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는 말을 하며 마음속으로 후회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혼사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걱정 없이 떠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그래서 아버지께서 서두르는 것이니, 어젯밤 그렇게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옥교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그럼 가족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함께 연기할 사람이 필요하면, 조금이나마 도와줄 순 있소.”부소는 멈칫하다 이내 웃었다.“좋소. 정 방법이 없다면 자네의 생각을 받아들일 것이오.”“부 태사와 중요한 일을 상의해야 하니, 이만 먼저 가보겠소. 시간이 되면 다시 밥을 사겠소.”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부소가 떠난 후 옥교는 계속 바삐 일을 했다.비록 동하국과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성안에서는 이미 약재와 쌀을 비축하고 있다.요 며칠 도착한 약재도 갈수록 많아져 그들은 검사하고 종류별로 상자에 넣은 후 재고를 점검하고 기록하여야 한다.마침 여인 검파에서 약재를 잘 알고 있기에 이 일을 맡게 되었다.오후에 부진환과 부소는 새로운 계획을 상의했다.기관선이 부족하고 만들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동하국 사람들이 쉬면서 재정비하게 할 순 없다.그들은 끊임없이 소란을 일으켜 동하국 사람의 정신을 빼놓은 뒤, 배를 빼앗아야 한다.천궁도 제자가 많아졌으니, 배를 빼앗는 승산도 크다.오후가 되자, 계획은 바로 시작되었고 백여 명이 연이어 출발했다.이튿날 날이 밝아서야 그들은 빼앗은 배 두 척과 함께 돌아왔다.모두 청주로 돌아온 후 바로 쉬러 갔다. 부소는 객사에서 밥을 먹었지만 다 먹을 때까지 옥교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그녀가 더 이상 향낭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부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로 돌아갔다.그 시각 옥교는 의원 뒤뜰에서 약재를 점검하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확인해도 틀린 점이 있었다.그녀는 책자를 들고 난향설을 찾았다.“사저, 이 약재에 문제가 있습니다. 세 상자가 빠진 듯합니다.”“도착해야 할 천예란이 한 그루도 없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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