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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부소경은 반호경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길을 안내하는 게 좋겠어. 군주 저택은 나보다 네가 더 익숙할 테니까.”

반호경이 그를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 모습에 신세희는 순간 멍해졌다. 이런 상황에 반호경이 이렇게나 침착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신세희와 신유리 모두 꿈쩍도 하지 않자 반호경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왜? 어제랑 그저께 우리 집에 있을 땐 전혀 겁먹지 않더니 당신 남편이 군주 저택을 물샐틈없이 포위하니까 오히려 내가 두려워졌어?”

신세희가 입술을 꽉 깨물고 뭔가 얘기하려는데 신유리가 먼저 가로챘다.

“호경 아저씨.”

신유리의 부름에 신세희와 부소경 모두 할 말을 잃었고 가장 놀란 건 반호경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감동 어린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물었다.

“유리야, 너... 너 방금 뭐라고 불렀어?”

신유리는 반호경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호경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유리한테 잘해주잖아요, 말도 태워주고. 좋은 아저씨니까 앞으로는 나쁜 아저씨라 부르지 않을게요.”

반호경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고개를 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신유리에게 말했다.

“우리 착한 유리, 나중에 기회 되면 아저씨가 또 말 태워줄게. 아저씨 눈엔 우리 유리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뻐.”

신유리가 까르르 웃으며 물었다.

“제가 두 번째로 예쁘면 첫 번째는 누구예요?”

“첫 번째는 당연히 유리 엄마지!”

반호경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

“아저씨 눈엔 유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뻐. 유리 엄마의 미모를 따라올 자가 없어!”

이 말은 신세희를 칭찬하는 동시에 신유리의 기분을 어르고 달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소경에게 던진 겁 없는 도전이기도 했다.

신세희는 말문이 막혀버렸고 민망함에 고개를 돌려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부소경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반호경의 도전 따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반호경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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