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941 - Chapter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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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1화

“하하하, 하하하...”신유리는 부모님 사이에서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세 사람의 웃음소리에 옆 병실에 있던 조의찬이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눈을 뜨자마자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눈처럼 하얀 천장이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하얀 벽이었다. 게다가 그가 덮고 있는 이불마저 하얀색이었다.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갑자기 덮쳐왔고 그 순간 조의찬은 호흡이 멈춘 것만 같았다.호흡이 멈췄다고?그는 조용히 옆 병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의 아주 맑고 앳된 목소리였다.“아빠, 엄마,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저... 유치원 친구들이 보고 싶단 말이에요. 벌써 3일이나 유치원에 못 갔어요, 아빠.”신유리가 부소경의 배를 베고 편안한 얼굴로 묻자 부소경이 온화한 말투로 대답했다.“음... 사실 여기도 유리 집이야. 유리 외증조할아버지랑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친척들이 다 여기 계시잖아. 그러니까 여기도 유리 집이랑 마찬가지야.”그 말을 들은 순간 조의찬은 머리가 윙 했다.‘유리 할머니라면 내 외숙모잖아? 외숙모는 이미 죽었는데? 게다가 외숙모랑 외숙모의 부모, 그리고 언니까지 다 한 곳에 묻혀있잖아. 설마 나 지금 무덤 속에 있는 거야? 그리고 내가 목숨 걸고 살린 조카딸도...’끝없는 아픔이 그의 마음을 덮쳤다.옆 병실의 대화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신유리는 마치 어른처럼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더니 엄청 중요한 결정이라도 내린 듯 진지하게 말했다.“알았어요! 사실 친구들이 엄청 보고 싶은 건 아니에요.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다고. 엄마 아빠랑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유리는 어디 있어도 행복해요. 평생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언젠가는 꼭 만날 거라고 생각해요.”딸의 서글픈 목소리에 부소경이 피식 웃었다. 평소 부소경이 웃는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특히 가성섬에 오고 나서 연속 이틀 어머니에 대한 그 어떤 소식도 찾지 못해 무척이나 초조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딸의 천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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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화들짝 놀란 신유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신세희와 부소경의 시선이 동시에 옆 병실로 향했다.어제 오후 의사가 조의찬이 오늘 아침에 깨어날 것이라고 했다.두 사람은 바로 침대에서 내려 유리의 손을 잡고 옆 병실로 들어갔다. 조의찬이 병실 침대에 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는 것이었다.세 사람이 앞으로 다가와도 조의찬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부소경에게 말했다.“형, 나... 그냥 이렇게 죽었어? 아직 장가도 못 갔단 말이야. 나도 신세희 씨처럼 정 많고 의리 있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그리고 난 아이도 없는데... 형네 가족은 영원히 함께하겠지만 난? 엉엉... 아직 다 살지 못했다고. 죽기 싫어!”그러자 부소경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형수한테 다른 마음을 품었다간 지금 당장 죽여버린다?”조의찬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형,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아직 안 죽었다고?”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슴 쪽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으악... 아파, 너무 아파! 내 상처...”‘아프네? 왜 아프지? 그렇다면...’조의찬이 고개를 들고 놀란 토끼 눈으로 부소경과 신세희를 쳐다보았다.“나... 나 아직 살아있어? 여기... 여긴 무덤도 아니고 천당도 아니야. 그럼 여긴...”“병원이에요.”신세희가 이불을 정리하며 말했다.“어제부터 계속 혼수상태였어요. 물론 약물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인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짜 칼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더라면 심장을 찌를 뻔했대요. 의찬 씨 정말 운이 좋았어요.”조의찬이 말했다.“정... 정말 신세희 씨예요?”“형수님이라고 불러!”“형수님이라고 불러요!”“형수님이라고 불러요!”세 식구가 이구동성으로 호통치자 조의찬이 바로 호칭을 바꾸었다.“형... 형수님.”신세희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의찬 씨, 이젠 나한테 신세 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유리 목숨을 구해줬잖아요. 만약 의찬 씨 아니었으면 우리 유리...”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신유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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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신유리가 조의찬을 보며 방긋 웃자 조의찬도 웃음으로 답했다.지금 이 순간처럼 마음이 편안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나도 편했고 또 너무도 따뜻했다. 돌덩이가 있는 것처럼 무거웠던 마음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그는 막대 사탕을 먹으며 말했다.“유리가 다치지 않고 건강한 걸 보니까 삼촌은 더 바랄 게 없어. 우리 유리 정말 귀여워 죽겠어. 삼촌한테 유리처럼 귀여운 조카가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신유리는 발끝을 들고 조의찬의 코끝을 비벼대더니 방긋 웃었다.“유리도 삼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유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많아지잖아요.”신유리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이는 조의찬 삼촌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고작 여섯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지만 어제 조의찬 삼촌이 아니었더라면 아빠와 엄마를 영영 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비록 조의찬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행동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유리는 조의찬 같은 삼촌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신유리는 그냥 해 본 말이었지만 조의찬과 부소경, 그리고 신세희는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움찔했다. 사실 아이에게는 삼촌, 큰아버지 등 가족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부소경은 엄숙한 표정으로 조의찬을 보며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지금 좀 어때?”조의찬이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아프긴 한데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 의사 선생님도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잖아. 빠르면 요 며칠 퇴원할 수도 있겠어.”그러자 부소경이 말했다.“버틸 수 있으면 가성섬을 떠나 남성으로 가는 건 어때? 남성의 의료 수준이 가성섬보다 훨씬 낫거든.”조의찬이 진지하게 물었다.“형, 가성섬의 일은 어떻게 됐어?”“원래는 이렇게나 빨리 잡아두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속전속결로 해야겠어. 다 해결한 다음에 남성으로 가자.”부소경이 말했다.“고마워, 형.”조의찬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부소경을 보았다. 이번에 칼을 맞고 신유리의 목숨을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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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부소경은 반호경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길을 안내하는 게 좋겠어. 군주 저택은 나보다 네가 더 익숙할 테니까.”반호경이 그를 안내했다.“안으로 들어갑시다!”그 모습에 신세희는 순간 멍해졌다. 이런 상황에 반호경이 이렇게나 침착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신세희와 신유리 모두 꿈쩍도 하지 않자 반호경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왜? 어제랑 그저께 우리 집에 있을 땐 전혀 겁먹지 않더니 당신 남편이 군주 저택을 물샐틈없이 포위하니까 오히려 내가 두려워졌어?”신세희가 입술을 꽉 깨물고 뭔가 얘기하려는데 신유리가 먼저 가로챘다.“호경 아저씨.”신유리의 부름에 신세희와 부소경 모두 할 말을 잃었고 가장 놀란 건 반호경이었다.그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감동 어린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물었다.“유리야, 너... 너 방금 뭐라고 불렀어?”신유리는 반호경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호경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유리한테 잘해주잖아요, 말도 태워주고. 좋은 아저씨니까 앞으로는 나쁜 아저씨라 부르지 않을게요.”반호경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고개를 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신유리에게 말했다.“우리 착한 유리, 나중에 기회 되면 아저씨가 또 말 태워줄게. 아저씨 눈엔 우리 유리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뻐.”신유리가 까르르 웃으며 물었다.“제가 두 번째로 예쁘면 첫 번째는 누구예요?”“첫 번째는 당연히 유리 엄마지!”반호경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아저씨 눈엔 유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뻐. 유리 엄마의 미모를 따라올 자가 없어!”이 말은 신세희를 칭찬하는 동시에 신유리의 기분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소경에게 던진 겁 없는 도전이기도 했다.신세희는 말문이 막혀버렸고 민망함에 고개를 돌려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부소경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반호경의 도전 따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반호경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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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부소경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관여하지 않을게. 어쨌거나 너의 자유니까. 하지만 내 와이프랑 딸한테 조금이라도 해를 가한다면 목이 잘려 나갈 줄 알아. 반호경, 내가 왜 먼저 너의 집으로 가겠다고 길을 안내하라고 했는지 알아? 그저 단순히 내 와이프와 딸을 보살펴줬기 때문이야.”반호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기분이 말이 아니게 다운되었다.서울의 구씨 집안에 무기와 병력까지 빌려오면서 가성섬 전체가 충분한 준비를 마쳤지만 그 결과 아무런 쓸모가 없었고 오히려 부소경은 힘도 들이지 않고 군주 저택 전체를 물샐틈없이 포위했다.지금 이 순간 반호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소경은 마치 뒤통수에 눈이 달린 듯 싸늘하게 말했다.“길 안내하라고! 나한테 합당한 이유를 얘기한다면 널 죽이지 않을 수도 있어!”반호경이 말했다.“알았어! 길 안내해주면 되잖아!”반호경이 맨 앞에서 걸어갔고 부소경은 신세희와 신유리의 손을 잡고 마치 공원을 산책하듯 군주 저택 안을 유유히 걸어 다녔다.군주 저택 안을 거닐던 중 만나는 사람마다 부소경과 신세희, 그리고 공주님 신유리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그 모습에 반호경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잠시 후, 그들은 반호경이 지내는 동원에 도착했다. 그들을 거실로 안내한 반호경은 메인 자리에 앉았고 그 옆으로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얼핏 보면 정말로 반호경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가서 반호석 군주를 모셔와.”부소경이 맞은 편에 서 있는 용병에게 말했다.“네, 대표님!”용병은 몸에 총을 지닌 채 달려 나갔다.“용병들이 있어 참 든든하겠어.”반호경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부소경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하기만 했다.“용병들은 나의 자랑이야. 난 열몇 살에 해외에 나갔어. 해외에 있는 동안 다른 건 별다른 성과가 없어도 내가 공들인 용병들은 그야말로 실력이 손꼽힐 정도야. 작은 가성섬은 물론이고 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용맹하고 싸움에 능한 존재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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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하하하! 저기 저 못난이가 또 왔어요.”바로 그때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신유리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달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임서아였다.아직도 머리에 흰 테이프를 칭칭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못난이였다. 게다가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데다가 얼굴에는 핏기라곤 없어 그야말로 처녀 귀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임서아는 신유리가 못난이라고 하든 처녀 귀신이라고 하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확인하고 싶은 건 단지 부소경이 정말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남성까지 무사하게 보내줄 것인지였다.이건 조금 전에 외할아버지가 전화로 알려준 것이었다.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부소경을 외할아버지가 해결했다는 사실에 임서아는 속으로 무척이나 뿌듯했다. 그녀는 신유리의 비웃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쭐거리며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부소경이 고개를 들고 임서아를 힐끗 보더니 밖에 서 있는 용병에게 덤덤하게 말했다.“이 여자 당장 내쫓아. 한 번 더 내 눈앞에 나타났다간 사지를 찢어버릴 줄 알아!”임서아가 이를 갈았다.“소경 오빠...”“서씨 집안 어르신이랑 너희 식구를 산 채로 남성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팔다리를 무사하게 남겨두겠다고는 약속하지 않았어.”“꺼질게요... 당장 꺼지겠습니다...”임서아는 겁에 질린 나머지 엉엉 울며 허둥지둥 달려 나갔다.“하하하... 저러다 바지에 지리겠어요.”신유리의 웃음에 반명선도 몰래 웃었다. 가뜩이나 납작한 콧구멍이 더 크게 벌어졌다. 반명선이 신유리를 보며 활짝 웃자 신유리도 웃음으로 답했다.반명선이 입을 열었다.“꼬마야, 언니 콧구멍 신기하고 귀엽지?”반명선은 학교에서도 두려운 게 없었다. 그녀는 부모님의 방법을 대놓고 비웃었다. 어차피 곧 죽겠는데 뭐가 두렵겠는가!신유리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응, 언니 콧구멍이 크고 예뻐. 만약 콧구멍 양쪽에 코 피어싱하면 더 이쁠 것 같아.”“언니랑 같은 생각 했네!”반명선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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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하지만 하씨 집안은 동의하지 않았다.그렇게 이익의 충돌이 심해진 데다가 하씨 집안의 세력까지 미미한 바람에 결국 몽땅 내쫓기고 말았다. 이렇듯 비즈니스계에서 서로 물고 뜯기는 현상은 늘 있는 일이었다.그리고 20년 후, 하씨 집안의 딸은 부씨 집안 남자의 첩이 되었다. 이게 바로 남성의 부씨 집안과 가성섬 하씨 집안 사이의 원한이다.하씨 집안의 외손자이자 부씨 집안의 손자인 부소경은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세상을 떠난 사람은 이미 떠났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섬에서 외갓집을 다시 보수하여 그들을 모시는 것이었다.그리고 부씨 집안에 대한 하씨 집안의 원한은 부소경이 부씨 집안 사람을 거의 다 멸하여 지금 남은 사람은 그와 그의 아버지, 그리고 딸밖에 없다. 이젠 더 멸하려 해도 멸할 사람이 없다.“내 어머니를 알고 있어?”부소경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호석이 고개를 들고 생각했다.“하씨 집안의 가장 어린 공주님 말씀입니까?”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반호석은 아무 말이 없었다.사실 그는 하숙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 부씨 집안의 부성웅의 세력이 엄청난 바람에 그와 같은 우두머리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대표님 어머님께서 그때 부성웅 대표님을 무척이나 사랑하셨어요. 두 분이 서로 사랑한다는데 우리도...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게다가 그때 저는 열몇 살밖에 되지 않았고요.”반호석이 말했다.“너 그때 몇 살이었어?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 어머니가 어떤 비밀과 아쉬움을 갖고 이 가성섬에 남았는지 모른단 뜻이야?”부소경이 묻자 반호석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전 정말 몰라요. 정말이에요!”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서씨 집안 어르신밖에 없는 듯싶다.“나가!”부소경이 말했다.“대... 대표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반호석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나가라고!”부소경이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다.“그... 그럼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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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줄곧 말이 별로 없던 부소경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이 땅은 원래 우리 외가 것이었어. 외가 쪽에서 대대로 이곳을 관리했었거든. 비록 그리 발전하진 못했어도 인심 좋고 평안히 살 수 있는 그런 곳이었어. 그런데 나중에 부씨 집안에서 이곳의 평화를 깨뜨리는 바람에 우리 외가 일가가 죽임을 당했고 어머니도 한을 머금은 채 눈을 감으셨어. 내가 성이 부씨긴 하지만 하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어. 난 이곳에 내가 원하는 걸 가지러 왔어. 그러니 어찌 주민들에게 전란의 고통을 가져다줄 수 있겠어?”그의 말에 신세희는 부소경을 꼭 끌어안았다.“여보...”부소경이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난 열몇 살에 해외에서 방랑하면서 이미 나의 계획을 시작했어. 점차 용병을 끌어모으면서 실력을 키웠고 세계 곳곳에 용병들을 배치했지. 반호경, 그 방법을 내가 굳이 말해야 알아? 그 용병들은 전부 다 산전수전을 겪고 싸움에 능한 자들이야. 내가 아무렇게나 수만 명을 움직여도 이 섬 하나쯤은 쉽게 점령할 수 있다고. 너랑 네 형 반호석은 내가 언제부터 용병들을 가성섬에 들였는지도 모르더라. 내가 6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냈을 것 같아?”“난 천천히 침투한 거였어. 목적은 단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싶지 않아서. 서울의 구성훈과 서씨 집안 어르신이 너희들한테 재력, 무력, 무기를 줬지만 사실 이 가성섬에 들어온 순간부터 내 주머니 속에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야. 그 사람들이 너희들한테 많이 줄수록 내가 더 많이 벌 거든. 그리고 내가 지금 이때 가성섬에 온 건 구성훈이 더는 가성섬에 무력을 제공할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이젠 한계가 왔거든. 그래서 마무리하려고.”그의 얘기를 듣고 있던 반호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6년 전부터 부소경은 이미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부소경이 직접 가성섬에 오지 않아도 가성섬은 이미 부소경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반호경과 그의 어리석은 큰형은 승산이 있는 줄 알고 끊임없이 구씨 집안에 도움을 청했고 임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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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부소경! 너만 열몇 살 때 외국으로 쫓겨나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 줄 알아? 나도 쫓겨났었어.”반호경이 구슬픈 눈빛으로 부소경을 보았다.“네가 외국에 있을 때 너의 아버지는 적어도 생활비 걱정은 안 하게 했잖아. 게다가 너의 어머니는 외국에서도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건축사였지. 넌 비록 유배됐지만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고 인간관계를 만들 여윳돈까지 많았어. 하지만 나는?”부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반호경이 더는 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에게 하소연하는 것만 같았다.“나는 아무것도 없었어! 나는 나의 상업적 감각과 독함으로 일어서야 했어. 지금 군주 저택의 동원에 살면서 큰형한테 큰소리 떵떵 칠 수 있는 건 큰형한테 2천억이나 되는 경비를 대줬기 때문이야. 2천억! 2천억으로 가성섬에서 공중 화원이 딸린 별장을 충분히 지을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왜 군주 저택에서 남의 도움을 받는지 알아? 큰형이 가여워 보여서 그랬어! 무능하고 큰일을 못 하는 사람이니까!”그러고는 부소경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부소경, 네가 좋아하는 여자뿐만 아니라 공주님까지도 난 다 좋아해! 난 너보다 세희한테 더 잘해줄 자신이 있다고! 넌 가성섬에 오자마자 두 모녀를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난 달라! 나 반호경이 네 손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말은 꼭 해야겠어! 난 세희를 사랑하고 유리도 사랑해!”신세희는 할 말을 잃었고 신유리가 한마디 했다.“아저씨, 무섭게 이러지 말아요...”신유리의 앙증맞은 목소리에 반호경의 표정이 바로 온화해졌다.“미안해, 미안해, 우리 공주님. 유리가 아직 어린이라는 걸 아저씨가 까먹었어. 어린이 앞에서 이런 무서운 얘기 하는 거 아닌데. 아저씨가 미안해. 무서워하지 마.”“안 무서워요!”신유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센 아빠예요. 아빠가 저랑 엄마를 지켜줘서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신유리가 계속하여 반호경에게 물었다.“아저씨, 아저씨는 제 친구 맞아요?”“당연하지!”“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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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세 사람이 얼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있던 그때 머리 위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소경! 일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아. 네가 진작 가성섬 전체를 꽉 잡고 있었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만 군주 저택으로 들어온 그 날부터 난 나의 퇴로를 남겨두었어. 이 길은 해저 터널로 연결된 비밀 통로고 나밖에 몰라. 이건 나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탈출구야! 난 절대 너한테 무릎 꿇지 않아! 영원히!”반호경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사라졌다.부소경은 용병들에게 비밀 통로를 조사하라고 명을 내렸다. 잠시 후 그들은 비밀 통로를 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십여 명의 용병들이 자책하며 부소경에게 말했다.“대표님, 이건 저희 잘못입니다. 저택에 그렇게나 오랜 시간 잠입했는데도 반호경이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들었다는 걸 몰랐다니... 6년 동안 이 장치에 한 번도 손대지 않더라고요.”부소경이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그냥 도망가게 내버려 둬.”사실 그는 반씨 집안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부소경이 원한은 반드시 갚는 사람이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설령 사오십 년 전에 부씨, 반씨, 하씨 집안의 원한이 깊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 세대 앞선 어른들의 일이고 게다가 모두 숨을 거두었다. 반씨 집안의 사형제 중에 이미 둘이나 죽었고 나머지 두 형제는 부소경과 신세희, 그리고 신유리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기에 부소경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반호경이 굴복하지 않고 도망가는 모습에 부소경은 마치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도 전에는 독한 사람이었고 절대 남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지금 반호경도 그처럼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았다.그 순간 부소경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반호경에게 뭔가 유대감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넋이 나간 표정의 신세희와 신유리를 보았다.“무서워하지 마.”부소경이 신유리를 번쩍 안아 들었다.“저 아저씨가 좋아?”그러자 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저 아저씨는 나쁜 아저씨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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