노동명의 앞으로 밀어놓으며 술을 좀 적게 마시라고 권했다.“나 너무 괴로워서 그래.”노동명은 젓가락을 들고 전태윤이 집어준 음식을 집어 먹었다.둬 젓가락 집어 먹은 그는 또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는데, 그렇게 독한 술을 그는 맹물처럼 마셨다.그는 잔을 내려놓자마자 또 자기 술잔을 가득 채우려 했는데 이때 전태윤이 말렸다.“노동명, 그만 마셔, 너는 이미 여러 잔을 마셨어. 이런 술은 마실 때엔 아무런 느낌이 없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취하게 될 거야.”“태윤아, 나는 네가 정말 부럽다.”노동명은 전태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정말 부럽다. 너나 정남이나 다 나보다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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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하예정은 따로 할말이 없었다.그녀의 주변 사람 중 심효진만이 순조로운 사랑길을 걸어 결혼식까지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성소현이든 언니 하예진이든 험난한 사랑길을 걷고 있다.그에 비하면 그녀는 행복하다 할 수 있었다. 비록 남편인 전태윤과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하였고, 이혼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또 신뢰하며 지금의 행복한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하예정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자고 되뇌었다.전태윤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우리 인제 그만 생각하고 잘까? 될 대로 되라지 뭐.”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응하고 답했다.부부는 서로를 껴안고 꿈나라로 향했다.다음날.점심이 되어서야 노동명은 정신을 차렸다.잠을 충분히 잔 탓인지 잠에서 깬 그는 배가 고프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두통이 없었다.그는 점심시간인 걸 알고 바로 일어나서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을 내려가던 그는 부모가 모두 1층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갑자기 나빠졌다.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아들을 본 윤미라는 말했다.“동명아, 일어났어? 배고프겠다, 어서 밥 먹어.”계단을 내려온 노동명은 부모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또 저한테 포기하라고 설득하러 온 건가요? 그런 거라면 더는 이야기하실 필요 없어요. 난 절대 예진이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 나 예진이 좋아해요, 예진이랑 결혼하고 싶어요.”윤미라도 아들과 한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들이 입만 열면 그녀를 화나게 하는 말이었다.그녀의 얼굴빛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노동명, 나도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정 예진이랑 함께 있고 싶거든 먼저 나와 모자 관계부터 끊고 봐. 그다음 네가 원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여보.”듣고 있던 노진규가 마지못해 아내를 불렀다.노동명은 한동안 어머니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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