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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세 사람이 얼이 나간 것처럼 멍하니 있던 그때 머리 위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소경! 일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아. 네가 진작 가성섬 전체를 꽉 잡고 있었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만 군주 저택으로 들어온 그 날부터 난 나의 퇴로를 남겨두었어. 이 길은 해저 터널로 연결된 비밀 통로고 나밖에 몰라. 이건 나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탈출구야! 난 절대 너한테 무릎 꿇지 않아! 영원히!”

반호경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사라졌다.

부소경은 용병들에게 비밀 통로를 조사하라고 명을 내렸다. 잠시 후 그들은 비밀 통로를 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십여 명의 용병들이 자책하며 부소경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건 저희 잘못입니다. 저택에 그렇게나 오랜 시간 잠입했는데도 반호경이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들었다는 걸 몰랐다니... 6년 동안 이 장치에 한 번도 손대지 않더라고요.”

부소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그냥 도망가게 내버려 둬.”

사실 그는 반씨 집안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부소경이 원한은 반드시 갚는 사람이긴 하지만 무고한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설령 사오십 년 전에 부씨, 반씨, 하씨 집안의 원한이 깊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 세대 앞선 어른들의 일이고 게다가 모두 숨을 거두었다. 반씨 집안의 사형제 중에 이미 둘이나 죽었고 나머지 두 형제는 부소경과 신세희, 그리고 신유리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기에 부소경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반호경이 굴복하지 않고 도망가는 모습에 부소경은 마치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도 전에는 독한 사람이었고 절대 남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지금 반호경도 그처럼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 순간 부소경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반호경에게 뭔가 유대감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넋이 나간 표정의 신세희와 신유리를 보았다.

“무서워하지 마.”

부소경이 신유리를 번쩍 안아 들었다.

“저 아저씨가 좋아?”

그러자 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저 아저씨는 나쁜 아저씨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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