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301 - Chapter 310

3105 Chapters

제301화

“저택의 하인들은 제가 도둑놈이라도 되는 듯이 절 경계했습니다. 몇 번이나 낙 부인을 만날 뻔했는데 하인들이 절 끌고 갔지요. 그런데 오늘 온종일 그곳에 버티고 서 있다가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낙청연은 호기심에 물었다.“그게 무엇이더냐?”송천초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탁자를 짚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낙 부인께서 혼처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매파 차림을 한 사람이 초상화를 잔뜩 들고 들어가더군요. 그리고 그것들이 명문 공자들의 초상화라는 것을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송천초는 호기심에 물었다.“낙운희는 낙 부인께서 사윗감을 고르고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급히 점괘 결과를 바꿔 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 신산의 말 때문에 낙운희의 어머니께서 마음을 돌리시겠습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기고 잠시 사색에 빠졌다.그녀의 말대로 두 사람의 궁합이 좋다고 자신이 두어 마디 써준다고 해서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서송원이 함께 하는 걸 동의할 리 없었다.낙운희는 다만 그것을 핑곗거리 삼아 낙용 고고에게 반항하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낙운희의 혼사를 논하는 건 아닌 듯하구나. 그랬다면 낙운희의 성격에 서송원과 함께 도망쳤겠지. 낙씨 가문에는 첫째 딸 낙랑랑도 있지 않으냐?”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낙청연은 조금 걱정됐다.만약 낙용 고고가 낙운희와 정반대 성격인 낙랑랑의 혼처를 고르는 것이라면 아마 낙랑랑은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 몇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낙랑랑이었다.그렇기에 낙청연은 낙랑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행복하게 살길 바랐다.“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젠 점괘를 보는 것도 어렵게 됐고 평판도 나빠지지 않았습니까?”송천초가 걱정스레 묻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내일 봉씨 저택에 갈 것이다.”“봉씨 저택이요? 임신 중인 그 부인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그분은 다 낫지 않으셨습니까? 그곳에 가서 뭐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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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호위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무뢰배들은 겁을 먹었다.값비싼 옷차림을 한 부인이 천천히 걸어오면서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며 호통을 쳤다.“당장 꺼지지 않고 뭐 하느냐? 지금 당장 관청에 끌려가고 싶은 것이냐?”무뢰배들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는지 부리나케 도망갔다.족히 30명은 될 듯한 호위들이 있었으니 절대 평범한 신분이 아니었고 그 정도 기세에 눌리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당신이 저 신산이겠군. 곱상하게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청아하고 준수할 줄은 몰랐소.”용의천(容意淺)은 재밌다는 듯한 얼굴로 낙청연을 훑어봤다.“과찬이십니다, 장군댁 부인.”낙청연은 정중하게 대답했고 그녀의 말에 용의천은 살짝 놀라며 대꾸했다.“내가 장군댁 부인이라는 건 어떻게 안 것이오?”“부인께서 데려오신 호위들의 허리춤에 위(魏) 자가 새겨진 영패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몸짓이 남다르고 발걸음이 일치한 걸로 보아 아주 엄격한 훈련을 거친 것이 분명하지요. 수도 전체에서 이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장군댁 부인은 위씨 장군댁뿐입니다.”낙청연의 마지막 말에 용의천은 미소 띤 얼굴로 만족스레 머리를 매만졌다.“저 신산은 말씀을 참 잘하시는 것 같소. 그것도 점괘를 봐서 안 줄로 알았소.”용의천은 그 말과 함께 발걸음을 내디뎌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그것은 봉희가 얘기해준 것이었다.용의천은 수도 내 2품 이상의 장군 중에서 가장 젊은 부인이었고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리고 위 장군은 그녀보다 15살 연상이었다.호위들이 점포 밖에 한 줄로 줄지어 서 있자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의논 소리도 많이 줄어들었다.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사람들은 전부 자리를 떴다.용의천은 의자에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여기가 아주 신통하다고 들었소. 오늘은 어떻게 해야 운이 좋아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 왔소.”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용의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눈빛이 깨끗하고 그 어떤 탁한 기운도 없으니 운이 나쁠 리가 없는데 운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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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용의천은 얼굴을 환히 밝히며 말했다.“그렇다면 마음 놓을 수 있겠소. 지금 당장 금을 파는 점포에 가봐야겠소. 만약 진짜 효과가 있다면 크게 사례하겠소!”말을 마친 용의천은 치맛자락을 들고 다급히 금 장신구를 사러 갔다.용의천은 호위들을 데려가는 와중에 구경꾼들을 쫓는 것도 잊지 않았다.낙청연은 그녀를 부인으로 맞은 위 장군이 정말 복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만약 위 장군과 용의천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었다.—며칠간 밖에서는 듣기 거북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었고 매일 점포 밖의 깃발을 태워도 다음 날이면 다시 새 깃발이 꽂혔다.낙청연은 며칠간 장사를 접었고 부진환도 더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아 유유자적하게 매일을 보낼 수 있었다.낙청연은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송천초가 걱정하고 있었다.넷째 날이 되고 전환점이 왔다.용의천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장군댁 부인은 이번에 50명의 호위를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장락골목에 나타나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그로 인해 뭇사람들이 그곳에 구경하러 왔다.“이 부인은 저 신산에게 점을 보러 가는 것인지 아니면 점포를 부수러 가는 것인지 모르겠네.”“우리도 같이 가서 보세.”그들의 추측은 이내 변질되어 안 좋은 소문으로 번졌다.“자네 그 얘기 들었나? 한 귀인이 호위들을 대거 데리고 저 신산의 점포를 부수러 간다고 하더군. 드디어 이 사기꾼을 처리해 줄 사람이 왔구먼!”“그게 정말인가? 그럼 얼른 가보자고.”사기꾼이 사람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았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모든 사람이 저 신산을 사기꾼으로 여겼다.그러니 권선징악 할 사람이 나타난 지금 그들은 자연스레 구경하고 싶어졌다.오늘 장락골목은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고 의논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문 열어! 사기꾼아! 문 열라고!”누군가 대문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극악무도한 죄인을 처단하기라도 할 듯이 말이다.“낯짝 두꺼운 사기꾼, 나와 혼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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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저놈을 잡아들이거라!”용의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을 내리자 호위들은 그 즉시 그 사내를 잡았다.“왜 날 잡는 것이오! 당신들이 잡아야 하는 건 저 사기꾼이오!”사내는 당황한 얼굴로 버둥대며 말했다.“관아로 보내거라!”용의천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사내는 곧바로 끌려갔다.용의천의 기세를 보니 역시나 장군댁 부인다웠다.“부인.”낙청연이 예를 갖추자 용의천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었고 두 명의 호위가 쟁반 하나를 들고 왔다.용의천이 쟁반을 덮은 붉은색 천을 치우자 눈이 시릴 정도로 번쩍이는 은빛이 보였다.“총 오백 냥이오. 오늘은 저 신산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소. 앞으로 저 신산은 내 벗이오!”용의천은 오늘 좋은 일이 있었는지 굉장히 들떠 보였다. 금으로 된 장신구를 몇 개 하고 장씨네 자매들과 노름했더니 계속 이겼다.물론 은냥을 이겨서 좋은 것이 아니라 두 자매가 오늘 몸이 좋지 않다며 그녀와 노름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이 통쾌해서 좋은 것이었다.“부인, 이렇게 사소한 일로 많은 은냥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낙청연은 공손하게 말했다.“받으시오. 자네한테는 사소한 일일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오.”용의천이 결연한 태도로 말하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은냥을 받았다.“부인,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낙청연의 제의에 용의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그녀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몸을 돌려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앞으로 저 신산은 우리 장군 저택의 귀한 손님이오. 감히 저 신산에게 시비를 걸려는 자가 있다면 내 절대 체면을 봐주지 않겠소!”그 말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기세등등하게 이곳까지 온 이유가 저 신산을 혼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니, 저 신산이 정말 그 정도로 신통하다는 말인가?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낙청연은 용의천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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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집안의 수치는 감춰야 한다고 하지만 내 오늘만큼은 너와 함께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지!”낙용은 분노한 얼굴로 화를 내면서 낙운희를 문 앞까지 끌고 갔다.낙운희는 아픈지 낙용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사람도 많은데 집에 가서 얘기하시지요!”낙용은 엄숙한 목소리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집안에서 숨긴다고 다 숨겨지는 건 아니란 말이다! 태부부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사람들한테 호되게 매를 맞았을 것이다.”낙청연 또한 이러한 상황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녀는 낙용 고고가 낙운희를 끌고 직접 이곳까지 행차할 줄은 몰랐다.낙청연을 본 낙용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평온을 유지하면서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내 딸이 경솔해 큰 잘못을 저질렀소. 내가 어머니로서 잘 교육하지 못한 탓이오. 그래서 오늘 저 신산에게 직접 사과하러 왔소.”낙용은 그 말과 함께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려 했고 낙청연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낙 부인 아니십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낙용이 낙운희를 혼쭐내 자신을 헐뜯고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지만 않으면 되었다.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낙운희의 모든 돈을 몰수하는 것으로 충분히 낙운희의 만행을 멈출 수 있을 것이었다.그런데 낙용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크게 혼쭐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것이오.”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낙운희를 보며 말했다.“얼른 저 공자께 사과하거라.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비열한 수법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을 모함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거라!”낙운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을 흘린 흔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당당하게 울먹이며 말했다.“큰 손실을 본 것도 아니니 돈을 배상하면 그만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습니까?”낙용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다시금 낙운희의 귀를 잡아당겼고 화가 나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너는 큰 손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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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낙운희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낙용이 다시 낙운희를 내리누르며 무릎을 꿇렸고 조금 전 사람을 죽일 듯하던 기세는 깡그리 사라져버렸다.“사과하거라!”낙용은 매서운 말투로 꾸짖었고 낙운희는 굴욕감을 느꼈다. 구경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저 신산의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다니, 앞으로 어떻게 수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닌다는 말인가!하지만 낙운희는 굴욕감을 참으며 억울한 얼굴로 울먹거리며 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낙운희가 사과하자 낙용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오늘 일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앞으로 또 이런 짓거리를 꾸며 태부부와 네 할아버지의 얼굴에 먹칠한다면 우리 낙씨 가문에 남아있을 생각은 말거라!”낙용의 단호한 어조에 낙운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충격받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녀의 어머니는 정녕 그녀와 연을 끊을 생각인 건가?“어머니, 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낙운희는 이러한 방법으로 저낙을 상대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저낙이 먼저 그녀를 속였다.말을 마친 뒤 낙운희는 몸을 일으키더니 낙청연을 노려보고는 곧장 도망쳤다.“너!”낙용이 뭐라 더 말하려는데 낙운희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낙용은 다시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저 공자, 나와 얘기 좀 나누게나.”낙청연은 낙용과 함께 점포 안으로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낙용은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최근 큰딸의 혼사에 온 신경을 쏟아붓다 보니 둘째에게 소홀했소. 쟤가 밖에서 저러고 다니는 줄은 정말 몰랐소. 자네가 입은 손실은 우리가 배상하겠소. 그리고 저 공자를 모함했던 그 뜬 소문들도 내가 다 바로 잡을 것이오. 혹시 또 다른 요구가 있다면 편히 얘기하시오.”낙청연이 대답했다.“없습니다. 이렇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다만 낙 부인께 충고 하나 해드리자면 낙운희 소저의 곁에 있는 서송원이라는 작자는 절대 좋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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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낙랑랑은 깜짝 놀랐다.“날 위해서라니?”낙운희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혼처를 정하시는 게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반항하고 거절하란 말입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슬퍼하십니까? 언니는 어릴 때부터 그랬지요. 제가 얼마나 마음이 아픈 줄 아십니까? 어머니께서 언니의 혼처를 물색하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었으니 제가 밖에서 사고라도 좀 쳐야 언니한테 덜 신경을 쓰지 않겠습니까?”낙운희는 많이 억울했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낙랑랑이 어머니한테 혼이 나는 모습을 많이 보았었다. 낙랑랑은 항상 소심하고 겁이 많아 어머니가 뭐라 하든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언니처럼 되고 싶지 않았고 어머니가 뭐라 하든 그 말에 따르지 않았다.저낙의 일도 굳이 매일 사람을 보내 소란을 피울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어머니가 언니의 혼처를 알아보기 시작한 뒤로 낙랑랑은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크게 사고를 쳐서 낙용이 낙랑랑의 혼처에 신경 쓸 틈이 없게 만들 생각이었다.그녀는 단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낙랑랑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었다.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어머니에게 끌려가 억지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고 저택으로 돌아온 뒤에는 낙랑랑이 이유도 묻지 않고 그녀를 꾸짖었다.낙랑랑은 그 말에 흠칫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운희야…”낙운희는 눈물을 닦으며 결연히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운희야!”뒤쫓아가려 했으나 낙운희는 저 멀리 도망갔다.낙운희의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낙랑랑은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을 되새겼고, 그 순간 눈물을 왈칵 쏟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안하구나… 언니는 몰랐다…”낙랑랑은 소맷자락을 꼭 쥐었다.그녀는 운희가 그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낙랑랑은 그녀의 어머니처럼 낙운희가 고집이 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떤 일들은 그녀가 일부러 한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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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그렇게 타일렀는데도 못 알아들은 것이냐? 너도 네 동생처럼 날 속태워 죽일 셈이냐?”낙용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자리를 떴고 낙랑랑은 순간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에 긴장한 듯 옷소매를 손에 꼭 쥐었다.낙용이 화를 내며 떠나는 모습에 낙랑랑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글썽였다.—섭정왕부.소유는 빠른 걸음으로 서방 안으로 들어가 밀서를 건넸다.“왕야, 조금 알아냈습니다.”부진환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평온한 얼굴로 글씨를 연습했다.“말하거라.”소유는 밀서를 꺼내 보더니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왕야, 별원쪽 뱀 굴에서 발견한 자객들은 무극문(無極門)의 사람인 듯 합니다.”그 결과를 듣고도 부진환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예상했던 일이다. 낙청연과 관련이 있는 자들이니 엄씨 가문 말고 누가 있겠느냐?”비아냥 섞인 어조였다. 낙청연이 엄씨 가문에서 보내온 첩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몇 번이나 마음이 약해졌다. 부진환은 사뭇 차가워진 눈빛으로 물었다.“뱀 굴에 들어간 자들의 목적은 알아냈느냐?”소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냈습니다. 뱀의 쓸개를 위해서라더군요. 최근 누군가 수도 내 각 약방에서 파는 뱀의 쓸개가 전부 사들였다고 합니다. 또 연줄을 이용해 고가로 뱀의 쓸개를 사들인 자도 있다고 하더군요. 엄씨 가문의 공자가 여인을 한 명 구했는데 그 여인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수도 안의 약방에서 파는 뱀의 쓸개는 그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는지 붓을 들고 있던 손이 잠깐 멈칫했다. 곧이어 그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물었다.“뱀의 쓸개라 하였느냐? 엄씨 가문에서 이렇게 공을 들여 사람을 구하려 하다니, 예사 인물이 아닌가 보구나. 게다가 낙청연까지 이용해 뱀 굴로 들어가 뱀의 쓸개를 취하려 하다니.”부진환의 목소리는 서릿발처럼 싸늘했다.소유는 그의 말에서 어쩐지 질투가 느껴진다고 생각했다.소유는 저도 모르게 편을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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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두통이 있지는 않으나 낙씨 가문 둘째 아씨를 더…”소유는 감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부진환은 눈을 번쩍 뜨면서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더 챙기시는 듯합니다. 비록 왕야께서는 둘째 아씨와 만나지 않으려 하시지만 장미가 아씨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전부 챙겨주셨지요. 그쪽에는 지금 계집종이 6명이 될 겁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왕비 마마라고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중을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그 말에 부진환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 애가 날 귀찮게 할까 봐 최대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잘 챙겨주다니? 대체 뭘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냐?”소유는 더는 얘기를 이어갈 용기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부진환은 더욱 심란해졌고 호흡도 거칠어져 아예 방에서 나갔다.“왕야, 어디 가십니까?”부진환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꾸했다.“내게 진짜 문제가 있는 건지 보러 갈 것이다!”소유는 유감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저 신산을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저 신산은 왕야를 봐주지 않을 것이고 간다고 해도 퇴짜 맞고 돌아올 것이었다. 위풍당당한 섭정왕은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왜 굳이 그곳에 가는 것일까?부진환이 전원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형님!”뒷짐을 지고 있던 부진환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은 부운주를 쳐다봤다. 그는 날이 몹시도 추운데 겉옷도 입지 않고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마르고 약한 몸은 바람이 불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듯했다.그는 단 한 번도 자기 동생을 박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겨울날 일부러 이런 차림을 하고 있다니, 누가 봤으면 형인 그가 동생을 괴롭힌다고 오해할지도 몰랐다.“형님! 얘기를 들어보니 청…”하마터면 청연이라고 이름을 부를 뻔했던 부운주는 얼른 말을 바꿨다.“별원에 계신 형수님께서 목숨이 위태롭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형수님은 왕비입니다, 형님. 형님께서 왕비를 내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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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부운주는 그 말에 다시 차가운 눈빛을 하고 탁자 옆에 앉았다.“낙청연은 어떠냐?”고 신의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오황자께서는 진짜 그녀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별원에서 섭정왕부로 돌아올 능력이 없다면 쓸모없는 패라는 걸 의미하지요. 태후께서도 그녀를 남겨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오황자께서도 태후를 찾아가 그녀를 구해달라고 할 필요는 없으십니다.”고 신의는 덤덤한 어조로 말하며 부운주의 앞에 약을 내려놓았다.부운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미간을 구기며 그를 바라보았다.“너희들이 그녀와 형님 사이를 이간질했지. 그 때문에 그녀는 큰 피해를 보았는데 너희들은 그저 그녀를 쓸모없는 패 취급을 한다는 말이냐?”부운주는 마음이 급해져서 기침하기 시작했다.고 신의는 옷소매에 손을 넣고 무심히 서성거리며 말했다.“오황자께서는 잊으셨습니까? 낙청연은 처음부터 그저 이용당할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녀는 단지 태후의 목적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뿐, 태후께서 나서 그녀를 구해 줄 필요는 없지요. 오황자께서는 그녀를 위해 충분히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왕부의 모든 사람이 보았지요. 만약 그녀가 돌아온다면 그녀는 오황자께서 얼마나 그녀를 챙겼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성심성의껏 오황자를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날이 춥습니다. 오황자께서는 건강에 유의하십시오.”말을 마친 뒤 고 신의는 방에서 나갔다.울컥 화가 치밀어오른 부운주는 창백해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더니 탁자를 힘껏 내리쳤다.—겨울이라 그런지 눈이 자주 내렸다. 날이 맑게 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녁이 되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두 볼이 빨갛게 얼 정도였다.점포에 잠깐 앉아있었으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낙청연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후원에 있던 지초와 송천초는 화로 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역시 낙 부인께서 나서시니 효과가 뚜렷합니다. 차루(茶樓)와 주루(酒樓)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으니 앞으로 장사가 잘될 듯합니다.”“오늘 저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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