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이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버지, 일단 잡초부터 정리해요.”반준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장갑을 끼고 무덤 주위의 잡초를 정리했다. 강성연도 곁에서 열심히 도왔다.30분 후, 무덤 주위를 덮고 있던 잡초가 깨끗이 제거되었다. 반준성은 새로 사 온 흰 장미 꽃다발을 비석 앞에 내려놓았다. 그 옆에는 그녀가 생전에 좋아했던 과일로만 선별한 과일 바구니도 같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반준성은 곧바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무덤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반지훈과 강성연은 그를 방해하지 않고 먼저 내려와 먼 곳에서 그를 바라보았다.“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도 아버지께서는 지금까지 어머님을 잊지 못하게 계시네요. 두 분 예전에 엄청 서로를 사랑했겠죠?”반진훈이 강성연을 품에 안았다.“내게 기억이란 게 생겼을 때부터 두 사람은 항상 사이가 좋았어. 할아버지 말씀처럼, 아버지의 약점이 곧 어머니셨거든. 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 모두 자기 여자한테 꼼짝 못 하는 타입이셨지.”강성연이 가볍게 웃었다.“그분은 지금도 여자한테 지는 걸 억울해 하시지 않나요?”반지훈도 함께 웃었다.“그럴지도.”반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연아, 만약 나중에 내가 먼저 네 곁을 떠나게 되면 넌 어떡할 거야?”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가 소리 내어 웃었다.“그럼 다른 남자 찾아야죠, 뭐.”그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대답이 이렇게 빨라?”그녀가 반지훈을 마주 보며 눈을 깜빡였다.“당신이 갈 때쯤이면 한… 칠, 팔 십은 되었을 텐데 할머니가 되어서 몇 년 동안만 더 놀다가 당신 찾으러 가면 안 돼요?”그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것도 그러네.”강성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사람 생이 길면 얼마나 길겠어요. 이제 아이들도 컸고 손주도 생겼는데 될 대로 되라죠. 뭐 하러 그런 걸 걱정해요? 우리는 그냥 지금처럼만 쭉 함께 살아요.”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잡으며 그녀에게 몸을 기댔다.…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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