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따로 할말이 없었다.그녀의 주변 사람 중 심효진만이 순조로운 사랑길을 걸어 결혼식까지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성소현이든 언니 하예진이든 험난한 사랑길을 걷고 있다.그에 비하면 그녀는 행복하다 할 수 있었다. 비록 남편인 전태윤과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하였고, 이혼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또 신뢰하며 지금의 행복한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하예정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자고 되뇌었다.전태윤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우리 인제 그만 생각하고 잘까? 될 대로 되라지 뭐.”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응하고 답했다.부부는 서로를 껴안고 꿈나라로 향했다.다음날.점심이 되어서야 노동명은 정신을 차렸다.잠을 충분히 잔 탓인지 잠에서 깬 그는 배가 고프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두통이 없었다.그는 점심시간인 걸 알고 바로 일어나서 샤워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을 내려가던 그는 부모가 모두 1층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갑자기 나빠졌다.발소리에 고개를 돌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아들을 본 윤미라는 말했다.“동명아, 일어났어? 배고프겠다, 어서 밥 먹어.”계단을 내려온 노동명은 부모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또 저한테 포기하라고 설득하러 온 건가요? 그런 거라면 더는 이야기하실 필요 없어요. 난 절대 예진이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 나 예진이 좋아해요, 예진이랑 결혼하고 싶어요.”윤미라도 아들과 한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들이 입만 열면 그녀를 화나게 하는 말이었다.그녀의 얼굴빛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노동명, 나도 다시 한번 말하는데 정 예진이랑 함께 있고 싶거든 먼저 나와 모자 관계부터 끊고 봐. 그다음 네가 원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든 말든 마음대로 해.”“여보.”듣고 있던 노진규가 마지못해 아내를 불렀다.노동명은 한동안 어머니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려
윤미라의 차가 앞 차량을 추돌한 것이 아니라, 노동명의 차가 대형 트럭을 들이박은 것이다. 그리고 노동명의 차 뒤에 있던 차도 급정거했지만, 결국 노동명의 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다행히 윤미라는 제때 브레이크를 밟아 앞의 차를 추돌하지 않았다.그녀는 차를 세운 후 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채지 못한 노진규는 여전히 아내를 설득해 아들을 쫓지 말라 할 생각이었다.“여보.”“동명의 차가 사고 났어요.”윤미라는 남편에게 한마디 던진 후 앞으로 달려갔다.앞에 있던 차는 노동명의 차를 추돌해서 차 앞부분이 파손되었고, 차 안의 사람은 크게 놀랐는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에 비해 노동명의 차의 훼손 상태는 훨씬 더 끔찍했다.차 앞부분이 거의 화물차 밑으로 처박힌 채 뒷부분만 밖에 남아 있었고, 노동명은 이미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었다.“동명아, 동명...”윤미라는 상처 입은 아들을 보며 하늘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았고 똑바로 서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똑같이 얼굴이 창백한 노진규가 급히 아내를 부축했다. 그도 큰 쇼크를 받았지만 애써 정신을 다잡고 서둘러 구급차를 부른 후 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했다.“동명아, 우리 아들.”윤미라는 아들을 차 안에서 구출하려고 남편의 부축을 뿌리쳤다.노진규도 도와주러 따라갔지만 두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이때, 경찰과 소방차 그리고 구급차 등이 현장에 빠르게 도착했다.“살려주세요, 제발 내 아들 좀 살려줘요...”윤미라는 의사를 보자마자 의사의 옷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의사는 냉정하게 환자 가족을 위로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노진규는 의사가 아들을 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강제로 아내의 손을 의사의 몸에서 떼어냈다.윤미라는 남편의 품에 안겨 울면서 쓰러졌다. 그녀는 지금 뼈저린 후회를 느끼고 있다. 만약 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왜 동명이가 예진이를 만나지 못하게 막았을까? 이미 서른여섯 살인 우리 아들이 어
노동명은 매일 하예진의 셋방에 찾아간다. 그래서 전태윤은 노동명이 점심때쯤에 깨어나 처형을 찾아가면 처형이 이사를 간 것을 알게 될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전태윤의 귀에 들려온 건 노동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어디서 교통사고를 당한 거야? 동명이 다른 차와 부딪친 거야 아니면 다른 차가 동명의 차를 들이받은 거야? 부상은 어느 정도인데?”전태윤은 소정남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관성 중학교로 가던 길이었다. 와이프와 점심식사를 같이 하려던 참이었다.심효진은 오늘 서점에 올 수 없었다. 어제 오후 내내 가게를 지킨 것을 알고 소정남은 그녀를 마음 아파했다. 사실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지만 와이프를 사랑하는 남편은 아내가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심효진을 외출하지 못하게 했다.소씨 일가에서 이미 보배처럼 받들리고 있는 심효진은 얌전히 집에 있어야 했다. 가끔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임신한 후로부터 제한을 엄청 받고 있다고 불평했다. 앞으로의 몇 개월은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해 났다.“리스 팰리스 부근에서 대형 화물차를 추돌했는데, 부상이 심하대. 특히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잘못하면 다리를 영영 못 쓸 수도 있대.”소정남이 소지훈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었을 때 휴대폰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땅에 떨구었다. 자신의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여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고 동시에 전태윤에게 알렸다.“동명이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 바로 갈게.”소정남은 그에게 말해주었다.어딘지 듣자마자 전태윤은 운전기사에게 분부했다.“관성 중학교 말고 종합병원에 가요, 빨리요.”“도련님, 유턴하려면 앞쪽 신호등까지 가야 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교통 규칙은 준수해야 했다.십여 분 후, 전태윤이 병원에 도착했다.노동명은 아직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그의 부모님, 형수, 그리고 노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응급실 입구 앞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전태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와이프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다.“여보, 나 못 돌아가니까 음식 배달되면 혼자 먹어. 나... 지금 동명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있어.”이 말을 듣고 하예정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며 다급하게 물었다.“교통사고를 당했다고요? 당신이랑 같이 있었을 때 사고가 난 거예요? 둘이 또 술 마시러 갔어요? 음주 운전 한 거예요?”전태윤은 급히 해석했다.“그건 아니야. 오늘은 술을 안 마셨어. 어제는 술을 마셨지만 운전하지 않았는걸.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도 아직 몰라. 정남이가 알려줘서야 병원에 오게 된 거야. 동명은 아직 응급처치 중이래.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는데,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대.”전채윤은 괴로운 듯 말끝을 흐렸다.“저도 이제 일이 거의 끝나요. 금방 가게 문을 닫고 병원에 갈게요.”그는 아내가 오겠다는 것을 막지 않고 대신 당부했다.“운전 천천히 하고.”“경호원더러 운전하라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동명 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하늘이 도우실 거예요. 절대 별일 없을 거예요.”하예정은 남편을 이렇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전태윤은 그에 응했다.“그래, 꼭 괜찮을 거야!”그는 노동명이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여보, 뭐라도 좀 먹고 와.”친구를 걱정하면서도 전태윤은 아내에게 밥을 먹고 오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 온 후부터 밥 먹을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배가 고파도 상관없었지만 하예정만은 굶게 놔둘 수 없었다.“알겠어요. 병원에 몇 사람 와있어요? 음식 포장해 갈게요.”“괜찮아. 당신 혼자 먹으면 돼. 사람을 시켜서 음식을 사 오게 할 테니까. ”전태윤의 안배를 듣고 하예정도 안심되었다.통화를 마친 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고 서둘러 가게 앞에 있는 진열대를 가게 안으로 옮겼다.경호원은 그녀가 가게 문을 닫으려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와서 도와주었다.몇 분 후 하예정은 경호원이 모는 차에 올라타 관성 종합병원으로 갔다.가는 길에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
“응, 데리고 가려고.”지금 당장 우빈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을 수도 없으니 아예 데리고 병원에 가는 편이 나았다.하예진은 얼른 전화를 끊고는 아들을 안고 가면서 말했다.“우빈아, 지금 동명 아저씨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엄마랑 함께 병원에 가봐야 해.”“동명 아저씨가요? 아저씨는 지금 어때요? 많이 다쳤어요?”우빈은 노동명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듣고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며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했다.전에 하예진이 사고를 당했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모습이 다소 트라우마로 남은 모양이었다. 꼬마는 지금 많은 피가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였다.“동명 아저씨는 괜찮을 거야.”하예진은 아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우빈은 엄마의 목을 꼭 껴안았다.꼬마는 동명 아저씨가 별일 없기를 바랐다. 엄마처럼 피를 많이 흘리지 않기를 바랐다.병원에는 응급실 밖을 지키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었다.하예정 자매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전태윤이 경호원에게 부탁한 음식이 도착해 사람들에게 먼저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고 있었다. 윤미라는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누가 어떻게 권해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젓가락을 들기만 하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도시락에 뚝뚝 떨어졌고 목구멍이 무언가에 막힌 듯해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도시락을 내려놓았다.“아직 안 나왔어요?”하예정이 전태윤의 곁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구조 시간이 길수록 부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하기에 언제든지 생명을 잃을 수 있었다.전태윤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을 거예요.”하예정은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속으로 노동명이 무사하기를 빌었다.윤미라는 하예진을 보자 복잡한 마음이 들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그녀는 홀연히 하예진의 손을 꽉 잡았다.하예진은 잠시 의아해 났지만 곧 위로했다.“사모님, 동명 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절대 별일 없을 거예요.
윤미라가 휘청하자 두 며느리가 얼른 부축해 주었다.“어머니.”두 며느리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녀를 불렀다.“생명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좋은 시작이에요. 차차 회복될 거예요.”윤미라는 후회하며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다 내 탓이야, 내가 동명을 해친 거야. 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 동명인 거야... 차라리 내가 당한 거였으면 좋겠어.”아들이 불구라도 된다면... 윤미라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엄마, 동명이 괜찮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고요.”노씨 집안 큰 도련님도 어머니를 위로했다.노진규는 어두운 얼굴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말했다.“너희 어머니 부축해서 돌아가 쉬도록 해, 동명이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싫어요! 나 안 가요! 동명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그리고 우리 아들을 돌볼 거라고요.”윤미라는 병원에서 떠나는 것을 거부했다.아들의 수술은 끝났지만, 사람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에 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아들이 이런 변을 당한 것은 모두 자신이 엄마로서 너무 과격하게 몰아붙인 탓이라는 죄책감에 떠날 수 없었다.윤미라가 자책하는 말이 사람들의 귀에 들렸다. 전태윤과 다른 사람들은 교통사고가 도대체 어떻게 발생했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노씨 일가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참기로 했다.노동명이 의사와 간호사에게 밀려 병실로 옮겨진 뒤에야 전태윤과 소정남은 노진규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침대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윤미라를 바라보던 노진규는 한숨을 내쉰 후 작은 목소리로 전태윤과 소정남에게 말했다.“밖으로 나가 얘기하자꾸나.”돌아선 후 하예진이 아들을 안고 하예정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부탁하는 말투로 하예진에게 말했다.“예진 씨, 동명이가 깨어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그는 아들이 깨어나 하예진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럴게요.”노진규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소정남은 아내가 임신한 것을 고려하여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된 거예요? 사모님은 왜 자신이 동명을 해쳤다고 하시는 거예요?”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소정남도 노진규을 바라보며 자초지종을 말하기를 기다렸다.“어휴, 우리 잘못이야. 동명이 어제 술에 취해서 너희들이 집에 데려다준 후 미라가 동명에게 전화했었는데 받지 않아서 집사에게 전화를 해서야 술에 취한 것을 알았어. 그래서 오늘 아침, 무조건 동명을 보러 가겠다고 해서 내가 같이 갔댔어. 동명이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깨어났는데, 우리가 온 것을 보고 몇 마디도 채 하지 않고 또다시 미라랑 싸우기 시작했어. 그러다 그 녀석 더 이상 지 어머니와 싸우기 싫은지 집에서 떠났어.”노진규은 당시 일을 회상하며 아들이 교통사고가 날 것을 알았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아내를 붙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자신이 아버지로서 아내를 말리지 못했기 때문에 와이프와 막내아들의 갈등이 점점 심해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미라는 또 하예진을 찾으러 가는 거냐고 물으면서 동명이가 나가겠다는 것을 막으려 했는데 동명이는 그냥 무시하고 차를 몰고 가버리더라고. 그 때문에 미라가 화가 나서 무작정 차를 몰고 동명의 뒤를 쫓아가게 됐어. 나도 따라가서 아들이랑 싸우지 말라고 달래봤어. 동명이는 이미 서른여섯 살이 되었으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우리는 부모로서 더 이상 그 아이를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너희도 알다시피 동명이는 원래 독립성이 강한 아이야. 가문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 우리가 동명이를 반대할수록 더욱 우리와 맞설 게 뻔했거든.”“...” “하지만 화가 난 미라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동명이는 우리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차의 속도를 계속해서 올려 끊임없이 다른 차를 추월했는데 차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에 대형 화물차와 추돌하고 만 거야. 당시 앞에는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었고, 대형 화물차는 속도를 줄여 정차하고 있었거든. 우리가 쫓지만 않았더라면 동명이도
그들은 노동명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를 지지하고 있었지만 하예진은 정말 재혼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고 노동명에 대해서도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윤미라가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보고 전태윤은 포기하라고 설득할 생각이었다.설사 하예진이 노동명의 구애에 동의한다고 해도 시어머니가 반대하는 한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한쪽은 가장 친한 친구이고, 다른 한쪽은 처형이라 전태윤도 중간에서 꽤 난처했다. 친구에게 포기하라고 설득하면 친구로서 지지해 주지도 않는다고 할 것 같았고 처형에게 친구의 마음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한다면 마치 처형을 자기 손으로 불구덩이에 빠뜨리는 것 같았다.전태윤은 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예전의 자신과 하예정 사이의 감정 문제보다도 더 까다롭다고 느꼈다.노동명이 하예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사고를 당했을 때였고, 지금은 그녀도 이미 회복되었지만 전후의 시간을 합해도 2,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노동명이 하예진에게 구애한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그녀를 감동하게 하기도 전에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되었다.그와 하예진의 미래에 대해 전태윤과 소정남은 여전이 낙관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거로 느꼈다.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으니 그의 성격상 하예진을 멀리할지도 모른다.어쩌면 두 사람은 아쉬움만 남게 될 인연일 수도 있다.“우리는 예진 씨가 동명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단지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걸. 그래서 한사코 동명이를 가로막았던 거야. 문제는 동명에게 있어.”하예진을 찾아서는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노동명을 사랑하지 않았고 여태까지 노동명이 일방적으로 하예진에게 구애하고 있었다.노진규는 또 한숨을 쉬었다.작은아들은 훌륭하지만 얼굴의 칼자국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그를 조폭 같다고 생각하며 감히 왕래하려 하지 못하고 있다.이따금 왕래를 시도하는 여자가 있어도 노동명의 신분과 재산에 눈독을 들인 것이었다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
여운초의 마음속은 일찌감치 벽돌로 높이 싸여져 그깟 소문으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명의 큰고모와 여운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씨 가문의 명성을 훼손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마무리로 지어졌다.전이진이 무조건 그녀 곁에 서서 영원히 그녀를 믿고 지켜주는데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맞아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소현의 험담을 하며 짖궂은 말들을 했잖아요. 근데 운초 씨도 소현이와 친해지고 보니 그 소문이 가짜인 걸 아셨죠?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쓰지 말아요. 다들 질투해서 그런거니까.”여운초도 맞장구쳤다.“네. 소현 씨를 질투하는 거죠. 소현 씨 헛소문도 엄청 많이 퍼졌잖아요.”다행히 성소현은 성격이 밝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남들은 단지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할 용기가 있는 것을 질투할 뿐이다.미혼인 전태윤은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이었지만 그녀들은 전태윤에게 구애할 자신이 없었다.성소현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고백하고 추구했다. 성소현이 전태윤을 따라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녀들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성소현의 험담을 하며 성소현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성소현를 비웃었는지 모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서로 맞서 싸우기를 바라고만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성소현은 소탈한 성격이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이내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 즉시 단념하고 이제는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 A시의 명문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다.예준하의 우수함은 관성의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다시 일고 있었다.“아가씨.”뒤에서 하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문가희와 여운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무슨
“감사합니다.”여운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양유미는 명해은에게 말을 건넸다.“해은 씨 며느리의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요. 당신 세 사람 모두 며느리가 생겼으니 행복하겠네요. 저는 며느리도 없고 사위도 없단 말이에요.”양유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바라보았다.막내아들은 아직 스무 살 남짓이 되어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장남과 딸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았다.양유미의 딸 문가희는 마침 성소현의 절친이었다.양유미는 사교성이 좋아서 이경혜뿐만 아니라 명해은 일행과도 너무 잘 어울려 다니면서도 두 가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문가희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방 남자는 적게 분투하고 빨리 출세하기 위해 다른 집 여자를 선택하고 문가희를 포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문가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분투하고 출세하기 쉬운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문가희가 실연당했을 때, 성소현은 종종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주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을 통해 문가희를 만났지만 만남 횟수가 적어서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문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 성소현도 당연히 초대받았지만, 성소현은 예준하와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난 문가희는 여운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었다.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침착한 표정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유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가요. 우리 방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가희야, 운초 씨를 잘 모셔.”양유미는 웃으며 사모님들을 집으안로 초대하고 딸 문가희에게는 여운초와 함께 얘기 좀 나누라고 분부했다. 문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문가희와 여운초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었다.문가희는 여운초가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
명해은은 곧 창문을 누르고 운전 기사에게 다시 계속해서 차를 몰아라고 분부했다.“어르신이 어린애 같다니까.”명해은이 중얼거렸다.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즐거우시면 됐죠. 할머니께서 매일 행복해하세요. 늘 인생은 불과 몇십 년밖에 없는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야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하곤 하세요.”명해은은 전씨 할머니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가 애초에 전씨 가문에 시집간 것은 남편과 마음이 맞은 것도 있었지만 시부모님의 인품과 전씨 가문의 가풍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이 가문에 시집오게 되었다.사실이 증명했다시피 명해은은 시집을 잘못 가지 않았다.그녀가 전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전혀 억울한 일이 없었다.시부모님은 아들보다 며느리들에게 더 잘해 주셨기 때문이다.심지어 며느리들이 아이를 낳아도 그들이 걱정할 필요 없이 시부모님이 직접 키워주셨다.전태윤 세대의 아홉 형제는 전지율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은 전부 전씨 할머니 부부께서 키우셨다.전지율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전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직 어린 아기였다.하지만 전지율도 그의 형들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못지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말씀이 맞은 것 같아요. 인생은 고난과 비바람으로 가득 차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죠. 하여 인생을 웃으면서 살아야만 무지개를 맞이할 수 있는걸요.”명해은은 한참 동안 여운초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손을 뻗어 운초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할머니께서 왜 널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모두 강인하고 인생의 비바람에 맞선다고 해도 웃으며 맞이할 사람들이다.오늘 밤 연회를 여는 그 사모님은 그녀가 사는 큰 별장에서 모이자고 약속했다.명해은 일행이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차량이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주인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들이 차량을 잘 세우도록 입구에 여러 사람을 배정했다.명해은의 차량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