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2621 - 챕터 2630

2771 챕터

제2621화

남자가 이를 악물더니 시월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그러자 시월이 여유롭게 주먹을 피하더니 곧바로 훅을 날려 남자를 점점 뒤로 몰아붙였다. 남자는 자신이 전혀 여자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도망치려 돌아섰다. 하지만 곧바로 허리에 꽂힌 킥에 맞아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시월이 남자의 등을 밟더니 목덜미를 잡아올렸다.“눈이 삐었어? 감히 내 지갑을 다 도둑질하다니! 진짜 죽을라고!”그녀의 주먹이 다시 한 번 남자의 얼굴에 꽂혔다.겨우 그녀를 따라잡은 동훈은 눈앞에서 여자가 잔인하게 남자를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흉악한 모습에 동훈은 그 자리에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시월을 볼 때마다 자동으로 생성되었던 필터가 산산이 깨져버린 순간이었다.한편, 차량 한 대가 도장 입구에 정차되었다. 남우가 반재언과 함께 차에서 내린 후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제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씨 가문의 큰 도련님까지 왔다고?두 사람 외에 호형과 하준도 몇 박스나 되는 술을 들고 왔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재료를 사러 갔던 시월과 동훈이 한 사람씩 도장 안으로 들어왔다. 떠나기 전만 해도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던 동훈의 표정이 김빠진 고무풍선 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꽤나 많은 인원이 함께 모이다 보니 테이블 세 개를 붙여야 겨우 앉을 수 있었다. 가마도 양측으로 두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기다란 상에 샤브샤브에 필요한 고기나 해물, 야채가 한가득 올라왔다.남우의 곁에 앉은 반재언은 좀처럼 먹지를 않았다. 그의 앞접시에 놓인 야채도 전부 남우가 대신 짚어준 것들이었다.“체면 차리지 말고 많이 먹어.”반재언이 피식 웃더니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한입 맛보았다.그때 하준이 물었다.“누님, 이쪽 도련님과는 언제 결혼식을 올리세요? 당연히 저희들도 불러 주실 거죠?”종언이 그들을 쳐다보았다.당황한 남우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앉아만 있자 시월이 먼저 말을 꺼냈다.“스
더 보기

제2622화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남우가 반재언 쪽으로 몸을 바싹 들이대며 물었다.“아까 종언이랑 무슨 말 했어?”반재언이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웃기 시작했다.“우리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고 했지.”“참석한대?”“응, 한대.”남우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참지 못하고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했다.“난 또 둘이 말다툼이라도 하는 줄 알았어.”반재언이 그녀의 손을 입가에 가져가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몸 싸움을 할 걱정은 안 했어?”그녀가 정색하며 말했다.“설에 몸싸움을 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몸싸움을 하는 건 너무 창피하잖아.”그가 소리 내어 웃었다.“우리 남우도 철들었네. 이런 말을 다 하고.”남우가 멈칫거리더니 그에게 잡혀있던 손을 빼냈다.“너 지금 나 돌려 깐 거지? 너 집에 가서 봐!”그때 반재언의 휴대폰이 울렸다. 소찬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재언 형,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나와서 놀아야지. 골드 룸살롱에 혼혈 미녀들이 새로 들어왔는데 정말 끝내줘!”남우가 그의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걸 확인한 반재언이 주저 않고 대답했다.“안 가. 집에서 내 와이프랑 있을래.”그가 전화를 끊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가고 싶어?”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나도 갈 수 있어?”“당연히 아니.”“어차피 이대로 집에 돌아가도 따로 할 일 없잖아. 미녀들 만나러 가자~”반재언이 그녀의 턱을 붙잡고 말했다.“나로는 부족한 거야?”남우가 그를 밀어냈다.“내가 어쩌다 이렇게 넓은 아량을 베풀어 네가 합법적으로 미녀를 볼 수 있게 해준 다는데. 싫어?”그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 혼자 간다면 고려해 볼만하지.”남우는 차 안에 기사님이 있는 것도 고려하지 않고 곧바로 반재언을 향해 달려들었다.“반재언!”…골드 룸살롱.소찬은 술잔을 들고 바 테이블에 앉아 미녀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술을 들이키는 그때 짙은 화장을 한 여자
더 보기

제2623화

이 여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몸에 두드러기라도 나는 건가?조민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더니 진지하게 대답했다.“지난번은 사고 같은 거였어요. 오늘은 그 정도로 안 마실 거예요.”조민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혼자예요?”“그럼 혼자지, 내가 둘로 보입니까? 근데, 그쪽 지금 내 친구 몸 위에 앉았어요.”소찬이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조민이 자신이 앉은 자리를 둘러보았다.“제가 당신 친구 몸 위에 앉았다고요?”소찬이 자기 잔에 술을 따르더니 씩 미소 지었다. 순간 그녀를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그래요. 알고 싶어요?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오늘 밤 쉽게 잠들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조민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점점 더 호기심이 생기는 데요?”소찬은 그녀가 전혀 동요하지 않자 쯧 하고 혀를 찼다.“지금 엄청 센척하나 본데, 궁금하다면 알려줄게요. 얼마 전에 제 친구가 옥상에서 뛰어내렸거든요. 아주 처참한 몰골로 죽어버렸죠. 머리가 다 으스러졌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바로 그 친구가 앉아있는 자리에 앉아있어요. 지금 엄청 불쾌해 하고 있는데.조심해요. 이따 당신이 잠들었을 때 당신 침대 머리맡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으면 곤란할 테니까요.”그는 당연히 그녀가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오히려 조민이 웃으며 말했다.“공포 이야기도 할 줄 알아요?”“…”조민이 술잔을 내려놓았다.“당신 친구는 왜 뛰어내렸대요? 사람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다고. 어차피 마지막엔 다 죽을 텐데, 뭐 하러 그렇게 빨리 가려고 했을까요?”소찬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그 말을 정말로 믿었다니!근데 문제는 전혀 겁을 먹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그가 자신의 잔에 술을 한잔 더 따르며 물었다. “무섭지 않았어요?”“뭐가 무서워요.”조민이 그를 바라보았다.“십 년 전에 그런 공포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때는 진짜 무서웠는데, 십 년이 지나니까 그 마음도 무뎌지네요. 그리고 죽은 사
더 보기

제2624화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네가 가고 싶다면 같이 가줄게.”반재언이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기댔다.남우가 돌아서서 반재언을 마주 보며 물었다. “지난번에는 S 국에 같이 가자며?”그러자 그가 멈칫했다. “가고 싶어?”“네가 그랬잖아. 네 친구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내가 네 친구들 만나는 거 선 넘는 건 아니지?”그가 실눈을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확실히 내 친구들만 만나보고 싶은 거 맞아?”남우가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넌 스카이 섬 사람들을 다 만나 봤잖아. 나만 파라다이스 사람들을 몰라. 반씨 집안 큰 도련님인 반재언의 와이프로서 성의를 표해야 하지 않겠어?”반재언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를 훑었다.“알았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더니 침대로 향했다.고작 열한 시 밖에 안 되었는데 거리는 제법 한적했다. 대부분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오직 차량 몇 대만이 다리 밑으로 오고 가고 있었다.“봤죠? 저 오늘은 안 취한 다니까요.”차에 앉은 조민이 창문을 내렸다.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니 어쩐지 정신이 바짝 드는 것만 같았다.옆에 앉은 소찬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고작 취하지 않은 걸로 뭘 그렇게 우쭐거려요?”조민이 그를 돌아보았다.“그러고 보니 저 아직 그쪽 이름도 모르네요.”소찬이 대답했다.“알 필요 없잖아요. 어차피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텐데.”그녀가 몇 초간 멈칫거리더니 그에게 되물었다.“만약 다음에 또 만나게 된다면요?”소찬이 태연하게 대답했다.“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제 이름 알려줄게요. 물론 저는 그런 허황한 우연 같은 걸 믿지 않지만요.”서울은 제법 큰 도시였다. 그는 이렇게 커다란 곳에서 연락처도 모르고 아무런 접전도 없는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그런 꿈같은 일을 믿지 않았다.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차는 곧 조민의 집에 도착했다. 거실 불이 여태 켜져 있는 걸
더 보기

제2625화

민서율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최근 몇 년 사이에 넌 수많은 여자들을 만났었어. 그리고 지금의 강라라에 이르렀지. 하지만 아무리 그 여자가 강유이와 비슷한 얼굴이었다고 해도, 어떻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너를 그렇게까지 뒤흔들 수 있는 거야?”조민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순간 자신이 십 년 동안 간직해온 마음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 민서율을 좋아했을 때, 민서율이 지고지순하게 강유이만을 사랑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때의 그는 강유이를 위해 묵묵히 뭐든 해주는 사람이었다.때문에 민서율은 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강유이가 결혼한 걸 알고 민서율이 한동안 침울해 있었을 때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이 그의 곁에 있어주었다. 그녀는 그의 곁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감싸주었었다.그때의 민서율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그녀는 믿었다. 언젠가는 그가 자신의 헌신을 알아줄 것이라고.하지만 그 결과는?그 믿음의 결과는 민서율이 부단히 여자친구를 바꿔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민서율은 그녀에게 우리 둘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절만을 남겼다.그 뒤로 그는 강라라를 만났다. 강라라와는 전에 만났던 여자들보다 제법 오랜 시간 만남을 이어왔다. 이유는 뻔했다. 강라라가 강유이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어느새부터인가 강유이의 스타일까지 따라 하고 있었다.민서율은 그녀가 강유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강라라와의 교제를 선택했다. 그는 그 대체품 때문에 알고 지낸 지 십 년이 넘는 친구까지 배신했다.민서율이 조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나를 좋아해서 강라라의 존재가 불만인 거야? 근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던 건데?”조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갑자기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너,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왜 그렇게까지 나를 관심했겠어. 내 곁에까지 남아주면서.”그녀는 순간 가슴이 너무 옥죄어와 울고만 싶었다. 이미 상처 날 만큼 상
더 보기

제2626화

선희수도 진작 아들과 조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었다. 거기다가 아들은 최근 웬 여우 같은 여자한테 홀린 상태였다. 그녀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서율이는 요즘 집도 자주 안 들어오고 있어요. 매일 밖으로만 나돌고… 에휴, 여자 하나 때문에 그 지경까지 되다니.”민준혁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됐어. 본인 스스로 한 선택이니까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우리가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야.”선희수는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그래도 난 민이가 우리 집 며느리로 들어올 걸 기대했었는데..”그러자 조민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두 아이가 이어지지 않아도 집안끼리의 연은 끊기지 않으니까요.”…영국, 블루 마운틴 저택.강유이는 커다란 배를 끌어안고 정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장미에 물을 주며 봄이 될 때 예쁘게 피어나길 기도했다.한태군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물뿌리개를 대신 들어주었다.“더 쉬어라고 했잖아.”그녀가 입술을 삐쭉거렸다.“나 매일 앉아있지 않으면 먹고 잠들기만 반복해. 이러다 몸에 사리가 나올 것 같아.”한태군이 미소 지으며 그녀를 대신해 꽃에 물을 주었다.“조금만 더 참아. 아이가 태어나면 다 괜찮아질 테니까.”“말이 쉽지. 오빠가 낳아 봐!”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내가 낳을 수 있으면 기꺼이 낳았을 거야.”강유이가 손바닥으로 배를 쓰다듬었다.“여기 있는 쌍둥이들 말이야. 남자아이일까, 여자아이일까?”한태군이 물뿌리개를 내려놓더니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배에 귀를 가져다 댔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나 방금 들었어.”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뭘 들었는데?”한태군이 소리 내어 웃었다.“말썽꾸러기 아들놈 하나랑 예쁜 공주님 하나라는거.”강유이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확신해?”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강유이의 어깨를 감싸며 집안으로 향했다.“어차피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니까, 한 명씩 맞추면 되지. 아들 하나 딸 하나면
더 보기

제2627화

한 남자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혹시 조민 씨 되시나요?”조민이 고개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아버지가 마련해 준 맞선 상대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때문에 그녀는 혼자 밥만 먹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국 그 상대가 도착한 모양이었다.그녀가 미소 지었다.“네 맞아요. 앉으세요.”남자가 자리에 앉으며 테이블에 세팅된 음식을 확인했다.조민이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아무래도 설 연휴다 보니 이해는 하는데 30분이나 지나도 안 오셔서 저는 안 오실 거라 생각했거든요.”남자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가 반 시간이나 지각했다는 걸 돌려 말하고 있었다.“일 때문에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참, 조민 씨는 외국에서 통역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그녀는 젓가락을 놓지 않고 대답했다.“네 맞아요. 설 연휴가 지나면 다시 그쪽으로 돌아갈지 말지 고민 중이에요.”남자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걸려있었다.“또 외국에 나가실 생각인가요?”“상황 봐서요.”그렇게 대답한 조민이 고개를 들며 남자를 바라보았다.“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일 때문에 외국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국내에 계속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유현성 씨.”유현성이 멈칫거렸다.조민이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그쪽만 괜찮다면 저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비록 결혼 후 재산이 부부 공동 재산이라고 하지만 저는 독립적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싶거든요. 그쪽이 번 돈은 그쪽이 관리하고, 제가 번 돈은 제가 직접 관리하는 거죠.아이 문제는 일단 저는 지금은 아이를 일찍 낳을 생각이 없어요. 앞으로 몇 년간 제 생활이 조금 안정되면 그때 가질 생각이에요. 물론 아이를 낳은 후에는 베이비시터가 봐줘야 하고요. 제 일에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깐요.”“잠깐만요…”유현성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말을 끊었다.“우리 이제 만난 지 몇 분밖에 안 되었는데 다짜고짜 결혼부터 꺼내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조민이 의아한 듯이
더 보기

제2628화

조민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서울에 레스토랑이 이곳 하나도 아닌데 우연은 정말 우연이네요.”조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하긴 서울에서도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니까 어쩌면 겹칠 확률이 제법 높을 수도 있겠네요.”소찬이 피식 웃었다.“조금 덜 유명한 곳에 갈 수는 없었어요?”“어차피 이젠 당신 이름도 알게 되었으니깐요.”조민이 싱긋 웃더니 먼저 걸어가 버렸고, 소찬이 혀를 찼다. 어쩐지 엄청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반재언이 차를 몰고 오자 남우가 얼른 차에 올랐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가 차 문을 잠가버렸다. 소찬은 차 문이 잠기자 조수석으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지금 이거 무슨 뜻이야?”반재언이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씩 미소 지었다.“남은 시간은 우리 부부만의 시간이니까 너 알아서 돌아가.”“아니 그게 무슨…”반재언은 정말로 그 혼자만 남겨둔 채 시동을 걸고 쌩하니 떠나 버렸다. 소찬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아까 밥을 먹을 때만 해도 세 명이서 잘만 먹었는데 갑자기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며 버리고 간다고?하, 남자의 말은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더니!소찬은 허리에 손을 얹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멀리서는 조민이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조민이 차에 올라탄 후 막 안전벨트를 매는데 갑자기 조수석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차에 올랐다.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소찬을 바라보더니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그쪽 일행과 간 거 아니었어요?”“저쪽은 부부잖아요. 부부 사이에 껴서 뭐 하겠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그쪽이 제 차에 올라탈 때 저도 아무 말 안 했잖아요?”조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출발했다.조민은 차를 거칠게 모는 스타일이었다. 가는 길 내내 소찬은 손잡이를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운전 좀 똑바로 할 수는 없어요? 제 목숨을 그쪽한테 맡기기는 싫다고요.”조민이 대답했다.“이거 평균 속도예요.”“지금 시속이 80이나 넘었어요. 어어어..! 제
더 보기

제2629화

반지훈이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버지, 일단 잡초부터 정리해요.”반준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장갑을 끼고 무덤 주위의 잡초를 정리했다. 강성연도 곁에서 열심히 도왔다.30분 후, 무덤 주위를 덮고 있던 잡초가 깨끗이 제거되었다. 반준성은 새로 사 온 흰 장미 꽃다발을 비석 앞에 내려놓았다. 그 옆에는 그녀가 생전에 좋아했던 과일로만 선별한 과일 바구니도 같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반준성은 곧바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무덤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반지훈과 강성연은 그를 방해하지 않고 먼저 내려와 먼 곳에서 그를 바라보았다.“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도 아버지께서는 지금까지 어머님을 잊지 못하게 계시네요. 두 분 예전에 엄청 서로를 사랑했겠죠?”반진훈이 강성연을 품에 안았다.“내게 기억이란 게 생겼을 때부터 두 사람은 항상 사이가 좋았어. 할아버지 말씀처럼, 아버지의 약점이 곧 어머니셨거든. 아버지와 할아버지 두 분 모두 자기 여자한테 꼼짝 못 하는 타입이셨지.”강성연이 가볍게 웃었다.“그분은 지금도 여자한테 지는 걸 억울해 하시지 않나요?”반지훈도 함께 웃었다.“그럴지도.”반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연아, 만약 나중에 내가 먼저 네 곁을 떠나게 되면 넌 어떡할 거야?”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가 소리 내어 웃었다.“그럼 다른 남자 찾아야죠, 뭐.”그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대답이 이렇게 빨라?”그녀가 반지훈을 마주 보며 눈을 깜빡였다.“당신이 갈 때쯤이면 한… 칠, 팔 십은 되었을 텐데 할머니가 되어서 몇 년 동안만 더 놀다가 당신 찾으러 가면 안 돼요?”그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것도 그러네.”강성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사람 생이 길면 얼마나 길겠어요. 이제 아이들도 컸고 손주도 생겼는데 될 대로 되라죠. 뭐 하러 그런 걸 걱정해요? 우리는 그냥 지금처럼만 쭉 함께 살아요.”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잡으며 그녀에게 몸을 기댔다.…다음 날
더 보기

제2630화

남우가 작게 웃더니 곧이어 그에게 물었다.“조민 씨와는 같은 학교였어?”“응. 나랑 유이, 재신이랑 같은 학교 다녔어. 학교 선배였어.”반재언이 스테이크를 예쁘게 세팅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그녀를 돌아보았다.“왜, 단순한 선후배 사이한테도 질투하는 거야?”“누가 질투했다고 그래?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남우가 주방에서 나와 우유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의자를 빼 자리에 앉았다.“난 같은 학교 학생이랑도 연락하지 않는데, 넌 참 친구 많아서 좋겠다.”반재언도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왜 안 해?”남우가 말했다.“나 동남아에 있을 때 군학교 다녔어. 다 남자들뿐이었는데, 아버지가 그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나만 따로 방을 썼었어. 처음에 갔을 때 남학생들이 내가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고 눈꼴 시렸었나 봐. 그래서 엄청 몰래 괴롭혔었어. 나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체력 훈련할 때마다 엄청 때려서 복수해 줬지. 그 뒤로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더라고. 대신 학교 다니는 내내 나를 두려워했었지. 어차피 그 뒤로 졸업하고는 한 번도 본 적 없었어.”반재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예전의 남우를 생각하면 주변에 온통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그가 피식 웃었다.“만약 나중에 우리한테 아들이 생긴다면 아들이 널 닮아 호승심이 강한 것도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딸은 너를 닮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애.”남우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무슨 뜻이야? 그래서 내가 싫어?”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뽀뽀했다.“그럴 리가. 아들은 널 닮고, 딸은 날 닮으면 좋잖아?”남우는 생각에 잠겼다.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아들이 자신을 닮으면 어디 가서 괴롭힘을 당하진 않을 것이다. 딸이 아버지를 닮는다면..남우는 반재언을 빤히 쳐다보았다.‘아버지를 닮으면 너무 지나치게 예쁘게 생기지 않을까?’순간 그녀는 미래의 자기 딸이 얼마나 예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설
더 보기
이전
1
...
261262263264265
...
27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